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증산면 평촌3길 25-10 (평촌리) '김천 옛날솜씨마을' ☎ 054-437-0455
김천시 안쪽으로 대덕산 및 그 계곡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지례로부터 북류하는 감천, 서북의 고성산과 황악산, 추풍령 등에서 시작되어 김천시를 동류하는 직지천 등이 김천 시내에서 합류되어 낙동강의 지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감천과 직지천 유역을 따라 형성된 낮은 평야지대는 편리한 관개와 비옥한 토성 때문에 농산물 재배에 적지인 곳이다.
고개를 들면 하늘구멍이 보이는 산골짜기 마을로 산과 물과 따뜻한 시골인심이 한데 어우러진 옛날솜씨마을. 주름진 얼굴 사이 미소는 외가댁 할머니가 생각나고 거친 손 사이좋은 솜씨에 조상님의 지혜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사계절 속 산촌 아련한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소박하고 정감어린 증산계곡을 끼고 있는 산골마을이다.
평촌리는 장뜰, 가랫재(가릇재), 평촌 세 마을을 아울러 이르는 행정지명이다. 이 지역은 전쟁 뒤까지도 주변 절집들의 절대적 영향권 아래 있었다. 청암사의 사세가 얼마나 컸던지, 증산면은 물론 이웃 대덕면 일대의 땅이 모두 청암사 소유였다고 한다. 광복 뒤 토지개혁이 이뤄지면서 주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됐다.
청암사의 위세는 쇠퇴했지만, 주민들의 생활 속엔 지금도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먹을거리에서도 절집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장뜰 주민들이 지금도 즐겨 만들어 먹는 석감주나 약단술, 강정, 정과, 차 등이 그런것들이다. 귀한 손님들이 오면 주민들은 녹차나 반숙성차인 황차, 도라지로 만든 정과 등을 내놓는다.
석감주는 돌을 쌓고 진흙을 발라 밀봉한 화덕에서 왕겨를 태운 불로 서서히 열을 가해 24시간 숙성시켜 만든다. 약단술은 이 지역에서 나는 7~8가지의 약초들을 달인 물을 사용해 발효시켜 만드는 식혜다.
장뜰마을의 골짜기 이름 중엔 숯골, 숯구배기 등 숯 관련 지명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고로쇠물 채취 마을로도 이름 높았다. 25년 전까지도 평촌리에선 곡우축제라는 큰 행사가 해마다 벌어졌다고 한다. 곡우(4월20일) 전후 사흘간 나오는 고로쇠물이 약이 된다 해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마을 입구부터 청암사 주변까지 인파와 노점들로 메워지다시피 했다고 한다.
평촌리의 고로쇠물 채취는 예전 같지 않지만, 지금도 20여 가구가 참여하는 고로쇠작목반이 있다.
ㅇ증산면 옛날솜씨마을은 패기있는 젊은 영농후계자 한 사람이 일으킨 세련된 체험마을이 아니라 마을 이름에서 다소 추측할 수 있듯이 동네 어르신들이 저마다 시골 생활 속에서 터득한 각기 다른 재주 한가지씩을 모아 동네를 찾는 젊은이들과 나누는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따라서 체험거리가 무형문화재와 같은 고난도의 재주나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기보다 시골 음식 만들어 먹어보기, 마당에서 전통놀이 하기, 할아버지 할머니 옛날 이야기듣기와 같이 정감 넘치는 옛날 시골마을의 하루를 살아보는 체험에 가깝다.
계절별로 체험거리가 다양한데, 2월처럼 아직 추운 겨울에는 썰매타고 팽이치기, 꼬마메주 만들기, 고구마 구워먹기, 눈이 온 날이면 설피 신어보기, 마을 언덕배기에서 비료포대로 썰매타기를 할 수 있고, 곧 다가올 봄에는 호드기(버들피리) 불기, 산에서 봄나물 채취하기, 고추 호박 등 모종심기, 여름엔 수도계곡에서의 물놀이, 우물물 푸기, 고추 옥수수 따기, 가을에는 메뚜기 잡기, 새총 만들기, 햅쌀 방아찧기, 고구마 캐기 등이 가능하다. 사시사철 가능한 체험으로는 농경유물관 전시, 청암사 산책, 제기차기, 투호 등 옛마당 놀이, 짚풀 공예, 콩 갈아 두부만들기, 가마솥찐빵 만들어 먹기, 천연염색하기, 야생화 압화 만들기 등이 있다.
옛날솜씨마을은 유치원, 초등학생들의 단체여행지로 매우 적합하다.
어르신들이 가지신 재주가 각양각색이니 체험거리는 그날그날 어르신들의 사정과 형편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모든 어르신들이 한꺼번에 마을을 비우시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가능한 체험의 종류가 달라질 뿐 연중 휴무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의 체험은 최소 15명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고 실내 체험장은 최대 50여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고, 야외는 그 이상 가능하다.
체험에 사용될 재료를 하루 전이나 새벽부터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로 홈페이지 또는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숙박형 참가비는 3끼 식사를 포함하여 성인 32,000원, 어린이 27,000원, 당일형 참가비는 1끼 식사 포함에 성인 15,000원, 어린이 14,000원이다.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민박집을 운영하여 최대 300여명까지 수용가능한데, 숙박비는 평균 1실 30,000원(4인기준, 추가 1인당 10,000원)으로, 제철에 생산되는 농산물 및 산채 중심으로 식사를 제공한다. 워낙 외진 곳이다 보니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운전으로 찾아가야한다.
ㅇ개인이 운영하는 상록수체험장
상록수(방갈로운영)체험장 옛날 골동품들을 수집하는 취미 덕택에 현재에 와서는 수백종의 소중한 골동품을 소장하여 체험장 내에 진열, 상록수체험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볼거리로 제공해 주고 있다.
ㅇ평촌리 주변엔 신라 때 창건된 사찰·암자가 세 곳 있다. 수도산(불령산) 자락의 청암사와 수도암, 증산면 소재지에 있던 쌍계사 터다. 청암사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절로, 조선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가 폐비된 뒤 내려와 복위를 기원하며 4년을 머문 곳이기도 하다. 비구니 승가대학이 있는 수도 도량이다.
수도암도 청암사·쌍계사와 같은 시기에 세운 암자로 전한다. 6·25 무렵엔 빨치산 불꽃사단 본거지였다. 법당 앞마당에 서면, 탁 트인 전망의 끝에 연꽃을 빼닮은 가야산 연화봉 자태가 또렷하다. 대적광전·약광전의 두 석불과 마당의 동서 한 쌍 삼층석탑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법당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는 쌍계사는 면사무소 뒤 시루봉 밑에 있다가 6·25 때 불탔다. 주춧돌과 부도, 노송들만이 오래된 절터임을 짐작게 해준다.
증산면 옛날솜씨마을과 청암사 등만 둘러보기 아쉬우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 가운데 하나인 직지사와 그 주변을 둘러보자.
직지사에 일명 천불전(千佛殿)이라고도 불리는 비로전(毘盧殿)에는 비로자나불 뒤로 천개의 불상을 배치하였는데, 좌상 가운데 단 한 명의 불상만 서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나 임신한 사람이 이 서있는 동자승을 한 번에 찾으면 아들을 낳고, 쉽게 보이지 않으면 딸이라고 한다.
직지사 근처에 세계도자기박물관은 한국의 유명도자기 뿐만 아니라 웨지우드, 마이센, 로얄코펜하겐 등 세계 각 지역의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명품 도자기 일천여점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평소 예쁜 그릇과 도자기 인형 등 각종 도자 소재의 장식품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개관하며 관람요금은 성인 1000원, 청소년, 학생, 군인은 500원. 매주 월요일과 신정, 설날 및 추석연휴기간은 휴관이다.
아이들에게 시골체험 외에 새로운 체험을 추가하고 싶다면 빗내농악전수관에서 전통음악을 배워보자. 빗내농학은 전쟁용 진굿으로 군사훈련용 또는 전시에 투지를 북돋기 위한 진굿으로, 상당히 저돌적이고 속도감 있는 풍물이다. 주말 휴관이고, 체험이 가능한지 미리 전화로 확인해야한다.
■먹을거리
평촌리 청암사 들머리에 흑염소 고기 요리로 이름난 평촌식당(054-437-0018)
50년째 순두부를 해오며 유명해진 할매식당(054-437-0017)
장뜰마을에 흑염소 전문 단지봉식당(054-437-0359)
[자료 : 한겨레신문 이병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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