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제2횡단도로 신비의 도로 인근에 자리잡은 국내 유일의 성 테마 야외조각공원.
현대적 감각의 성을 주제로 한 실내.외 전시장과 구상 및 추상조각, 만지면 움직이는 촉각체험 조각품, 영상작품 등 인간의 성을 주제로 한 17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색을 밝히는 뚱녀’의 성적 요구를 ‘부실한 남성’이 거부하는 모습 등 성을 소재로 한 해학적 작품은 관람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다소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는 작품들도 곳곳에 마련됐다.
조각품 외에 야외공연장, 미술관, 바비큐장, 레스토랑, 카페 등을 갖췄다.
역시 미성년자의 입장이 금지된 곳이지만 성인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 관람이 가능하다.
까르르...깔깔깔...어느곳에선가 익살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세상 어느곳을 가도 아줌마, 아저씨가 한둘 모이게 되면 제일 재미난 얘기가 역시 음담패설인가 봅니다.
이곳이 어디냐고요? 제주도의 러브랜드라는 곳입니다. 뭐랄까. 남녀 간의 사랑얘기가 한가득인 곳. 아니, 더 쉽게말해 남녀간 성관계 모습들을 형상화한 말그대로 포르노 공원같은 곳입니다.
흔히 제주도 하면 신혼여행을 떠올리는게 되는데 그 이미지에 아주 딱 들어맞는, 그런 곳입니다.
관광버스 안에서 안내원의 설명 중에 '미성년자 입장불가'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는 공원이 있다해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와서보니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이곳저곳의 웃음소리와 조그맣게 소곤대는 소리를 뒤로 하고, 한쪽에 연인 한쌍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남자는 야릇한 눈빛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것 저것(?) 감상하고 옆에 팔짱을 낀 여자는 조금은 상기된 눈빛으로 어느 곳에 눈을 둬야 할지 조금은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짓는 모습이 어쩌면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남자마다 성에 대한, 아니 여자에 대한 취향이 조금씩 다르듯, 나신의 가슴보다 엉덩이에 자꾸만 눈이 가는 자신의 모습에 혼자 겸연쩍게 웃어보곤 합니다.
흔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가지 모습을 꼽으라면 아기, 꽃, 여자라고들 하지만 그 중 최고는 아무래도 여자의 나신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만 그런가? 풋. 제주도의 러브랜드를 견학(?)하고 돌아오면서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서상 좀 이르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는 제주시 주민들의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가 한껏 스며있는 러브랜드를 보며 관광입도를 꿈구는 우리 울릉도에도 설렘과 호기심을 지극하는 이런 관광지도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창밖을 바라봅니다. 아주 가까이 풀을 뜯는 조랑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아주 묘한 느낌이 순간 스쳐갑니다. 조금 전에 보았던 여인네의 둔부가 묘하게 매치되는걸 느끼며 말입니다. 풋. 저도 남자인가 봅니다.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문의 064)712-6988
숨비소리처럼 토해내는 섬의 미술 / 제주도립미술관 jmoa.jeju.go.kr. 710-4300.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따거운 햇살이 대지를 달구던 날이었다.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 앞바다의 파도 소리라고 했다. 일렁이는 파도도 섬의 특질을 닮아가는 것일까. 망망대해 홀로 떠있는 섬의 외로움이 비쳐드는 듯 파도가 운다.
커다란 원형 설치물 안에 놓인 한국작가 릴릴의 '고요한 항해-한반도'. 무사히 바다를 건너야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처럼, 지역미술관의 순항을 이끌어야 하는 공간이 있다. 지난 6월 제주시 신비의 도로변에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이다. 미술관은 4개 분야 개관 기념전을 열고 있다. '섬, 제주'가 그곳에 있었다. 바다를 늘 마주하고 사는 섬의 운명이 배어난다.
'숨비소리'로 이름붙여진 국제전은 결국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흑인 발레리나가 '백조의 호수'를 추고, 검은 그림자가 숲속을 거닐며, 커다란 생명체가 호흡을 한다. 신문지위에 초록빛 싹이 자라났다 사그라들고, 지구본 같은 형상엔 성산일출봉이 담겼다. 이들 작품은 관객을 붙들고 말을 건넨다. 제주섬의 지순한 환경이 빚어낸 빛, 바람, 소리가 다양하게 변주되며 일상의 호흡을 가다듬게 만든다.
피난 시절 제주에 머물렀던 원로 화가 장리석의 작품은 원시성을 품었다. 해녀 '차돌어멍'으로 은유되는 여인의 모습은 오래전 거친 바다를 헤쳐갔을 이 땅의 사람들이다. 개발 바람이 불어닥치기 이전, 제주의 삶과 풍경이 아마 그럴까.
'제주미술의 어제와 오늘'은 마땅히 미술관을 지켜야 할 전시다. 작고 작가에서 신진까지 제주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두 차례로 나눠 전시를 기획했다. 지금 미술관을 찾으면 1980년대 이후 제주미술의 행로를 읽을 수 있다.
또다른 공간인 시민갤러리는 아이들의 몫이 되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 등 25개국의 아이들이 그렸다는 그림이 '세계 어린이 환경 미술제'로 한데 묶였다. 이곳은 9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개관전이 끝난 뒤에 어린이미술관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미술관이 문을 연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주말엔 일일 관람객이 1000명을 웃돈다. '제주 대표 미술관'의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지만 과제가 적지 않다. 개관 이전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지적되었듯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해보인다. '숨비소리'전을 비롯해 개관 기념전을 성공적으로 치른다고 해도 그 이후의 기획전을 누가, 어떻게 끌어가느냐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 등 문화공간의 변화에 발맞춘 프로그램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소암기념관 등 앞서 생겨난 공립미술관의 '맏이'노릇을 하기 위해선 '대표 미술관'의 격에 맞는 안정된 조직이 필요하다.
김남근 도립미술관 초대 관장은 "미술관 운영조직이 미흡한 만큼 단계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역의 대표 미술관으로 미술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평생학습공간이자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7~9월).
/ 한라일보 2009.8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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