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드라이브 뚜벅이

계룡 갑사계곡 오리숲

by 구석구석 2023. 1. 24.
728x90

 

비가 그치고 다시 이어지며 태풍도 지나고 매미의 울음소리도 사라져 버린 숲. 코로나로 인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자연의 재해 앞에 무기력해지며 우리가 살아왔던 길을 잠깐 뒤돌아본다.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언제인가 법정스님의 참나무로 만든 의자 하나가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줬다.

‘비움과 채움’이라는 깊은 명제들을 ‘비워야 채워진다’는 단순한 논리의 해석으로만 교훈 삼았을 뿐. 우리 삶의 궤적은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지나갔다. 마음의 휴식을 위해 한때 정감록에서 십승지지(十勝之地)의 하나로 예언됐던 계룡산 숲으로 발길을 돌린다. 

갑사의 오리숲길은 사하촌에서 일주문을 지나 이어지는 명품 숲길이다. 거리가 오리(2㎞)쯤 된다 해 오리숲길이라 부른다. 

오리숲길 초입인 갑사 주차장에서 갑사로 올라가는 길머리에는 거대한 고사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오래전부터 동네의 당산목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겨져 온 이 나무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들이 모여 작전을 의논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요즘은 태풍으로 부러져 밑동만 남아 있던 것을 보수해 해마다 ‘괴목대신제’를 지내고 있다. 

갑사는 황매화 노란 꽃길로도 유명하지만 그것은 근래의 일이다. 오래된 갈참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말채나무, 회화나무가 있는 아름드리 숲길은 봄의 신록과 여름의 울창한 숲, 가을의 단풍으로 빼놓을 수 없는 숲길이다. 갈참나무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같이 산에서만 볼 수 있지 않고 평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다. 사찰로 들어가는 숲길에서 아름드리나무로 자주 만난다.

회화나무는 한여름에 나비모양의 연노랑 꽃을 가득히 피운다. 회화나무는 상서로운 나무로 문 앞에 심어두면 잡귀신의 접근을 막아 집안이 평안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옛 선비들이 마을 입구에 먼저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알려 ‘학자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말채나무는 휘어짐이 좋아 말채찍으로 쓰여 ‘말채찍나무’라 부르다 말채나무로 변형됐다. 초여름에 하얀 꽃들을 가득 피어내고 많은 열매를 맺으니 새들에게 좋다.

느티나무는 건물의 주요 목재로 활용되니 갑사의 오리숲길의 나무들은 각자 그 의미가 크다.

공주 갑사는 마곡사의 말사로 계룡산 자락의 동학사, 신원사와 함께 이름을 알린다. 갑사의 ‘월인석보판본’과 같은 보물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룡산 절경 중 갑사로 들어가는 오래된 나무들이 단단히 한몫을 한다. ‘춘(春)마곡 추(秋)갑사’라는 이름을 남기기도 해 가을의 정취를 짐작할 만하다. 늘어진 나무, 휘어진 나무, 가로지른 나무, 비스듬한 나무, 굽은 나무들이 공간을 메우며 각각의 수종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가을 빛은 단풍나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빛으로 단아하다. 나무 둥치가 자연이고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자연의 색깔이다. 

728x90

숲은 저마다 공간이 있다. 물의 공간, 나무의 공간, 바위의 공간, 바람의 공간. 나무도 공간이 있어야 햇빛을 받으며 싹이 트고 자라고 새들이 운다. 그것처럼 빈 공간이 있어야 채울 수 있다. 여름의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도 바람의 공간이 있어 숲 틈 사이로 햇빛을 들여 나무를 살찌운다. 가을이면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다. 겨울의 빈 가지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움을 틔울 나뭇잎을 달고 있다. 그래서일까. 숲에서는 마음의 공간이 넓어진다.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숲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주 중장리 계룡산 갑사계곡

우리나라 최대의 황매화 군락지 계룡산 '갑사' 갑사위 연천봉 쪽으로 있는 대자암에는 수행중을 알리는 일반인의 출입금지팻말이 있다. 이곳이 작가 송기원이 한때 1년을 수행했다는 토굴이 있

choogal.tistory.com

갑사 갈참나무 아래 서면 - 김은숙 

갈참나무 저 작은 도토리처럼
떫은 몸 스스로를 몇 번이고 씻어내며 지워 
거친 밥상 따뜻하게 채우는 양식이 되거나
해거름 쓸쓸한 가지로 날아드는 새에게
푸근한 둥지 자리조차 내어주지 못한
척박한 묵정밭의 생애여
시월의 저녁 지금도
붉나무 잎새는 눈부시게 더욱 붉어지고
넉넉한 과즙의 사과 익어가며 수런거리는데
후줄근히 구겨진 내 사랑의 허물은
갈참나무 숲에 쌓인다

척박한 묵정밭처럼 아무것도 키워내지 못하는 삭막한 마음은 시월의 눈부신 날에도 갈참나무 잎처럼 그저 바삭대며 뒹굴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갑사 경내를 뒤로하고 계룡산을 오르다 보면 ‘일제 강점기 때 윤덕영이라는 사람이 계룡산으로 들어와 간성장이라는 별장을 짓고,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절경을 이루는 곳마다 구곡의 경물을 큰 바위에 새겼다’는 갑사구곡을 만난다. 울창한 숲과 계곡, 폭포와 기암으로 계룡산계곡 가운데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계룡8경 중 제6경은 갑사계곡의 단풍으로 계룡산 단풍은 널리 알려진 가경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갑사를 싸안고 오리숲에서 금잔디고개에 이르는 갑사구곡의 단풍은 마치 불타는 듯해 가을 계룡의 으뜸가는 경관이라고 했다. 갑사에서 금잔디고개를 지나 삼불봉고개와 남매탐을 지나면 동학사가 나온다. 동학사는 운문사와 함께 대표적인 비구니 사찰이다.

동학사

갑사의 반대편 천정탐방지원센터에서 동학계곡을 천천히 오르면 좋다. 동학사계곡은 자연성능과 쌀개봉능선, 장군봉능선, 황적봉능선 등 계룡산을 대표하는 능선들 사이에 깊게 패어 있는 계곡이다. 계룡5경의 동학계곡은 이 계곡의 울창한 숲에 신록이 돋아나면 온 산에 생기가 약동한다고 했다. 동학사 입구 매표소에서 1.5㎞ 정도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오르면 관음암, 길상암, 문수암 등을 지나 동학사에 이른다.

갑사의 아름드리나무는 아니지만 나무들의 여유로운 채광과 깊은 계곡이 느리게 주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노라면 마음의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 

/ 한국아파트신문 2020 이성영객원기자

논산 계룡산 (tistory.com)

 

논산 계룡산

계룡팔경 계룡산은 예로부터 신라 5악의 하나인 서악(西岳)으로 지칭되었고, 조선시대에는 3악 중 중악(中岳)으로 불리운 산으로서 국립공원으로 지정(1968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산림청에서 우

choogal.tistory.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