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전라남도

여수 여자만 섬섬길

by 구석구석 2023. 1. 25.
728x90

전남 여수 지역에는 여자만이 있다. 만(灣)이 위치한 북쪽 지역의 순천에서는 순천만이라고 부르며, 여수에서는 여자만이라고 부른다. 이 만의 중앙에 위치한 섬의 명칭인 여자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자만은 남북 길이 30㎞, 동서 길이 22㎞로 둥근 항아리 같은 반도에 여수, 순천, 고흥의 내륙이 둘러쳐 있다.

해수면 상승에 의해 형성된 바다로 항아리의 입구 같은 바다 길목에는 유인도와 작은 무인도들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2020년에 유인도 섬들이 다리로 이어지며 ‘여수 섬섬길’의 시작을 알렸다. 여수에서 고흥까지 4개의 섬을 거치고 5개의 다리를 건너는 77번 국도다. 여자만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의 섬을 잇는 조화대교(여수 화양~조발), 둔병대교(조발~둔병), 낭도대교(둔병~낭도), 적금대교(낭도~적금), 팔영대교(적금~고흥) 등 5개 해상 교량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여수에서 고흥까지 84㎞ 거리 구간이 30㎞로 가까워졌다. 차량으로는 1시간 40분 걸리던 시간이 30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이 구간은 혼잡을 피할 수 있는 여행 코스로 단순히 드라이브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각 섬마다 색다른 풍경과 호젓한 마을의 골목을 걸으며 마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여행이기도 하다.

섬과 바다, 자동차로 떠나는 바다여행이 이제 새로운 트렌드로 시작됐다.

산비탈 돌담길, 조발도

말 등과 같이 평지 없이 모두 경사지로 돼 있고, 해가 일찍 떠서 밝게 비춰준다고 해 조발도(早發島)라 부른다. 하나의 산이 섬 자체고 그 산비탈에 집들이 하나씩 들어섰다. 사람 발길 그리운 마을의 돌담길은 뻘밭에서 놀다 들어온 지지배들 얼굴 마냥 해풍에 닳아 있다.

늙은 어머니의 손등 위로 드리운 햇살처럼 올망졸망 마을의 낡은 슬레이트지붕과 전봇대 사이로 바다가 한 움큼 잡힌다. 


마을은 산을 닮았다. 바다에서 올려다보면 바람을 막아주는 돌담과 마을 지붕이 마당 한편의 나무들과 층을 이루며 다랭이논처럼 산비탈로 이어진다. 그곳에는 빈집의 담쟁이덩굴도 고즈넉한 섬의 이야기로 남는다. 조발도 전망대에서는 고흥반도의 우미산과 팔영대교가 손에 잡힐 듯 보이고 고흥 팔영산의 암릉들은 병풍처럼 늘어서 아득하다.

728x90

바다 위 초원, 둔병도

옛 문헌에는 두음방도라고도 했는데, 연못을 뜻하는 ‘둠벙’이라는 여수 지방 사투리가 있는 것으로 봐 마을 형상이 큰 연못처럼 생겼다고 해서 ‘둠벙섬’으로 불린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 산하 수군이 고흥 방면으로 가면서 일시 주둔하고 있었던 곳이라 해 진칠 둔(屯) 자와 군사 병(兵) 자를 써 둔병이라 부른다. 바닷길을 따라 이어진 마을들이 야트막한 언덕과 조화를 이룬다. 


하얀 교회며 마을 돌담길이며 마을 앞 상과도, 하과도의 무인 섬들이 뜨거운 오후의 풍경처럼 한가롭다. 저녁이면 작은 카페들이 불빛을 밝힐 것 같은 작은 항구의 이미지가 여기서 그려진다. 하나, 둘 고향을 찾아 마을로 돌아오는 발길에는 작은 섬 둔병도가 이제 새로운 섬의 이미지로 자리할 수 있다는 뜻일 터, 둔병도 언덕의 밭에는 방풍나물들이 바다 위 초원처럼 자리 잡았다.  

자연의 이야기, 낭도

낭도는 2015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될 정도로 ‘여수 낭만’의 섬으로 이름을 알렸다. 면적이 5.33㎢, 해안선이 19.5㎞, 인구는 200여 세대 300여 명이 살고 있어 주변 섬들 중에서 큰 편이다. 


여산마을과 규포마을이 낭도의 상산(278.9m) 자락을 따라 형성됐다. 상산 정상을 기점으로 3개 코스의 등산로가 있어 어느 곳에서 올라가도 섬을 조망할 수 있다.

바닷가 둘레를 돌아 섬을 일주하는 코스로는 규포마을-역기미-장사금해수욕장-산타바해변으로 이어지는 섬의 산책로와 기암의 해안절경을 따라 남포등대-천선대-신선대-주상절리-낭도해수욕장으로 해안 비경의 길이 이어진다. 이 길들은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등이 파도소리, 새소리와 어우러지는 푸른 숲길들이다. 남포등대 바로 앞에 바다와 경계한 섬 사도가 있다.

바다 한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 해 모래 사(沙)와 호수 호(湖)를 써서 사호도로 불렸다. 낭도항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섬이다. 신비의 모래섬으로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섬이다. 물이 빠지면 증도와 연결되고 장사도, 추도도 손 끝에 있다.

낭도에 가면 낭도 막걸리 한 잔은 해야겠다. 밀로 만든 막걸리는 텁텁하지 않고 달큰하며 상쾌하다. 마을의 벽화에 그려진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는 윤보영의 시구가 술 한 잔에 진한 그리움으로 더욱 남을 것 같은 바닷가다.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해변에 앉아 모래알의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고 했던가. 낭도해수욕장으로 떨어지는 검붉은 일몰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 그리움으로 남을 무언가를 잠시 생각해 볼 터다.  

 

 

여수 낭만낭도 섬둘레길

전남 여수에서 네 개의 섬을 다리로 연결해 고흥으로 건너가는 도로가 개통되었다. 여수와 고흥 사이에 떠 있는 4개의 섬, 그러니까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에 다리가 놓여 굴비 두름처럼

choogal.tistory.com

 

항아리 샘, 적금도

조선 전기에는 적호(赤湖)라 부르다가 금광이 있다 해 쌓을 적(積) 자와 쇠 금(金) 자를 써서 지금의 이름이 됐다. 또 다른 의미로는 바닷가에 붉은 자갈들이 많아 작(자갈)기미섬이라고도 했다. 적금도에는 큰산(77.5m), 요막산(61.4m)의 낮은 산들이 이어져 섬의 형태를 만들었다.

요막산 아래로 작은 마을이 예쁘게 들어섰다. 선착장에서 독섬대평길을 따라가다 보면 항아리가 땅에 박힌 채 있는 표주박 하나 띄워진 우물을 발견한다. 물이 귀한 마을의 식수로도 사용되며 지나가는 이방인에게도 한 잔의 물은 부담 없는 섬의 대접으로 남는다. 마을의 제를 지내던 ‘당집’이 새로 생긴 휴게소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마을의 이야기들을 지켜 본 ‘당집’이 지나가는 이방인들에게 무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팔영대교가 눈앞이고 고흥반도의 또 다른 여행지로 안내한다.

여수는 섬이 많은 지역이다. ‘여수 섬섬길’은 여수 돌산에서부터 고흥까지 이어지는 11개의 해상 교량으로 연결된다. 권역별로는 낭도와 사도의 자연사 이야기, 상·하화도의 꽃섬 이야기, 개도·화태도의 바다목장 이야기, 돌산도의 이순신 장군 이야기, 금오도·안도·소리도의 자연경관 이야기, 초도·거문도·백도의 해산물 어부 이야기 등으로 나뉜다. 해가 떨어지는 저녁 무렵이면 금빛가루가 바다로 부서진다. 불빛이 하나, 둘 으스름한 어둠 속을 밝히는 해상교량의 조명들이 켜지는 밤이면 섬들을 품고 있는 ‘여수 낭만’의 밤은 또 다른 바다 위에 풍경을 만든다. 

/ 한국아파트신문 202.9 이성영객원기자

 

 

여수 낭도리 사도해수욕장 모세의기적 공룡화석지

화정면 낭도리에 위치한 사도는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하여 모래사(沙)자를 써 사도라 한다. 사도는 천연기념물 제434호인 공룡화석지와 바닷길이 열리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choogal.tistory.co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