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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북도

무주 삼공리 백련사 향적봉

by 구석구석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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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묻지 않은 자연, 무주 덕유산

덕유산국립공원을 품고 있어 맑고 깨끗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무주는 한때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오지였다. 사방이 모두 산으로 에워싸여 있어서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전국 어디서든 무주에 쉽게 가 볼 수 있게 됐다. 거기다 국내 최고의 리조트 시설까지 갖춰서, 이제는 국내 최고의 인기 관광지가 됐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서 눈이 많은 곳이다. 등산이라면 향적봉에서 남덕유산까지 하루 종일 갈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하얀 눈이 그리워, 눈이 보고 싶어서, 눈을 즐기려면 무주리조트 관광 곤돌라를 이용해 설천봉에 오를 수 있다. 곤돌라에서 내려 향적봉을 지나 대피소, 그리고 힘닿는데 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된다. 주릉에서 하산, 백련사, 구천동계곡으로 내려 갈 수도 있다.

관광 곤돌라(1인당 1,100원/12분소요)를 이용하면 스키 타는 사람들과 함께 설천봉까지 갈 수 있다. 산의 경사가 60도는 돼 보이는데 백 여개쯤 되는 케이블카를 달고 “웅∼웅”거리며 잘도 오른다. 올라가는 왼쪽이 스키장이 자랑하는 실크로드 슬로프, 덕유산 설천봉에서 내려오는 코스로 길이 6.2Km에 달하며 표고 차 810m, 국내 최장거리라고 한다. 유리벽안에서 내다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갖가지 형상이 눈요깃거리가 된다. 깎아지른 벼랑에 뿌리를 박고 겨우 서 있는 고목이 아이스크림처럼 같다. 바위는 대형 조각상을 연상케 한다. 삐딱하게 반쯤 누워 딴 세상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무주구천동의 상가지구가 들어선 삼공통제소에서 백련사까지는 약 1시간30분 동안 산책하듯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계곡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무주구천동 33경의 풍광에선 다른 계절엔 느낄 수 없는 적막감이 짙게 배어나온다. 빙설(氷雪)과 정적에 잠긴 겨울철 계곡을 바라보노라면, 앞만 주시하며 분주히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무주33경중 제32경백련사~제33경향적봉

아치형의 백련교가 시야에 들어오고 백련교를 지나 사찰의 제일관문인 백련사 일주문과 그 한 곁에 자리한 매월당 부도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주문을 기준으로 승(僧)과 속(俗),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 생사윤회의 중생계(衆生界)와 열반적정의 불국토(佛國土)가 나누어진다.

덕유산을 배경으로 그 중턱(해발 920m)에 자리 잡은 백련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이다. 신라 신문왕 때 백련선사가 덕유산 기슭에 핀 백련을 보고 토굴을 처음 지어 은거한데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는데, 아타깝게도 6.25전쟁 때 사찰의 모든 당우가 불타 버렸으며, 그 뒤 10여년을 폐허로 방치되었다가 60년대 중반부터 지역주민들의 성원 속에 복원불사가 꾸준히 진행되어 지금은 대웅전과 원통전, 명부전, 보제루, 천왕문, 일주문 범종각 등이 갖추어져 사격을 쇄신, 새로운 가람의 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사찰의 제3관문인 천왕문은 불국토를 지키는 동서남북의 사천왕을 모시는 문으로 이것은 불법을 수호하고 사악한 마군을 방어한다는 뜻에서 세워졌으며, 33천 중 욕계 6천의 첫 번째인 사천왕천(四天王天)의 지배자로서 수미의 4주를 수호하는 신을 일컬어 사천왕이라 한다. 

천왕문

고석대찰의 면모를 갖춘 백련사 대웅전은 앞면 5칸, 옆면 3칸의 규모인데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1979년에 건립되었으며 내부에는 청동으로 주조한 삼존불을 봉안하고 있고, 주 존은 아미타여래좌상, 그리고 협시로 관음과 세지보살이 있다.

 

1962년에 건립된 정면 5칸 측면 3칸의 겹처마팔작지붕인 선수당엔 1961년 경북 의성에서 옮겨온 석조아미타삼존상이 봉안되어있고 원통전은 1967년 건립되었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겹처마팔작지붕 건물이다. 내부에는 주 존인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며 세부조각 기법이 뛰어나 보물급으로 지정되어도 손색이 없어 보이며, 전남 강진에서 옮겨온 것이라 전하고 있다.

대웅전아래의 요사

  백련사가 자리한 곳은 정상인 향적봉 중턱에서부터 경내 한가운데로 한 줄기 계류가 내려오고 있는데, 그 계류를 중심으로 가람배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2시간가량 걸어야 하지만,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적설기엔 아이젠과 방한복을 착용해야 한다. 그래야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을 뿐 아니라 능선을 타고 휘몰아치는 강풍에도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이 넉넉하지 않거나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무주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이용해 향적봉에 오르길 권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하산 편은 오후 4시30분)까지 운행하는 이 곤돌라를 이용하면 약 20분 만에 설천봉(1530m)에 도착할 수 있다. 거기서 환상적인 눈꽃터널과 나무계단을 번갈아 지나며 20분쯤 걸으면 향적봉 정상에 이른다.

설천봉정상의 설경 / 경남일보 강민중기자

 설천봉과 향적봉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운무와 고사목이 대비돼 조화를 이룬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지만 무주 10경 중 1경이란다. 문득 산을 갈쿠리로 긁어놓은 듯한 스키장 슬로프는 마치 산사태가 난 것 같다. 전망대는 겨우내 얼어 있다. 산 아래 남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찬 공기와 만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전망대에서 향적봉 오름길은 많은 눈이 쌓여 있어 본격적으로 눈을 만날 수 있다. 등산로에서 하늘을 보면 나무에 붙은 상고대와 안개구름, 그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 하늘이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느끼게 할 것이다. 정상에는 모두 다 이런 식으로 언다. 나무도 전망대도 바위도 흰눈과 상고대를 뒤집어쓰고 있다. 상고대인지 설화인지 눈꽃인지 꽃눈인지 여하튼 ‘어는 것’에 진수가 여기에 다 있다.

덕유산 눈꽃 / 경남일보 강동욱기자

 향적봉엔 바람이 많고 누군가 돌탑을 쌓아 놓았다. 발 아래 서구풍의 아담한 대피소가 있고 눈을 들면 크고 작은 연봉의 행렬이다. 동엽령,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 서봉, 할미봉, 남덕유까지 관망할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먼곳에 깨알같이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등 지리산 주릉이 보인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香積峰)의 이름은 천연기념물인 주목(朱木)에서 근거한다. 주목은 향이 좋고 수피가 붉기 때문에 ‘향적목(香積木)’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향적목이 8부 능선부터 향적봉 구간에서 7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향적봉에서 중봉에 이르는 구간은 야생화가 많기로 유명하다. 대개 산악인들은 중봉에서 오수좌굴을 지나 백련사로 하산한다.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본사 백두대간 종주 취재팀이 육십령에서 출발해 남덕유산을 거쳐 이곳 향적봉에 당도 한 적이 있다. 새벽 7시께 출발해 10시간쯤 걸어서 석양이 깔리고 심신이 지쳐갈 때 대피소에 도착했다. 시린 몸과 마음을 녹인 것은 산장지기가 건네 준 따뜻한 엽차 한잔, 힘들고 어려울 때 내미는 손길이 사람을 감복케 했었다. 

향적봉대피소, 늦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엔 하얀 상고대(서리꽃)가 눈꽃 못지않은 진풍경을 연출하고, 웅장한 산맥을 배경 삼아 펼쳐지는 해돋이와 해넘이도 장엄하다. 향적봉 정상에서 해돋이와 눈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향적봉대피소에서 하룻밤 묵는 것이 좋다. 대피소에서는 담요, 침낭 등 침구를 대여할 수 있고 전기온돌이 깔려 있어 잠자리가 따뜻하다. 라면, 통조림, 커피, 음료수 등 간식거리도 판다. 

대피소에서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면 전설이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이다. 등산로 주변에 있기 때문에 손으로 만져 볼 수 도 있다. 천년세월 주목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좀 더 이동하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있다. 석양이 좋은 비경으로 사계절 내내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특히 눈과 구상나무, 석양이 아름다워 겨울에는 이 사람들이 아예 진을 치고 산다. 덕유산 향적봉구간에는 북으로 마이산에서부터 가야산, 남으로는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풍경, 저 멀리 가장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 천왕봉/이승철

 

다른 산과 달리 덕유산은 주차장에서부터 산 입구에 속하는 백련사에 이르는 거리가 제법 길어 한 시간정도가 소요된다. 그리고 다시 향적봉까지는 보통의 걸음으로 1시간 반 이상이 걸리는 난코스이니 참고하여 산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무주리조트의 설천저수지 있는 곳에서 설천봉으로 운행되는 곤돌라를 이용하면 한결 수월하게 향적봉을 오를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 무주I.C → 무주읍 → 설천 → 무주구천동

▲ 운영 시간: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 입장료: 어른 3200원, 어린이 1000원

▲ 문의: 063-322-3174

 

숙박 설천면 삼공리의 무주구천동 상가단지엔 반딧불이펜션(063-322-1120), 숲속의아침펜션(063-323-0505), 제일산장(063-322-3100), 신라모텔(063-322-3089) 등 숙박업소가 많다. 무주리조트(063-322-7200) 내에는 티롤호텔, 가족호텔, 국민호텔 등 숙박시설과 스노우밸리펜션(063-322-6678), 챔피언스키펜션(063-322-3232), 스키일번지콘도모텔(063-322-9555), 나오스펜션(063-322-4448) 등이 있다. 덕유산자연휴양림(063-322-1097)에서는 호젓하고도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맛집 구천동 상가단지의 원조할매보쌈(063-322-2188)은 소문난 보쌈 전문점. 달걀찜, 된장찌개를 비롯해 열댓 가지 딸려 나오는 밑반찬도 맛깔스럽다. 상가단지 내 전주음식관(063-322-3264)도 산채요리를 잘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리조트삼거리와 삼공리 사이 국도변에 자리한 명가(063-322-0909)는 참나무 장작불에 한 번 구워내는 흑돼지참나무구이와 산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시골보리밥이 맛있다. 무주리조트 입구의 덕유산회관(063-322-3780)은 고추장불고기와 청국장, 향적(063-322-6957)은 소갈비, 우거지해장국 등을 잘한다.

 

 

펜션에서 가꾸는 무농약 자연농법 '민들레울 펜션·산장'

무주리조트와 인접한 곳으로 무주구천동 계곡 입구에 자리해 신풍령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맑고 시원하다. 펜션 건너편에 주말농장이 있는데, 회원 본인이 경작할 수도 있고 위탁 경작을 할 수도 있다. 이곳은 자연농법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경작할 수 있도록 자연농법을 지도하고, 농약 대신 해충과 병균을 방제할 수 있는 농약을 농장에서 직접 만들어 회원들에게 실비에 제공한다. 올해 주말농장을 시작하기 위해 2004년 농사를 쉬어 토양의 영양이 좋은 상태다. 상추, 깻잎, 고추, 옥수수, 김장용 무·배추 등을 경작할 예정이다. 회원에게는 허브 화분 2개를 무료 제공하고, 민들레울 산장 또는 펜션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문의] 063-322-2222, 010-7194-4725, www. 9000 dong.com
[위치] 중부고속도로 무주 IC에서 나와 구정동 삼거리까지 진행하면 오른편이 펜션, 왼편이 농장이다. 

 

/ 미디어윌 M&B ‘교과서에서 쏙쏙 뽑은 가족 여행지 2’

/ 경남일보 최창민 기자 cchang@gnnews.co.kr

/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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