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산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우선 황간 나들목에서 나온다. 그 후 직진, 300m 가서 황간면사무소 방향으로 우회전, 700m 가서 면소재지 내의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해 49번 지방도로를 탄다. 그 후 5km쯤 북상해 작은 고개를 넘으면 반야사 입구임을 알리는 팻말이 도로 왼쪽에 보인다. 이 길로 하여 잠수교와 저수지 옆을 지나면 반야사가 나온다.
영동군 황간IC에서 상주방면으로 뚫린 도로를 5㎞가량 달리면 반야사 입구를 알리는 대형 안내판 입구서 좌회전해 초행자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아스팔트로 시원하게 포장된 진입도로는 계곡을 따라 3㎞ 가량 이어진다. 이 주변이 맑고 시원한 계곡물과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석천계곡이다.
계곡에서 더위를 식힌 피서객들이 천연림에 묻혀 심신의 피로를 풀고 여가를 즐기도록 다양한 쉼터와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다. 영동군은 요즘 반야사와 주변 계곡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병목현상을 빚던 진입도로 120m를 확장하고 화장실 등을 신축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와 함께 무분별한 취사나 음주소란 현장도 자주 목격돼 현지주민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1천300년 신비를 간직한 신라고찰과 때묻지 않은 주변 환경이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등쌀에 언제까지 제 모습을 유지해 갈 지 걱정이 앞선다.
조선 세조가 계곡물에 몸을 씻고 병을 고쳤다는전설이 전해오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 반야사(般若寺)는 오랜 전통 만큼이나 빼어난절경이 매력이다. 백화산(해발 933m)을 굽이쳐 내린 계곡물이 사찰 앞을 통과해 보름달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하류 월류봉 입구서 한천을 만나 금강을 이룬다.
신라 성덕왕 19년(720년) 의상대사의 10대 제자 중 하나인 상원스님이 창건했다는 반야사는 조선 세조 10년(1464)년 중창된 것으로 전해오고 있으며 문수보살(지혜를 다스리는 보살)의 반야(불법의 이치를 깨닫는 지혜)를 상징해 '반야사'로 이름지어졌다.
절 마당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낯선 방문객을 맞는 건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린 두 그루의 백일홍이다.
이 절에서는 '배롱나무'로 통하는 데 높이는 7-8m에 불과하지만 수령 500년이넘은 고목이다. 조선초 무학대사가 주장자를 꽂아 둔 게 뿌리를 내린 뒤 두 그루로 갈라져 성장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매년 7월말 붉은 꽃으로 산사를 물들이며 한 폭의 수채화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백일홍 뒤편으로 아담한 모양의 대웅전과 극락전, 요사채 등이 조화롭게 들어앉아 있다.
중앙의 대웅전에는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상이 자리잡고 있는 데 여느 사찰에서 흔히 보는 불상과 달리 옥석(玉石)으로 만들어진게 특징이다. 조성연대는 정확치 않으나 절이 창건된 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전 앞에는 흡사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을 연상케하는 3층석탑(지방문화재 제186호)과 한쌍의 부도(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모신 탑. 영동군 향토유적 제25.26호)가 눈에 띈다.
화강암으로 제작됐지만 오랜 풍파에도 원형을 잘 간직해 고대 석조문화를 공부하려는 전문가와 학생들이 발길이 잦다. 성제 주지스님은 "원래 이 절에는 3층석탑과 함께 규모가 큰 7층석탑이 있었던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재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여러차례 전쟁을 치르며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절 입구를 빠져나와 계곡 상류로 200여m 올라가니 푸른 물줄기가 굽이치는 모퉁이에 집 한 채 쯤 거뜬히 올라앉을 만한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속리산 복천사 법회에 참석했던 세조가 이 절에 들렀다가 한 동자의 안내에 따라 여기서 몸을 씻은 후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세조는 신비한 약효에 놀라 이 절에 어필(御筆)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나 이 또한 소실돼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몇년 전부터 경북 상주 등 상류지역에 축산시설이 많이 들어서 수질이 예전같지않다고 하지만 아직도 망경대에서 바라본 계곡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맑고투명했다.
/ 연합뉴스 박병기
굴참나무와 단풍나무 뿌리가 붙어 자라는 연리근
우매리에 있는 백화산 등산로를 오르다 보면 가지가 붙어 자라는 연리지와 뿌리가 서로 붙어 자라는 연리근(連理根)이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연리지(連理枝)는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접합되어 자라는 나무로 애정의 상징물로 귀하게 여기고 있다.
연리지는 두 나무의 가지가 바람 등의 영향으로 마찰에 의해 상처가 생기게 되면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유합조직이 생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한 나무처럼 접합되어 자라는 현상이다. 연리지보다 생소한 연리근은 나무의 뿌리가 서로 맞닿아 자라는 나무로써 황간면 우매리에 굴참나무와 단풍나무가 한 나무처럼 뿌리가 붙어 자라고 있다. 수 십년 된 굴참나무가 단풍나무를 감싸고 자라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우매리 작은 시양골에서 주행봉(874m)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에는 다양한 형태의 연리지를 만날 수 있는데 건너편에 보이는 산의 양기와 작은 시양골의 음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이런 연리지가 많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가까이 반야사가 있고 다양한 등산로가 있는 백화산은 교통의 접근성도 뛰어나 해마다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 충북일보 정서영기자
독특한 산형과 뛰어난 조망의 백화산
백화산 북서사면은, 만약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느낌이 기이하다. 거듭 비질을 하여 쓸어붙여 올린 듯, 혹은 수많은 골을 가진 기와지붕을 연상시키는 산릉들이 강파른 경사로 긴긴 산비탈을 이루었다. 450m나 되는 표고차를 내리닫던 그 수십 가닥의 지능선들은 산록에 이르러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수평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굳어버린 촛농과 흡사한 형상으로 뭉툭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이 둘도 없을 기이한 산형의 백화산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뵈는 자리에 서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으로 달리다가 충북 영동 나들목 근처를 지날 즈음 왼쪽 저편으로 백화산의 이 독특한 산릉이 빤히 바라뵌다. 마침 석양 때라면 그 백화산 북서사면의 촘촘한 빗살무늬 능선은 한층 뚜렷한 돋을새김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이 백화산은 수많은 등산인들에게 유다른 관심 대상이 되어왔다.
백화산 남서릉 줄기를 이룬 이 산릉의 주봉 이름은 주행봉(舟行峰)인데, 경부고속도로쪽이든 그 반대편 어디서든 그렇게 상상하고 보면 영락없이 수십 개 돛을 한껏 부풀리고 달려가는 배의 형상으로 떠오른다. 이 주행봉 능선의 암릉길을 걸어가는 쾌감을 맛보고자 하는 등산인들의 발길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이 산의 동사면은 서사면과 모양이 전혀 다르지만, 범상치 않은 산세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근육질 맹수의 힘찬 등줄기를 연상시키는 굵직한 산릉들이 다양한 굴곡을 보이며 겹겹으로 늘어섰고, 그 사이로 석천(石川) 물줄기가 저기 강원도 동강처럼 구절양장을 이루며 흘러 절경을 이루었다. 명산에 명찰이 또한 없을 수 없으니, 백화산 동사면을 산태극 수태극으로 굽돌아 흐른 석천가에는 이미 신라 때 창건된 고찰 반야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산세가 뛰어나고 명찰도 가진 백화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탐승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람이 조선 중기의 학자 이만부(李萬敷·1664-1732)로서, 그는 백화산과 그 주변 명소들의 기행문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쓴 지리지(地理誌)적 성격의 기행문집인 <지행록(知行錄)>에 실려 있는 ‘추소설(秋蘇說)’이란 제목의 글에는 백화산에 대한 여러 사실적 기록이 포함돼 있는데, 그중 백화산 주봉인 포성봉(捕城峰·933m)에 대한 기록이 주목할 만하다.
이 글을 보면 이만부는 반야사에서 하룻밤 자고 나서 백화산정에 오른 뒤 ‘이 암자의 뒷산을 한성봉이라 부르며 이곳이 곧 백화산의 제일봉(庵之負曰漢城峰乃白華第一頭也)이다’라고 기록했다. 그러므로 현 포성봉의 원명은 한성봉인 셈이다.
백화산릉은 주봉 포성봉을 중심으로 크게 정남, 북동, 정동, 남서릉 네 가닥이 뻗고 있다. 이 네 가닥의 능선 모두에 등산로가 나 있으며, 두 가닥씩의 능선길이 각각 반야사와 수봉리로 모아진다. 등산로의 구성이 이러하고 백화산 주변 대중교통망도 불편해 산행은 대개 반야사와 수봉리를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릉 끄트머리인 수봉리 기점의 산행은 대개 용추골~대궐터~보문사터로 하여 정상인 포성봉에 올랐다가 봉수대를 거쳐 수봉리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권할 만하다. 이 원점회귀 코스는 곳곳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역사가 오랜 문화유적들이 있으므로 문화유적 순례 코스라는 별칭을 붙여봄직하다.
남릉 끝의 반야사 기점 산행은 잠수교~전망대~주행봉~포성봉~남릉~잠수교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가 길고도 장쾌한 멋이 있는 백화산 제일의 산행로로 추천할 만하다. 주행봉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암릉길을 걸으며 서사면의 그 독특한 산록을 내려다보는 멋이 압권이다. 거리상 다소 무리다 싶으면 주행봉에서 곧바로 동쪽 능선길을 따라 잠수교로 하산하는 단축 코스를 택한다.
/ 월간산 안중국 차장
주행봉(874m)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의 경계를 이룬 주행봉은 백화산 서남 능선의 주봉인데, 황간 쪽에서 올려다보면 주행봉은 물 위를 떠가는 배와 같다. 경부고속도로든 그 반대쪽 어디서든 그렇게 상상하고 보면 영락없이 수십 개 돛을 한껏 부풀리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주행봉은 산 주름이 거의 없는 판판한 북서사면이 장관이다. 높이 800여 미터 내외의 산줄기가 거의 주름이 없고 4km 정도가 곧게 뻗어 있다. 비탈이 대부분 가파른 너덜로 되어 있어 더욱 장관이다.
주행봉의 산행 기점이 되는 우매리에는 백화산과 만경봉 산줄기 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석천 물가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반야사가 있다. 연화천이라고도 불리는 석천은 백화산 동쪽에서 협곡을 이루며 굽이굽이 절경이어서 인근의 영동이나 상주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2005년도에 완공한 석천교를 건너 산림욕장으로 길을 잡아 오르면 주행봉 산길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산길 초입까지는 0.7km. 평탄한 포장도로이다. 산길은 돌계단으로 이어지는데 계단을 오르고 나면 영동군에서 조성한 삼림욕장 산책로를 갈짓자로 반복해 꾸준히 걸으면 산책로가 사라지면서 오솔길로 바뀐다.
경사가 한결 약해지는 855m봉 동남릉 위로 올라선다. 경치 좋은 암릉길은 능선 위로 올라서서 300m쯤 북상한 뒤부터 시작된다. 날카로운 암릉 첫 부분을 왼쪽 옆으로 우회하면 암릉 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부터 기막히게 조망이 좋은 암릉길이 주행봉 정상 지나 2km 저편의 755m봉 직전까지 이어진다. 눈앞의 주행봉부터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포성봉까지 이어진 능선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855m봉 정상에서는 암릉이 끊어지며, 그 끝 절벽 위에서 저 앞쪽 눈 아래로는 거대한 공룡 등줄기 같은 암릉이 보인다. 길은 가파르고 좁으며 위험하다. 겨울에는 특히 주의를 해야 할 구간이다. 안부로 내려선 다음에는 암릉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오른다. 그러면 무덤이 하나 자리잡은 아늑한 능선 위 평지에 다다르는데, 이곳이 바로 주행봉 정상이다.
3~4시간 만에 짜릿한 암릉길과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보기 드문 코스여서 석천교에서 산림욕장으로 하여 주행봉에 올랐다가 석천교로 원점회귀 산행이 아마도 백화산에서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은 코스일 것이다. 주행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10m쯤 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중 오른쪽 길은 석천교로 곧장 빠지는 지능선길이며, 포성봉은 왼쪽 길이다. 이 우측 길로 들어선다. 길은 거의 외길이므로 헷갈릴 우려가 적다. 다만 바위지대에서는 족적이 희미해지기도 하므로 유의한다. 입구에는 입산통제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주행봉에서 석천교까지 하산하는 데는 1시간30분, 쉬는 시간 포함해 2시간쯤 잡는 것이 적당하다.
/ 레저토피아 김웅식
➀반야산장-석천교-855봉-정상-석천교-반야산장(약 4시간소요)➁반야산장-석천교-저승골-안부-암릉구간-정상-855봉-석천교-반야산장(약 5시간소요)➂반야산장-855봉-정상-암릉구간-한성봉(포성봉)-금돌성-보현사(약 6시간30분소요)
숙박
반야사 들목에 최근 새로 지은 반야산장(043-744-6532/011-9240-6532)이 있다. 2층 방과 3층 방이 깨끗하고 큼직하여 쓸만하나 다소 비싼 편이다. 3층방(4~5인용), 2층방(10~15인용). 욕실, TV, 냉장고 등 시설을 갖추었다. 1층 방은 작은 2인실로 공동 욕실을 써야 한다.
숲속식당(043-742-8118)은 10명이 머물 수 있는 큰방이 있고 토종닭, 백반을 먹을 수 있다. 손님이 원하면 수봉재 너머 수봉리로 태워다준다. 잠수교 앞 민박집 043-744-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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