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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충청남도

서천여행 한산모시 모시공예마을 한산모시관 소곡주

by 구석구석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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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은 충남에선 서해안 끝자락으로 풍족한 어항과 아름다운 해수욕장 등 빼어난 해양관광 명소를 품고 있어 바닷가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한산면은 서천에서도 평야가 발달한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남쪽에 맞닿은 금강 덕에 예로부터 농사가 잘 되었고 덩달아 전통적 농촌문화가 발달하였다.

충남 서천군의 한산면은 인구 2천 5백여 명에 불과한 평범한 시골마을이지만 상당히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고려 때부터 써왔다는 ‘한산(韓山)’이란 지명에 ‘큰 고을’이란 뜻이 담겨있어서인지 아니면 조선시대 말엽까지 한산군으로 불린 역사적 내력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한산모시나 한산소곡주가 워낙 유명해서도 그럴 수 있다.

한산모시관의 베짜는 여인 동상.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산세모시의 맥을 잇고 그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건립된 한산모시관(충절로 1089 / 041-950-4431, 4226)에서는 모시풀 재배부터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짜기까지 전 제작과정을 볼 수 있으며 태모시만들기, 모시차 마시기, 모시짜기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한 노인의 현몽으로 건지산 기슭에서 모시풀을 발견한 이래 1천여 년 동안 나라의 진상품으로 이어져 온 서천의 명물. 4월에서 9월까지 매월 초·중·하순의 1일과 6일에는 모시장이 열린다.

 습기를 흡수하고 발산하는 속도가 빠른 모시의 특성 때문에 모시장은 오전 4시쯤 열린다. 새벽안개의 습기를 머금은 모시를 백열등 아래서 비춰보고 만져봐야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는 오랜 전통의 모시감별법 때문이다. 문헌서원 (충남 지정문화재 자료 제125호)은 고려말 대학자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선생을 배향하기 위해 선조 27년(1594)에 건립되었다.

한산모시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아름다운 채색을 위해 필요한 매염재료들 

한산 모시시장의 최대성수기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이루어지는데, 이 기간에 5~6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며 모시 약3백 필 정도가 거래되고 있다. 장날(1, 6, 11, 16, 21, 26일)이면 어김없이 새벽 5시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해가 뜨는 7시쯤에 파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반짝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한산모시가 탄생되기까지에는 태모시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의 과정을 거친다. 좋은 모시를 짜기 위해서는 재료의 수급이 중요하다. 모시풀을 수확해 잎사귀를 제거하고 바깥쪽을 벗겨내 속껍질을 물에 담갔다 말리면 태모시가 된다. 태모시 가닥을 이와 손으로 찢은 다음에 그것들을 서로 이으면 모시를 짜는 재료인 모시굿이 된다.

모시를 짜기 위해서는 태모시 째기와 가닥들을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시키는 삼기 작업을 거쳐, 베틀에 걸 날실 길이와 올 수를 맞추는 날기 작업. 그리고 콩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만든 콩풀을 여러 개 날실에 묻히고 왕겨 불로 말리는 매기과정을 거친다. 

한산모시관의 전시물.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고난도의 솜씨와 인내가 필요한 세모시 짜기 

콩은 풍부한 기름기로 날실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하고, 소금은 습도조절에 이용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본격적인 짜기 과정으로 날실과 씨실을 엮어 모시를 만드는 짜기 과정에 접어든다. 발로 베틀의 쇠꼬리채를 잡아당겨 도투마리에 감긴 날실을 벌린 다음, 씨실이 감긴 북을 좌우로 움직여 모시를 완성한다.

서천군 한산지역에서 만드는 모시는 섬세하고 단단하여 예로부터 모시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모시의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시풀 재배와 모시짜기는 고려·조선시대 농가의 중요한 부업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 모시의 인기는 옛날만 못하지만 예전에는 모시를 팔아 학비도 대고 생활도 꾸려 나가는 주 수입원이기도 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방연옥 여사의 모시짜기 모습 / 중도일보

한편 이곳 한산면 지현리에는 지난 93년 8월에 개관된 「한산모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한산모시관은 서천군의 대표적 특산품인 한산세모시의 맥을 잇고 모시명산지를 명소로 가꾸어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군민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건립하였으며, 주요시설로는 전수교육관, 전통공방, 모시가, 소곡주제조장, 상업시설, 어린이놀이터 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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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관에 전시된 모시를 이용한 소품들 

모시는 필(폭31cm, 길이 22m)단위로 거래되며 날실의 양에 따라 세저, 중저, 막저 등 3가지 타입의 등급으로 나뉜다. 필당 판매가격도 20만원 선에서 고급품은 60만원까지도 호가한다.

여름을 앞둔 4~6월에는 한산모시 새벽시장이 성수기를 누리고, 5월에는 모시문화제도 개최된다. 한산모시관에서 매년 5월중에 개최되는 이문화재는 축제 한마당으로,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열리는 지역행사다. 저산팔굽길쌈놀이, 모시길쌈대회 등 모시 관련 행사를 비롯하여 그네뛰기, 농악경연, 윷놀이, 팽이치기의 민속놀이도 벌어진다. 찾아오는 이들의 먹거리를 위해 향토음식점도 개설하며 불꽃놀이, 야간 촛불행진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모시의 질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모시를 사려면 읍내에서 자동차로 20분쯤 떨어진 한산농협이나 한산모시타운에 가면 제대로 된 모시를 살 수 있다

/ 한지호 자동차여행가  

한산모시공예마을 초가집 단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산모시공예마을은 자연부락이 아니고 서천군에서 조성한 체험단지이다. 기와집 단지와 초가집 단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집집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기와집에서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로 천연염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쪽빛나그네’가 있다. 쪽물과 같은 천연염료로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직접 염색하여 즉석에서 건조하여 가져갈 수 있는 체험이다. 홀치기 기법으로 다양한 무늬까지 넣을 수 있어서 개성 넘치는 기념품을 손수 만들 수 있다. 비용이 좀 비싸지만 모시의 고장이니 모시 천연염색에 도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바로 옆 ‘실이랑바늘이랑’은 바느질공방이다. 알록달록 오색 팔찌 만들기와 같은 간단한 체험에서부터 천연 목화솜을 활용한 브로치 만들기, 모싯잎 모양 컵받침 만들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초가집 단지에서는 부채공방 ‘부채이야기’가 인기다. 충남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된 부채장의 지도로 부채 꾸미기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공작선, 파초선, 맨드라미선 등 멋진 모양의 부채를 기념품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부채공방 바로 옆은 다례공방으로 다례체험을 통해 모시 잎차를 시음할 수 있으니 집집마다 계속 이어지는 체험활동에 잠시 쉬어가는 효과도 있다.

한산모시공예마을 내 한옥카페 선베이크를 추천할 만하다. 갓 구운 빵과 한산모시라떼 같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한산에는 식당이 많지 않고 이웃한 장항읍에는 맛집들이 몰려있다. ‘장항 6080 음식골목, 맛나로(路)’라는 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정겨운 시골 새벽장까지 둘러보는 '한산모시문화제' 

전통 천연섬유 축제인 ‘한산모시문화제’는 서천군의 대표적 특산품인 한산모시를 소재로 매년 5월 초에 한산면 지현리 한산모시관일원에서 열린다.

모시옷패션쇼

각종 시연 및 체험 행사 등을 통해 한산모시의 아름다움과 옛 선인들의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기회. 조선시대에는 모시의 유통이 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한산만이 유일하게 모시의 명맥을 이어오면서 모시시장을 열고 있다.   축제는 저산팔읍 길쌈놀이 시연, 한산모시옷 패션쇼, 한산모시 디자인 공모전, 모시풀 벗기기 대회, 모시 노끈 꼬기 경연대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전시행사로 모시와 천연염색과의 만남, 한산모시를 이용한 니트전, 모시섬유 페인팅, 모시옷 소품 전시, 짚·모시 공예품 전시 등이 펼쳐진다. 체험행사도 다양한데 모시밭 체험, 천연염색 체험, 일본 소화촌 가라무시 시연, 모시 꽃 만들기 등이 참가할 만하다.

 축제에 갔다면 반드시 한산모시 새벽시장을 둘러보자. 매년 4월에서 9월에 성시를 이루는 한산모시장은 5·10일장으로 새벽 4시쯤 열린다. 새벽 안개의 습기를 머금은 모시를 백열등 아래서 비춰보고 만져봐야 그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장국밥 끓이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골풍경이 정겹다.

 

제32회 한산모시문화제

저산팔읍 김쌈놀이

2022년 6월에 개최된 제32회 한산모시문화제는 ‘새로운 바람을 입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는데 전통적인 한산모시문화를 경험하면서 참가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오프라인으로 치러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문화제의 강화 및 확대를 기획한 축제는 축제장소를 확대해 관람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제공할 하였다.

출처 : 2022 여행스케치(http://www.ktsketch.co.kr)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173번길 21-1 / 한산소곡주갤러리

넓고 기름진 들녘, 풍부한 수자원, 모시라는 걸출한 특산물까지, 한산의 이런 풍요로움은 질 좋은 술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집집마다 빚었던 가양주인 소곡주는 모시와 더불어 오늘날 한산의 보물로 자리매김하였다. 한 잔 두 잔 마실 때는 맛있어서 취하는 줄 모르다가 나중에는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하여 소곡주를 ‘앉은뱅이술’이라고도 불렀다.

서천군에서는 한산소곡주의 내력이 1,300여 년 전인 백제왕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하니 그 귀한 술을 아니 마시고 지나갈 수 없겠다. 게다가 부락마다 양조장들이니 앉은뱅이 겁낼 일이 아니다. “정식 등록된 양조장은 70곳인데 미등록된 곳을 포함하면 300여 곳에서 소곡주를 빚고 있습니다.” 한산면 소재지에 위치한 한산소곡주갤러리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며 시음행사를 하고 있는 직원이 ‘한산에서 소곡주를 얼마나 많이 빚는지’로 안내를 시작한다. 서천군 한산면의 주민등록 가구수가 약 1,400여 가구인데 그중 300여 곳에서 소곡주를 빚고 있다니 놀랄 정도다. 가히 술 빚는 마을이라 할 만하다.

술독에서 익어가고 있는 한산소곡주.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한산소곡주갤러리는 한산소곡주의 홍보와 판매를 위해서 조성한 공간인데 방문객들이 부담 없이 소곡주를 시음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소곡주는 매일 6가지 종류를 준비하여 시음을 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은 어느 양조장의 술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맛을 보게 된다. 블라인드 시음을 거쳐 내 입에 쏙 맞는 소곡주를 만났다면 즉석에서 구입도 가능하다.

한산소곡주 시음을 해 볼 수 있는 한산소곡주갤러리.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소곡주 한 잔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졌으니 금강변의 신성리 갈대밭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요즘 MZ세대들에겐 낯설지만 기성세대들에겐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인 갈대밭이 사시사철 시원한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영화 속 장면처럼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는데 갈대밭 위로 조성된 공중 산책로도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소곡주 한 잔의 취흥이 더해진 여행자이기에 도도히 흐르는 금강과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성 충만한 시인이 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갈대밭 속으로 들어가 멋진 인생사진 하나 건지는 추억을 쌓는 것도 좋으리라.

신성리 갈대밭 전망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신성리 갈대밭으로 해가 내려오고 있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서천은 미식의 고장이다.

'봄철 주꾸미', '가을 전어'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주꾸미와 전어 사이엔 광어와 갑오징어가 있다. 이즈음 서천을 찾으면 그야말로 싱싱한 자연산 광어를 실컷 맛볼 수 있다. 서면 마량포구는 전국 최대 자연산 광어 수확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탄력있는 육질에 씹는 맛까지 고소해 발품이 아깝지 않다. 또 갑오징어도 제철을 만나 두툼한 횟감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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