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드락길 4코스 걸으며 느끼는 봄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 제천의 봄을 만날 수 있는 자드락길 여행. 청풍호를 중심으로 총 7개의 코스가 있는데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 어느 코스를 걷든 힐링이 된다.
그중에서도 4코스인 녹색마을길은 지금 한창 피어나고 있는 노란 산수유를 만날 수 있어 봄에 걷기 좋은 코스다.
능강교에서 시작해 양봉장과 쉼터, 산야초 마을과 상천리 마을을 거쳐 용담폭포까지 이어지는 자드락길 4코스는 총 거리 7.4㎞에 약 185분 정도 소요되는 길이다. 비교적 남녀노소 쉽게 걸을 수 있는 대중적인 코스다.
능강계곡의 맑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능강교를 지나면 ‘솟대’를 전시하는 능강솟대문화공간과 야생화단지가 나온다. 민간신앙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이자 상징인 솟대를 다양한 형태와 소재로 만나볼 수 있고, 높이 솟은 솟대들이 청풍호가 보이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잠시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능강리에서 하천리로 이어지는 길은 조용해 잠시나마 코로나바이러스의 두려움과 갑갑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약초체험을 할 수 있는 산야초마을이 나온다. 뒤로 금수산이 병풍처럼 둘러진 작은 마을 내부에서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금수산에는 약효 좋기로 소문난 다양한 약초들이 자라고 있는데, 제철에 수확해 잘 말려둔 약초에서 뽑아낸 색으로 천연염색을 하기도 하고 약초 주머니를 만들기도 한다. 산야초를 이용해 떡, 엿, 차 등의 음식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 비누, 베개, 향주머니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구매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숙박시설, 판매장 등이 나오고 다리 건너 반대쪽에는 천연염색장이 위치해 있다.
하천리 마을에서 또 다시 이동하면 상천리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은 산수유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맘때 피어나기 시작한 노란 산수유가 마을 곳곳에 봄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산수유는 4월 중순까지 절정이다. 더불어 피어난 도화꽃(복숭아꽃)이 향긋한 봄내음을 풍긴다.
이정표를 따라 조용한 시골길을 걷다 보면 작은 사찰인 보문정사가 나오고, 또 다시 산을 향해 오르다 보면 용담폭포까지 이르게 된다.
금수산에서 흘러내리는 용담폭포는 높이가 30m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5m 깊이의 연못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다고 해 ‘용담폭포’라고 이름 붙었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까지 보면 자드락길 4코스 여정이 끝난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실내에 갇혀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 많은 곳으로 여행을 갈 수는 없지만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면서 잠시나마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진은주 여행객원기자
수몰돼 더부살이하다 독립해 약초로 부활한 하천리 산야초마을
하천리는 청풍호(충주호) 중상류 해발 1016m의 금수산 남서쪽 끝자락에 있다. 가을이면 산색이 비단같다는 금수산에서 흘러내린 작은 물길 상천천 하류지역이다.
하천리는 충주댐 건설로 수몰돼 물길 위쪽으로 옮긴 마을이다. 내매·골무실 등에 70여 집이 살다, 수몰 뒤 뿔뿔이 흩어지고 열 집 정도만 지금 자리(진경동)에 옮겨와, 본디 살던 네 집과 마을을 이뤘다. “돈 있는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가난한 이들만 먹고 살기 위해 남아” 윗마을 상천리에 편입돼 한동안 살았다.
하천리 주소득원은 황기·당귀 등 약초와 콩·고추 재배, 송이·산나물 채취. 마을 이름을 되찾고도 주민들 형편이 나아진 건 별로 없었다. “주민 숫자가 즉으니까는, 이장 모곡(이장에게 모아주는 곡식이나 금전)만 하드래두 전보담 두세 배가 들어 부담이 컸지유.”
이랬던 마을에 팔년 전, 약초를 이용해 천연염색을 하는 김태권(43)·송영선(39)씨 부부가 이주해 왔다. 젊은 부부가 나른하던 마을에 변화를 불러 왔다. 주민들은 김씨가 운영하는 염색체험 행사에 도시민들이 몰려들자 큰 자극을 받았다.
먼저 다섯 가구가 김씨와 함께 약초·산채 관련 체험행사를 시작했다. 일부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촌진흥청 지원을 받아 체험관을 세우고 숙박시설도 들였다. 약초를 이용한 손수건 염색, 약초주머니·비누·떡 만들기 등을 진행하자 도시민들이 찾아왔다. 지금은 20여 가구 중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제외한 아홉 가구가 체험행사 운영에 참가하고 있다. 체험거리는 철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원하는 체험행사에 참가한 뒤 황기·엄나무·오갈피나무 등 약초를 이용한 음식과 산나물 반찬, 주민들이 직접 메주를 띄워 만든 된장찌개 등이 나오는 식사를 한다. 해가 지면 체험관에 모여앉아 갖가지 약초를 우린 물에 삶아낸 한방수육(돼지목살)을 안주로, 역시 갖은 약초를 우려 담근 약초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잠이 별처럼 쏟아지면 황토 구들방에 들어 약초베개를 베고 잠을 잔다.
아침엔 사상체질별로 산책방법이 표시된 산책로를 거닐 수 있다. 사상체질 분석은 옆마을 만덕사 주지 성각(66) 스님이 짬짬이 찾아와 도와 준다. 스님이 말했다. “마을을 위해선 어르신들도 나서고 중도 나서야죠. 농촌이 잘 돼야 도시민들도 즐거워집니다.”
체험행사를 상천리의 숯가마찜질방과 연계시키는 등 위·아랫마을 상생도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익은 대부분 시설확충 등에 들어가, 실질적 주민 소득은 별로 없었다.
물에 잠긴 옛 마을은 주민들의 기억 속에 환하게 살아 있다. 상천천이 단양쪽에서 흘러온 남한강 큰 물길과 만나는 곳에 옛 나루터 마을 내매가 있었고, 한 골짜기 너머에 골무실(동산곡)이 있었다. 내매는 강 아래쪽 술메기(술목이·슬모기)와 함께 강 건너 수산면 소재지를 배로 연결하는 나루터였다. 주민들은 내매에서 나룻배를 타고 건넛마을 늪실(지곡)을 거쳐 수산장을 보러 다녔다.
/ 한겨레 이병학 여행전문기자
* 테마체험 - 약초배움터, 수몰자료방, 이제마를 만나는 시간
* 놀이체험 - 사상체질산책, 원두막체험, 명의를 찾아라, 약초주머니 만들기, 천연염색
* 맛체험 - 약선음식만들기, 약초차 즐기기
* 농사체험 - 장작패기, 약초꾼되기
약초생활건강·산야초체험관에서 약초를 이용한 갖가지 천연염색 체험을 할 수 있다. 약초비누·약초떡·약초차 만들기도 있다. 체험비는 1인 3천~7천원. 전문가를 위한 고급염색과정도 있다. 인절미 만들어 가져가기는 1말에 10만원. 주민 6가구에서 마련한 황토방에서 묵을 수 있다. 1박 1인 1만원(초등 4학년 미만은 7천원). 식사는 1인 5천원(한방수육 주문 때는 8천원). 체험관 숙박시설까지 60명 동시숙박이 가능하다. 예약 필수. 체험 및 숙박 예약 http://sanyacho.go2vil.org
집마다 길섶마다 수백 년 묵은 350그루 터줏대감
이 마을 산수유나무는 구례 상위마을처럼 빽빽하게 우거진 모습은 아니지만, 용담폭포에서 내려온 상천천 물길을 가운데 두고 집마다 길섶마다 고목들이 우거져 흔치않은 봄 풍경을 펼쳐 보인다. 100~300년 묵은 산수유나무가 350여 그루에 이른다. 여느 산수유마을이 그렇듯이 이곳 산수유나무도 옛날엔 ‘대학나무’란 별칭으로 불렸다. 산수유를 말려 약재로 팔아 자식 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산수유나무는 홍원섭(71)씨 집 옆 물가에 있다. 갈래를 이뤄 뻗어 나온 굵직한 줄기들이 한눈에도 오래된 나무임을 알 수 있다. 나무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소를 세 마리나 매 기른다.
상천리 산수유꽃은 3월 중순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해 4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4월 중순 이후엔 복숭아꽃·배꽃과 산자락의 산벚나무 꽃들도 꽃 잔치를 펼칠 전망이다.
금수산(1016m)은 충북 제천과 단양의 경계에 솟아 있다. 청풍호 중류 북쪽, 월악산국립공원 끝자락이다. 가을이면 단풍이 비단처럼 곱다 해서 금수산인데, 이 산 남쪽 자락에 상천리가 있다. 금수산과 가은산 사이 골짜기에 자리한 상천리는 윗마을 초경동과 아랫마을 백운동으로 이뤄졌다.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왜적을 피해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들어와 “다래나무 덩굴을 쳐내고” 정착하면서 마을이 생겼다고 한다. 현재 초경동에 17가구, 백운동에 40여 가구가 산다.
초경동 끝 가은산 등산로 들머리에서 초경동·백운동마을을 내려다보면 풍경이 그림 같다. 좌우로 가은산과 금수산 줄기가 내달리고 멀리 청풍호 물길까지 눈에 잡힌다. 그 사이로 구불구불한 마을길과 집들과 숲이 스미고 짜이고 우거져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만든다. 풍광이 좋다보니 마을 곳곳에 새로 집을 짓고 들어와 사는 외지인들도 부쩍 늘고 있다.
백운동 마을 한가운데 오래된 소나무 숲이 있듯이 초경동 들머리엔 오래된 참나무 숲이 있다. 마을 당산나무숲이다. 가은산을 마을 어르신들은 가는산이라고 부른다.
백운동에서 ‘가는산’ 쪽을 바라보면 산자락에 비쭉 솟은 바위가 서 있다. 부르는 이름이 셋인데 뜻은 같다. 금수산쉼터 노래연습장 주인 박창호(62)씨와 상천휴게소의 박봉소씨는 ‘시계바우’라고 했고, 최명순씨는 ‘한나절바우’라고 불렀다. 지도엔 이걸 ‘정오바위’라고 표기했다. “저 바우가 한나절바우래유. 해가 저 바우 우에 오면 한나절이 지난 거니까.” 그렇다. ‘가는산’ 줄기를 따라 해와 달이 뜨고 지니 초경동·백운동의 세월도 간다.
상천리 주민들이 한입으로 자랑하는 볼거리가 용담폭포다. 민박집 명함에도, 숯가마 찜질방 전단에도, 휴게소 안내문에도, 노래방 사장 명함에도 어김없이 용담폭포 전경이 들어 있다. “거기서 용이 승천했는데, 폭포 위 선녀탕 옆 바위자락에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과 용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상천천 물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어 오르면 폭포 밑에 닿는다. 금수산 정상 쪽 골짜기에서 흘러온 계곡물이 거대한 암반절벽을 만나 30m의 낙차를 두고 물줄기를 퍼붓는다. 밑에서 보는 모습도 좋지만, 바위절벽 전체와 폭포 위의 작은 폭포들, 선녀탕까지 감상하려면 폭포 맞은편 바위산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올라 바위에 기대서야 한다. 폭포와 금수산 정상 쪽 산봉우리들까지 한눈에 보인다.
폭포 옆 가파른 바위산길을 타고 폭포 위쪽으로 오르면 거대한 암반 골짜기에 늘어선 작은 폭포들과, 암반에 패인 지름 4~5m의 선녀탕 2개, 암반 가운데쯤에 있는 용이 똬리를 튼 듯한 모습 등을 만난다. 사고 위험이 있어 일반인 출입을 막고 있다.
폭포 위 골짜기엔 동문안마을과 백운사라는 절도 있었다. 절은 육이오때 불탔다. 60년대 초반까지 10여 가구가 참숯 굽고, 벌채 일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벌채된 나무은 주민들이 지고 내려와 “제무시(지엠시) 트럭으루다” 옛 하천리 내매나루까지 실어 나른 뒤, 뗏목으로 만들어져 남한강 물길을 타고 서울 광나루나 마포나루로 운반됐다.
주민들은 용담폭포 골짜기 물을 약수로 마신다. 백운동마을과 용담폭포 사이 물길 한가운데 방아확이라고 부르는 약수터가 있다. 약수라지만 그냥 계곡물이다. 어깨를 기댄 거대한 두 바위 밑바닥에, 오랜 세월 물세례를 받아 우묵하게 패인 자리다. 방아공이로 곡식을 찧는 방아확을 닮았다. 방아확은 수량이 줄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방아확이 물에 잠기거나 드러나거나 주민들은 이곳에 바가지를 갖춰 두고 오며가며 계곡물을 떠 마신다.
상천리에 민박집들이 있고, 상천참숯황토불가마(043-653-5501)에 참숯가마 7개가 있다. 매일 한 개씩 숯을 꺼내 고·중·저온 3개의 가마를 찜질용으로 개방하며 가족형 숙박시설이 딸려 있다.
하천리 산야초체험장에도 민박 등 숙박시설이 있다. 3만원 안팎. 호반길 능강리 쪽에 금수산모텔이 있고, 금성면 성내리에 뉴월드모텔(043-652-3843)이 있다. 3만5천원(주말 4만~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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