안개는 나무들 사이를 지나며 금대봉, 은대봉, 함백산을 따라
만항재로 이르는 꽃길을 넘으며 산기슭 아래 바다 같은 구름을 만든다.
태백시내에서 O2리조트와 태백선수촌을 지나 정선으로 이어지는 414번지방도는 ‘환상의 도로’로 들꽃으로 유명한 함백산 길이다.
7월 초부터 범꼬리가 초록의 산정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물레나물, 태백기린초, 동자꽃, 둥근이질풀, 짚신나물, 터리풀, 노루오줌 등 각종 야생화가 화려하게 피어나며 늦여름까지 벌과 나비들을 유혹한다.
태백과 경계선인 정선의 만항재가 자동차로 넘는 최고 높이(1,330m)의 길이라면, 태백의 주천역(855m)은 기차역으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또한 용연동굴은 해발 920m에 위치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이 있는 동굴이다. 산상의 도시로 떠나 보는 여름여행은 불볕더위를 피한 여행자들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바람이 넘어가는 하늘 길에서
태백산이 있어 태백으로 불리는 도시는 매봉산, 천의봉, 백병산, 함백산, 금대봉 등 수려한 경관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고원에 위치한 도시로 주변의 정선, 영월보다 기온이 5℃가량 낮아 여름의 피서지로 적격이다.
태백시는 국내 최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도시로 지역이 평균해발 965m다. 백두대간 자락 허리에 위치한 태백은 2016년 태백산과 함백산 및 주변의 산들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태백산국립공원이 됐다. 수천년간 제천의식을 지내던 태백산 영봉(1,560m)의 천제단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등 풍부한 문화자원과 금대봉~대덕산 구간과 만항재의 야생화 군락지, 장군봉 주변의 주목 군락지,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 등 다양하고 뛰어난 생태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태백시내에서 35번국도를 따라 삼척으로 가다 보면 해발 920m의 재를 만나게 되는데 백두대간의 피재다. 이곳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이 된다. 비가 오면 빗방울이 한강을 따라 서해로,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가니 빗물이 분산돼 분수령이라 해 삼수령(三水嶺)으로 불린다. 삼수령을 피재라고도 하는데 삼척 지방 사람들이 황지지역을 ‘이상향’이라 해 난리를 피해 이곳으로 넘어 왔기에 피해오는 고개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삼수령 좌측으로 바람의 언덕 표지판을 따라 오르면 낙동정맥의 분기점인 작은피재와 매봉산풍력단지의 장활한 고랭지배추밭을 만난다. 한여름 서늘한 바람과 푸른 배추밭이 고원의 초원을 연상시킨다. 새벽에 그곳을 오르면 먼발치 구름은 하얀 바다를 만들고 아침 햇살 푸른 하늘의 흰 구름은 서늘하고 상쾌한 바람을 불러온다. 삼수령 아래는 태백시 황연동 구와우마을이 있다. 소 아홉 마리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을 가진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해발 800~900m에 위치한 고원자생식물원은 멸종 식물 보호 식물원으로 사라져가는 우리 꽃, 우리 식물을 보호 육성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꽃, 우리 식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해바라기꽃이 만개하는 여름에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나니 7월 말부터 8월 초순은 해바라기축제 기간이다.
태백은 두 개 강의 발원지로 금대봉 북쪽계곡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과 태백시내 한가운데인 황지동 황지연못에서 발원해 안동, 상주를 거쳐 남해까지 521.5㎞에 이르는 한남 최장의 하천으로 영남의 젖줄을 이루고 있는 낙동강의 발원지가 있다.
태백 분주령 검룡소 금대봉골 창죽골 (tistory.com)
검룡소는 금대봉 기슭의 제당궁샘으로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검룡소에서 솟아나와 514㎞의 한강발원지가 되는 곳으로 1987년 국립지리원에서 도상실측 결과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됐다. 검룡소 주차장부터 1.3km 이어지는 검룡소 오름길은 심한 오르내림이 없어 가족들이 함께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황지연못은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로 태백시내 중심부에 위치한다. 연못의 둘레가 100m인 상지, 중지, 하지로 구분되며 1일 5,000톤의 물이 용출하고 있다. 전설에 황부자 집터가 연못이 됐다 해 황지(黃池)라고 부르는데 훨씬 이전에는 하늘 못이란 뜻으로 천황(天潢)이라고도 했다. 가뭄이 들 때는 태백시민의 식수로 사용되기도 한다.
태백에서 빼놓고 볼 수 없는 곳이 구문소다.
황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동점동에 이르러 큰 산을 뚫고 지나가며 큰 석문을 만들고 깊은 소를 이뤘다. 구문소(求門沼)는 구무소의 한자 표기로 ‘구무’는 구멍·굴의 고어다. 또 다른 말로는 산을 뚫고 흐른다 해 ‘뚜루내’라고도 한다. 주위가 모두 석회암반으로 됐으며 높이 20~30m, 넓이 30㎡의 석회동굴로 석문 위에 자개루가 있고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절경이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오복의 문 뚜루내 전설이 열리다’를 주제로 용 축제가 열린다. 구문소 자개루에서는 마당소, 삼형제폭포, 닭벼슬바위 등 구문팔경과 5억년 전 바닷가의 다양한 지질구조 등 고생대 화석들을 볼 수 있다.
고원과 바람, 물과 안개, 수많은 별이 뜨는 서늘한 산상의 도시는 또 다른 여행의 출발지다.
태백시내를 빠져나와 철암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과거 석탄을 실어 나르던 화차가 붐볐던 철암역은 석탄산업 사양화로 사람의 발길은 보기 힘들지만, 이곳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들이 남아 있다. 철암역은 역사보다 그 옆에 자리한 선탄장이 유명하다.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 시설이자 우리나라 근대산업사의 상징적인 시설로 평가받아, 등록문화재 21호로 지정됐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태백 소도동-태백체험공원 석탄박물관 부쇠봉 당골계곡 (tistory.com)
선탄장 건너편에 자리한 1970~1980년대 마을과 상가풍경은 기억 저편의 향수를 끌어 올리고, 철암역 건너편 미로마을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1㎞ 골목에 광산 근로자들의 생활상을 담은 벽화가 있어 철암탄광역사촌으로 재단장돼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철암역에서 승부역, 양원역을 거쳐 봉화의 분천역까지 시속 30㎞로 천천히 산허리를 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3량짜리가 하루 3회 왕복 운항되니 낙동강 세평하늘길로 또 다른 여행을 떠날 수 있다.
/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이성영 여행객원기자(laddersy@hanmail.net)
태백산맥 고원 야생화 트레킹
최근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태백산맥 줄기의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으로 이어지는 고원 야생화 길을 걸었다. 대덕산은 매봉산과 금대봉을 포함하는 총 126만 평의 면적에 환경부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우리나라 야생화의 보고다. 이곳에는 광대수염과 쥐오름풀과 졸방제비꽃, 노랑장대와 요강나물, 눈개승마, 범꼬리꽃 등 수많은 야생화가 봄부터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 곳이다.
이곳은 국립공원 예약 시스템으로 탐방 예약을 받아 하루 500명만 입장이 허용되고 있다. 야생화의 천국으로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곳은 곰배령이다. 곰배령 트레킹은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면적으로나 자라고 있는 야생화 종류로나 대덕산과 금대봉이 월등히 뛰어나 보인다. 1300m를 넘나드는 고원 야생화 트레킹의 즐거움은 국내 최고가 아닐까.
푸른 하늘 맞닿은 능선들 펼쳐져
트레킹은 1268m 두문동재부터 시작한다. 그리 어려운 트레킹 코스는 아니다. 리무진버스에서 내려 두문동재 금대봉 입구에서 예약 확인받고서 전광 안내판으로 설명을 듣고 숲속 길을 걷기 시작했다.
1418m 금대봉은 입구에서 1.2㎞ 정도 구간으로 약간의 땀만 빼면 정상에 다다른다. 나무로 우거진 숲길은 아주 좁은 길이 대부분이어서 숲속 깊이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700m쯤 오르자 숲길 삼거리가 나왔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제법 경사진 숲길을 올라 금대봉에 올랐다.
인증샷 찍고 정상석 통나무 울타리 옆길로 밀림 숲길을 헤치며 내려와 고원 트레킹 길을 만났다. 이곳부터 대덕산 정상까지 4.6㎞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1300m쯤 되는 고원 능선에 나 있는 걷기 길옆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조금 걷자 시야가 탁 트이며 파란 하늘이 눈에 닿을 듯 다가왔다.
낙엽송 군락 나무 끝에 구름이 걸린 듯이 멋진 풍광이 나타났다. 왼쪽의 데크 계단으로 능선에 올라서자 드높은 파란 하늘과 맞닿은 듯한 산 능선들이 광활하게 펼쳐지며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능선 데크 계단을 내려가 숲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산자락으로 연결되는 데크 계단이 숲길에 잘 설치돼 있어 걷기에 아주 좋았다. 길 위아래로 쭉쭉 뻗은 원시림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피어있는 꽃과 필 때를 기다리는 야생화 군락들이 지천으로 숲을 메우고 있었다.
흙길에 피톤치드 뿜는 숲길 상쾌
나무숲 그늘로 이어지는 길이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흙길에다 피톤치드를 듬뿍 들이마시는 걷기 길이라서 기분은 더없이 즐겁고 상쾌했다. 당단풍나무 군락지를 지나 능선 길을 계속 걸었다. 일본잎갈나무 군락지를 지났다.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요리조리 걷기 길이 연결됐다. 신갈나무 군락지 사잇길로 걸었다. 고로쇠 군락지를 지났다.
오르막이 얼마간 이어지다 다시 한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옆으로 쭉 뻗은 나뭇가지가 독특한 커다란 피나무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대덕산 2.8㎞, 분주령 1.3㎞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났다. 30~40년 넘은 듯한 낙엽송 군락 사이를 한참을 걸었다.
능선 자락을 돌던 길이 낙엽송 숲을 빠져나오자 능선을 따라 아래쪽으로 계속 내려갔다. 물박달나무 군락지 사이로 난 길을 지나 숲길에서 파란 하늘이 뚫려 보이는 듯한 개활지인 넓은 분주령에 닿았다. 대덕산 정상까지 오르기가 벅찬 도보여행자는 이 고개에서 검룡소 방향 이정표를 따라 옆길로 빠지면 된다.
분주령에서 간단하게 휴식 겸 요기를 하고 대덕산 정상으로 바로 올라 가기 시작했다. 대덕산 정상까지 1.5㎞ 정도에다 경사 심한 190m 표고차가 있어 땀을 많이 흘려야 했다. 숲길로 급한 오름길이 100m쯤 이어졌다. 숲이 뚫린 개활지를 지나 산자락으로 비스듬하게 난 길을 1㎞ 넘게 올랐다.
대덕산 정상 360도 파노라마 뷰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갈매나무 군락지 사잇길을 지났다. 능선에 넓은 분지가 나왔다. 하얗게 덮여있을 개망초꽃을 기대했는데 보이질 않아 아쉬웠다. 대신 새롭게 건설된 풍력발전기 날개와 거대한 하얀 기둥이 반겨줬다.
분지를 지나 숲길로 다시 들어섰다. 한 발 한 발 가쁜 숨을 내뱉으며 발을 내디뎠다. 1307m 대덕산 정상에 닿았다. 사방으로 360° 파노라마 뷰 전망이 펼쳐졌다. 건너편 매봉산과 풍력발전 시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정상 인증샷을 찍고 검룡소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리막이 심한 길이었는데 데크 계단이 설치돼 있어 걷기에 아주 좋았다. 계단 옆으로 아름드리 낙엽송이 빽빽하게 밀림을 이루고 있었다. 데크 계단이 끝나고도 밀림 속으로 길이 한창이 이어졌다. 세 번째 걷는 길이지만 올 때마다 행복감에 젖게 만드는 녹색 장원이 반겨줬다.
하루 1만여톤 물이 땅속서 분출
숲길을 계속 내려오다가 분주령에서 검룡소로 내려오는 삼거리를 지났다. 숲속 흙길이 이어지다 자갈이 섞여 있는 흙길을 걸었다. 다시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짧은 데크 길을 걸었다. 흙길을 한참을 내려가다가 탐방안내소 삼거리에서 검룡소를 탐방하러 다시 올라 걸었다. 계곡 옆으로 난 넓은 길을 600m쯤 걸어 검룡소에 도착했다. 하루에 1만여 톤 정도의 물이 땅속에서 콸콸 분출된다고 하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올라오면서 본 계곡은 가물어 선지 물이 바짝 말라 있었는데 검룡소에서 솟아오르는 물은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다. 생태자원 보호를 위해서 설치했다는 데크 시설 전망대에서 물이 용출하는 곳의 모습을 찍고 내려왔다. 1㎞ 아래쪽 입구에는 거대한 검룡소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두문동재부터 검룡소 탐방 입구까지 11㎞여 되는 걷기 길은 거의 전 구간이 숲속 길로 이어지는 고원 트레킹 코스로 대한민국 최고의 걷기 길이 아닌가 싶었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2023.4.27 윤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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