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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드라이브 뚜벅이

한라산둘레길

by 구석구석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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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절정에 제주도 한라산둘레길은 우리에게 행복을 줬다. 제주는 나무와 풀, 바위와 오름, 그리고 하천과 목장 등 제주만의 풍광과 그 특별함으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한라산둘레길은 제주만이 간직한 비경과 한라산의 신비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숲과 길을 간직하고 있는 걷기 길이다. 전 구간은 9코스, 76.1㎞다. 한라산 중턱 1000m를 넘나드는 환상의 걷기 길이다. 

아직은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숲속 길에서 코로나로 찌든 심신을 추스르면서 건강과 마음의 행복을 가꾸는 5박 6일 힐링 여행을 다녀왔다. 25인승 관광버스를 하루에 25만 원씩 전세를 내어 구간마다 출발 지점에 데려다주고, 걷기 종료 지점에서 다시 타고 오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10명이 넘는 인원이 이동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들었기에 버스 대절을 택했는데 여행 만족감이 높았다. 

1구간 천아숲길(8.7km)

제주공항에서 오전 9시 반에 대절 버스에 올랐다. 편의점에 들러 김밥 등 점심거리를 샀다. 1139도로(110도로)를 한참을 올라 어승생수원지가 있는 곳에서 산길로 2㎞ 넘게 들어가 천아숲길 입구에 도착했다.

제주 수자원의 보고라는 광령천의 넓은 돌무더기 계곡의 광경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돌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계곡을 건너 본격적으로 한라산 숲길로 들어섰다. 경사진 숲길을 오르락내리락 걸었다. 

맑디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가며 1.7㎞ 정도 걸어 임도삼거리에서 도착했다. 여기부터 왼쪽으로 넓고 완만하고 경사진 작은 시멘트 포장길과 자갈길의 임도가 이어졌다. 좌우로 1.8㎞ 정도 아름드리 삼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사람 발걸음이 거의 없는 길옆에 갖고 온 음식을 펼쳐 놓고 한라산 숲속 점심을 즐겼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좁은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들어갔다. 1.6㎞ 가까이 오르며 다시 한라산 숲속 길의 피톤치드 향을 가슴속 깊이 들이마셨다. 삼나무 숲속의 노로오름 삼거리에서 잠시 쉬었다. 2㎞ 가까이 이어지는 내리막길 삼나무 숲사이로 난 길에서 폐부를 감싸는 나무 향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몸이 다시 깨어나는 듯했다. 

이어 졸참나무 등과 조릿대가 평원을 이루는 가운데 길로 1.5㎞ 넘게 걸었다. 표고버섯 무인판매대가 나왔다. 1만 원을 투입구에 넣고 쌓여있는 버섯 봉지 하나를 집어가면 된다. 1구간이 끝나는 보림농장 삼거리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곳까지 1.6㎞를 더 걸었다. 한라산 숲의 매력에 푹 빠진 첫날이었다. 

 

2구간 돌오름길(8km)과 3구간 산림휴양길(2.3km)

산방산 인근의 사계리에 있는 숙소에서 오전 9시에 전세 버스로 출발했다. 첫날 일정을 마친 장소에서 내렸다. 2구간 출발지인 보림농장 삼거리로 다시 걸어서 인증샷을 찍고 돌오름길을 걷기 시작했다. 

약간의 내리막길이 계속되는 걷기 길 주변으로 졸참나무와 단풍나무, 삼나무 등이 조릿대 나무와 어울려 한라산만의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있었다. 작은 자갈이 깔린 2~3m 폭의 도로 2.1㎞를 룰루랄라 걸었다. 돌오름길 방향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의 정자에서 잠시 쉬었다. 길은 좁아지고 바닥에 돌들이 깔려 있었다. 

중문으로 흘러내리는 색달천 상류 계곡을 건넜다. 현무암의 울퉁불퉁한 돌들이 계곡을 가득 채운 풍경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으리라. 아름드리 삼나무 숲이 이어졌다. 다시 좁은 개천을 건너 버섯농장 삼거리를 지났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걷다가 점심시간을 가졌다. 

돌오름길

식사 후 용의 비늘처럼 현무암 바위들이 일직선으로 배열된 열하분출의 용바위를 지났다. 잠시 오르다가 켜켜이 쌓인 시루떡 형상의 판상절리 계곡을 건넜다. 졸참나무 숲길에서 나와 버섯농장을 드나드는 길로 나왔다. 다시 계곡 오른쪽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이어 50여m 가까이 삼나무 숲을 걸었다. 기분이 너무 좋은지 일행이 “나는 행복하다!”를 연신 외쳐댔다. 2구간 출구 쪽으로 나와 1139도로 옆 숲길로 200m 올라와 3구간 산림휴양길이 시작되는 서귀포자연휴양림 정문에 도착했다. 

이 구간은 휴양림의 숲길을 그대로 쫓아 걷는 길이었다. 야자매트가 깔린 아기자기한 길옆에 벤치와 백패킹 데크 침상이 많이 놓여 있었다. 정문에서 아래로 굽이굽이 내려왔다가 다시 오르도록 길이 조성돼 있었다. 

휴양림을 끼고도는 깊고 넓은 도순천을 건넜다가 데크 길을 올라 무오법정사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세 버스를 탔다. 한라산을 비교적 편안하고 여유 있게 보낸 트레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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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간 동백길(8.7km)

동백길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던 무오법정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항일운동 기념탑에서 인증샷을 찍고 돌탑 기둥 형태의 동백길로 들어섰다. 숲길을 얼마간 걷다가 안개가 자욱이 낀 고지천 계곡을 건넜다. 현무암의 기묘한 형상과 짙은 안개가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출했다. 

계곡에 들어서자 동백나무 군락이 끝없이 이어졌다. 길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이 처연한 모습으로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다 폭포처럼 생긴 깊은 궁산천 계곡으로 내려갔다. 계곡에서 올라와 너덜길을 걷다가 넓고 평탄한 길을 만났다. 일제강점기 때 병참도로로 건설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서 좁은 숲길을 내려갔다. 규모가 꽤 큰 옛 숯가마터를 지났다. 걷기 길은 계곡 옆으로 계속 이어졌다. 비가 좀 내리면 걷기에 위험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구간이었다.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불고기와 쌈으로 한라산 숲속에서의 맛난 점심을 즐기는 황홀한 시간을 가졌다. 계곡을 올라 슬픈 역사의 4.3 토벌대 주둔소 유적지를 지났다. 

동백길

계곡을 넘나들던 걷기 길이 시오름입구 삼거리에서 병참도로와 다시 만났다. 길은 넓고 좋은 데 오랫동안 보수가 안됐는지 온통 너덜길이어서 걷기 힘들었다. 

동백나무숲이 계속 이어지다가 하늘을 찌를 듯한 삼나무 군락지 숲길이 2㎞ 이상 이어졌다. 다시 편백나무 숲길이 이어져 기분을 상쾌하게 해줬다. 언덕길을 오르다가 2개의 영천 계곡을 넘어서 돈내코 탐방로 입구에서 대기 중인 버스를 탔다. 

숲과 밀림, 계곡과 현무암 돌덩이, 삼나무와 편백나무, 국내 최대의 동백 군락지 등 한라산이 간직한 모든 것을 만난 최고의 시간이었다.

 

우도(11.5km)


3일간 걸었으니 다리도 쉬고 분위기도 바꿀 겸 해서 우도를 걷기로 했다. 우도는 제주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소가 드러누운 모습과 같다고 해우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성산포항 여객터미널에서 우도로 수없이 여객선이 왕복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행을 할 수 있는 섬이다. 

오전 9시 숙소에서 출발해 11시에 성산포항에 도착했다. 표를 끊고서 부두로 나간지 얼마 안 돼서 배를 타고 10여 분만에 우도 천진항에 도착했다. 우도는 관광객으로 무척이나 북적이고 있었다. 제주에 오면 누구나 꼭 들르는 관광코스가 된 것 같았다. 

우도

우도에 11.3㎞의 제주올레길 1-1코스가 있다. 코스의 반만 돌기로 하고 먼저 우두봉으로 올랐다. 성산 일출봉의 서쪽 면만 보다가 동쪽 모습을 보니 정말 새롭게 보였다. 마침 날도 쾌청해서 우도의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었었다. 

우도 최고봉인 소머리오름(126.7m)에 올랐다가 내려와 우도 등대공원으로 다시 올랐다. 정상에는 1906년부터 운영되던 구 등대 대신 2003년 신축된 등대가 멋지게 자리하고 있었다.

북쪽 방향 능선으로 700m 걷다가 검멀레 해수욕장 쪽으로 내려와 해변길을 걸었다. 길옆에 설치된 상징물과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면서 우도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연도교로 연결된 조그만 비양도에 들렀다. 봉수대에 올랐다가 나오면서 우도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명물 땅콩아이스크림을 맛봤다. 섬을 가로질러 천진항으로 와서 달달한 땅콩먹거리를 먹고 배를 탔다. 사방이 뻥 뚫린 평평한 섬과 파란 바다가 더욱 좋았던 우도 걷기였다.

 

6구간 사려니숲길(10.1km)

사려니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제주의 청정한 공기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찾는 제주 최고의 힐링 관광지기도 하다. ‘사려니’는 ‘신성한 숲’ 혹은 ‘실 따위를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라는 뜻이란다. 

버스 기사가 오전 10시 반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비자림로의 사려니숲길 입구에 우리를 내려줬다. 평온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삼나무 숲 데크 침상이 먼저 맞이해줬다. 

입구 안내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등이 무성하게 숲을 이룬 널찍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워낙 알려진 길이라선지 우리 말고도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걷는 게 여유롭고 편안하고 즐거웠다. 신선하고 상큼한 공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켜줬다.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 천미천을 건넜다. 소나무, 삼나무 등의 숲길 오르막길을 얼마간 걸었다. 숲 입구에서 4.8㎞ 되는 지점에 물찻오름 입구 표지석이 서 있었다. 다시 한번 일행 모두 인증샷을 찍은 후 숲길을 유유자적 걸었다. 고추와 오이, 쌈과 된장, 김과 한라산의 깨끗한 공기로 든든한 오찬을 즐겼다. 

드디어 사려니숲길의 하이라이트인 삼나무 숲이 시작되는 월든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한라산둘레길 숲길센터까지 3.6㎞ 구간에 삼나무 숲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사려니숲길을 걷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은 삼나무가 경이롭다. 

걷기 길에서 삼나무 숲 안으로 쑥 들어가니 데크로 아기자기한 미로숲길을 만들어놓았다. 교통 약자층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무장애나눔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치유의 숲 사려니숲길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제주 조천읍-사려니숲길 (tistory.com)

 

제주 조천읍-사려니숲길

사려니숲길걷기 한라신문 기사 발췌 사려니 숲길은 예부터 산과 더불어 살아 온 선인과 우마들이 다녔던 길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산림생태 역사문화 탐방을 할 수 있는 웰빙 '치유의 숲'이다.

choogal.tistory.com

 

8구간 숯모르편백숲길(6.6km)과 7구간 절물조릿대길(3km)

솣모르편백숲길

지대가 높은 곳부터 걷는 것이 편할 것 같아 숯모르편백숲길을 먼저 걷기로 했다. 한라생태숲 주차장에 오전 10시 반에 내렸다.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고 생태숲 안으로 걷기 시작했다.

생태숲의 벚나무숲, 구상나무숲, 산열매나무숲, 단풍나무숲 등을 지나고 숯모르편백숲길 이정표에서 오른쪽 산속 숲길로 들어섰다. 작은 데크 다리를 건너 좁은 숲길을 지나고, 사각 통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1㎞ 정도 걸어 샛개오리오름 정상 휴게터에서 잠시 쉬었다. 내려서는 길옆으로 편백나무 숲이 아주 길게 이어졌다. 숲 중간중간에 쉼터 시설이 잘 마련돼 있었다. 

오름 아래로 내려갈수록 울창한 아름드리 편백나무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상쾌한 기분을 갖고 편백나무 피톤치드 향을 원 없이 맡으며 걷는 길이었다. 계속해서 절물휴양림 외곽으로 조성된 편백나무 숲속으로 이어진 길 3㎞를 지그재그로 걸었다. 

산림문화휴양관 앞 데크에서 준비해 온 주먹밥으로 한라산에서의 여섯 번째 점심을 먹었다. 절물자연휴양림 정문을 나와 앞 도로를 건너 절물조릿대길 입구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길 초입은 밀림 같은 숲길에 데크가 깔린 길이 500m 정도 이어졌다. 나무숲을 헤치고 걸었다고 할 만큼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계속 울창한 숲속으로 걷기 길이 이어지다 포장도로를 건넜다. 여기부터 걷기 숲길이 많이 넓어졌다. 경사도가 심하지 않아서 여유롭게 걸었다. 1112번 비자림로를 건넜다. 조릿대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쭉쭉 솟아오른 삼나무 숲이 길게 이어지면서 지친 발걸음에 힘이 들어가게 해줬다. 꽤 큰 물웅덩이를 올라서자 비자림로 옆으로 삼나무 숲이 사려니숲길 입구까지 500m 넘게 이어졌다. 

하늘에 닿을 것 같은 삼나무의 축하를 받으며 5박 6일간의 한라산둘레길 행복한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총 8구간 중 빼놓은 5구간 수악길(16.7㎞)과 시설물 정비 관계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6구간 시험림길(9.4㎞)은 차후에 가볼 생각이다.

/ 한국아파트신문 2022 윤석구

 

제주 한라산둘레길-환상숲길 (tistory.com)

 

제주 한라산둘레길-환상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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