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기로 만드는 ‘참 굴비’ 맛이 그리워질 때
전라남도 영광군 수산물종합물류센터
참조기가 굴비로 변신하는 사연
여전히 최대 생산량 자랑하는 법성포 굴비
[여행스케치=영광]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는 친숙한 생선 중에 명태와 고등어가 각각 동해와 남해를 대표한다면, 서해 대표는 단연 참조기일 것이다. 생조기로는 매운탕이나 조림을 해서 먹지만, 소금에 절여 꾸덕하게 말린 영광굴비를 일품으로 친다.
참조기와 굴비의 상관관계
참조기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한 물고기로, 아래턱이 위턱보다 조금 더 길고 몸 빛깔은 회색을 띤 황금빛을 띠고 있다. 비슷한 종의 생선으로 수조기, 부세, 보구치(흰 조기, 백조기), 흑조기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기라 하면 주로 참조기를 가리킨다.
1980년대까지는 인천 앞바다 연평도 해역과 영광 앞바다 칠산 해역이 참조기 어장으로 유명했는데, 지금은 전국 참조기의 70%가량이 제주도와 추자도 인근에서 잡힌다.
이제는 영광군 칠산 바다가 아닌, 머나먼 제주도에서 어획되고 있지만 여전히 영광군에서 위판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 먹어 온 영광굴비 때문이다. 현재도 영광군에 소재한 굴비 가공 업체가 800여 곳이 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위판을 위해 굳이 영광으로 온다고 한다.
“영광굴비는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법성포 특산품이었죠. 고려 때 반란죄로 영광에 귀양온 이자겸이 임금께 진상하면서 ‘귀양살이 신세이기는 하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편지를 적어 ‘굴비’라는 이름이 됐다는 말이 있어요.”
한편, 활자 상의 유래도 따로 있다.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매달면 구부러지는 모양새를 따서 구비 조기라고 하던 것이 굴비가 됐다는 설도 있다.
지금은 가을부터 본격 어획을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많이 어획되지만, 원래는 봄에 주로 먹는 생선이었나 보다. 조기라는 이름이 겨울 동안 원기가 허해진 사람들을 돕는다는 의미로 조기(助氣)라고 했다는 것. 단백질이 많고 지방질이 적으며 비타민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나 소화가 잘 안되는 노인에게도 좋은 식품으로 사랑받았다고 한다.
참조기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영광군수협 수산물종합물류센터가 있는 법성포는 예부터 칠산 바다와 가까운 어업 근거지이자 영광굴비의 본고장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가을철 조기 어획이 시작되면 엄청난 양의 조기 물량이 위판장으로 모여드는데, 조기만 따로 위판할 정도로 양이 많다.
새벽이면 크기에 따라 분류된 조기들이 가득 담긴 박스가 몇 단으로 쌓여 위판을 기다린다. 박스 하나당 무게는 약 14.5kg으로 크기 분류는 75미부터 220미까지, 그보다 더 작은 개체들은 알치, 가시리 등의 이름으로 분류된다.
영광 법성포에서 반드시 맛봐야할 음식이 굴비 정식이다. 한 상에 굴비구이와 고추장굴비, 보리굴비, 조기탕 등 다양한 굴비 요리로 차려지며, 게장, 민어회, 가자미찜 등 식당마다 계절별로 다른 토속 음식도 내와 푸짐한 한 끼 식사를 만끽할 수 있다.
출처 : 여행스케치 노규엽기자
영광 법성포는 조기로 유명해서 사계절 언제 가도 굴비 정식이나 조기 백반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5월이면 법성포에서는 조기보다 꽃게가 더 많이 팔린다. 달콤한 법성포 게장정식을 먹고 왔다.
영광 법성포에 다가가자 눈앞에 굴비 말리는 풍경이 그려지고, 코끝에서 굴비 말리는 냄새가 난다. 포구 옆에는 작은 수산시장이 자리를 잡고, 보리굴비와 말린 조기, 반건조한 민어와 박대, 어부들이 잡아온 꽃게 등을 팔고 있다.
좌판의 꽃게는 대부분 암컷이다. 가끔 수컷도 보이지만 암컷이 압도적으로 많다. 봄철에 연안으로 산란하러 접근하는 암꽃게가 많이 잡힌 탓이다. 수족관에 있는 꽃게들은 모두 엎드려 있는데, 나무상자에 담겨 있는 꽃게들은 하얀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다. “왜 눕혀 놓는지 이유는 몰라요. 옛날부터 어른들이 그랬어요.” 꽃게를 파는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꽃게는 사지 않으면서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해서 미안하다.
큰길가에 있는 음식점 ‘굴비단길’로 들어갔다. 6년째 굴비정식과 게장정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다. 여행할 때 전문음식점 거리에서는 토박이가 경영하는 음식점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사장에게 습관적으로 슬쩍 여쭈었더니 법성포가 고향이란다. 20대 초반에 엄마 지갑을 털어서 가출했다가 어른이 되어 돌아와서 자매들이랑 음식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부엌에서 반찬을 만드는 일이나 간장게장을 담그는 일, 양념게장을 버무리는 일은 거의 제가 합니다. 상차림이나 설거지 등은 동네 언니들이 거들어 주세요.”
이순례 사장은 서빙을 직접 한다. 음식을 나르고 시중을 들면서 뭐라고 한 마디 거들어야 음식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간장게장은 간장 맛이고, 양념게장은 양념 맛이라고 한다. 간장게장은 주로 봄철에 나오는 암꽃게를 사용한다. 사실 간장게장은 음식점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고, 직접 만들어 먹는 집집마다의 맛도 다르다. 간장ㆍ된장 맛이 다르듯 게장 맛도 다르다. 그것은 만드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싱싱한 게를 구해서 바로 간장게장을 담갔다가 냉동을 시켜놓고 먹고 싶을 때 꺼내서 먹는 집이 있는가 하면, 싱싱한 게를 급랭시켰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게장을 담가 먹는 집이 있다. 진간장을 끓일 때 생강·마늘·다시마 등을 넣고 끓이는데 이때 간장에 넣는 재료가 집집마다 다르다. 소주를 넣기도 하고, 콜라를 넣기도 하고…. 간장을 끓여서 식힌 후 게에다 붓고, 3일 정도 숙성을 시켰다가 다시 간장을 따라내서 끓인 뒤 식은 간장을 게에다 부어놓고 이틀 정도 숙성시킨 후 먹는다.
사돈끼리 식사할 때는 간장게장을 피하라고 했고, 옛날 선비들은 서로 체통을 지키느라 게딱지에 밥을 비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것은 부엌에서 일한 여인들의 몫이었다. 진짜 간장게장은 여인들 차지였다는 사실이 재밌다. 그런데 간장게장을 진짜 좋아하는 고수들은 게딱지 비빔밥에서 멈추지 않는다. 접시에 남아 있는 간장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안을 헹군다. 달착지근한 맛과 향내가 입안에 촉촉이 스며든다.
간장게장은 아주 짜지도 않고, 달콤하며,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마지막 게장 국물(간장)을 먹기 전에 밥 한 그릇을 추가한다. 뱃살이 쪄서 걱정인 사람은 간장게장을 먹으면 안 된다. 양념게장은 싱싱한 꽃게를 급랭시켰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양념과 버무린다.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와 액젓, 생강과 다진 마늘, 소주 등을 섞어서 양념을 만든다. 먹기 좋게 자르고, 껍질이 단단하면 다리뼈를 부숴서 양념과 버무린다.
산란기는 6~8월이며 2년생 한 마리가 2만여 개를 산란한다. 대체로 다른 게는 잘 달리지만 헤엄은 치지 못하는데 꽃게는 물속에서 헤엄치고 다닌다. 깊은 바다에 살다가 산란을 위해 연안에 올라와 헤엄치고 다니다 어업인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든다.
꽃게의 수명은 3년 남짓이지만 한두 해 자란 개체들이 유통된다. 1년 동안 대략 12차례 허물을 벗는다. 허물을 벗은 직후에는 껍질이 잘 깨지고, 2주 지나면 딱딱하다. 허물을 벗은 직후에는 문어나 낙지한테 잡아먹히고 어린 꽃게들은 서로 동족을 잡아먹기도 한다. 꽃게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비만과 고혈압 예방에 좋으며, 키토산이 풍부하여 스테미너를 증진시키고 뼈를 단단하게 한다.
꽃게는 9~11월 가을철 꽃게잡이(수컷) 이후 12~3월까지 넉 달간 금어기, 다시 4월부터 6월말까지 봄철 꽃게잡이(암컷)가 펼쳐진다. 법성포 음식점에서는 철마다 법성포위판장에서 꽃게를 구매하여 냉동창고에 보관한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간장게장과 꽃게탕을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 출처 : 여행스케치 2023 박상대기자
법성면 법성포로 35 / 굴비정식전문 아미정 061 356 3100, 010 2586 3575
불교도래지 방문하면서 들렸던 굴비백반집에서 굴비한상차림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움직이고 12시무렵에 점심식사를 하니 시장이 반찬으로 밥을 두공기 후딱 해치웠다.
열무김치에 고추를 갈아서 내온 김치가 맛난다.
굴비정식의 명가 '월봉재' 법성면 법성리 688-12 / 356-7660
법성포 굴비정식 집 가운데 유독 깔끔한 외관과 정갈한 맛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월봉재의 굴비는 법성에서 굴비 업을 하고 있는 남편이 직접 공급하고 있어, 신선한 굴비만을 엄선해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 굴비정식과 더불어 감칠맛 나는 게장정식. 약간의 쌉소롬한 맛과 함께 입안에 감도는 꽃게의 향이 일품이다.
월봉재의 간장게장은 짜지 않으면서 게장 특유의 맛이 나 미식가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밥맛이 없을 때 찾으면 게의 맛과 식감을 살리고 게장 간장을 밥에 비벼 먹으면 어느새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법성포에서 잡히는 신선한 암꽃게만을 사용해 만든다는 이곳의 간장게장은 노란 알과 살이 꽉 차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꽃게 고유의 맛과 간장이 잘 어우러져 입에 착착 감긴다.
밑반찬이 나오는 것을 보면 굴비한정식이라 칭해야 할 판이다. 소문난 간장게장의 맛의 비결을 묻자 나 사장은 간단하게 “꽃게”라고 대답한다. 꽃게의 질이 간장게장의 맛을 좌우하며 조금이라도 품질이 떨어지는 꽃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꽃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월봉재 게장의 비법이다.
무엇보다 월봉재가 사랑받는 이유는 맛과 함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1인상 기준 굴비정식은 1만7천원, 게장정식은 2만원으로 2인상~3인상이상 주문이 가능한 타 업체와는 달리 1인상도 주문이 가능해 한두 명의 손님이라도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자료 : 영광신문
법성면 법성리 1141-5(천일주유소안쪽) 한방게장전문 풍성한집 356-0733
돌솥밥 하나만으로도 메뉴가 되는데 이집은 한방게장 정식과 굴비 정식 모든 식사메뉴에 돌솥밥이 나온다. 빨간 알이 가득 찬 게 뚜껑에 갓 지은 돌솥밥을 비벼먹으면 정말 밥도둑이 맞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입에 잘 맞는 한방간장게장 상차림은 밑반찬만 봐도 정말 먹음직하고 정갈하다.
법성리734-1 굴비정식 동원정 061)356-3323
굴비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한정식 메뉴에는 박대, 삼치, 굴비 등 생선구이와 병어회, 홍어무침이 포함된다. 그 외에도 중하새우를 까서 무친 새우장, 알과 살이 꽉 차 있는 간장게장, 얼큰한 조기 매운탕과 고추장 굴비, 덕자찜, 서대찜, 바지락젓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30가지 반찬에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인당 중은 1만5000원, 특은 2만원이다. 특 메뉴는 생선 가짓수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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