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르고 병풍처럼 펼쳐진 층암절벽 위의 푸른 소나무. 유난히 푸른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푸른 강. 모두가 하나로 이어진 듯 푸르다. 그저 돌덩어리 절벽이라면 얼마나 삭막할까. 바위틈을 비집고 솟아난 나무들은 이제 막 울긋불긋 절벽을 채색하며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가니 가을은 깊어만 간다. 그리고 절벽 위 홀로 고고하게 선 환벽정(環壁亭)까지. 산막이마을 선착장에 서니 잊힌 전설의 비경 연하구곡(煙霞九曲)은 마치 단원 김홍도의 그림처럼 신비롭다.
충북 괴산군 산막이옛길.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 산막이마을까지 4㎞가량 이어지는데 달천(괴산호)의 푸른 강물과 숲의 환상적인 미라주를 즐기며 걸을 수 있는 드문 길이다. 산책로가 완만하게 조성돼 아이들도 걷기 좋다. 하지만 어른 걸음으로 빨리 걸어도 한 시간가량 걸리고 산막이옛길 끝까지 가야 환벽정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사오랑 마을 입구에서 트레킹화의 끈을 단단히 조여 맨다.
1957년 2월 괴산댐이 준공되면서 수몰돼 길이 없어지자 산막이마을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어 다녔다고 한다. 이 길에 덧칠하듯 나무데크를 활용한 산책로가 조성돼 매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아름다운 길로 탄생했다.
괴산댐으로 길만 수몰된 것은 아니다. 괴산의 9개 구곡 중 하나인 연하구곡도 사라졌다. 그 존재조차 잊힌 전설의 비경은 2001년 향토사학자 이상주씨의 논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 후기 때 선비 노성도가 각 곡의 아름다운 절경을 읊은 연하구곡가를 지었는데 1∼9곡은 탑바위(塔巖), 뇌정암(雷霆巖, 벼락바위), 형제바위, 전탄(箭灘), 사기암(詞起巖), 무담(武潭), 구암(龜巖), 사담(沙潭), 병풍바위(屛巖)다. 지금은 1곡과 9곡만 남고 나머지는 수몰됐다. 그야말로 전설속의 비경이 돼 버렸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깎아지른 절벽의 단면을 단풍이 아름답게 꾸미는 풍경은 태어나 보지 못했으니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유람선을 타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절벽인 연천대 위 등잔봉에 지어진 환벽정은 2011년 한 사업가가 자비를 들여 건축했다. ‘마음을 깨끗하고 청렴하며 푸르게 하라’는 뜻을 담아 이런 이름을 지었단다. 하지만 이보다 하늘, 강물, 소나무의 푸름이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돼 환벽정인 듯하다.
/ 사진 글 - 세계일보 최현태기자
운교리 ~ 갈론마을 오솔길 / 충청도 양반길1코스
괴산에는 산막이옛길만 있는 건 아니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더 나은 길이 여럿 있다. 더 고즈넉하고 인적도 없을뿐더러 풍경도 훨씬 더 좋은 길이다. 그중 첫손으로 꼽을 만한 길이 청천면 운교리에서 칠성면 갈론마을까지 이어지는 3㎞ 남짓의 수변 오솔길이다. 이 길은 산막이옛길과 마찬가지로 괴산호를 끼고 이어지는데, 산막이옛길이 괴산호 하류의 서쪽 호안을 따라 이어진다면, 이 오솔길은 반대 상류의 동쪽 호안을 끼고 간다. 오솔길은 ‘속리산 둘레길’ 구간에 속하기도 하고 ‘충청도 양반길 1코스’와 겹쳐진다.
오솔길의 출발지점은 청천면 운교리다.
길 찾기는 쉽다. 운교리마을회관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한창 신록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버드나무 무성한 습지로 내려가면 물 건너편으로 바위벼랑인 신랑바위(사모바위)가 나타난다. 신랑바위를 마주 보고 각시바위(선유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이미 오솔길에 접어든 것이다.
호수에 벼랑으로 솟은 각시바위는 괴산의 또 다른 구곡인 ‘연하구곡’의 제1곡인 탑암으로도 불린다. 길은 각시바위를 지나 갈론마을까지 이어지는데, 출렁다리가 있는 연하협까지만 가서 되돌아오는 게 낫겠다. 오솔길은 고요하다. 간혹 낚시꾼들이 탄 배가 숲의 초록이 데칼코마니처럼 찍히는 수면 위를 고요하게 오갈 뿐이다.
/ 글 문화일보 박경일 전임기자
/ 사진 네이버 들꽃피는 나그네길 선유대(괴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충북 괴산군 충청도양반길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4월에 걷기 좋은 여행길로 선정됐다.
충청도양반길 중 제1코스는 산막이옛길을 포함한 연하협구름다리까지의 탐방로로 2014년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와 2015년, 2017년 2회 연속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등 지난해 관광객 153만이 방문한 괴산의 대표 관광지다.
충청도양반길은 산막이옛길에서 시작해 괴산의 갈은구곡,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을 하나로 연결한 총85km(8코스)의 탐방로며 양반길 1코스는 괴산댐~산막이옛길~갈론마을~양반길출렁다리~운교리목교~덕평삼거리 거리 14.5km이다.
숙식할 곳
산막이길에는 숙소가 없다. 괴산 시내나 시내 근처의 민박을 이용한다. 청풍장여관(041-832-2345), 비학동마을민박(041-832-5279). 산막이길 주차장 위 언덕에는 비학동마을 주민들이 주막을 열었다. 잔치국수, 부침개, 도토리묵과 더불어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며 걷기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괴산에서 먹지 않으면 섭섭한 것이 올갱이 요리다. 올갱이는 다슬기를 충청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올갱이는 시력 보호, 간 기능 회복, 숙취 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산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는 오랜 전통과 맛을 자랑하는 3곳의 식당이 있는데, 기사식당(041-833-5794)이 가장 잘한다.
'방방곡곡 > 충청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양군 595번지방도 백자리 보발재 구인사 화전민촌 (0) | 2022.08.16 |
---|---|
단양 현곡리 새한서점 영화촬영지 (0) | 2022.07.30 |
단양 남조천 운선구곡 사인암 청련암 (0) | 2022.06.22 |
괴산 태성리 각연사 (0) | 2022.06.06 |
영동 금강둘레길 (0) | 2022.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