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2007년 88회 광주 전국체전 관람하러 내려가면사...]
어제 광주에서 늦게 영광에 내려와 이튼날을 잔다. 내일부터는 앞마당 풀을 벤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힘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니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일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잠깐 경계가 왔으나 다행이 아침을 먹고나니 비가 멎는다. 신병치료차 장모님이 서울에 계신 관계로 그동안 못찾아본 일가댁을 둘러본다고 하셔서 아이들과 함께 나선다. 대신리도 가야한다고 하시길래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해안도로변에 개관한 옥당박물관도 함께 보기로 한다. 작년여름에 성지를 둘러보고 해안도로변에서 하루를 아이들과 같이 지냈는데 길을 안까먹었을래나 모르겠다.
영광이 군소재지 주변만 조금 벗어나면 완전히 시골마을이다. 꾸불꾸불한 시골길을 따라서 성지쪽으로 간다. 박물관만 아니면 성지를 둘러볼텐데 성지는 매번 둘러봤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해안도로로 바로 들어간다. 해당화가 앙상한 모습을 들어내고 도로 양편에 있다. 여러번 해안도로를 다녔지만 해당화핀것은 한번도 보질 못한다.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아름다운 해안도로중 한곳인데 해당화길을 아직도 한번 가보질 못했으니...법성포 끝자락에 이국적으로 절을 크고 멋지게 지어놨는데 해안도로에서도 제법 멋지게 보인다. 머지않아 다리가 놓아진다고 하니 그때는 볼만하겠다.
해안도로를 조금 들어가면 산쪽으로 골프장을 만든다고 산허리를 자르고 있다. 골프치는 사람들이야 멋진 경치를 벗삼아 즐길 수가 있지만 이 시골구석에까지 골프장을 만들다니 발상도 대단하다.
대신리는 해안도로 중간쯤에 있으며 전형적인 시골마을로 밭은 자갈밭이다. 바다와 인접한 마을이다보니 농가 주인이 직접 잡아올린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도 있고 마을앞 바닷가에서 해수찜을 즐길 수도 있다.
뜨겁게 달군 바닷돌을 해수에 담궈 찜질을 하면 관절염과 산후조리에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농촌과 바다가 어우러진 덕산마을에서 농촌 체험을 하고 해수찜을 즐기다보면 도시생활에 지친 심신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것은 물론 피부미용에도 더없이 좋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옥당박물관은 마을초입에서 보면 큰나무속에 가려 살짝 보인다. 폐교라 박물관을 알고 가지 않으면 금방 찾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박물관은 다른박물관과는 사뭇다른 느낌이다. 넓은 잔듸밭 한켠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넓은 파란잔듸밭이 제일 먼저 눈에 보인다. 왼쪽에는 검은톤의 박물관이 오른쪽 담장쪽으로는 노송들이 자리하고 시골학교 자리라서 줄지어선 소나무가 운치가 있다.
폐교된 백수북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옥당박물관은 전시실과 학예 및 행정실, 수장고가 있으며 전시실은 ‘우리삶 문화실’과 ‘옥당인물실’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에 아직은 팜플릿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자세한 사항은 알수가 없었으며 원불교 영광교당 교도부부가 상주하면서 융무당에서 다실을 운영하고 해설사역할도 하고 있어 같이 둘러보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듣는 것은 잠시뿐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옥당'지명이 영광군청쪽으로 있는데 아마도 지명에서 따온듯싶다.
영광을 빛낸 인물로 꾸며지는 옥당인물실은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를 비롯해 고려시대 유학자인 김심언, 조선시대 유학자이자 의병장인 강항, 한국무용가 공옥진 명창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우리삶 문화실은 구석시 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토기 및 유물, 화폐 등이 전시되고, 토기 제작과정과 불상 조성과정을 모형으로 보여준다.
박물관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는데 상당히 깨끗해서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지 벗고 들어가야 하는지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신발을 잘 털고 들어오라고 한다. 학교 교실과 복도벽을 헐어내고 전시공간을 마련하였으며 바닥이 걸을때마다 약간씩 울렁거려 걷는데 조심스러워진다.
옥당박물관은 원불교 대산종사님의 박물관 건립 원력으로 시작되었으며, 좌산상사님이 원불교 개교 100주년을 준비하며 구상한 문화사업의 전 단계 사업으로 2004년(원기89)에 청수나눔실천회에서 매입한 폐교를 리모델링해 이루어지게 된것이며 개관을 기념해 신익창 작가의 도자음향 특별전이 열릴예정이다.
박물관 내부는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어 관람하기에 아주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전시실한쪽벽면에는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를 비롯하여 세계유명 위인사진이 100점 걸려있다.
박물관에는 전시실과 나란히 한옥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원불교 서울교당 생활관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이 건물은 경복궁의 부속건물인 '융무당'을 해체 복원한 것이며 지붕에는 용마루가 있었으나 복원하면서 전시실에 보관중이다. 역사적인 건물이기에 문화재지정을 추진하고 있다한다.
융무당은 선물센터와 다실, 기획전시실로 사용예정이며 내부 가장자리에는 차를 마실수 있게 차탁자가 여러개 준비되어 있고 작은 소품이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인사동에 온듯한 착각에 빠진다.
융무당 내부는 눈에 보이는 것은 다 파는 물건이라고 보면 얼추 맞고 고풍스럽고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 뿐이다. 융무당은 3칸으로 건물재료는 백두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며 기둥과 석가래가 상당히 굵었으며 군데군데 꺽쇠자국이 있어서 보기가 흉했지만 복원한 건물이라 어쩔수 없는 것이고 용마루가 있는 건물을 이리 차근차근이 둘러본적은 처음이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온 시간이 오후1시를 넘었다.
법인절 산상기도식때 인천교당식구들이 먹었다는 백합죽을 먹어 볼 요량으로 백수로 간다.백합죽이 한그릇에 8천원인데 백합이 많이 들어가서 조금은 느끼한 맛이 나 아이들은 거진 남긴다. 비싼죽을 남겼다고 아이들은 할머니한테 한소리 듣고... .
쥔장은 백합죽을 먹으러 광주에서도 일부러 온다고 하는데 보양식으로 간혹 먹을 정도이지 즐겨 먹을 것은 아닌듯하다. 일몰 무렵에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하고 편하게 한그릇먹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안도로가 원불교성지에서 백수로 이어지는데 팔각정 전망대를 깃점으로 원불교 영광성지쪽으로는 해당화가 있고 백수쪽에는 벚나무가 있어 드라이브코스로는 최적이다.
내일이 와이프생일이라 장모님이 소고기라도 한덩어리 사서 미역국을 끓이자고 했으나 있는 반찬에 먹자고 우겨 바로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오니 앞마당 절반은 풀을 베어 놓았다. 점심도 못먹고 결혼후 처음으로 낫질을 했다고 한다.먼저 결명자를 뽑아 아이들한테 씨를 따라고 하고 우리부부는 낫을 들고 풀을 벤다.올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고 거름이 잘 되어 있는 텃밭이라 풀이 무성한게 아니고 몇년간 묶은 밭에 들어온 느낌이다. 오죽했으면 처형이 시골집에 내려가서 일좀 하라고 했을까. 허리는 아프고 낫을 잡은 손은 저려왔지만 내일은 죽어도 못할 것만 같아서 오늘 늦더라도 앞뒷쪽 풀을 모두 벤다. 사람들이 나이들면 시골가서 소일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하는데 생각같이 시골생활이 낭만적인게 아니다.
박물관뜰에서 열리는 전통혼례 / 서약(誓約)과 남여 평등
실제 결혼식이기도 하지만 전통 혼례 재현이라는 문화적 성격도 띠고 있어서 신랑, 신부의 가족, 친지, 하객은 물론 인근 지역민과 문화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여 대 성황을 이루었다. 전통 혼례식은 성균관의 전례연구위원회 홀기(笏記)를 채택하고 삼현육각까지 갖추었지만 무엇보다도 전통 혼례의 핵심 정신인 서약정신(誓約情神)과 남․여 평등 정신을 충실히 되살려 전승시키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즉, 부모, 조상, 천지(天地),배우자에 대한 서약과, ‘혼인이란 남자와 여자가 몸을 합하는데 참뜻이 있고, 남․여가 몸을 합쳐 부부가 된다는 것은 남편이 높으면 아내도 높고 남편이 낮으면 아내도 낮다(婚姻則 男女合體之義 男女合體則 男尊則女尊 男卑則女卑)’는 남․여 평등정신을 예식 참석자들이 잘 알 수 있도록 한문 홀기를 읽은 다음 풀이와 해석(解析)을 덧붙여 주는 퓨전(신․구 통합)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전통 혼례의 절차는 청혼(請婚)으로부터 시작하여 조석문안(朝夕問安)에 이르기 가지 34단계를 거쳐 이루어지지만 당일 현장에서는 신부집에서 혼인식을 올리는 대례(大禮)절차만 볼 수 있었는데 그 절차는 또 전안례(奠雁禮)-교배례(交拜禮)-서천지례(誓天地禮)-서배우례(誓配偶禮)-근배례(巹杯禮)순으로 세분되는 바, 각 례의 절차와 의미, 예식에 쓰이는 음식 및 상징물들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다.
옥당박물관에서는 앞으로도 희망자가 있으면 전통 혼례를 계속 주관해 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해안도로라는 관장지에 위치한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영광의 명품 문화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박용국 전통예절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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