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휘어진 지평선…그것들은 삶처럼 쓰러졌다 금세 일어선다
등 뒤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서해 행은 늘 죄도 없이 도망치는 기분이 들곤 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지레, 도망치는 게 아니라고 부러 속력을 줄이곤 흘끔흘끔 뒤를 본다. 성큼, 태양이 저기에서 따라오고, 성큼, 금세 어깨에 닿을 듯해서 어느새 발 끝 힘주어 도두 밟다 보면, 뭘 잘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다. 서해로 간다는 것은 태양을 등에 지고 달린다는 것, 그것은 늘 드팀없이 살기 위해 아등거리다,
늦은 봄바람 사르랑, 종달새 같이 새살거리는 아이들, 뜀박질한다. 초록 바람 타고 작고 어린 것들 도투락댕기 날리는 환영을 본 듯도 하다. '언제 보리가 익어서 배꼽이 쏙 나오도록 밥 먹어 보나' 휴우~ 하는 한숨이 아득한 지평선 같기만 하던 시대도 오래오래 전이지. 내셔널 지오그라피의 화려한 사진에서 혹은 아주 가끔씩 공익광고에나 나올 법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낟알을 훑어먹는 아이들의 헐벗음을 굳이 떠올리는 것조차 오히려 가식처럼 느껴지는 풍요로움이 눈앞이다. 단 하나의 생각밖에는 못하는 그런 순간이 있다. '좋다' 류의 형용사가 시시하게 느껴져서 내내 머릿속의 단어장을 헤집고 다니는 그런 순간.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의 청보리밭.
30만평의 구릉진 보리밭이 신선한 청량감으로 다가온다. 시작은 1960년대 초반 고창군의 광활한 미개발 야산 10여만 평을 개간하는 것에서부터였다. 훌쩍 커진 보리밭은 이제 보릿고개의 숨찬 가파름이 아닌 축제의 마당으로 거듭났다. 매년 4월 중순에서 5월초에 펼쳐지는 청보리밭 축제는 머리를 쥐어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필요도 없이 보리밭 하나만으로 충분한 체험의 장이 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삑 삐익 보리피리를 부느라 부풀어 오른 볼 살이 터질듯 하고 보리밭 사잇길 걷는 사람과 사람 사이가 다붓하다. 한 여름 보리를 수확하고 나면 그 다음은 해바라기꽃밭이 된다. 해바라기 사이 사이에 옥수수도 심는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 하얀 메밀꽃 밭이 펼쳐진다.
보리는 예부터 고창의 특산물이었다. 고창 읍성의 원래 이름도 보리를 뜻하는 '모'자가 들어간 '모양성'이다. 한겨울 흙은 얼고 부풀고 녹기를 반복한다. 그 흙속에서 가만가만 봄을 기다리는 보리가 얼부푼 흙 틈 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마르지 않도록 꾹꾹 흙을 밟아줘야 한다. 그렇게 겨울을 이겨낸 보리는 이른 봄 얼어붙은 땅을 뚫고 싹을 틔운다. 3월 초부터 자라기 시작해 4월 초에 이삭이 나와 5월 중순까지 푸르디푸른 청보리밭의 풍요로 보답한다. 지금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떠오르는 풍경만으로도 단배 곯은 입이 달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서로를 돕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부드럽게 휘어진 지평선을 만드는 그것들은 결코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죽음처럼 쓰러지고 삶처럼 일어선다. 단댓바람에 휘청여도 결코 꺾이지 않는다. 길을 내었다가는 곧장 흩어버리고, 흔들리어 부딪고 보이지 않는 생채기들이 깊어져도 저항 없이 넉넉히 흔들린다.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가슴을 찌르는 우울이 감미롭게 떠오른다.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분다는 것을, 이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9월 초순 학원농장을 찾는 관광객은 해바라기꽃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봄철의 청보리, 가을철의 메밀꽃이 자리를 잡은 뒤 여름철 볼거리를 제공할 작물을 찾은 끝에 올해부터 해바라기를 심기 시작했다는 진씨의 설명이다.
/ 자료 - 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
선동리 925-1 청메골 선산마을 063-561-3553 http://sunsan.farmstay.co.kr/
사방을 둘러보면 부드럽고 풍만한 곡선을 그리며 지평선을 이루는 황토 들판이 펼쳐지고, 그 황토밭 너머로 청보리밭이 보인다. 선산마을은 지난 2003년 농림부 지원 녹색농촌체험마을로 확정된 이래 2년여 동안 사업을 추진, 마을방문자센타를 비롯한 주차장, 마을 하수도 정비 등 체험기반시설을 완공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웰빙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청정 농산물들을 준비하고 있다.
4월 청보리밭 축제를 시작으로 5월 모내기 체험 및 우렁이·오리 입식 체험, 6월 복분자 수확 체험, 10월 김장체험 등을 비롯해 연중 인절미만들기, 짚공예 체험, 두부·메주만들기 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마을특산품인 친환경 현미잡곡, 흑찰향미쌀, 검정콩(서리태), 복분자, 흑메주와 흑두부를 ‘청메골’이라는 공동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하여 도시민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 선산마을은 정월보름에 전주민이 참여하는 줄다리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농악놀이 등 민속놀이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으며, 경로효친사상이 지극해 마을 어디서나 효열비를 볼 수 있다.
* 체험거리 - 두부만들기, 보리화분만들기,보리떡과식혜만나기,복분자따기, 짚공예, 각종농사체험
* 특산물 - 복분자, 수박, 땅콩, 고추, 배 등
* 먹거리 - 두부.보리밥, 청국장, 배즙, 복분자주. 복분자인절미
* 볼거리 - 선운사, 고인돌군, 모양성
공음면 원선동길 2 (선동리 757-3) / 선동마을 063-561-3553, 010-224-7570 http://www.chungmegol.com
농촌체험 후 선운사나 고창읍성으로 발길 이어진다. 선동마을이라면 몰라도 학원농장이 있는 마을이라면 그 위치가 어디쯤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2003년 청정 농산물테마파크, 2004년 녹색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선동마을은 다른 농촌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된다. 25만평의 청보리밭과 12만평의 메밀밭등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대평원의 작물들을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마을이다.
봄날 종달새의 지저귐을 듣고 싱싱한 청보리밭을 걸으며 보리개떡으로 배를 채우고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나물을 캐고 싶다면 선동마을을 찾아가보자.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하얀 메밀 꽃밭이 별천지를 연출한다. 강원도 평창의 봉평 메밀밭이 부럽지 않다. 규모 면에서는 오히려 선동마을이 더 크고 꽃밭은 하늘과 맞닿아 있어 천상의 화원을 연상케 한다.
* 구경거리- 청보리밭 구경하기,메밀꽃 구경하기,고창 판소리 박물관,선운사 둘러보기,모양성 다녀가기
* 먹을거리- 청메골 청국장,청메골 흑두부,청메골 보리떡,청메골 황토수박
* 놀거리
1) 복분자 따기
- 체험 기간 : 6월 10일 ~ 6월 30일
- 참여 인원 : 20인 이상이면 체험 가능
- 참고 사항 : 복분자를 담을 용기 지참
2) 두부 만들기
- 체험 기간 : 연중
- 참여 인원 : 20인 이상이면 체험 가능
3) 짚공예체험-체험 기간 : 연중
4) 보리화분만들기- 체험 기간 : 3월 중순~4월 중순
5) 정월대보름줄역사놀이- 체험기간 : 일년중 정월대보름 단 하루
6) 오리,우렁이 입식행사- 체험기간 : 6월 초순에서 6월 중순사이
고창 734번지방도로 학원농장 메밀밭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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