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진황도로 32 (천호동) / 군산식당 02-477-8381
일요일휴무, 주차 및 예약 안됨, 제육덮밥9000
제육볶음은 짜장면이나 국밥 같은 혼밥 음식에 물렸을 때 구두쇠씨가 자주 떠올리는 메뉴였다. 고기 구이에 소주 한 잔 하다가 밥과 국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서민들의 전형적인 저녁 메뉴이지만, 혼자인 손님을 환영해 줄 고깃집은 없었다.
그럴 때 제육볶음을 찾곤 했다. 대한민국 모든 구내식당에 주 1회 이상 등판하는 음식, 한식 뷔페나 밥차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메뉴이면서 웬만한 밥집에 다 있는 요리였다.
군산식당에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는 제육볶음에는 ‘산더미’라는 공통 수식어가 있었다.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두쇠씨는 그러나 제육볶음 양보다는 이 집 반찬들에 더 끌렸다.
제육볶음 맛있게 하는 집은 이미 많고 기껏해야 돼지 앞다릿살 쓰는 그 음식을 배터지게 먹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근처 45층짜리 아파트가 위압적으로 솟은 동네에 식당이 있었다. 좁은 길 건너편엔 재건축을 앞둔 상가 건물이 텅 비어 있었다.
출입문을 열면 작은 현관이 있고 그 위로 앉은뱅이 식탁 6개가 놓인 옛날 밥집이었다. 그중 하나는 잡동사니가 놓여 있어 앉기 어려웠고 나머지 식탁 5개 중 2개에 손님이 각각 두 명씩 앉아 있었다.
그들 모두 제육볶음을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한 두쇠씨는 9000원짜리 제육덮밥을 주문했다. 그래야 다른 테이블과 함께 음식이 나올 것이었다. 제육덮밥은 1인분씩, 제육볶음은 2인분 1만8000원짜리를 주문할 수 있었다. 어차피 밥 위에 제육을 올리느냐 따로 주느냐의 차이였다. 주문을 하며 슬쩍 주방을 살펴보니 등이 약간 굽은 주인 할머니가 부지런히 돼지고기를 볶고 있었다.
큰 쟁반 가득 반찬이 담겨 나왔다. 그릇이 무려 11개였다. 고추장아찌·청경채무침·우엉조림·깻잎무침·멸치볶음·배추김치·생오이·김이 나왔고 된장과 간장도 딸려나왔다. 공깃밥과 오이미역냉국이 뒤를 이었다. 이 많은 반찬에 밥을 한 공기만 먹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고 소주를 따지 않는 건 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비계가 적당히 낀 돼지고기는 부들부들했고 양념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아 매콤달콤했다. 맛있는 제육볶음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딱 그 맛이었다. 쌈채소가 없어 다들 제육을 김에 싸서 밥과 함께 먹었다. 완벽한 밥 안주였다. / 조선일보 2024.6 한현우기자
서울 강동구 천호동 문구완구거리 해공공원 광나루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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