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자락 유달동에는 유난히 일제강점기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 많다.
현재 목포 문화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은 1898년 지어진 일본 영사관 건물이었다. 붉은 벽돌 척척 쌓아올려 만든 보기 좋은 건물이죠.
목포 근대역사관은 본래 일제강점기 때의 대표적 경제수탈 기관이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으로 쓰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전국 9곳에 세워진 동양척식주식회사는 현재 부산지점과 목포지점만 온전히 남아있는데요, 목포지점은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건물이죠. 지금도 박물관 내 대형 금고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과 태양 문양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답니다.
해방 이후 해군 헌병사령부로 사용되다가 10년 넘게 폐허로 방치되던 중 지난해 여름 목포시에서 근대 역사관으로 꾸민 것 입니다. 지금은 일제 만행 등을 담은 ‘특별 사진전’을 개최하면서 역사 교육의 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바로 역사관 맞은편에 있습니다. 겉보기엔 아주 평범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처럼 보입니다. 밝은 색의 민트컬러로 페인팅한, 클래식한 느낌의 철 대문이 아니었다면 별 생각 없이 지나쳤겠죠.
열린 철대문 안을 슬쩍 들여다본 순간, 절로 탄식이 나왔습니다. 참으로 분위기가 묘했거든요. 잘 손질된 정원에는 작고 아담한 물길이 있어 졸졸거리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왔고, 짙은 초콜릿색의 2층짜리 나무 건물은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따라 운치와 낭만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집의 입구는 특이하게도 옆쪽 면에 붙어 있더군요.
‘드르륵’하며 미닫이문을 옆으로 밀며 들어갔습니다. 흰색 회칠로 마감한 천장과 나무 바닥은 아늑합니다. 바닥의 느낌에서 세월이 느껴지는군요. 내부는 마치 어느 가정집 부엌 같습니다. 가득 쌓인 예쁜 그릇과 스탠드가 있고 빳빳하게 풀 먹인 천으로 덮인 테이블도 있군요. 간접 조명도 훌륭하고 마치 옷장 안처럼, 질 좋은 면으로 만들어진 홈웨어도 군데군데 걸려있죠.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보니 드디어 주문을 할 수 있는 바(Bar)가 나옵니다. 정갈한 셰프 복장을 갖춰 입은 요리사가 있어 물어보니 카페 매니저인 정혜인 씨를 불러줍니다. 그녀를 통해 이곳이 100년 전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관사로 지어진 건물임을 알게 됐습니다. 건물의 외관과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내부만 리모델링을 했다는군요.
사실, 우리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배경으로 지어진 집이었건만, 100년이 지나도 끄떡없게 지어낸 튼튼한 기술과 섬세한 마무리 등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2층으로 올라가는 삐걱대는 나무계단도 마음에 듭니다.
위층에도 몇 개의 테이블과 멋진 의자, 테이블웨어가 갖춰져 있죠. 주인장의 센스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본래 주인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랍니다. 게다가 단순히 카페로서의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닌 인테리어 숍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정혜인 씨는 “집과 사람만 빼고는 모든 것을 다 판다”는 위트 있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마 끝을 타고 떨어져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마시는 향 좋은 커피 한잔은 누구든 행복하게 만듭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런 멋진 카페가 회사 가까이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목포에 가면 꼭 들러볼 곳이 생겼다는 것도 썩 괜찮은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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