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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합천 가회면-대기리 감암산 대기마을

by 구석구석 201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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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감암산(甘闇山·834m)

 

'서부 경남의 월출산(전남 영암군 소재)'이라 불릴 정도로 바위 봉우리의 절경이 뛰어나다. 어떤 산꾼은 서울 북한산이나 인왕산 못지않은 암릉 경관을 뽐낸다고도 말한다. 그만큼 돌들이 빚는 풍경이 빼어나다는 뜻이겠다. 거기에다 감암산 계곡과 능선에 곳곳에 박힌 바윗덩어리들은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바위를 타는 즐거움도 준다.

 

 

감암산 산행은 대개 '바람흔적미술관'이나 영암사지를 기점으로 모산재(767m)와 정상을 보고 내려오곤 한다. 모산재는 먼발치에서 보기로 하고 정상과 누룩덤을 포인트로 삼아 코스를 잡았다. 기점인 대기마을회관에서 출발해 묵방사~제1·2·3봉~정상~828봉~누룩덤을 거쳐 다시 기점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마을회관 옆에 '황매산 등산안내판'이 있다. A~H 코스가 있는데, 황매산을 주로 설명하다 보니 감암산 코스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몇몇 코스는 현재 갈 수 없거나 막힌 코스였다.

 

 

묵방사 방면으로 걸었다. 오른쪽 모산재의 '황포돛배 바위'가 산행의 출발을 바라보고 있다. 한 숨 들이쉬고 정상과 누룩덤을 쳐다봤다. 아침 햇살에 암릉이 금빛이다.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났다. 좌측이 묵방사, 우측이 모산재 방향이다. 주변에 임시화장실이 있어 참고할 만하다. 왼쪽으로 올랐다. 계곡에 물이 시원하게 흘렀다. 버들강아지가 좁은 바위틈에서 올라왔다.



6분 정도 걸었는데 왼쪽에 중촌리 비석과 부도가 보였다. 조선시대 유적인데 경남 문화재자료 제79호로 지정됐다. 부도에서 5분 정도 시멘트 길을 걸었다. 묵방사가 나타났다. 약사여래를 모신 유리보전이 뜰 한가운데 있다. 절을 지나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발을 뗐다. 물이 마른 계곡을 건너 임도를 만났다. 임도를 지나 5분 정도 걸어 묵방사 응진전이 나왔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새 집 냄새가 물씬 났다. 응진전 왼쪽 돌담길을 끼고 계곡을 따라 나 있는 등산로로 발을 옮겼다. 아직은 암릉 칠갑의 돌산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흙길만 나왔다. 잠시 뒤 1기의 묘가 보이고 서서히 바위들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산새가 '궈궈' 하며 발길을 채근했다.



10여m 높이의 바위가 턱 하니 오른쪽에 나타났다. 아래에서 위로 한참을 쳐다봤다. 길쭉한 바위가 등산로에 누워 있어 그 위로 걸었다. 조금 자잘한 바위들은 계단으로 활용됐다. 이런 너덜 구간이 500m쯤 이어졌다.



너덜 보는 재미가 떨어질 무렵 마치 이정표처럼 서 있는 낙엽송 두 그루를 만났다. 왼쪽으로 꺾어 급한 경사지로 올랐다. 이곳부터 약 15분(250m) 정도 오르막의 세력이 급하다. 이 구간만 넘어서면 정상까지는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다. 급경사 구간의 끝에 이정표가 있다. 왼쪽이 감암산 제1봉, 오른쪽이 정상 방향이다.

 

 

우선 제1봉에서 정상을 조망하기로 했다. 제1봉 정상 부근에 금정산 금샘 모양의 홈이 파진 곳이 있다. 산행팀은 '금샘'이라고 이름 붙였다. 금샘에서 제1봉으로 걸었다. 정상에는 키 낮은 반송들이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다. 멀리 부암산(695m) 정상이 보인다.



제1봉에서 다시 정상 방향으로 돌아 나왔다. 밧줄을 이용해 암릉으로 올랐다. 암릉에 올라서자마자 오른쪽에 남녀 성기를 닮았다고 이름이 붙은 '암수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서 5분 정도 걷는데 제1봉과 제2봉 사이에 있는 송곳봉에 돼지머리 모양의 바위가 툭 튀어나왔다. 누가 일부러 조각한 듯 돼지머리의 윤곽이 재미있다.



송곳봉을 우회해 나무계단을 타고 제2봉으로 올랐다. 계단 몇 개가 삐걱거려 주의가 필요하다. 제2봉 끝에도 촛대바위가 바위에 꽂힌 듯 서 있다.



정상과 바로 연결된 제3봉을 지나 감암산 표석이 있는 정상에 올랐다. 주변 산들을 찍은 사진을 붙인 안내판이 있는데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119구조대 신고처가 새겨진 말뚝과 누가 갖다 놓았는지 평상 한 개가 있다. 북쪽으로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황매산이 보인다. 장동건이 출연한 '태극기 휘날리며' 등 영화 촬영지로 급부상한 곳이다. 정상 동쪽 아래에 누룩덤이 보였다.

 

▲제2봉에 있는 촛대바위. 오른쪽 가운데로 부암산이 보인다.

 

 

황매산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걸었다. 700m쯤 지난 부근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에서 5분 정도 더 걸어 전망이 좋은 암봉을 지나 828봉에 도착했다. 이곳에도 이정표가 있다. 직진하면 황매산 초소 방향이다.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8분 정도 걸어서 765봉을 만났다.

 

이 암봉에 서면 왼쪽에 모산재, 정면에 누룩덤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불허전! 모산재는 볼수록 신기하다는 생각이다. 마치 조물주가 화강암을 덩어리째로 쏟아 부은 듯한데 바위 하나하나는 위태롭지만,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돌로 그린 '석묵화'라는 표현이 적당할까?



이 봉우리를 내려서면 이제부터 기암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신이 나서 암릉을 제법 빠른 속도로 걸었다. 송이버섯을 돌에 얹은 것 같은 '버섯바위', 젖은 신발을 말리듯 나란히 선 '신발바위'도 출현했다. 누가 붙였는지 모르지만 바위 모양과 작명이 잘 들어맞다 싶다.

 

▲ 전망 좋은 곳에서 본 누룩덤(오른쪽). 조물주가 있긴 있나 보다.

 

 

▲암릉을 타고 누룩덤으로 간다. 딱딱한 바위들이 불편하지 않다.

'바위 떼'를 실컷 구경하며 암릉을 타고 오다 누룩덤을 만났다. 누룩 모양의 바위가 덩어리로 쌓인 형세이다. 웬만한 골산마다 있는 '안장바위'도 누룩덤 아래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누룩덤 왼쪽으로 주 등산로가 나있다. 오른쪽은 우회로인데 로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누룩덤의 '강아지바위'를 보려면 이쪽이 제격이다. 로프를 잡고 누룩덤에 올랐다. 누룩덤 꼭대기에 있는 돌 강아지가 산행팀을 보고 지그시 웃는 것 같다.

 

 

누룩덤에서 내려와 하산길을 열었다. 30분 정도 지나 마지막으로 전망이 좋은 암봉을 만났다. 여기에도 도깨비 뿔을 닮은 바위가 서 있다. 전망대 바위 봉우리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목교가 나온다. 이 구간까지는 내리막 경사가 급한 편이라 조심해야겠다. 목교에서 물길을 따라 나란히 걸었다. 15분가량 지나자 종점이 나왔다. 7.2㎞,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걸렸다.

 

/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전대식 기자

 

종점인 대기마을에서 영암사지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식당 서너 곳이 있는 모산재 휴게소가 나온다. 이 중 '모산재식당'(055-933-1101)에서 파는 할매 손두부(7천원)가 일품이다. 무공해 콩을 이용해 재래식 방법으로 만든 두부를 썼다. 고소하고 담백하다. 황매산 도토리로 빚은 묵(7천원)도 유명하다. 조 껍질로 빚은 전통 막걸리 한 사발과 곁들이면 금상첨화겠다. 우렁된장비빔밥(6천원)도 등산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황매산 오지마을에서 가마솥밥 짓고 두부 만들며 전통문화 체험, 대기마을   

 

황매산 자락에 자리한 민박마을인 가회면 대기마을. 황매산 기암 봉우리가 마을을 내려다보는 이 마을은 유난히도 상쾌한 공기와 함께 아침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민박을 하면 시골집에서 차려내는 구수한 시골밥상으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물론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아침식사를 마칠 즈음이면 “산으로 나무하러 가자!”고 외치는 마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을 아저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곳은 마을 앞산. “바싹 마른 것으로 골라야 해. 잘 안 마른 것은 불을 때면 연기가 너무 많이 나거든. 그럼 눈이 맵겠지? 잘 골라보자.” 아저씨의 주의사항에 따라 아이들이 숲속에서 나뭇가지를 하나씩 주워들고 마을로 돌아오는 사이 엄마들은 쌀을 씻고 전날 밤부터 물에 담가두었던 콩을 건져 씻는다. 두부 만들기와 가마솥밥 짓기 체험을 위해서다.

 

먼저 두부 만들기를 해본다. 두부 만들기는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이들 몸집보다 더 큰 맷돌은 혼자 돌리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아이들 둘이 맷돌 손잡이를 함께 잡고 돌리기 시작한다. 콩을 맷돌로 갈아 뽀얀 콩국이 만들어지면 화덕에 건 솥에 붓고 불을 땐다. 잘 끓여 익힌 후 망으로 된 자루에 건져 짜낸다. 이때 망 안에 남은 콩 건더기가 바로 비지. 짜낸 국물을 솥에 붓고 단백질을 엉기게 만드는 간수를 넣으면 뭉글뭉글 두부가 만들어진다. 이쯤되면 아이들은 군침 닦느라 바쁘다. 이때 두부를 젓던 빨간 바가지에 두부 한 그릇을 떠내 아이들에게 건넨다. “이게 순두부란다. 한번 먹어봐.” 엄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럿이 달려들어 후후 불어 먹는 순두부의 맛은 고소하기 그지없다. 이제 보자기를 깐 틀에 두부를 부어 무거운 나무틀로 눌러 적당히 물기를 뺀 모두부를 만든다.

 

이제는 가마솥밥을 지어볼 차례. 무쇠가마솥에 오리농법을 활용해 유기농으로 농사지어 수확한 쌀을 넣고 불을 때 끓기 시작하면 불을 빼내고 잔불로 쌀을 익힌다. 무쇠솥은 쌀이 일단 끓기 시작하면 그 남은 열만으로도 충분히 쌀을 밥으로 만들 수 있다. 뜸이 든 밥솥 뚜껑을 열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이 보인다. 아이 머리만한 커다란 주걱으로 깊은 솥에서 퍼낸 밥은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돌 정도. 이제 밥과 두부, 그리고 시골김치를 꺼내 한 상 차려 먹는 것만 남았다. 가마솥 누룽지는 보너스.

 

이 밖에도 겨울철 대기마을에서는 인절미 만들기, 송기떡 만들기, 군고구마·군밤 구워 먹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예약할 때 하고 싶은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비용은 체험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일 숙박과 세 끼의 식사, 체험을 포함해 어른 6만원, 어린이 4만원 선. 매주 토·일요일만 체험 가능. 문의 055-932-9427, 055-933-9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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