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서울 한강

서초구 방배동 카페골목 일미칼국수

by 구석구석 2024. 7. 31.
728x90

1980~1990년대 방배 카페 거리의 리즈 시절을 기억하는 이라면 지금은 카페 거리라고 부르기보단 식당 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이곳에서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다. 그 시절 화려했던 카페들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반가운 식당들과 새 역사를 열어 가는 240개의 점포들 사이를 걸으며 이 거리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본다.

ㅇ 서초구 방배중앙로 167 / 일미칼국수 ☎ 02 593 9924

 방배동 카페 골목은 늦은 저녁에도 어두워지지 않았다. 좁은 도로 위 공중에는 만국기 같은 조명이 걸렸다.

‘일미칼국수’라는 간판은 2층에 달려 있었다. 흔한 네온이나 조명이 없어서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이 아니면 찾기 어려울 듯 싶었다. 자리를 열고 위로 올라가니 창쪽으로 마루 같은 바닥이 깔렸고 반대쪽에는 의자가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사람들은 짝을 지어 드문드문 간격을 두고 앉았다.

분명 이 집에 처음 온 사람은 없는 것이 확실했다. 메뉴판을 찾는 이들이 없었고 주인장도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어두운 저녁이었다. 친구로 보이는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자 둘은 가운데 있는 불판에 삼겹살을 올렸다. 냉동 삼겹살이었지만 고기의 밝은 분홍 빛깔만 봐도 상품(上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수역에서 카페골목으로 이전한 일미칼국수

국산 암퇘지만 쓴다는 이 집 삼겹살은 유행하듯 얇은 두께가 아니었다. 살짝 두께를 살려 썰어낸 삼겹살이 낙엽 쌓이듯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삼겹살에 딸려 나오는 찬은 단출했다. 기름장과 김치, 그리고 파무침 정도가 전부였다. 불판 역시 가운데로 기름이 빠지는 옛날 모양새 그대로였다.

달아오른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삼겹살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냉동은 냉동 나름의 굽는 법이 있다. 센불에 빠르게 굽기보다는 중간 불에 올려 기름을 뽑아내듯 느긋하게 구우면 바삭한 식감이 생긴다. 파의 아린 맛이 남은 파무침을 곁들이니 물리는 감이 없었다. 풍채가 좋고 목소리가 시원시원한 주인장은 손님이 부르면 반가운 소식이라도 들은 것처럼 달려갔다.

몇 번 더 고기를 청하고 나서 식사 주문을 넣었다. 어차피 시킬 수 있는 메뉴는 칼국수와 건짐국수 두 개뿐이었다.

주방에서 칼로 면을 써는 소리가 들렸다. 맥주 두어 잔 마실 시간이 지나 국수가 상에 올랐다. 달걀 지단, 애호박 볶음, 김가루, 고기 고명이 태극기의 건곤감리처럼 그릇을 4등분하여 가득 채웠다.

그 한가운데에 빨간 다대기가 한 숟가락 정도 있었다. 소고기를 우린 육수는 고기에서 우러난 높은 밀도의 풍미가 밀물을 따라 들어오는 해풍처럼 입안으로 밀려들었다.

손으로 썰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정하고 세밀한 간격으로 자른 면은 부드럽고 매끄러워서 무엇하나 거슬리는 구석이 없었다. 국물 또한 너무 뜨겁거나 혹은 건더기가 과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딘가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는 사람을 배려하고 또 고민한 흔적이 먹는 내내 느껴졌다.

면을 식혀 건져내고 식힌 육수를 곁들인 건짐국수는 그 옛날 부잣집에서 먹었을 법한 화려한 자태와 맛을 지녔다. 그리하여 그 간단한 차림에도 대접을 받는 듯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이었다. / 출처 : 조선일보 2024 정동현 음식칼럼리스트

 

 

거친 구석 없이 그 자체로 온전한 국수 가닥

거친 구석 없이 그 자체로 온전한 국수 가닥 아무튼, 주말 정동현의 pick 칼국수

www.chosun.com

728x90

ㅇ 서초구 방배중앙로 175 / 비스위트 / 월~금 10:00~02:00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 사이에서 거리 이름에 어울리는 몇 안 되는 카페다. 시원한 화이트 인테리어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깔끔하다. 메뉴의 특별함보다도 공간이 좋다. 좌석도 소파, 일반 테이블, 노트북 사용하기 좋은 자리 등으로 구분해 배려심이 느껴진다.

사진 매일경제 조은영

공부하는 학생, 가족들, 데이트족 등 다양한 이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좌석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다. 규모 있는 카페치곤 가격도 참하고 사이즈도 시원시원하다. 새벽 두 시까지 오픈한다. 

서초구 방배중앙로 210 / 롤링핀 /  09:30~22:00(브런치 10:30~16:00)

롤링핀은 건포도에서 얻은 천연 효모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브랜드로, 압구정 본점에 이어 지점이 많다. 방배점은 건물 이층에 널찍하게 위치해 편안한 분위기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통팥 크림치즈가 들어 있는 압구정 식빵이다.

사진 매일경제 조은영

검은 자태로 눈길을 끄는 더블치즈 블랙식빵은 에멘탈치즈와 롤치즈가 가운데 들어가 있어 검은 바탕에 노란색 조합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베이커리와 디저트 외에 브런치로도 꽤 유명하다.

오픈 샌드위치, 스파이시 쉬림프 샌드위치, 크로크엔젤 등 클래식한 브런치가 맛있는 이유는 역시 빵이 맛있기 때문. 쿨핀이라는 얼음 음료는 시원하면서 톡 쏘는 청량한 맛으로 여름 내내 인기였다. 추천하고 싶은 음료는 향긋한 유자향이 나는 유자 요거트다. 널찍하고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 배치로 한번 가면 오래 머물고 싶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