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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울릉도 일주도로

by 구석구석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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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이어진 44.3km 울릉도 일주도로

 

굽이굽이마다 발길 붙잡는구나

 

 

울릉도는 높은 파도에 수없이 요동치는 롤로코스터급 배멀리도 각오해야 한다. 여객선 바닥에 드러누워 멀미 후유증으로 인사불성이 되기 일수이다. 힘들고 머나먼 여정에도 울릉도에 대한 설렘은 쉽사리 방문자를 허락하지 않는 섬이다.

 

그러기에 천혜의 풍광과 대 묻지 않은 생태계를 간직한 섬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화산이 솟아오르다 무너지며 만들어진 거대한 절벽과 뾰족한 바위들이 해안에 즐비하다. 한 굽이 돌 때마다 바위들이 겹쳐지고 드러나며 새로운 바다 풍경을 펼쳐 보인다.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일렁거리고 날카로운 절벽은 산봉우리를 타고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984m)으로 이어진다. 무서울 만큼 원시적이고 숨겨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비경의 연속으로 이런 울릉도를 즐기는 방법 중 가장 먼저는 해안일주이다.

 

1976년 공사가 시작된 일주도로가 전구간이 개통되었으며 내수전에서 섬목까지 4.75km 구간을 완성하며 마침내 총 44.2km 울릉도 일주도로가 완성된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도동항에 발을 내렸다. 눈앞에는 그야말로 신천지가 펼쳐졌다. 예약한 렌트카를 받아 일주도로에 오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울릉도 일주를 하려면 도동이나 저동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북쪽 천부에서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왕복하는 시간은 3시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일주도로 개통으로 저동항에서 천부까지 약 15분이면 갈수 있다.

 

독도전망대에서 보는 도동항

그동안 막혀있던 관음도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저동항을 지나자 곧게 뻗은 도로와 터널이 눈에 들어왔다. 내수전 터널과 와달리 터널, 섬목 터널을 통과하자 10여분만에 관음도와 삼선암이 한 눈에 들어왔다.

 

관음도는 울릉도 부속섬 중 독도와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2012년 길이 140m의 연도교가 놓이면서 걸어서 건너갈 수 있게 됐다. 매표소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까지 올라가자 괭이갈매기가 여행객을 맞는다.

 

삼선암

다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에 눈을 뗄 수 없다. 바다저편에는 삼선암을 비롯해 해안일주도로가 절벽을 따라 이어지고 있다.

 

관음도에서 보는 쪽빛바다

관음도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조금 가면 울릉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석포 일출일몰 전망대 가는길이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일출과 일몰만이 아니다. 날씨가 좋다면 대한민국 동쪽 막내섬 독도도 볼 수 있다. 또 안용복기념관 앞은 죽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파도가 몰아치는 삼선암 해안도로에는 차를 세워두고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는 젊은 여행객들이 넘쳐난다.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주민은 일주도로가 개통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천부전망대의 전망. 저동항에서 15분이면 갈 수 있다.

북면의 중심지인 천부에 닿았다. 천부에는 해중전망대와 천부전망대가 있다. 이중 천부전망대는 관광객에겐 아직 덜 알려진 짤막한 산길이다. 300여m의 짧은 길이지만, 탁 트인 해안 전망, 솔잎 깔린 오솔길과 울창한 삼나무숲을 갖춘 알찬 산책로다. 산비탈에 설치된 나무계단이 매우 가파르지만, 15분쯤 숨차게 오르면 곧바로 전망대에 이른다. 뾰족하게 솟은 송곳봉(430m)과 그 앞바다에 뜬 코끼리바위(공암), 그리고 천부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전망은 좋지만, 전깃줄이 풍경화를 갈라놓아 아쉽다.

 

송곳봉 뒤로 노을

천부에서 옆으로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따라 차로 10분여를 오르면 울릉도 유일의 평야지대인 나리분지다. 주변은 화산체에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는 해발고도 986m의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이 우뚝 섰다.

 

울릉도의 유일한 나리분지

천부를 지나면 송곳처럼 뾰족하게 높이 솟아 바다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는 송곳봉이 나온다. 마그마의 통로인 화도가 굳으면서 생긴 이 거대한 암벽은 속도를 늦추고 감탄하며 올려다보게 된다.

 

현포전망대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자. 저 멀리 천부 해안도로와 송곳봉, 코기리바위가 이어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현포를 지나면 해안에서 멀어져 산길을 오른다. 가파른 산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와 태하마을로 향했다. 섬의 북서쪽 끝, 해안선이 고래 꼬리를 닮은 대풍감(待風坎)으로 가는 길이다.

 

태하마을은 옛 우산국의 중심 거주지였다고 알려진 곳이다. 조선 태종 때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섬을 비워두는 공도정책을 펴며 주민들을 철수시킨 포구이고, 고종 때 다시 개척령을 내려 주민들을 이주시킨 포구도 태하마을이다.

 

이곳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파른 절벽을 6분여 오른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동백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울릉도 등대(태하등대)와 대풍감(향목) 전망대가 나온다.

 

대풍감에서 바라본 북측 해안도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면의 해안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경으로 손꼽힌다. 절벽 아래 바닥의 돌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옥빛에서 시작해 쪽빛으로, 검푸른 빛으로 변해 가는 바다는 환상적이다. 바람을 타고 활공하는 괭이갈매기, 부드럽게 굽이치는 해안선을 따라 항구와 마을, 불쑥 솟은 노인봉과 송곳봉, 바다의 코끼리바위까지 한 폭에 담긴다.

 

태하터널을 나와 남쪽으로 내려오다 일주도로를 벗어나 학포길로 들어섰다. 대부분의 해안 마을이 일주도로와 접해 있지만, 학포 마을은 가파른 내리막길 끝에 있어 한적하다.

 

마을로 내려오는 길 바다가 보이는 옛 학포분교 자리에 캠핑 데크와 샤워장 등을 갖춘 학포야영장이 있다. 울릉도를 다시 찾게 되면 바다경치가 뛰어난 학포야영장에서 캠핑을 꿈꾸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일주도로에는 해안절벽이 많은 탓에 곳곳에 터널이 많다. 차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작은 터널을 지날 때는 신호를 받고 한 방향씩 차가 지나다니는 독특하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학포를 지나면 통구미(桶龜尾) 마을이다. 거북이가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거북바위를 포함해 기암괴석이 수를 놓고 있다.

 

바다가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을과 등대, 그리고 바다를 달군 해가 장엄한 빛을 토해내고 있다. 저 멀리 도동항에 불빛이 하나 둘 켜진다. 오징어잡이 배가 너른 밤바다를 밝히며 출항을 준비한다.

 

여객선은 강원도 강릉, 동해 묵호, 울진 후포, 포항 등에서 운행된다. 서울에선 강릉과 묵호가 가깝다. 2시간20분~2시간50분 걸리지만 기상상황에 따라 더 소요된다. 강릉과 묵호에는 무료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독도새우

따개비로 육수를 내고 감자ㆍ양파ㆍ호박을 넣고 끓인 따개비칼국수와 참기름ㆍ진간장을 넣고 지은 따개비밥이 유명하다. 오징어 살을 얇게 썰어 넣고 상추ㆍ당근ㆍ양파를 곁들인 오징어물회도 맛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독도새우(사진)도 별미 중 별미다. 저동 천금회센타가 이름났다. 보배식당은 홍합밥을 잘 한다. 약초를 먹고 자란다는 울릉 약소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땅 독도를 비롯해 도동∼행남등대 해안산책로, 내수전 옛길, 몽돌해변, 봉래폭포, 독도전망대, 성인봉 등이 있다. 군내버스가 섬내 주요 마을과 관광지를 연결한다. 버스시간만 잘 맞추면 자가용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섬일주는 관광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렌터가는 승용차 1일기준 6만원~12만원선. 울릉도에서 여행을 처음 시작한 한국드림관광은 패키지여행을 비롯해 다양한 여행상품이 있다.

[아시아경제 / 울릉도=글ㆍ사진=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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