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금오산(金烏山·760.5m)
부근의 만어산(670.4m), 구천산(640m)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양산 3대 명산에 속하는 천태산(630.9m)보다 높지만 낮게 평가됐다. 금오산은 지형적으로 이 산들을 잇는 '큰형' 격이고 가장 높은 산이지만 그저 거쳐 가는 산에 머물렀다.
하나 금오산에 올라본 산꾼들은 안다. 육산과 골산을 적절히 타는 산행이 어떤 재미를 주는지. 암릉을 위태롭게 올라 만난 정상의 기쁨이 무엇인지. 정상에서 보는 안태호와 낙동강, 낙남정맥, 영남알프스가 얼마나 장관인지를…. 산행 맛으로 치면 결코 앞서 말한 산보다 덜하지 않다.
산행 기점은 통상 산꾼들이 잡는 양산시 원동면 어영마을이나 내포리가 아닌 밀양시 삼랑진읍 안태리를 선택했다. 새 코스도 답사하고 천태산도 둘러볼 요량에서다. 산행은 안태리에 있는 삼랑진양수발전소 홍보관에서 시작해 안장바위~천태산~금오산을 돌아 안촌마을 버스정류소로 내려오는 코스다. 원점회귀 코스는 아니지만 종점인 안촌에서 30~40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기점까지 무난하게 돌아올 수 있다.
출발하자마자 '천태산 4.5㎞, 준공기념탑 100m'가 적힌 이정표를 만났다. 주 등산로에서 3분 정도 벗어나 기념탑에 들렀다. 발전소 준공기념 '탑문'에는 '양수발전소는 지난 1979년 10월부터 6년 3개월 간 공사했는데 날마다 60만㎾의 전력을 생산한다. 우리 시대만이 아니라 앞으로 생겨날 세대와 이 겨레의 미래사를 위해서 세웠다'고 적혀 있다.
기념탑에서 15분 정도 걸어 첫 번째 송전탑을 만났다. 발전소 주변이라 그런지 산 중턱에 촘촘히 박힌 송전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송전탑을 지나 30분 정도 오르막을 올랐다. 계통 없이 널브러진 돌 더미가 나타났다. 송전탑 공사할 때 쌓은 석축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졌다. 15분 정도 지나 말안장을 닮은 '안장바위'가 나타났다. 안장바위에서 삼랑진읍과 안태호를 바라봤다.
안장바위에서 556봉까지는 숨이 벅찼다. 능선을 타고 올랐는데 왼쪽에서 부는 바람에 볼이 얼얼했다. 갈림길이 나타났다. 왼쪽은 천태산, 오른쪽은 천태사 쪽이다. 좌회전해 7~8분 정도 걸어 천태공원 입구 도로에 도착했다.
천태산 방향을 알리는 나무 화살표를 따라 다시 능선으로 올랐다. 급한 경사를 100여m 정도 굽이굽이 돌았다. 해발 574m 지점에 형체만 남은 묘 1기가 있다. 등산객들이 무심코 밟고 지나간 탓인지 봉분 높이가 무릎에도 닫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천태산 정상' 이정표를 따라 20분 정도 걷다가 탁 트인 지점을 발견했다. 꽤 넓은 공간인데 여럿이 오면 쉴 곳으로 적당하겠다. 멀리 금오산이 보였다. 주변 암릉이 매섭게 느껴졌다.
5분 정도 더 전진해 천태산 정상에 섰다. 삼각점이 있는데, 행정구역은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산 226의 1이다. 이 산은 부산·경남 산꾼들이 당일치기로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여름 계곡이 유명하다. 정상에서 신불산과 영축산, 염수봉, 무척산 등 알 만한 산들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천태호가 발아래에 있다.
다시 왔던 길로 잠깐 돌아 나왔다. 50분 정도 급하게 내리막을 탔다. 산악용 스틱을 사용하면 한결 수월하겠다. 숭촌마을 입구에서 포장 임도를 만나 5분 정도 오르다 오른쪽으로 꺾었다. 여기에서부터가 안부의 시작이다. 고개를 들어 금오산을 쳐다봤다. 산 이름처럼 까마귀 수십 마리가 정상에서 맴돌고 있었다. GPS(위성항법장치)에 표고가 468m로 표시됐다. 여기서 40분 정도 걸어야 710봉에 도착할 수 있다. '금오산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부지런히 걸었다. 땀도 나고 숨도 제법 찼다. 뒤를 돌아보니 천태산이 저만치에 보였다.
매 부리를 닮은 710봉에 올랐다. 전망이 꽤 괜찮다. 천태산이 발아래에 보였다. 발길을 재촉했다. 이곳부터 금오산 정상까지 암릉 구간이다. 암릉 위를 타고 넘기에는 상당히 위험했다. 대신 오른쪽으로 우회했다. 암릉 위험 구간에 설치된 로프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위를 쳐다 보니 710봉이 하늘을 찌를 듯이 날카롭다. 한 발 내디디는 게 조심스럽다. 금오산 정상 이정표를 보고 곧바로 왼쪽으로 꺾었다. 정상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빛으로 수를 놓은 듯 낙동강이 삼랑진읍을 감싸고 은은하게 흘렀다. 영남알프스의 지붕 산 격인 억산, 운문산, 가지산이 눈앞에서 물결쳤다. 뒤를 돌아보니 신어산, 불모산이 아른거렸다. 까마귀 떼가 사람을 보고 정상 저만치서 날았다. 어느 방향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사진 속에는 하늘빛이 가득했다. 표지석 축대에 누군가가 '우정'이란 글자를 새겨놓았다.
▲ 금오산 정상 가기 전 험난한 암릉을 만났다. 로프를 이용해 우회했다.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것 같다.
'왜 하필 우정일까?'를 생각하며 당고개 방향으로 하산길을 열었다. 정상에서 20분 정도 내려오다 잣나무 숲을 통과했다. 약수암 이정표에서 유턴하듯 방향을 돌려 왼쪽으로 걸었다. 5분 정도 임도를 밟고 562봉 방향으로 능선을 탔다. 경사가 완만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내려왔다. 띄엄띄엄 매달린 등산로 리본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 안촌마을 뒤편 포장도로까지 내려왔다. 여기에서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어 종점인 안촌마을 버스정류소에 도착했다. 12.2㎞, 쉬는 시간을 빼고 6시간 정도 걸었다.
전체적으로 천태산과 금오산 안부 구간만 빼면 그다지 힘들지 않은 코스다. 그래도 6시간이라는 산행 시간이 부담된다면 기점을 숭촌마을로 잡고 금오산에 올라 안촌정류소로 내려오거나, 거꾸로 안촌정류소에서 금오산~숭촌마을로 돌아오는 코스도 권할 만하다. 도상거리가 5.4㎞ 정도 되는데 넉넉잡아 3~4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 종점인 안촌마을 전경. 밀양지역에서 살기 좋은 동네로 손꼽힌다.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안촌마을에는 닭백숙, 오리 등을 파는 천태산장(055-354-8859), 맛있는 풍경(055-355-1677), 도원장(055-354-5298) 등 가든이 많다. 한두 명이 먹기에 양이나 가격(3만~4만원대)이 만만찮다. 여러 명이 단체로 움직일 때 들를 만하다.
마을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 삼랑진읍으로 가면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저렴한 가격에 맛이 좋은 음식점이 많다. 청원식당(055-353-8338)의 정식(5천원), 삼랑진돼지국밥(010-2585-5239)의 국밥(5천원), 옛날순두부(055-353-8574)의 정식(6천원) 등이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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