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Taj Mahal)
'백색 대리석의 진혼가' 또는 '세계 최대의 사랑의 기념탑'이란 별명을 가진 타지마할은 16세기 북인도를 지배한 무굴 제국 5대황제인 샤 자한이 아내인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을 기리기 위해 지은 이 영묘는 뭄타즈 마할('선택받은 궁전'이라는 뜻)이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이 와전되어 타지 마할이라고 한다.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은 1612년에 황제와 결혼한 뒤 서로 떨어져 살 수 없는 반려자로 지냈으나 1631년 부란푸르라는 도시에서 15명째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타지 마할은 인도, 페르시아, 중앙 아시아 등지에서 온 건축가들의 공동 설계에 따라 1632년경에 착공되었다.
매일 2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동원되어 1643년경에 영묘가 완공되었고, 1649년경에는 모스크·성벽·통로 등 부속건물이 완공되었다. 타지 마할 전체가 완공되기까지는 22년의 세월과 4,000만 루피의 비용이 들었다.
22년간 막대한 돈과 인력을 들여 완성한 타지마할은 양파 모양의 지붕과 동서남북 네 곳에 마치 경비병처럼 서 있는 미라레트(첨탑)가 인상적이다. 건물은 좌우로 기막힌 대칭을 이루는데, 그 앞 긴 연못에 비쳐 좌우상하로 환상적인 대칭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복합 건물은 너비 580m, 길이 350m인 직4각형으로, 남북으로 늘어서 있다. 이 중앙에는 한 변이 305m인 정4각형 정원이 있고, 그 북쪽과 남쪽에 그보다 약간 작은 2개의 직4각형 구역이 있다. 남쪽 구역은 타지 마할로 들어가는 사암 출입구와 거기에 딸린 부속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쪽 구역은 야무나 강가까지 뻗어 있고 거기에 영묘가 있다.
영묘의 동서 양쪽에는 완전 대칭을 이루는 2개의 건물이 붙어 있는데, 서쪽에 있는 것은 모스크이며 동쪽의 것은 미학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세운 이른바 '자와브'이다.
모퉁이에 8각형 탑이 솟아 있는 높은 벽이 북쪽 구역과 중정을 둘러싸고 있으며, 남쪽 울타리 밖에는 마구간과 경비병 숙소가 있다. 무굴 제국의 건축 관행은 나중에 증축하거나 개축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통일체로서 타지 마할을 구상하고 설계했다.
이 복합체의 북쪽 끝에는 영묘·모스크·자와브 등의 가장 중요한 건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 붉은 시크리 사암으로 지은 모스크와 자와브에는 대리석을 두른 돔과 아키트레이브(평방)가 있으며 일부 표면이 단단한 돌(pietra dura)로 장식되어 있어, 순수한 하얀색 마크라나 대리석으로 지은 영묘와는 색깔과 감촉에서 대조를 이룬다.
영묘는 높이 7m의 대리석 대좌 위에 지어졌으며 사방이 똑같은 모습으로, 모서리는 정교하게 깎여 있고 각 면마다 높이 33m로 우뚝 솟은 거대한 아치가 있다.
높은 원통형 벽(drum)으로 떠받친 양파 모양의 2중 돔이 이 건물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영묘의 각 아치 위에 있는 난간과 각 모서리 위에 있는 장식 뾰족탑 및 돔을 덮은 원통형 정자는 영묘의 스카이라인에 율동감을 준다.
대좌의 각 모서리에는 3층 미나레트가 서 있는데, 대좌와의 대리석 접합부는 정교하게 다듬어진 영묘의 대리석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영묘의 내부는 8각형 방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얕은 부조 무늬와 아름다운 돌로 장식된 이 묘실에는 황제 부부의 기념비가 있다.
이 대리석 무덤은 아름다운 돌로 장식되어 있으며, 여기저기에 보석을 박은 투각(透刻)한 대리석 막이 둘러처져 있다. 정원과 같은 높이에 있는 지하 납골당에는 진짜 석관이 있다. 타지 마할은 무굴 제국 최고의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의 하나로 여겨진다.
건물은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졌지만 눈이 부시진 않다.
눈에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는 투명한 하얀색이라 그런 것 같다. 묘당에 오르기 위해선 신발을 벗어야 한다. 맨발에 닿는 대리석 촉감은 무척이나 부드럽다. 이 하얀 대리석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햇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특유의 색깔을 빚어낸다.
새벽녘에는 보랏빛과 분홍의 장밋빛, 그리고 억제된 황금빛을 머금으며, 이른 아침 안개가 피어오를 때에는 건물 전체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고, 낮에는 화사한 흰색을 토해낸다. 그러나 가장 환상적인 정경은 보름달이 비치는 밤에 드러난다.
사리를 걸친 인도 여성들은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춤을 추듯 사뿐히 걷는다. 그 모습도 아름답다. 벽을 자세히 보니 꽃과 아라비아 서체가 새겨져 있다. 덕분에 단조롭지 않다. 이게 이슬람의 미학인 듯싶다. 묘당 뒤로는 야무나 강이 흐른다. 그곳에선 빨래하는 여인들을 볼 수 있다.
영묘의 내부로 비치는 빛은 격자창을 통해 순화돼 훨씬 부드럽다. 마할 왕비와 샤 자한의 석관은 그 아래 지하에 있는데 모두 상아빛을 발한다. 왕비의 것에는 꽃무늬가 새겨져 있어 여성의 것임을 나타냈고, 왕의 것에는 그런 게 없다. 그렇지만 ‘피에트라 두라’라 부르는 상감세공의 손길이 가해져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타지마할 대리석변색
미국 애틀랜타의 조지아공과대학 연구진이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타지마할을 원래의 색깔로 되돌리려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흰색을 띠던 건물 외벽 대리석은 쓰레기와 거름, 나무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미세한 먼지 입자와 그을음 등으로 뒤덮였으며, 여기에 자외선이 더해지자 이 입자들이 대리석으로 흡수돼 색깔이 완전히 변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타지마할 관리소 측은 묵은 때를 벗겨내는 대신 대리석 외관 위를 흰색의 묽은 점토로 덧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조지아공과대학의 마이크 버진 교수는 "타지마할을 뒤덮은 입자들이 매우 작고 표면에 밀착해 있는 상태다. 이 입자들은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먼지와 탄소가 빛에 의해 외관에 흡수된 것"이라면서 "이는 쉽게 제거할 수 없으며 물에 녹지 않아 청소가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건축물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 2014 송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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