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서초구 서초대로56길 11 1층 (서초동) / 서관면옥 ☎ 02 521 9945
평양냉면처럼 호불호가 선명한 음식도 드물다. 냉면 없는 여름을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은 그 ‘슴슴함’을 찬미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이 형용사는 ‘심심하다’와 동의어다.
평양냉면은 어쩌면 신흥 종교가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한반도 이남에 냉면을 전파한 사대문파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도의 역사를 꿰며 성지순례하듯 냉면 맛집을 찾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냉면을 흡입하는 절차와 방법은 어느새 종교의식이 되고, 특정 냉면에 대한 논쟁은 교리 논쟁만큼이나 치열하다.
기본 물냉면인 ‘평양냉면’부터 고기와 고명을 듬뿍 곁들인 물냉면인 ‘맛박이냉면(안주냉면)’, 매콤한 비빔냉면인 ‘선비냉면’, 생들기름과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 ‘골동냉면’, 냉면을 먹고 나서 밥까지 말아 먹는 ‘랭반’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은 매번 고역이다. 냉면과 선식, 수육, 계절 음식에 후식까지 어우러진 한 상 차림이자 조선시대의 면반상을 재현한 ‘서관면상’은 매일 20인 한정이다.
◁ 각종 고명을 얹고 생들기름과 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 골동냉면. 메밀과 들깨가 어우러져 고소함의 향연이 펼쳐진다. / 양세욱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정성이 아니고서는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의 선택은 골동냉면이다. 골동에는 귀한 옛 물건이란 뜻 말고도 ‘여러 가지 재료가 한데 뒤섞인 것’이란 의미도 있다.
서울 교대역 서관면옥은 여러모로 특별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번잡한 역사를 빠져나오면 푸른색 기와를 얹은 단층 한옥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정갈한 홀에서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른다.
서관(西關)은 냉면의 원조인 황해도와 평안도를 아우르는 지명이니, 잘 지은 상호다. 볶은 메밀이 둥둥 떠 있는 메밀차를 마시며 실내를 훑어보면 도처에서 정성이 배어난다.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인테리어 소품은 곳곳에 내걸린 종이 다발이다. 제면기 구멍에서 막 빠져나온 국수 타래를 모방한 하얀 종이 다발은 한 세기 전부터 냉면집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이 소품만으로도 냉면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서관면옥의 냉면은 흠을 찾기 어렵다. 면은 고소하고 육수는 그윽하다. 메밀 함량은 적당하고, 면발의 굵기와 찰기는 알맞다. 기울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매일 오전 맷돌로 제분해서 국수를 뽑는 메밀은 제주도에서 받고, 단 메밀과 쓴 메밀의 블렌딩으로 원하는 풍미를 찾아낸다.
계산대 옆에 쌓여있는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 상표가 적힌 메밀 포대가 이를 증명한다. 신선한 고기와 진한 육수를 위해 도축 3일 이내의 한우만 고집한다. 냉면을 담아내는 정갈한 유기와 직원들의 친절함까지 호감을 더한다.
메밀이 일정 함량 이상인 평양냉면은 어느새 고가 한식이 되었다. 이제는 비싸진 가격만큼 음식의 질을 높이고 위생과 접객 환경까지 개선해야 마땅하다.
테이블 옆에 달린 서랍에 포개진 수저를 꺼내 쓰고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내면서 만원 중·후반 가격을 받는 국수는 냉면 말고는 드물다. 서관면옥은 품위 있는 냉면 전문점의 한 모범 답안이다.
/ 출처 : 조선일보 2023.11 양세욱 인제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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