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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서울 강동구-성내천공원 굴비백반

by 구석구석 2008.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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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조름한 굴비와 고소한 돌김의 조화 '영광굴비백반' 02-487-5766.

 

성내동 강동경찰서 건너편 음식점골목 영광굴비백반은 숨이 긴 백반집이다. 1991년 2500원짜리로 시작한 이래 17년 한결같이 수더분한 밥상을 차려낸다. 메뉴도 딱 하나 ‘영광굴비 백반’. 차림표도 없지만 점심엔 자리 차지가 쉽지 않고 손님 갈이가 두어 차례씩 이어진다. 무엇보다 짭조름한 굴비구이 두 마리 덕분이다. 길이 20㎝쯤으로 번듯한 크기는 아니어도 정수리에 다이아몬드 자국이 선명한 어엿한 참조기 굴비다.

 

여느 밥집에선 편리하게 프라이팬에 기름 둘러 굴비를 굽는 경우를 흔히 본다. 구이라기보다 눅눅한 튀김 비슷해 김이 샌다. 이 집에선 가스 그릴에 노릇노릇 구워 낸다. 일일이 들여다 보며 뒤집어야 하니 프라이팬 구이보다 훨씬 번거로운데도 주인이 성의를 기울인 보람이 있다.

반찬에선 푸른 빛 도는 얇은 돌김을 접시 수북이 내는 게 돋보인다. 기름 소금 바른 게 아니라 맨김 구운 것을 간장에 찍어 밥 싸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하다. 김은 이렇게 먹어야 제 맛이다. 곱게 갈아 양념한 밴댕이젓갈은 쌉싸름한 내장이 섞여 들어 입맛을 돋운다. 매콤하게 무친 멸치볶음은 얌전히 다듬어 손질한 흔적이 뚜렷하다. 국은 시래기된장국이나 미역국. 김치는 배추김치, 열무, 갓김치, 파김치 중 그때그때 준비되는 대로 올린다. 촌스럽고 정겹다.

 

밥그릇을 비우고도 젓가락 놓기가 서운할 때쯤 푸짐한 누룽지가 반갑다. 이런 굴비백반 한 상이 6000원, 벌써 8년째 그 값이다. 비결은 주인 내외가 굴비를 고향 법성포에서 떼어 오는 데 있다. 가게 옆에 붙은 굴비판매점에서 한 두름 3만원에 파는 물건을 쓴다고 한다.

 

직장인부터 주부들까지 알음알음 다양한 손님이 찾아든다. 탁자 20개 60여 석.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에서 걸어서 10분. 3번 출구로 나와 구청 건너편 길 따라 신호등 둘 건너고 주유소 길을 오른쪽으로 꺾어든 뒤 왼쪽 첫 골목으로 40m쯤 들어간다. 점심시간엔 차 대기도 쉽지 않다(식당 앞 주차 가능대수 단 3대). 점심은 1시 이후에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요일엔 대중없이 격주로 쉰다니 전화로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조선 2007.10 오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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