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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관악구 봉천동 샤로수길 서울대입구

by 구석구석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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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압구정에 가로수길이 있다면 관악 서울대입구역 앞에는 ‘샤로수길’이 있다. 점심 식사하던 대학생 손님의 농담이 이름으로 된 샤로수길은 젊은이의 아지트 같은 이색적인 가게들이 모여 2010년대 만들어진 대표적인 신흥 ‘핫 플레이스’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샤로수길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면 대로변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아기자기한 골목이 펼쳐진다. 중심 거리인 관악로14의 약 600m 골목길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 카페, 소품 숍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유유자적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서울 다른 번화가와 비교해도 낮은 물가는 마음을 가볍게 하며 관악구에 따르면 샤로수길에는 380여개 점포가 있다. 천막 아래 채소와 과일을 팔던 낙성대 전통시장 옆 골목이었던 이곳은 2010년대 초반 비교적 낮은 임대료에 새로운 창업 아이디어를 들고 온 청년 사업가들이 모이면서 이색적인 식당이 하나둘 생겼다. 프랑스 가정식, 태국 음식, 미국식 수제 버거 등이었다.

다세대 주택 1층, 10평 내외의 작은 상가들이 저마다의 감성을 내걸고 모인 골목은 샤로수길의 브랜드가 됐다.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으로 이태원 근처 경리단길 등에서 가게를 샤로수길로 옮긴 경우도 있었다.

원래 전통시장이었던 탓에 오래된 노포가 군데군데 남아 있는 ‘신구의 조화’ 역시 샤로수길의 묘미다. 2000년부터 손칼국수 가게를 운영해 온 윤모(54)씨는 “처음엔 참기름집, 떡집, 채소가게 사이의 재래시장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수제 버거, 타코, 일본 음식점 옆에서 장사한다”면서도 “오래된 단골과 학생 손님 비율이 높아 원가가 높아졌다고 가격을 무조건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가게 문을 열 당시 함께 영업했던 식당 중에는 홍어 삼합을 파는 ‘전주식당’만 남았다. 이 집의 칼국수는 7000원부터 시작한다.

/ 출처 : 서울신문 2024 서유미기자

셰프박명주브라더’의 닭볶음탕은 호방함 대신 섬세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를 나와 ‘샤로수길’ 안내 표지를 따라 동쪽으로 접어들면 골목 양편에 눈길을 건네기 어려울 만큼 카페와 주점, 식당들이 즐비하다. 

샤로수길 초입에 자리한 이 식당에는 산새 소리 가득한 숲 대신 수묵 산수화와 사군자, 서예 액자가 곳곳에 걸려있다. 이글거리는 장작불과 큼지막한 솥뚜껑 대신 태블릿 메뉴판과 아담한 버너가 손님을 맞는다.

메뉴는 이태리 치킨스튜, 타이 치킨스튜, 토마토갈릭 치킨스튜 세 가지. ‘이태리’에는 토마토와 치즈가, ‘타이’에는 토마토와 레몬그라스와 고수 분말이, ‘토마토갈릭’에는 토마토와 마늘이 더해진다.

메뉴는 이태리 치킨스튜, 타이 치킨스튜, 토마토갈릭 치킨스튜 세 가지. ‘이태리’에는 토마토와 치즈가, ‘타이’에는 토마토와 레몬그라스와 고수 분말이, ‘토마토갈릭’에는 토마토와 마늘이 더해진다.

첫 방문이라면 박명주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인 ‘이태리 치킨스튜’(2인 3만2000원, 3인 4만5000원, 4인 5만6000원)가 무난하다.

조리를 마친 치킨스튜가 테이블 위 버너에 오르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부러 한가한 오후 시간에 방문한 탓이다. 보통 밥때라면 대기 시간과 조리 시간이 얼추 비슷할 터이다.

‘이태리 치킨스튜’는 이탈리아 풍미를 가미한 이색적인 닭볶음탕이다. 토막 닭도, 기본 양념도, 양파, 당근, 대파, 양배추 같은 부재료도 닭볶음탕과 다르지 않다. 감자 대신 토마토를 통째로 넣으면서 닭볶음탕은 치킨스튜로 변신한다.

닭볶음탕의 매콤함 말고도 달콤함과 새콤함이 황금 비율로 조화를 이룬다. 떡 대신 파스타 세 종류(스파게티, 푸실리, 파르펠레)가 들어가고, 깨소금 대신 바질을 듬뿍 얹어 마무리한다. 볶음밥에서도 리소토 풍미가 강하다.

닭고기는 세대와 국경, 문화를 뛰어넘는다. 몇 해 전부터 돼지고기를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가 되었다. 좋아하는 부위도 제각각이라 다툴 일이 없다. 호방하고 거침없는 닭볶음탕이든, 섬세하고 이색적인 치킨스튜든 정성 들여 조리한 닭 한 마리를 둘러싸고 술잔을 기울이는 것만큼 흐뭇한 풍경은 없다. 닭고기는 언제나 옳다. 

/출처 : 조선일보 2024 양세욱인제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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