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마주한, 잊혀진 그날의 시간들 화성3·1운동만세길
경기 화성지역은 여느 지역보다 격렬한 3·1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우정·장안지역에 화성3·1운동만세길이 조성됐다. 이 길은 선열들이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31km의 길을 복원한 것으로, 당시의 격렬했던 독립운동사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다.
격렬했던 화성의 3·1만세운동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비로소 알게 됐다. 백두산 너머에서부터 목포까지 독립의 함성이 울려 퍼지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이 작은 시골 마을에도 여전히 뜨거운 숨결이 남아있음을 말이다. 의외로 화성지역은 여느 지역보다 격렬한 3·1운동이 전개됐던 곳이다. 화성의 3·1운동은 3월 21일 동탄면을 시작으로 송산·서신면, 향남·팔탄면, 우정·장안면 등 3개 권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일제의 총칼에 맞서 독립운동가들과 마을 주민 2000여 명은 일본인 집과 면사무소에 불을 지르며 거센 무력 시위를 벌였고, 그만큼 피해도 막심했던 곳이다.
독립을 위해 걸었던 31km의 길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우정·장안 지역에 약 31km에 걸친 화성3·1운동만세길이 조성됐다. 100여 년 전 화성의 독립운동가들이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과 역사적 현장을 복원한 것. 둘레길을 따라 주요 독립운동가들의 생가와 관공서, 학교, 횃불 시위 운동 등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가 이어진다. 화성3·1운동만세길의 전체 코스는 꽤 긴 편이라, 전부 돌아보기 위해서는 최소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둘레길을 따라 15곳의 장소를 걸으며 스탬프를 모두 완성해 방문자센터로 돌아오면 완주 훈장을 받을 수도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만세길 방문자센터, 차병혁생가, 수촌리, 쌍봉산 정도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만세길을 걷기 전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을 꼭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은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을 중심으로 화성지역의 독립운동과 주요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전 지식을 알고 난 뒤, 해당 장소에 방문하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잊혀진 시간들을 마주하다
화성3·1운동만세길의 출발점이기도 한 만세길방문자센터는 화성독립운동가를 추모하기 위한 건축물로 우정읍의 옛 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어졌다.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새겨진 외벽을 비롯해 독립선언문의 문구로 가득한 공간 등 선열들의 치열했던 투쟁을 한 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 장소다. 가슴이 뜨거워짐을 넘어 공허한 느낌마저 들게 된다. 사전예약에 한해 매일 2시간 남짓의 해설가 투어도 진행된다. 이 밖에도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건축 디자인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실제로 센터는 ‘2019 아이코닉 어워드’건축 분야 대상, ‘IF 디자인 어워드 2020’실내건축 부문 금상/커뮤니케이션 부분 본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과거 독립을 위해 걸었을 좁은 시골길을 따라 차병혁 생가로 향했다. 여전히 집집마다 태극기가 걸려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길 위에서 벌어진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들뿐이구나’라는 생각에 절로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화성 만세운동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자, 1962년 건국 훈장 독립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차병혁의 생가는 화성지역 독립운동가의 생가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만세길 위에 흔적들은 아쉽게도 현재 그 터만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력시위가 치열했던 곳인 만큼, 그들이 지났던 길은 우리 손에 의해, 또는 일제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흔적조차 남지않은, 초라한 역사의 현장을 두 눈으로 마주하니 가슴이 아프다.
화성8경 제암리 3.1운동유적지 (tistory.com)
우연히 만난 수촌교회의 조인연 목사를 만나 수촌리로 향했다. 십자가 옆에서 휘날리는 태극기의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수촌리 마을은 우정·장안지역에서 가장 격렬하게 저항운동을 펼친 장소다. 그중 1905년 창건된 수촌교회는 수촌리 지역에서의 3·1운동을 주도한 교회로, 10여 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교인들은 3·1운동 당시, 적극적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만세 운동의 참여를 독려하며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수촌교회는 물론, 마을의 가옥 42채 중 38채, 즉 마을 전체가 완전히 파괴되며 화성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기도 하다. 수촌교회에는 당시 초가형태의 예배당을 복원한 건물이 남아있으며, 바로 옆에는 현재까지도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과 마을 사람들이 예배를 보는 신식 예배당이 마련돼 있다.
“수촌교회는 117년의 긴 역사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교회, 그렇게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교인과 선조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여전히 그 정신이 이어지는 곳이죠. 이토록 뜻깊은 장소가 이름도 없이 오랫동안 무명의 교회로 남아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희망을 보고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
화성의 3·1운동을 이야기 할 때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은 빠질 수 없는 비통한 기억이다. 제암리 학살사건은 일제의 만행과 비인도적 식민 지배를 고발하고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한 당위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만세운동 과정에서 일본 순사 2명이 처단되자, 일제는 보복으로 만세 운동을 일으킨 각 마을을 철저히 파괴하고, 결국엔 대규모 학살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일본군은 사과 명목으로 20여 명의 주민들을 교회로 불렀다. 이후 맨몸의 사람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하며 문을 걸어 잠근 뒤, 교회 전체를 불태워 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산 채로 화염에 휩싸였고 뒤늦게 찾아온 이들의 가족과 어린 아이마저 칼로 찔러 죽였다고.
일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주리로 이동해 지도자 일가족 6명을 학살하고 민가 31여 채를 불태워버렸다.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에서 목도한 당시의 끔찍함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 정도. 1982년이 돼서야 이들의 유해발굴 작업이 시작됐지만, 이름도 없이 수십 년을 차가운 땅속에서 잊혀진 선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쓰라렸다.
화성3·1운동만세길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 해, 우정·장안 지역에 조성된 둘레길. 약 31km에 걸쳐100여 년 전 화성의 독립운동가들이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을 복원했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주소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화수동길 163 문의 031-358-0301 제암리3·1운동순국기념관 2001년 제암리 학살이 벌어졌던 제암리 교회 터에 건립된 기념관. 제암리 학살사건과 화성지역 독립운동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주소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길 50 문의 031-366-1604 |
출처 :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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