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대구광역시

대구 팔공산-올레길-7코스 폭포골가는길

by 구석구석 2014. 4. 28.
728x90

 

대구 팔공산올레길 ‘폭포골 가는 길’(7코스)은 탑골등산로→상상골→염불암 삼거리→부도암→동화사 경내→폭포골 왕복→봉황문(동화사 구(舊)문)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7코스는 팔공산 탑골식당에서 시작한다.

 

탑골식당 맞은편에는 숲 해설사의 집(053-982-0005)이 자리하고 있다. 7코스를 경험하기 전에 숲 해설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꽃과 나무에 대해 알 수 있는데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올레 답사가 훨씬 즐거워진다. 이번 답사에는 공직 퇴직 후 숲 해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이윤희씨가 동행했다.

 

탑골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야영장이 보였다. 텐트 사이로 밥을 지어먹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텐트족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얼굴에는 도심의 빡빡함을 잊은 듯한 여유가 그려져 있다. “여기 나무 두 그루가 비슷하게 생겼지요. 하지만 종이 다른 거예요. 하나는 가지를 따서 불면 팽하고 날아간다고 해서 팽나무고 다른 하나는 늦게 티가 난다고 해서 느티나무죠.” 이 씨의 구수한 나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야영장이 저 밑으로 사라진다. 요 며칠 비가 충분히 온 덕분에 등산로 옆 수로를 흐르는 물소리가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자 상쾌한 숲 내음이 코끝을 하염없이 자극했다. “피톤치드는 원래 나무가 자신에게 달라붙은 진딧물이나 병충해를 죽이기 위해 내뿜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에게는 보약같이 좋은 성분이 되었죠. 사람은 자고로 숲 내음을 맡으며 흙을 밟아야 하지요.” 이 씨는 ‘입산 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을 가리켰다. 아이들만을 위한 체험학습장이라고 한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나뭇잎이나 꽃을 확대경으로 관찰하면서 자연의 신비를 느끼는 곳이다.

 

이 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우리 앞에 계단이 딱 막아섰다. 공포의 ‘깔딱고개’다. 숨이 깔딱거릴 만큼 힘들다고 깔딱고개란 이름이 붙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계단을 밟기 시작했다. 계단이 200여 개가 넘는다는데 정확히 세어보자고 이 씨가 제안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세면서 오르면 힘든 것도 덜하다는 것이다. 숨을 헐떡이며 하나하나 밟아 올라갔다. 등줄기에 땀이 쏟아졌다. 마지막 계단을 밟으니 계단 수는 정확히 230개. 정상에 서니 산바람이 온몸을 간질였다. 정말 상쾌했다. 이 씨는 폐까지 산 속의 맑은 공기가 들어가 살균작용이 되도록 크게 심호흡을 하라고 했다. ‘휴~’.

 

상상골에 접어들었다. “다소 색다른 이름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죠. 하지만 여기서 휴식을 취하면서 등산객들이 상상을 한다고 해서 상상골이라고 부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죠.” 이곳은 나무로 둘러싸인 널찍한 터로 군데군데 벤치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다.

 

한쪽에 걸려 있는 시계가 눈길을 끈다. 등산객들이 보통 이곳에서 많이 만나기 때문에 시계가 걸려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스카이라운지와 염불암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등산객들에게는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이라고 한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눈을 감자 청명한 새소리가 귓가를 두드리는 가운데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런 까닭에 이곳을 ‘사색의 숲’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상상골을 벗어나 계곡을 가로지르자 염불암 가는 길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아쉽게도 콘크리트길이다. 염불암 가는 길의 반대쪽으로 내려갔다. 부도암 근처에 이르자 팔공산의 수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아침에 흐렸던 하늘이 어느새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으로 변신했다.  

 

부도암 입구 앞에 조그마한 약수터가 눈에 띈다. 땀을 많이 흘린 터라 물맛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부도암은 동화사의 부속 암자로 1658년(효종 9년) 도오(道悟)가 창건했다. 1955년 이후로 비구니들의 참선 도량으로 바뀌었고 1960년 보수공사를 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내려 새로 중창했다. 부도암을 잠시 감상한 후 발길을 잇자 콘크리트길 옆으로 시원스레 계곡이 펼쳐졌다. 물줄기가 거침없이 내려가는 모습에 마음마저 뻥 뚫리는 듯했다. 하지만 상수원보호지역이라 출입이 안 되는 것이 안타깝다. 한결같이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진 소나무가 눈을 사로잡았다. 마치 인공적으로 해놓은 듯 신기하다.

동화사에 도착했다. 동화사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집(053-981-6406)을 찾으면 좋다. 평소 몰랐던 동화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동화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통일약사대불이다. 30m 높이의 세계 최대 석불이라는데 언제봐도 그 거대함에 압도당한다. 통일대불을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조그만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앞에 ‘신령재’를 가리키는 푯말이 서있다. 바로 7코스의 핵심인 폭포골 가는길이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계곡에서 내뿜는 차디찬 바람이 온몸을 때린다. 좔좔 소리에 몸이 서늘해졌다. 이 길은 탑골 등산로처럼 나무그늘이 계속되지는 않아 중간 중간 땡볕이 내리쬔다. 하지만 길을 따라 이어지는 계곡의 시원함에 더위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약수암 갈림길 인근에 계곡을 가로지른 자그마한 구름다리가 이채롭다. 다리에 잔뜩 낀 이끼가 왠지 세월의 더께처럼 느껴졌다. 구름다리 위에 서자 계곡물이 마치 나에게로 와르르 쏟아지는 듯했다. 다리 밑 큰 웅덩이는 선녀가 목욕을 했을 법하게 깨끗해 보였다. 모든 걸 잊고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잠시 뇌리를 스쳤다. 심심찮게 만나는 얕은 폭포와 춤사위를 펼치는 뽀얀 나비들로 올레꾼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2시간 여의 올레 답사로 한여름의 무더위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꼭 추천할 만한 7코스였다.  

[자료 : 매일신문 전창훈기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