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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통영 추도 대하아마을 미조마을

by 구석구석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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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항에서 뱃길로 12km 지점에 위치한 ‘추도’(164만3990㎡·67가구 142명)는 예부터 ‘물메기’로 유명한 섬이다. 미륵도 서남쪽 사량면 하도와 욕지면 노대도 가운데 자리 잡은 추도는 ‘희망봉’을 중심으로 대항, 미조, 샛개, 물개 등 4개 마을이 있지만 물메기는 주로 미조마을에서 많이 잡는다.

섬의 형상이 농기구인 가래처럼 생겼다고 해서 옛지명이 ‘가래섬’인 추도(楸島). 추도 어민들은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겨울이 오면 물메기를 잡고 말리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추도는 수맥이 육지와 닿아 있어 물 걱정이 없는 섬이다. 지하수를 뚫어 수도시설을 잘 갖춰 놓았다. 40여 가구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섬이 지닌 아기자기한 멋을 감상하며 낚시의 묘미를 즐길 수 있어 좋다. 해변가를 따라 난 산책로를 걸으면 조용한 가운데 마음자리를 다질 수도 있다.

나지막하게 솟은, 추도의 산에 오르면 한없이 펼져져 있는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통영 앞바다의 잔잔한 물결과 온갖 모양의 기암괴석이 기이한 자태를 뽐낸다. 소나무숲을 지나 불어오는 솔바람은 무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청량감을 선사한다. 높지 않은 산인데다 수월한 산행길이어서 가족과 함께 오를 만한 곳이다.

추도에 오면 반드시 들를 만한 명소가 있다. 진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이선생의 작업실. 12년전 이곳 폐가를 구입해 꾸며 놓았는데, 마당엔 지금 수국 꽃이 한창이다. 공처럼 둥근 꽃이 무더기 무더기 달려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무수히 많은 작은 꽃잎이 수많은 꽃봉오리를 이루고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대문 안쪽에 위치한 우물. 여럿이 앉아 정담을 나눌 수 있도록 꾸며놓았는데, 물건 하나하나에 주인의 정성이 묻어나고 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올 여름휴가철 이선생 가족이 이곳에 머물며 그림작업을 한다고 하니 한번쯤 찾아 그림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항마을 방파제 앞 가게 아주머니께 작업실을 물어보면 자세히 안내해 준다.

욕지도행 여객선에서 바라본 추도 일출. 경남일보 김승권기자

 방파제 바로 옆엔 해수욕을 해도 좋을 만한 장소가 있다. 깨끗한 모래가 제법 쌓여 있는데, 사람의 손때가 아직 묻지 않은 듯하다. 가게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조만간 주위에 흩어져 있는 돌들을 주워내고 단장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두미도와 욕지도 사이에 위치한 추도는 감성돔이 계속 머물러 마음만 먹으면 화끈한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볼락, 노래미, 도미, 농어 등도 곧잘 올라와 실팍한 손맛을 즐길 수도 있다.

대항마을의 염소먹이자리는 낚시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낚시의 명당자리다. 섬 서쪽에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 이름붙여진 용두암이 있는데, 본섬과 붙은 듯하면서도 떨어진 섬으로 감성돔과 볼락 자원이 풍부해 낚시꾼들이 즐겨 찾아드는 곳이다. 특히, 물메기라는 고기가 많이 잡혀 싱싱한 물메기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추도에는 꿩이 많다. 사람 자취가 일면 숲속 어디에서건 꿩이 날아오른다. 오래 전 누군가 육지에서 들여온 꿩 몇 마리가 계속 늘어 이제 그 수효가 몇백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숲을 오르다 보면 군데군데 올가미로 덫을 놓아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은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꿩 잡기를 권장할 정도다.

미조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돌담길 사이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바람이 많은 탓일까, 어떤 곳은 돌담의 높이가 사람의 키보다 높다. 수령이 500년은 된 듯한 후박나무(천연기념물 제345호)는 주변의 돈나무, 느티나무, 보리밥나무와 함께 마을의 방풍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추도는 다른 섬 지역과 달리 논농사가 성행했던 섬이다. 풍부한 수원 탓에 산 중턱 아무데서나 논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섬 어느 곳에서도 논농사 짓는 곳을 찾아볼 수 없다.

추도 미조마을의 명물은 마을 앞바다의 ‘용머리’. 지형이 용머리처럼 생겨 이름 붙여졌단다.

용머리는 마을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5대째 추도 미조마을에서 살고 있는 김금규(72) 옹은 “용머리는 나무도 함부로 자르면 안된다”며, 나무를 자르면 마을에 꼭 무슨 일이 생긴다고 말한다.

마을을 가로질러 언덕에 올라서니 물메기를 말리는 미조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왼편으로 꺾으면 이웃 마을인 대항마을로 가는 추도 일주로로 접어든다. 20여 분을 걸어 도착한 대항마을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도대체 마을 주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을을 한참 돌아보다 다행히 담벼락 아래서 겨울 햇살을 즐기고 있는 두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대부분인 대항마을에서도 물메기를 잡는다. 하지만 이웃 미조마을에 비하면 ‘새 발에 피’다. 추도에서 마을이 가장 큰 대항마을에는 예전엔 추도분교도 있었지만 오래전 폐쇄되고 지금은 흉가로 변해 있다. 그나마 마을 중앙의 ‘추도 보건지소’는 주민들의 가장 큰 위안이다. 보건지소장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왕진을 나갔는지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고 연락처와 방문 진료 장소만 남겨져 있다.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추도는 통영의 다른 섬에 비해 특별히 아름다운 절경을 내세울 만한 명소는 없다. 하지만 눈길이 닿는 곳마다 다정다감한 남쪽 섬의 풍치가 이어지는 아름다운 섬이다. 특히 미조마을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용머리는 선이 고운 두미도를 배경으로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화산의 용암이 분출돼 형성된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추도는 섬 특유의 지명들이 많다. 가마솥처럼 둥글게 생겨 ‘가매(가마)바우, 수리가 찾아든다는 ‘수리바우’, 큰 북처럼 생겨 ‘북바우’, 사람이 흔들면 쉽게 흔들리는 ‘흔들바우’ 등 다양한 지명을 가진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여객선은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2회(오전 6시50분, 오후 1시40분) 운항한다. 그러나 두미도를 오가는 바다랑호는 삼천포 장날인 4·9일은 운항 시간이 바뀐다. 미리 배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 ☏642-0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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