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제주시

제주 한라산둘레길-환상숲길

by 구석구석 2011. 6. 18.
728x90

 

'환상숲길' 한라산둘레길 열리다

 

천혜자원 제주의 숲속 길… 자연이 제공한 다양한 생태환경 ‘숲 치유ʼ 최적

 

제주에도 걷기와 숲 체험이 인기다. 사계절 상록림이 많은 제주는 숲체험을 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다. 거기에는 삼림과 제주의 역사문화가 함께 녹아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트레킹, 생물권보전지역에 자리잡은 사려니숲길에 탐방객들은 열광한다. 이뿐 아니다. 한라산 허리를 한 바퀴 두르는 제주의 옛길 ‘환상숲길’인 둘레길도 부분 개통되기 시작해 명품숲길을 예고해 놓고 있다.


 

한라산둘레길은 한라산국립공원 자락 해발 600~800m 고지를 빙 둘러 순환하는 숲길이다. 한라산둘레길을 ‘환상숲길’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한라산 허리를 타원형으로 빙 둘러 순환하는 숲길이라는 의미에서다. 더불어 그 속에 감춰진 역사·문화·생태·경관자원을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고 환상적(幻想的)인 길이라는 의미까지 녹아 있다.


 

한라산둘레길이 지나는 해발고도는 제주도에서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제주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동식물의 분포, 자연환경 등에서 중요한 구분이 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이 지점이 경작지, 혹은 목장과 한라산 숲의 경계지점으로 생활에 필요한 나무, 땔감을 구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과거 일제 시절 ‘하치마키 도로’는 바로 한라산 숲에서 생산되는 임산자원을 운반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이다.


 

또한 식물의 분포에서도 이 지점은 난대와 온대를 구분하는 구분선이 된다. 식물학적으로 제주도가 국내, 국제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좁은 지역임에도 우리나라에서 분포하는 식물의 약 50%가 한라산에서 자라며, 이 식물들이 수직+계단식으로 분포하는 ‘식물의 수직분포’로 잘 알려져 있다. 한라산둘레길은 식물의 분포상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우점종인 난대림과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이 우점하는 낙엽활엽수림 사이를 통과하는 길인 것이다.

 

한라산둘레길 어떤 곳인가 

환상숲길인 한라산둘레길은 1100도로변 서귀포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남성대 제1대피소~5·16도로 수악계곡~이승악~사려니숲길~비자림로~관음사야영장~천아수원지~돌오름~서귀포자연휴양림 거린사슴까지 80여km의 여정으로 한라산의 허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제1구간은 일제가 한라산의 울창한 산림과 표고버섯을 수탈하려고 만든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를 활용해 만들었다. 4·3사건 때 군경들이 주둔했던 주둔소와 제주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표고버섯 재배지, 화전민 터 등도 있어 과거 제주의 역사와 산림문화를 살필 수 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동백나무 군락이 있고 강정천과 악근천 등 4개의 하천과 졸참나무, 서어나무와 함께 시오름 하산길에는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둘레길은 너비를 최대 2m로 제한하고, 인공자재의 사용을 억제해 자연지형과 생태환경을 최대한 살리도록 설계됐다. 

 

한라산둘레길에는 식수원이 없고 법정사 입구를 제외하면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탐방 시에는 무오법정사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음료수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또한 평소에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은 폭우 시 물이 엄청나게 불어날 수 있으므로 폭우 직후에는 접근을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충고다. 

 

▶서귀포자연휴양림~시오름

서귀포자연휴양림이나 서귀포시 도순동 소재 법정사를 출발해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시오름까지 약 9km에 이른다. 숲길은 한라산국립공원 외곽 해발 700m 일대를 동서로 연결한다.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산림뿐 아니라 숙박시설을 겸비한 복합휴양관, 다양한 산책코스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서귀포자연휴양림은 둘레길에서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휴양림 산책로를 따라 1.5km를 이동하면 도순천을 만나게 되며, 도순천 징검다리 돌계단을 가로질러 하천을 건너면 오르막 법정사 전망대로 이어진다. 환상숲길을 잇는 목재데크 산책로를 따라 만나는 법정사 전망대에선 서귀포 앞바다 범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법정사를 연결하는 323m 길이의 이 산책로는 2007년 준공돼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산책로는 법정사와 의열사를 연결한다. 숲길에는 동백나무와 편백·삼나무숲과 같은 삼림과 화전터, 4·3유적지도 분포한다.


 

▶제주시험림~남성대 제1대피소~5·16도로

약 15km.수악계곡 남성대 제1대피소에서 돈내코 등반로와 선돌을 거쳐 수악계곡까지 이어진다. 일제 병참로인 ‘하치마키’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구간 중 하나다. 작은 계곡을 잇기 위해 돌로 메운 뒤 평탄하게 만들어 사람과 기구가 움직일 만한 길도 열었다. 대부분 숲길 구간에서 길의 한쪽 부분들이 돌이 쌓여 있고 마감 처리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유실되기 이전에는 도로로 사용된 적이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이 구간은 국내 최초 국제산림인증 시험림을 관통하기도 한다. 제주시험림은 남원읍과 한남리 소재 한남시험림을 지칭한다. 이 두 곳의 시험림 면적이 2753ha로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제주시내를 관통해 하구인 용연으로 이어지는 한천 상류에 탐라계곡이 있는 것처럼, 수악계곡은 신례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신례천은 성널오름과 사라오름에서 발원해 보리악, 수악계곡을 거쳐 남원읍 하례리와 신례리 경계를 가로지르는데, 하천 전 구간이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수악계곡~비자림로

이 구간은 총 21km쯤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령인 붉가시나무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승악 주변에 분포한 화산활동 흔적과 생물이 혼생하고 있는 곳이다.


 

5·16도로 수악계곡에서 이승악까지 5km 구간은 숲길의 흔적이 거의 없어 탐사가 쉽지 않다. 기존 도로변을 따라 이승악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긴 하지만 국립공원을 비껴가는 원칙을 유지하고 차도를 걷는 일을 피하기 위해 이승악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새로 개척했다.


 

이승악을 끼고 돌아가는 길목마다 발견되는 화산활동의 흔적은 마치 원시 자연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화산탄으로 보이는 직경 2m 이상 되는 거대 암석이 지상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가 하면, 그 암석을 토양으로 삼아 솟아오른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구간에는 다양한 수종으로 구성된 조림지와 편백나무를 선발해 개량종자를 생산하기 위한 한남시험림의 채종원도 만날 수 있다. 1983년 조성된 한남리의 채종원에는 4.5ha에 1,800본의 편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분포한 삼나무, 편백 등의 우수 종을 모아 놓은 ‘유전자원보존원’은 미래 세대의 산림환경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난대산림연구소가 관리 중이다.

 

▶비자림로~관음사야영장

비자림로를 출발해 절물휴양림과 한라생태숲을 지나 왕벚자생지, 관음사야영장으로 이어지며 길이는 11km쯤 된다.


 

이 구간의 거점은 절물휴양림과 한라생태숲이다. 1997년 7월 개장한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은 자연림과 인공림 등 모두 300ha 면적에 40~45년생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안락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휴양림 내에는 산책로, 약수터, 연못, 잔디광장, 민속놀이시설, 운동시설, 놀이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라산의 상징인 노루를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노루먹이주기 체험 등을 통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친환경 노루생태관찰원도 조성돼 있다.


 

숲길은 절물자연휴양림을 지나 개월오름(견월악, 개오리) 능선을 따라 좁은 길을 통해 한라생태숲을 만난다. 한라생태숲은 제주도가 산림생물유전자원의 보존과 자연생태계 복원기법 개발 등을 위해 조성한 곳이다.


 

왕벚자생지를 벗어나 숲길은 제주컨트리클럽과 한라산국립공원을 경계짓는 석축을 따라 난 옛길로 접어든다. 과거 국유림 경계선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이 석축은 매우 견고하며, 관음사 가까이까지 이어져 있다.


 

▶관음사야영장~천아수원지

관음사야영장에서 출발해 제주시 충혼묘지를 거쳐 천아수원지 입구까지 이어지며, 9km쯤 되는 숲길로 비교적 짧다.


 

관음사야영장을 출발하자마자 이전 코스에서도 줄곧 이어졌던 튼튼한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돌담길은 1970년대 중반 약 3년간 산림청 소관 한라산 국유림을 보호하기 위해 국유림 경계지를 빙 둘러 에워쌓은 방화선이다.


 

숲길은 제주시에서 대표적 명소인 방선문을 지나 용연에 이르는 한천 상류인 탐라계곡으로 이어진다. 한라산 정상부에서 발원한 탐라계곡은 양벽이 깊고 웅장한 맛이 으뜸이다. 해발 500~600m 사이에 펼쳐지는 숲길에서 맛볼 수 있는 또다른 묘미는 자연전망대다. 숲길이 지루하다 싶을 즈음 시야가 확 트인 목장길을 만나는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목장이다. 제주시내를 한눈에 품을 수 있어 전망대 역할을 한다.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에서부터 별도봉, 도두봉, 열안지오름, 거문오름, 남조순, 민오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숲길은 목장길을 관통해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제주시 충혼묘지의 베트남 참전위령탑, 조계종 사찰인 천왕사 입구를 가로질러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이어서 어승생악과 아흔아홉골 사이의 선녀폭포를 타고 흐르는 어승생 도수로를 지난다.


 

▶천아수원지~서귀포자연휴양림

천아수원지에서 출발해 천아오름임도, 노로오름, 돌오름을 지나 서귀포자연휴양림 거린사슴으로 연결된다. 길이는 약 20km.


 

천아수원지에서부터 천아오름을 지나 노로오름·붉은오름·삼형제족은오름 사이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오르막과 평지가 반복되면서 체력안배가 필수다. 이 코스는 한라산 환상숲길 가운데 가장 고지대에 해당한다. 한라산국립공원과 경계지역에 가까운 이곳은 울창한 삼나무림이 특징이며, 천연림과 부조화를 이루긴 하지만 숲길을 걷는 데는 그만이다.


 

노로오름과삼형제족은오름 일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산습지가 존재한다. 속칭 ‘숨은물 뱅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일대를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생태탐방과 연계한 관광자원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나무숲 지대를 벗어나면 1100고지인 표고버섯과 장뇌삼 재배지를 만날 수 있으며, 돌오름을 거쳐 거린사슴으로 향한다. 거린사슴은 서귀포시 대포동에 위치해 있다. 거린사슴은 1100도로와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숲길을 이어주기 때문에 한라산 허리를 빙 두른 타원형의 숲길 전 구간을 완성시킨다.

 

서귀포휴양림~수악계곡 20km ‘동백림 벨트’ 

허리를 관통하는 둘레길 ‘환상숲길’에는 대규모 천연 동백나무 군락지가 20여km에 걸쳐 띠 형태의 벨트를 이뤄 자란다. 겨울에 피는 꽃이라 하여 동백, 혹은 바닷가에 피는 붉은 꽃이라 하여 해홍화(海紅花)라 부르는 동백은 남쪽지역을 대표하는 나무다.


 

제주에서 흔히 ‘돔박낭’으로 불리며 정원수로도 많이 가꾸는 동백나무 군락은 한라산둘레길에서 잠시 끊기는가 싶다가 이내 이어지며 탐방객들의 길벗이 돼 준다. 동백나무 숲길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동백 벨트는 서귀포자연휴양림~법정사~시오름~남성대 제1대피소~수악계곡에 이르는 20㎞ 구간에 이어진다. 이 ‘동백 벨트’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학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태관광상품으로도 손색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라산 해발 700m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동백벨트’는 서귀포시 서부지역인 도순천 중상류지류에서 동홍, 상효, 남원읍 신례지역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지역에 띠를 이루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의 서귀포시험림을 관통한다. ‘동백벨트’ 구역에는 졸참나무, 붉가시나무, 개서나무 등 활엽수림이 섞여 혼효림을 이루고 있다.


 

한라산 해발 600~700m 지역은 과거 목축업과 화전에 의한 경작, 목재 채취가 활발히 이뤄진 곳으로 화전이 금지되고 강력한 산림보호정책이 진행된 1960년대 이후 서서히 회복된 천연림으로 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강영제 박사는 “20km에 걸쳐 벨트를 형성하는 환상숲길의 동백숲은 국내 최대 규모”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봄이 빠른 서귀포, 그리고 동백 꽃길로 얼마든지 녹색관광, 생태관광 상품으로 개발이 될 수 있는 조합”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60~70여 년 된 인공림 대규모 집단 분포 

편백숲은 목재적 가치도 가치려니와 숲 자체가 지닌 심신 수양 기능과 산림욕을 통한 긴장완화 및 질병의 치유효과로 인해 가치가 치솟고 있다.


 

한라산둘레길에는 우량 편백·삼나무 숲이 분포한다. 이 숲은 서귀포시 서호·호근동, 서홍·동홍동 산간의 시오름~제주시험림에 이르는 해발 700m 일대 국유림 지역에 위치한다. 이곳 편백·삼나무림은 조림된 지 60~70여 년 된 인공림이다. 이 숲은 그동안 현지 주민과 임업인들을 제외한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품 숲으로서 치유의 숲 공간으로서 자원화 가능성이 매우 높게 평가된다. 학계에서는 이 삼나무·편백숲은 남원읍 한남리 제주시험림 내 삼나무숲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우량한 숲으로 평가한다.


 

삼나무와 편백은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산림을 경영하기 위해 ‘임정계획’ 이란 명칭으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우리나라 남부, 중부, 북부 및 지역 간 차이를 두고 그 지역에 적합한 수종을 선택해 나무를 심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다. 현재까지 제주도에는 삼나무 약 4만ha, 편백 7000ha가 조림됐다.


 

수령이 60~70여 년 된 우량 편백숲은 시오름~난대산림연구소 일대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조림지는 서귀포시 동홍동 소재 제주시험림 북서쪽을 비롯해 시험림 경계 일대 6ha, 시오름 일대 10ha에 이른다. 1100도로변 서귀포휴양림에도 이때 조림된 편백림 일부가 남아 있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삼나무숲 가운데 가장 나이가 오래된 숲은 서귀포시 한남리의 삼나무숲이다. 이 숲은 1933년 서귀포양묘장에서 아키다산 삼나무 종자를 양묘해 7.3ha를 조성한 숲으로 현재까지 훌륭하게 남아 있어 제주도 인공림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한라산 숲길에 화전터와 4·3유적 흔적 

한라산둘레길은 다양한 역사문화 공간을 넘나든다. 해발 700m 도순천 상류 지경에서는 일제시대까지 제주에서 이뤄지던 화전터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화전(火田)은 중산간지대 목장지대나 숲을 태워 사용했던 경작지다. 제주에서 19세기를 전후해 이뤄졌던 화전의 흔적은 한라산 목장지대에 대한 농경지화 정책 등 화전의 진행과정과 경제 활동, 당시 도민들의 농업형태를 엿보게 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화전은 탐사 구간 여러 곳에서 그 흔적이 엿보이는 데다 과거 중산간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에 비춰볼 때 앞으로 진행될 환상숲길 탐사구간으로도 이어져 하나의 ‘화전 벨트’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와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가 펴낸 ‘한라산의 인문지리’에 의하면 1894년 공마제도가 폐지되면서 무상으로 경작지를 얻을 수 있는 화전이 제주도 전 중산간 지역으로 확대된다. 마을에서 펴낸 향토지에서도 화전의 역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 화전은 일제가 산림보호 명목으로 금지정책을 펴면서 1930년대를 기점으로 점차 축소돼 간다. 다른 지방보다 빨리 제주도 화전이 소멸하기 시작한 것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는 도민이 급격히 늘면서 굳이 화전이 아니어도 농촌경제활동이 가능한데다 ‘4·3사건’ 때 산간마을의 소개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한라산둘레길을 가로지르는 도순천은 서귀포지역의 역사유적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공간이다. 법정사는 한라산둘레길의 시점이기도 하다. 법정사는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의 근거지였다.


 

‘법정사 항일투쟁’은 3·1만세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1918년 10월 6일에 400여 명이 주민들이 중문주재소를 습격했던 사건을 말한다. 법정사 항일투쟁은 3·1운동 이전 일제에 항거한 전국 최대 규모의 단일 투쟁일 뿐만 아니라 제주도 최초·최대 거사라는 점에서 항일 운동사의 시발점으로서의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알려지지 않았던 4·3주둔소도 이 숲길에 존재한다. 서귀포시 시오름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500m쯤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주둔소는 원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외성과 내성의 이중구조에다 성담과 망루 등을 갖춘 주둔소는 외성이 삼각 구조로 눈길을 끈다. 기존에 발견된 시오름 하단부의 주둔소와 비슷한 형태로 4·3 사건 당시 토벌작전 전개과정과 주둔소 구축과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현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INFORMATION


 

교통  제주시→법정사 입구 제주시종합터미널에서 1100도로 경유 중문행 노선버스 이용. 06:30 첫차 이후 08:00~16:00 1시간 간격 운행. 1시간, 요금 2,500원. 문의 전화 064-753-1153. 시오름→서귀포 시오름에서 도보 30분 거리인 제2산록도로로 나와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택시요금 1만 원. 서귀포콜택시 064-762-0100, 762-4244.


 

맛집(지역번호 064) 서귀포시내의 어진이네(733-7442)는 지역 주민들이 인정하는 자리물회 전문식당이다. 천제연폭포 가는 길 나포리호텔 아래 위치한 새섬갈비(732-4001)는 제주 흑돼지(오겹살 200g당 1만5,000원), 수제 냉면(5,000원) 전문점이다.

 

 

한라산 옛 숲길 수년간 추적의 결실
제주연맹·한라일보 공동 2009년 각계 전문가 참여해 전 구간 답사


 

한라산에 묻혀 있는 옛길 추적은 제주의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전개돼 왔다. 그 중심에 제주도산악연맹 산하 백록산악회와 거산회가 있다. 산악인들은 2004년 9월부터 한라산 옛길 찾기에 뛰어들었다.


 

한라산 옛길 찾기는 옛 등반로와 일제 병참로, 표고재배장길, 폐 표고장, 임도, 목장길까지 포함하면서 시간과 인내, 발품을 들이는 방대한 작업으로 확대됐다. 길은 유실돼 원형이 사라지거나 어떤 곳은 복잡하게 얽혀 분간도 쉽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수송·병참로는 남북과 동서 방향으로 길찾기가 시도됐으며 상당 구간에서 그 원형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옛길 찾기는 갈수록 치밀하게 전개됐다. 2005년에는 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GPS가 투입돼 좌표를 찍고 길을 연결시키기 위해 비슷한 지점을 수차례 반복해 추적하는 여정이 계속되기도 했다.


 

한라일보사는 2009년 특별기획으로 제주도연맹,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숲길탐사대를 꾸려 약 100km에 이르는 숲길탐사를 실시했다. 탐사대(대장 오윤호·제주연맹 부회장)는 제주연맹 숲길조사팀과 더불어 본지가 위촉한 동·식물, 지질·환경, 역사문화, 인문지리 등 각계 전문가 학술팀, 그리고 취재팀으로 꾸려졌다. 숲길탐사는 제주의 또다른 가치를 찾아 나선 대장정이었다.


 

숲길탐사대는‘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 를 제목으로 그 해 3월 22일 한라산 횡단 1100도로변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첫 장도에 오른 이후 탐사 결과를 20여 회에 걸쳐 연재했다.


 

‘환상숲길’은 한라산 허리를 타원형으로 빙 둘러 순환하는 숲길이라는 뜻이다. 더불어 그 속에 감춰진 역사·문화·생태·경관자원을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고 환상적(幻想的)인 길이라는 의미까지 녹아 있다. 실제 탐사를 통해 많은 자원이 발굴되는 성과를 거뒀다.

 

한라산둘레길 1구간 개통 

4월 1단계로 서귀포시 법정사 ~ 시오름 9km 개통
산림자원 풍부…병참로·화전 등 역사문화도 체험


 

지난 4월 29일 마침내 한라산둘레길 시대가 열렸다. 산림청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전체 길이 80km의 둘레길 가운데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법정사에서 시오름에 이르는 9km 구간에 대한 사업을 마무리해 일반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라산둘레길 첫 구간은 서귀포자연휴양림과 연결돼 있어 이곳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다. 한라산둘레길은 오는 2014년까지 연차별로 추진된다.


 

한라산 해발 600~800m의 국유림에 있는 이 숲길은 일제가 한라산의 울창한 산림과 표고버섯을 수탈하려고 만든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 등을 활용해 만들었다. 한라산둘레길은 너비를 최대 2m로 제한하고, 인공자재의 사용을 억제해 자연지형과 생태환경을 최대한 살리도록 설계됐다.

 

임산자원 수탈·병참로 ‘하치마키’
일제 강점기 때 개통…원형 많이 남아


 

한라산 환상숲길에는 일제 강점기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때 한라산 숲을 관통해 임산자원 수송로와 병참로로 이용됐던 이른바 ‘하치마키’ 도로다.
탐사 결과 1100도로변의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산림연구소 시험림~남성대 제1대피소~수악계곡~5·16도로에서 구간마다 일제강점기 때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하치마키’ 도로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도로는 과거 한라산 교통로 가운데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에 주민들을 노무자로 동원해 만들었으나 지금은 폐도가 된 상태이다.
‘제주도지’(2006)에 따르면 “제주의 산악도로가 예로부터 주민의 방목과 산림 벌채 등을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일제 강점기 말 일본군이 건설한 산악도로는 해발 900m 한라산 국유림 지대인 어승생 수원과 어승생봉을 중심으로 한라산록을 띠를 두르듯이 만들어 놓았다. 일본인들은 이 도로를 ‘하치마키’도로라 했으며, 서쪽으로는 지금의 한밝교~영실을 거쳐 노루봉 뒤 영실기점인 법정악에 이어졌고 동쪽으로는 수악교 상류와 논고악, 성판악에서 물장오리, 관음사, 천왕사로 이어졌다”고 기술하고 있다.


 

일제가 강점기에 총독부 주도로 기획한 ‘제주도개발계획’(1937년)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중산간 일대를 한 바퀴 순환하는 이 도로를 ‘환상선(環狀線)’으로 명명했다. 이 환상선은 3등급 신설도로로서, 총 연장 110km, 너비 10m로 하여 총 공사비 160만3,000원이 책정됐다.


 

진관훈 박사(제주경제사 전공)는 “일제가 수립한 제주도개발 10개년 계획에는 중산간 일대의 산림과 버섯 등 임산자원을 산지항까지 원활히 수송하기 위해 건설한 일명 ‘하치마키’ 도로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출처 : 월간산 500호 2011.6월

글·강시영 한라일보사 편집부장·숲길취재팀장

사진·강경민 한라일보사 사진부기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