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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남 섬

청산도 도청항 슬로시티 슬로길

by 구석구석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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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같은 청산도의 봄

봄은 섬에서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완도에 딸린 작은 섬, 청산도에 봄이 깊이 들어앉았다. 완도는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 바다를 호령했던 해상왕 장보고의 고향이다. 본섬을 포함해 보길도, 신지도, 청산도, 여서도, 소안도, 생일도, 금당도 등등 201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섬 여행의 최적지다. 이 중 청산도는 섬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섬이다. 

청산도항. 2023 걷기축제에 모여든 관광객들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0분이면 청산도에 닿는다. 신선들이 노닐 정도로 아름다워 옛날에는 선산(仙山) 또는 선원(仙源)으로 불렸던 섬. 사실 이 섬을 찬찬히 둘러보면 왜 신선이 찾아와 노닐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재 언덕에서 본 도청항 일대

몇 년 전부터 청산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은 이른바 슬로길(슬로시티)이다. 청산도 슬로길은 2011년 국제슬로시티 연맹이 공식 인증한 세계 슬로길 1호다. 또한 청산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푸른 바다, 산, 구들장 논, 돌담 등 느림의 풍경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곳으로 2007년 12월 1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빠름의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은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속도는 현대사회를 규정짓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빨리 걷고 빨리 먹고 빨리 달리고 ‘빨리빨리’가 미덕으로 치부되는 이 숨 가쁜 일상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을 돌아볼 기회조차 갖기 힘든 게 현실이다. 청산도는 빠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느림의 가치를 일깨우는 섬이다.  

청산도는 걷는 맛이 아주 좋다.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청산도 섬길은 어디나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른바 ‘슬로길’은 모두 11개 코스(17길, 42.195㎞)가 만들어져 있는데 하나같이 주변 풍광이 뛰어나다. 슬로길 중에서도 1코스 미항길과 2코스 사랑길은 탐방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이 슬로길을 따라가다 보면 항구, 해안도로, 고샅길, 논두렁길, 밭둑길, 곧은길, 꼬부랑길, 바닷길, 곁길, 몽돌길, 솔숲, 비탈길, 바윗길, 해안절벽, 숲속길 같은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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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길은 청산도의 관문인 도청항에서 시작한다. 여기저기 ‘슬로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슬로길 한 코스를 걸어가는 데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슬로길은 말 그대로 천천히 걷는 길이다. 혹여 시간에 쫓겨 바삐 걸음을 옮긴다면 슬로길의 참 의미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미리 일정과 코스를 짜두는 게 중요하다. 

도청항 일대는 청산도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편의시설과 관공서, 식당 등이 밀집해 있다. 과거 도청리는 파시로 유명세를 떨쳤다. 파시(波市)는 쉽게 말해 어류를 사고팔기 위해 열리는 바다 위의 시장이다. 서해에 연평도 조기 파시가 있었다면 남해에는 청산도 고등어 파시가 있었다. 교과서에도 실렸을 정도로 중요한 파시였다. 

도청항에서 지리해변길로 접어든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지리해변은 1㎞의 모래사장 뒤로 서 있는 곰솔 500여 그루가 운치를 더해주고 고운 모래는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모래밭과 솔숲길을 거닐며 봄 바다의 정취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지리해변을 감싸고 있는 구장리 언덕에는 이색적인 볼거리가 하나 있다.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이엉으로 덮어뒀다가 몇 년 뒤 남은 뼈만 추려 땅에 묻는 ‘초분(草墳)’이 그것이다. 구장리에 3기의 초분이 남아 있는데 훼손을 우려해 보호막을 쳐뒀다. 청산도에는 초분 외에도 지석묘(고인돌)와 하마비가 있어 일찍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초분을 보고 도청항 쪽으로 돌아 나와 당재 언덕에 오르면 탁 트인 조망이 시원스럽다.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이 있는 당재 언덕 한쪽에 있는 빨간 우체통이 눈길을 끈다. 이 우체통은 우리나라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우체통이 아니다. 1년 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다. 슬로길이 말해주듯 느리게 소식을 전하는 우체통을 보면서 진정 ‘느리게 사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당재 언덕에서 화랑포로 이어지는 길은 슬로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 영화 ‘서편제’의 세 주인공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걷던 구불구불한 해안길이 내내 이어지고 그림 같은 화랑포 바다가 가슴 가득 안긴다. 영화는 막을 내렸지만 그때의 아름다운 영상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려진다. 

범바위 전망대

당재 언덕에서 읍리 마을을 지나 남쪽 해안인 권덕리로 가면 섬 전체는 물론 주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범바위가 나타난다. 청산도에서 가장 수려한 해안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범바위 전망대에 서면 남쪽으로 여서도, 동쪽으로는 덕우, 황제, 장도, 원도, 초도, 거문도 같은 크고 작은 섬들이 아스라하다. 시야가 깨끗한 날에는 저 멀리 제주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진산해변

범바위 전망대에서 다도해의 경치를 감상한 다음 다시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 섬 동쪽 끝으로 가면 신흥리 풀등해변이 나온다. 언덕에서 바라보면 지중해풍의 해안 정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간조 시 상산포에서 목섬까지 2㎞에 걸쳐 드러나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은빛 모래사장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에서는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고 갯바위에서 모래무지, 도다리, 우럭, 농어, 감성돔 등을 낚을 수 있다. 또한 썰물 때는 조개와 바지락 등을 캐는 재미도 누려볼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흥해변에서 산을 하나 넘으면 나타나는 진산해변도 아담하고 아름답다. 갯돌이 깔린 해변은 파도가 치면 ‘따르르 따르르’ 소리를 낸다. 얼핏 완도섬 내륙의 구계등을 연상시킨다.  

구들장논

섬 한복판의 양지리에는 구들장 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청산도 주민들이 맨손으로 일군 삶의 터전이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 산비탈에 논을 만들었는데 1~2m에 이르는 축대 위에 구들장을 놓고 물 빠짐을 막기 위해 진흙으로 덮어씌운 다음 그 위에 다시 흙을 쌓았다. 그 모습이 저 남해의 다랭이논과 흡사해서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구들장 논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부흥리와 신풍리 마을에서도 볼 수 있다. 

청산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마을마다 있는 돌담길이다. 돌담마다 청산도의 역사가 짙게 배어있다. 비록 인공 돌담이지만 돌 하나하나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다. 특히 원형이 잘 보존된 상서마을의 돌담길(1,026m)은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상서마을은 슬로길 5코스의 종점이자 6코스의 시점이기도 하다.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낀다면 지금 당장 청산도로 달려가 오밀조밀 이어진 밭둑길 논둑길 마을길을 느릿느릿 거닐어 볼 일이다. 

/ 한국아파트신문 2021 김초록 여행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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