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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서울 한강

마포구 공덕동 갈매기골목

by 구석구석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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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공덕역 8번 출구를 나오면 오른쪽으로 골목 어귀가 보인다. 해 질 무렵,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고 낡은 골목은 드럼통 테이블로 가득 찬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손님은 대부분 직장인. 회사 동료들과 잘 구운 돼지 갈매기살에 소주 마시는 모습이 풀어헤친 넥타이처럼 편안하다.

서울 마포 ‘갈매기골목’이다. 과거 용산선(線)이 지나던, 서울 마포구 공덕동과 도화동이 만나는 경계선상에 있다. 1978년 ‘부산갈매기’(02-718-5462)를 시작으로 ‘정대포’(02-713-0710), ‘마포갈매기’(02-712-0655), ‘장수갈매기’(02-716-6070) 등 갈매기살을 주로 내는 고깃집 네 곳이 모여 골목을 이뤘다.

마포 갈매기골목. 마포 경원선 굴다리 아래에 있던 갈매기 고깃집은 주변 노동자들이 일 끝난 후 주로 찾던 아지트였다. 그러다 굴다리가 철거되었고, 다리 아래 있던 식당들이 지금의 도화동으로 옮겨오며 갈매기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 ‘마포갈매기’, ‘부산갈매기’ 등 식당들이 곁을 맞대고 영업 중이다. 고기 굽는 판 가장자리를 달걀로 채워 주는 방식은 여전하다.

이 골목 대표메뉴인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있는 근육질 힘살이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는 아무 상관 없다. 횡격막은 흉강과 복강을 나눈다 하여 ‘가로막’이라 한다. 이 ‘가로막살’이 ‘가로매기살’로, ‘가로매기살’이 다시 ‘갈매기살’로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기를 주문하면 미역냉국, 소금기름, 파채, 상추, 깻잎, 마늘, 쌈장 등이 나온다. 시뻘겋게 달궈진 숯 위로 불판을 얹으면 준비 끝이다. 소금과 후추, 기름으로 가볍게 양념한 갈매기살은 쫄깃쫄깃 폭신하고 느끼하지 않다. 스테인레스 밥공기 가득 담겨 나오는 신김치를 함께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

갈매기살. 달착지근하게 양념한 ‘돼지갈비’, 목살에 굵은 소금을 듬성듬성 뿌린 ‘소금구이’, ‘삼겹살’도 싸고 푸짐하다. 어떤 고기나 최소 2인분은 시켜야 눈치 주지 않는다. 식사는 ‘공기밥’뿐이라 아쉽다.

정대포는 ‘리치골드’로도 알려졌다. 고기를 먹고 있으면 종업원이 노란 양은주전자를 들고온다. 주전자에 담긴 달걀물을 불판 가장자리 오목한 부분에 부어준다.

손님들은 여기에 파채, 김치 등을 더해 ‘달걀찜’을 만들어 먹는다. 달걀찜으로 노란 테두리 두른 불판이 피자점 ‘리치골드 피자’와 비슷하다. 공짜 서비스라 더 기분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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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새창로6길29 / 대물상회 02 712 1237

서울 공덕역 뒤 좁은 골목을 지나 언덕을 올랐다. 해가 아직 짧은 저녁, 고양이만 몰래 어슬렁거리는 그 길 한편에 밝은 조명이 간판을 비췄다. 벽에는 잉어로 보이는 커다란 생선의 부조(浮彫)가, 스테인리스 철판 위에는 ‘최문갑의 대물상회’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가니 일반 식당이라고 보기 어려운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중앙에는 작은 무대처럼 주인장이 서서 생선을 다듬고 썰어내는 도마가 있었다. 그 앞으로는 신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한 원목을 잘라 만든 테이블 두 개가 가로 세로로 놓였다.

가게 한쪽에는 주인장이 꽤 값을 치르고 얻었다는 자개장이 있었다. 주방쪽 벽에는 위스키가 도서관에 온 것처럼 빼곡히 들어찼다. 그 위스키 하나하나가 구하기 힘든 희귀품이었다. 

메뉴는 고를 필요가 없었다. 주인장이 고른 생선과 해산물로 그때그때 차려주는 코스 메뉴 단 한 가지뿐이었다. 자리엔 커다란 자기 접시가 놓였다. 소금과 올리브유, 초장도 보였다. 음식이 빠르게 나왔다.

시작은 삶은 쥐치 간이었다. 풋풋한 초록빛이 감도는 이탈리아산 올리브유를 그 위에 넉넉히 뿌렸다. 아귀 간 못지않게 상품(上品)으로 치는 쥐치 간은 생선 특유의 단맛과 지방의 감칠맛이 말끔하게 떨어졌다. 상큼한 올리브유 덕분에 다른 양념이 필요하지 않았다.

곧이어 주인장이 큼지막하게 자른 광어 지느러미 두 점을 놓고 갔다. 주인장은 10kg 정도 되는 자연산 광어라고 넌지시 알려줬다. 광어 지느러미를 씹는 사이 슬그머니 낙지무침 한 접시를 놓고 갔다. 데친 낙지에 쪽파, 미나리 등을 넣고 매콤하게 무쳐내 입안에 강렬한 타격감이 돌았다. 

은은한 분홍빛이 도는 참돔회는 깨끗하다 못해 투명한 기운까지 돌았다. 입속에서 매끈하게 스쳐 지나가는 회의 단면 사이사이로 꽃향기를 닮은 달콤한 내음이 느껴졌다. 남은 낙지무침에는 하얀 소면까지 비벼 말끔히 비우던 찰나, 주인장이 준 것은 구운 가리비 관자였다. 두툼한 살점은 결결이 찢어지면서 버터처럼 농밀한 맛을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나갔다.

흰밥에 방어 뱃살을 올려 먹으니 기름진 맛과 신맛, 단맛이 하나로 어울리며 맛에 입체적인 양감이 생겼다.

/ 조선일보 2024.3 정동현음식칼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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