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유달산(공원관리소 061-270-8357)은 노령산맥의 맨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의 땅 끝인 산이다.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유달산 잔디 위에 놀던 옛날도 동백꽃 쓸어안고 울던 옛날도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
많은 전설과 함께 수 천년을 묵묵히 흐르는 영산강을 굽어보고 있는 '유달산' 은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로 목포와 함께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에게는 눈물, 애환 등 애수의 기억으로 가슴에 남아 있는 곳이다.
유달산은 면적이 150ha, 높이가 228.3m로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은 산세에 비해서는 병풍처럼 솟아 오른 갖가지 기암절벽들이 첩첩이 들어차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목포시와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를 오고 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유달산에는 이곳에서 멸종되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없어지는 왕자귀나무가 서식하고 있으며, 정상에서 보는 목포항의 전망이 좋아 호남의 개골산이란 별명도 가지고 있다. 특히 다도해의 일몰이나 목포항의 야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전략과 지혜를 담은 전설의 '노적봉'
유달산 남쪽으로 있는 고하도는 400여 년 전인 임진왜란 당시 삼도 수군통제사였던 이충무공이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1597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08일간 주둔하면서 군량미와 군수물자를 비축했던 유적으로, 유달산 입구에는 장군의 전략과 지혜를 담은 전설의 노적봉이 우뚝 솟아 있다.
목포시 대의동 2가 1의 120번지에 위치한 노적봉은 유달산의 정문 격인 등구의 좌측 변에 솟아있는 큰바위 봉우리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술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어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은 적은 군사로 많은 왜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이 봉우리에 이엉을 덜어 아군의 군량미로 가장함으로써 우리의 군사가 엄청난 것처럼 보이게 위장하였다.
이에 겁을 먹은 왜군은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는 장군의 뛰어난 전술이 담겨져 있다. 진도의 강강술래, 영산강 횟사루, 울돌목 쇠줄 등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명상 쉼터로 환영받는 ‘조각공원’
유달산에는 대학루, 달선각, 유선각 등 6개의 정자가 있으며, 산 주변에는 2.7km의 유달산 일주도로가 개통되어 있다.
산 아래에는 4.19 기념탑, 현충탑, 조각공원, 난공원 등이 있고, 노적봉으로부터 5분 거리에는 목포의 눈물의 주인공인 가수 이난영을 기리는 '목포의 눈물비'도 서있다.
목포의 눈물은 1934년 조선일보 후원으로 자기고장 노래가사공모에서 목포출신인 문일석의 목포의 눈물이 당선되었고, 손목인이 작곡한 노래를 이난영이 불러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간 노래이다.
이밖에도 산 곳곳에 대학루, 달성각 등 5개의 정자가 있고, 달성사, 반야사 등의 사찰과 노적봉, 유선각, 오포대 등이 있으며, 충무공 동상, 어린이 놀이터도 자리잡고 있다.
유달산을 아기자기하게 가꿔놓은 조각공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진 야외조각공원으로 목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등바위 아래 자리잡고 있는데 100여 점의 갖가지 조각품들이 잔디 위에 알맞게 배열되어 있다.
1,300여 점이 전시된 '난공원'전경
조각공원 보다 한해 뒤에 개원된 난 공원은 우리나라 각지에서 자생하는 한국 난 39종을 비롯하여 동양란 152종, 서양란 97종 등 모두 288종에서 파생돼 나온 총 1,300여 점의 난이 저마다의 기품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 난 공원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난의 배양과 재배에 성공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육종분양도 하고 있다.
1982년부터 범 시민적으로 유달산 공원화추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세워진 이곳은 조각공원과 더불어 목포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휴식공간들로 가꿔져 왔다.
흔히들 목포 하면 물 값이 비싸기로 전국에서 소문난 도시중의 하나로 물 사정이 썩 좋지 못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독 유달산만은 바닷가의 바위산답지 않게 물이 좋은 곳이다.
노래 비에서 약간 북동쪽 인근의 달성사 경내에는 백일기도의 영험을 입어 만 100일 만에 생수가 용출 되었다는 옥정(玉井)이 있다. 옥정은 극심한 한밭에도 수원이 마르지 않고 염천폭서에도 시원하며, 많이 먹어도 복통이 없다고 한다. 또한 철마다 아름다운 꽃들과 떼지어 하늘을 가르는 비둘기 떼가 유달산 상봉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 한지호(자동차여행가)
꽝꽝나무·구지뽕나무… 거참, 이름 한번 희한하네
스포츠조선2007.12 송혜진기자/윤주복 ‘겨울나무 쉽게 찾기’ 저자
유달산 노적봉 안내소에서 숲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윤주복씨는 “여기 나무들이 이름 값을 좀 한다”며 제일 처음으로 ‘간지럼나무’를 가리켰다. 껍질이 매끈한 것이 꼭 사슴 뿔처럼 보이는 나무, 흔히 ‘배롱나무’라고도 불린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지?
“보세요….” 윤주복씨가 나무 몸통을 손가락으로 간질이자, 나뭇가지들이 누가 흔들기라도 한 양 물결치기 시작한다. “꼭 사람처럼 간지럼을 타잖아요.” 과연 이름 값 하는 나무였다.
조금 더 올라가면 나오는 정자 유선각 앞엔 ‘꽝꽝나무’가 서 있다. 옛날에 사람들이 군불을 땔 때 이 나무를 종종 땔감으로 썼는데, 불 속에 넣으면 나무가 ‘꽝꽝’ 소리를 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단다. 마른 가지를 꺾으면 ‘탁탁…’하고 회초리 때리는 소리가 난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나무다.
‘사위질빵’ 나무도 눈에 띈다. 미아나리재비과의 덩굴식물인데, 줄기가 무척 약해 손으로 건들면 툭 하고 끊어진다. 이 약한 줄기 덕에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위가 무거운 지게 짐을 지는 게 보기 안쓰러워서 장모가 일부러 이 덩굴로 지게 끈을 묶어줬대요. 끈이 약하니까 짐을 조금만 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며느리밑씻개’ 같은 풀은 질기고 억척스러운데 정작 사위질빵은 약해빠진 식물이라니, 기분이 어째 좀 이상했다.
산 정상에서 만난 ‘구지뽕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뽕나무도 아닌데, ‘굳이 뽕 나무’인 척 하는 나무라는 뜻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구지뽕나무 잎도 누에를 키우는 재료로 쓰인단다. “그런데 뽕나무가 아니라 구지뽕나무를 먹여 키운 누에가 만드는 실은 더 질기대요. 뽕나무에는 역시 못 미치는 모양이에요.” ‘원조’를 따라잡는 건 역시 힘들다.
오매, 열매 한번 신기하네
열매나 씨앗이 꽃보다 화려하거나, 특이한 구조로 눈길을 끄는 나무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나무가 ‘멀구슬나무’. 남부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손가락 마디만한 노란 열매가 크고 예쁘다. 열매 속 씨앗을 염주로 만들었다 해서 ‘목구슬나무’로 부르던 것이 ‘멀구슬나무’가 됐다고. 이 열매를 옛날 사람들은 옷장에 넣어 방충제 대신 쓰기도 했다.
‘장구밥나무’의 열매는 더 특이하다. 빨간 구슬이 꼭 두 개씩 붙어 있다. 동그란 녀석 둘이 맞붙어 있는 모양이 장구를 닮았다 해서 장구밥나무로 불린다.
‘개잎갈나무’와 ‘물푸레나무’는 나무 주위에 떨어진 씨앗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식물들. 개잎갈나무는 열매가 익어서 벌어지면 어느 순간 ‘툭’하고 부서져 폭발한다. 이렇게 사방으로 터져나간 씨앗으로 나무가 번식을 하는 것. “이것 보세요, 꼭 나방 날개 닮았어요….” 과연 나무 아래에 열매가 부서져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나방 날개 같은 모양으로 흩어져 있었다.
물푸레나무의 씨앗도 날개를 달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어째 날개가 신통치가 않아서 꼭 이 나무 바로 주변에만 수북하게 쌓여있다. 나름 애 써서 날아가려고 했으나, 능력이 딸리는 씨앗들인 셈이다. “그래도 번식을 잘하는 거 보면, 팔자 하나는 잘 타고 난 나무인 것 같다”라며 윤주복씨가 웃었다.
작살나무도 한번 들여다 볼 만하다. 겨울눈 세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데 꼭 말 그대로 작살, 혹은 삼지창처럼 생겼다. 가운데 눈 옆의 ‘곁눈’ 두 개는 자동차로 치면 ‘비상용 타이어’다. 가운데 눈이 제 기능을 못할 때를 대비해 알아서 ‘보험’을 들어놓은 셈이다.
유달산 자생식물원에서 만난 튤립나무는 모양부터 독특하다. 나무에 잔뜩 매달린 열매들이 말 그대로 활짝 핀 튤립처럼 생겼다. “꽃이 없어도 열매가 꽃 노릇을 하니 겨울에도 볼 만하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네 덕에 숲 관상 좋아졌다
숲 속엔 관상용(觀賞用)으로 심어놓은 나무들도 많았다. 겨울에도 푸른 상록수가 대부분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광나무’인데, 까만 열매가 수북이 매달린 것이 ‘쥐똥나무’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 나뭇잎이 반짝반짝 윤이 나서 남쪽에선 담장에 많이 심는다고.
‘피라칸타’도 많다. 빨간 열매가 한 겨울에도 소담하니 예쁜데, 꽃보다 열매가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식물이라고. 8개의 손가락을 활짝 펼친 것 같다는 ‘팔손이’도 쉽게 볼 수 있다. 넓적한 식물 잎이 겨울에도 푸르러서 남쪽에선 관상수로 선호하는 식물 중 하나다.
너 사람이었니? 소태나무와 멀구슬나무
깜짝 놀랐다. 겨울눈이 난 자리의 잎자국이 꼭 사람 얼굴 형상을 한 나무가 있다. ‘소태나무’가 대표적. 이름 그대로 나무를 꺾어서 혀에 갖다 대면 소태처럼 쓴 맛에 얼굴을 절로 찡그리게 되는 나무다. 한데, ‘맛’보단 ‘모양’이 더 신기했다.
“겨울눈 입자국에 점 세 개가 찍혀 있는 거 보이세요? 꼭 사람 얼굴 같지 않나요?” 윤주복씨의 설명을 듣고 가만히 들여다 보니 정말 웬 아이의 얼굴이 오롯이 박혀 있는 게 눈에 띈다. 멀구슬나무도 마찬가지. 잎자국 모양이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원숭이 얼굴 같기도 하다. “맞아요, 그래서 일본에선 원숭이 얼굴 나무라고도 부르죠.” 참말이지 이 유달산의 나무들, ‘징하게’ 특이하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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