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강동구 성안로3길 86 GK빌딩 1층 (성내동) / 온고식당 070 8691 2262
온고식당의 간판은 아담했고 홀도 4인용 테이블 3개에 벽에 붙은 길쭉한 1인용 테이블이 전부였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주방이 훤하게 보였다. 동그랗고 깔끔하게 마감된 테이블 모서리, 갈색톤으로 장식한 실내, 도톰한 종이에 깔끔하게 인쇄된 메뉴판.....
먼저 나온 ‘들기름메밀전’을 보니 그 작은 정성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커다란 배춧잎을 곱게 펴서 쪽파와 함께 밀가루 반죽을 얇게 입힌 후 기름을 넉넉히 둘러 부쳐낸 배추전은 고소한 향기까지 신선하게 느껴졌다. 눅눅하거나 오래된 이취가 없었다. 낮은 온도에서 부쳐 기름에 절여진 느낌도 아니었다.
대신 살짝 갈색빛이 돌 만큼 정확히 구워내 맛에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배춧잎은 씹을 때마다 연한 단맛이 돌았고 쪽파는 봄 내음처럼 상큼한 맛을 냈다. 비계가 적당히 붙은 냉제육은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쌈장과 함께 나왔다. 돼지고기를 3~4일 건조 숙성한 후 쓴다고 했다.
그 탓인지 돼지고기는 푸석거리며 풀어지기보다 탄탄하고 꽉 찬 식감을 지녔다. 식힌 고기는 오래 두면 기분 나쁜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이 집 음식에는 그것이 없었다. 돼지고기를 삶은 방법도 방법이지만 음식을 오래 두지 않고 그때그때 부지런히 만든다는 증거였다. 간장 양념에 채소를 넣은 돼지불고기 역시 그때그때 볶아내 물기가 적었고 고기 역시 부드러웠다.
돼지곰탕은 뿌연 부산 쪽 국밥과 달리 이 집 곰탕은 산중 계곡처럼 투명하여 그릇 바닥이 그대로 보였다. 맛도 그와 같아 골짜기를 메울 듯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을 녹여 끓이면 이런 맛이 날 듯싶었다. 그러나 맛은 헐겁지 않고 밀도가 빡빡해 두세 숟가락 먹다가 그릇째 들게 됐다.
어른 손바닥을 접어놓은 듯 큼지막한 만두를 먹으니 밀물처럼 포만감이 밀려왔다. 만두 역시 주인장 성격을 닮아 소가 꽉꽉 들어찼고 소금간도 정확했다. / 출처 : 조선일보 2024 정동현 음식칼럼리스트
ㅇ 짭조름한 굴비와 고소한 돌김의 조화 / 영광굴비백반 02-487-5766.
성내동 강동경찰서 건너편 음식점골목 영광굴비백반은 숨이 긴 백반집이다. 1991년 2500원짜리로 시작한 이래 17년 한결같이 수더분한 밥상을 차려낸다.
메뉴도 딱 하나 ‘영광굴비 백반’. 차림표도 없지만 점심엔 자리 차지가 쉽지 않고 손님 갈이가 두어 차례씩 이어진다. 무엇보다 짭조름한 굴비구이 두 마리 덕분이다. 길이 20㎝쯤으로 번듯한 크기는 아니어도 정수리에 다이아몬드 자국이 선명한 어엿한 참조기 굴비다.
여느 밥집에선 편리하게 프라이팬에 기름 둘러 굴비를 굽는 경우를 흔히 본다. 구이라기보다 눅눅한 튀김 비슷해 김이 샌다. 이 집에선 가스 그릴에 노릇노릇 구워 낸다. 일일이 들여다 보며 뒤집어야 하니 프라이팬 구이보다 훨씬 번거로운데도 주인이 성의를 기울인 보람이 있다.
반찬에선 푸른 빛 도는 얇은 돌김을 접시 수북이 내는 게 돋보인다. 기름 소금 바른 게 아니라 맨김 구운 것을 간장에 찍어 밥 싸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하다. 김은 이렇게 먹어야 제 맛이다. 곱게 갈아 양념한 밴댕이젓갈은 쌉싸름한 내장이 섞여 들어 입맛을 돋운다. 매콤하게 무친 멸치볶음은 얌전히 다듬어 손질한 흔적이 뚜렷하다.
국은 시래기된장국이나 미역국. 김치는 배추김치, 열무, 갓김치, 파김치 중 그때그때 준비되는 대로 올린다. 촌스럽고 정겹다. 밥그릇을 비우고도 젓가락 놓기가 서운할 때쯤 푸짐한 누룽지가 반갑다.
직장인부터 주부들까지 알음알음 다양한 손님이 찾아든다. 탁자 20개 60여석.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에서 걸어서 10분. 3번 출구로 나와 구청 건너편 길 따라 신호등 둘 건너고 주유소 길을 오른쪽으로 꺾어든 뒤 왼쪽 첫 골목으로 40m쯤 들어간다.
점심시간엔 차 대기도 쉽지 않다(식당 앞 주차 가능대수 단 3대). 점심은 1시 이후에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요일엔 대중없이 격주로 쉰다니 전화로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출처 : 스포츠조선 2007.10 오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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