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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역 생선구이

by 구석구석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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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영등포구 당산로 214 삼성래미안상가 210호(당산동5가) / 강경순계절맛집0507 1407 0435 / 02 2678 0435

‘강경순계절맛집’이란 이름을 달고 당산역 바로 앞 건물 2층에 자리한 이 집에 앉아 생선조림을 기다릴 때까지도 반신반의했다. 점심이었다. 주변에는 유난히 중년 여자 손님이 많았다. 누군가는 일행을 기다리며 가스불을 줄이고 반찬만 먹었다. 또 누군가는 앉자마자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주문을 넣었다.

경험상 이렇게 중년 여자 손님이 많으면 실패할 확률은 ‘0′에 가까웠다. 기동력 있는 택시 기사와 마찬가지로 그녀들은 지불하는 금액이 맛에 정확히 비례하기를 원한다. 더구나 입맛과 취향은 까다로워서 양이 적거나 비위생적이거나 혹은 불친절하거나, 그 외 수많은 조건을 또 비교하여 점심 식사 한 끼를 고르는 것이다.

 사기 그릇에 듬뿍 담긴 반찬이 상 위에 빠르게 올랐다. 들기름에 버무린 시래기 나물, 버섯볶음, 겉절이 같은 것들은 젓가락질 몇 번에도 입맛이 돌았다.

가운데 놓인 양배추 샐러드는 설탕에 절인 유자 껍질을 채 썰어 넣었는데 샐러드 소스가 과하지 않고 산뜻한 맛이 고급스러워서 동네 식당 같지 않았다.

간장물에 삶아 빛깔을 내고 기름 넉넉히 둘러 볶아낸 잡채는 간이 정확하고 맛이 확실해 미리 만들어 퉁퉁 불은 종류와는 달랐다.

곧이어 커다란 냄비가 테이블 중앙 가스 버너 위에 올랐다. 빨간 국물 아래에는 숭숭 자른 무가 잠겨 있었고 그 위로 손바닥만 한 생선 토막이 여럿 보였다. 등에 박힌 무늬를 보니 삼치였다. 부드러운 살점은 가스불을 올리자마자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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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 속담에 ‘삼치는 새색시 품에서도 익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삼치살은 쉽게 익고 또 보들보들한 맛으로 먹는다는 뜻이다. 양념이 살짝 밴 삼치를 젓가락으로 들어 살점을 뜯어냈다. 입에 넣으니 스며든 매콤한 양념 뒤로 촉촉하고 순한 살점이 씹혔다. 

무는 미리 따로 조리를 하여 생선이 익는 타이밍에 맞춰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옹이가 져서 이에 엉기거나 질긴 부분이 없었다. 무도 결이 바르고 단단한 것을 골라 썼는지 하나하나 맛이 달고 또 단정하여 한 점도 남길 수 없었다.

고등어를 쓴 생선구이는 간이 삼삼하여 어릴 적 할머니가 가시를 발라주던 그때 맛이 났다. 바싹 구워낸 솜씨는 서울 사람이 해놓은 것 같지 않았다. 

출처 : 술쟁이의하루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말끔히 손을 씻은 주인장이 서서 인사를 했다.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그 억양에 고향을 물었다. 주인장은 씩씩한 목소리로 ‘진주 사람’이라고 했다. / 출처 : 조선일보 2024 정동현음식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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