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백운산(白雲山·1,279m)
지리산 아래의 심심산골 함양 백운산은 37번 국도에서 곧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함양군 백전면 백운리의 백운교에서 석장승~백운암~용소~화과원 갈림길~밧줄코스~서래봉 갈림길~너덜지대~안부~1214봉~백운산 정상~중봉~하봉~묵계암 갈림길~상연대~묵계암~백운교 9.7㎞를 돌아오는데 4시간50분이 걸렸다.
▲ 백운교에서 바로 올라서면 백운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오른편은 백운암, 왼편은 상연대로 가는 코스이다.
37번 도로를 벗어나 오르자 이정표와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백운암을 거쳐 큰골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나중에 하산할 미끼골이다. 몇 개의 펜션을 지나자 제법 널찍한 터 앞에 석장승이 2기 서 있다. 영은사지 석장승이다. 조선 영조 때인 1765년 만들었단다. 창녕 관룡사의 그것과 꽤 닮았다. 코가 크고 수염이 억세어서 표정이 익살스럽다.
석장승을 지나 백운암으로 곧장 갈 수도 있으나 붉은 감나무가 손짓하는 오른쪽 길을 택한다. 전지를 해서 나지막한 단감나무와 달리 홍시를 먹는 떨감나무는 하늘을 향해 한껏 키를 키웠다. 잎은 다 떨어지고 열매만 남아 붉은 전등을 수백 수만 개 달아놓은 듯하다.
계곡을 건너 백운암에서 물 한 잔을 마셨다. 겨울산행은 여름과 달리 1L 물 한 병만 챙겨가도 남는다. 백운암의 물맛이 좋아 양껏 마셨다.
▲ 백운산 큰골의 푸른 계곡, 흘러내린 낙엽이 꽃잎같다.
이제 본격적인 계곡 산행이 시작된다. 백운산 큰골이다. 물길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넌다. 낙엽이 많이 쌓여 어디가 물인지 어디가 돌인지 분간이 안되니 주의해야겠다. 고로쇠나무가 많다.
백운산 고로쇠 약수가 효험이 좋아 유명하단다. 그런 때문인지 얼기설기 고로쇠물을 받는 검은 호스가 계곡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맑다 못해 푸른 용소를 지나니 화과원 갈림길이 나온다. 백운암에서 20분이 더 걸렸다.
화과원(華果院)은 옛적 적멸보궁이 있었다고 한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니 불상이 없는 절이다. 기미독립선언을 한 33인의 한 사람인 용성 스님이 선농일치(禪農一致)를 주장하며 대각교를 창설한 뒤 수도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는 절이다. 화과원을 거쳐 서래봉으로 갈 수도 있지만, 큰골을 좀 더 오르기로 한다.
큰골을 따라 35분을 더 걸으니 오른쪽 능선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버리고 급한 사면을 오르는 길이다. 하얗고 굵은 밧줄을 매어 놓았다. 밧줄씩이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밧줄이 꼭 있을 자리가 맞았다. 호흡은 급해지고, 땀이 솟기 시작했다. 20분을 쉼 없이 올라 고도를 많이 높였다. 맞춤한 쉼터에서 숨을 골랐다.
쉼터를 지나 지릉에 올라섰다. 리본은 왼쪽에 많이 달렸는데 정면으로도 길이 잘 나 있다. 리본을 따랐는데 이 길은 서래봉 아래 9푼 능선 길이었다. 오히려 직진을 해서 주능선에 올라서면 서래봉도 구경하고 더 좋을 뻔 했다. 너덜지대를 지나 1214봉이 바라보이는 안부까지 40분이 걸렸다.
고로쇠나무도 굴참나무도 모두 겨울 준비를 다 끝냈다. 이제 북풍한설에 묵묵히 버티고 서는 일만 남았다. 혹독한 겨우내 나무들의 꿈은 어떤 색일까. 여름의 화려했던 녹음일까. 봄날의 연초록 새잎일까. 아니면 굵고 탐스러운 도토리나 열매를 키워낸 얼마 전의 가을날일까. 겨울을 견뎌낼 그들의 지혜를 엿듣고 싶다.
1214봉까지는 단숨에 올랐다. 능선 정비를 잘해 일부 구간은 돌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 곳에 눈은 탐스럽게 쌓였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산행을 한다. 자랑할 일 하나가 생겼다. 가을이 채 다 가기도 전에 눈산행을 하는 호사를 누렸으니까.
주위가 많이 낮아졌다. 이제 둘러보아도 더 높은 산은 보이지 않는다. 남쪽을 두른 지리산 주능선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오후부터 비 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니 곧 진눈깨비라도 뿌릴 듯이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북쪽의 덕유산도 가슴에만 새긴다. 능선 어디쯤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보온통에 담아온 국물이 따뜻하다.
점심까지 먹고 일어서서 백운산 최고봉에 섰다. 안부에서 1시간이 걸렸다. '백두대간 백운산' 비석이 큼지막하게 서 있다. 흰구름산이란 뜻의 백운산은 같은 이름을 가진 전국의 30여 개 '백운산' 가운데 높이나 위세가 으뜸이란다. 특이한 것은 백운산을 지나자마자 호남정맥이 갈라져서 디귿자 모양으로 전라도를 한 바퀴 두른 뒤 섬진강 건너편의 광양 '백운산' 끝이 나는 것이다. 백운산과 호남정맥의 인연이 묘하다.
중재로 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중봉으로 하산을 한다. 10분을 내려서니 무덤 하나가 있고 곧 중봉이다. '전망대'라고 이정표에 써 놓았다. 날씨가 흐려 먼 곳의 조망은 별로이나 발아래 단풍 물결은 아름답다. 좋은 날씨에 대한 욕심만 버리면 더 행복해지겠다.
상연대
중봉에서 하봉을 지나 묵계암 갈림길까지 금세 와버렸다.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상연대로 내려서니 어찌 이런 자리에 절집을 차렸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우뚝 솟아 있다. 신라 말인 서기 924년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절이라고 하니 오래도 되었다.
▲ 묵계암 대웅전. 절 마당이 널찍하다.
상연대부터는 길이 포장돼 있다. 낙엽송이 샛노랗게 익었다. 투명하고 맑은 노란색은 상큼하다. 묵계암을 지나 정신없이 내려오니 40분 만에 백운교에 도착했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 이재희 기자
추어탕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집이 있다. 함양 현지 사람들은 민물고기 어탕보다 오히려 미꾸라지로 끓인 추어탕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함양시장에 있는 울산식당(055-963-3317)의 추어탕(6천원)이 맛깔스럽다. 여타의 추어탕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하루가 지나니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탕국수(5천원)도 같이 취급하나 사람들은 추어탕만 찾는단다. 함께 나오는 반찬은 딱히 별스럽지는 않다. 콩비지를 간간하게 간을 해서 내놓는다. 의외로 훌륭한 반찬이다. 미역무침이나 무채도 낯설지 않다.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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