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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밀양-아리랑길 3코스-금시당 월연정

by 구석구석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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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는 밀양읍성~삼문송림~아랑각~영남루(6.2㎞ 3시간), 2코스는 밀양향교~추화산성~밀양시립박물관(4.2㎞ 3시간), 3코스는 용두목~금시당~월연정~추화산성~섬벌마을(5.6㎞ 3시간). 여유 있게 걷는다면 1~2시간 더 걸림. 금시당과 월연정은 문이 닫혀 있을 때가 있으니 최소한 하루 전날 밀양시청 문화관광과(055-359-5639)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겠다. 출발 전에 물과 간식도 챙기자.

 

선비들 걷던 고즈넉한 숲길... 아리랑길 3코스

 

밀양은 용의 나라다. 미리벌, 추화군, 밀성군. 밀양의 옛이름은 용과 인연이 깊다. '미리'는 미르처럼 용을 일컫고, 추화의 추(推)는 '밀 추'다. 한자 뜻 소릿값으로 '미리'를 본뜬 게다. 반면 밀성의 밀(密)은 한자 음을 차용했을 터. 그래선지 밀양의 둘레길 아리랑길 3코스에도 온통 용투성이다. 용두산, 용두목, 용두연, 용호, 추화산, 추화산성….

용 이름 빽빽한 아리랑길 3코스는, 그러나 선비의 길이다. 지조에 붙들린 선비들이 이 구부러진 숲길을 반듯하게 걸었다. 오백 년 전, 그들 따라 유유했을 밀양강은 그저 말없이 흐른다. 봄볕 적신 물길이 눈부시다.

아리랑길 3코스는 바람길이기도 하다. 연 이틀 비 먹어 촉촉한 숲길은 맑은 댓잎 바람과 솔바람, 살랑대는 봄바람으로 그득하다. 오월 신록 실컷 누리다 '귀거래사'한 금시당과 월연정에 쉬어도 좋다. 멈춰야 보이는 것들로 마음은 따사롭다. 아리랑길 3코스(5.6㎞)의 즐거움들이다.

■금시당 그리고 월연정

아리랑길 3코스의 출발점은 밀양철교 밑 용두목 주변 청룡사다. 절집을 품은 산이 용두산이다. 강 맞은편에서 보면 엎드려 물 들이켜는 용 머리를 닮았단다. 절집 뒤 바위 봉우리가 거기에 해당된다. 해서 절집 앞 밀양강은 용두연이다.

용두연에서 세월을 낚는 강태공.

 

 

용두연은 비슬산과 운문산, 가지산 등줄기 물이 합수한 자리. 먼 옛날엔 기우소로 쓰였다. 용이 목 축인 곳이니 신성하고 용한 터였겠다. 한참 세월이 지나 이곳은 밀양에서 알아주는 유원지로 기능했다. 1970년대 무렵이다. 보트 수십 척이 물놀이 장사로 짭짤했고 인파가 몰렸다. 주변 음식점의 은어 요리도 유명짜했다. 밀양강 청정수에서 자라 수박 향과 감칠맛이 남달랐다. 이제는 밀양강 은어 또한 옛일이 돼버렸다. 1987년 완공된 낙동강 하굿둑 부작용이다. 을숙도 갈대밭 절반을 망친 하굿둑은 은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릴적 바다로 나갔다 다시 하천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길목이 막혀버렸다. 은어가 종적을 감췄다. 문화해설사 이순공 씨의 설명이다. 이래서 자연은 섣불리 손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가파른 목계단을 잠시 오르면 천경사다. 절집 쉼터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크게 활처럼 휜 밀양강과 그 너머 볕 좋은 들녘 '암새들'이 한적하다. 바위 많은 데다 홍수로 바닥 팬 땅에 물웅덩이가 생겨나 암소로 불렸던 땅이다. 암소(巖沼)는 언제부턴가 암새로 바뀌었다. 절집 찬불가가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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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사 앞길에서 초록 숲길이 펼쳐진다. 벚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아득하고 차분한 봄빛 세상. 피천득의 오월이었다.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무한 살 청신한 얼굴.' 그 민낯 사이로 밀양강이 조용히 봄소리를 흘린다. 부풀어 오른 흙길은 푹신했다.

금시당 산책로 입간판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선비길의 시점이다. 일러둘 게 있다. 선비길은 공식 명칭은 아니다. 향토사학자들이 그렇게 부를 뿐이다. 영남 선비들은 금시당 가는 이 길을 밟아서 낙향 선비 이광진 선생과 교유했다. 길 왼편 밀양강 쪽으로 대밭이 길게 이어진다. 정비랍시고 지나친 포장을 안했다. 내내 강물소리와 풀냄새가 따라다닌다. 손 덜 댄 원래의 모습, 선비길의 미덕이다. 그래서 아름답다.

굿바위인 구단방우를 지나자 금시교 다리 밑으로 징검다리가 밀양강을 가로질렀다. 2006년에 만들었다. 돌아올 때 이 다리를 건너는데 전날 비 탓에 수량이 불어나 이용못했다. 옷 적실 요량이면 무관하다.

 

솔밭에 둘러싸인 금시당은 이광진 선생이 자신의 호를 따 1566년 건립한 별서다. 혼탁한 세상이 싫어 벼슬 청산한 선생은 별서에서 자연 벗삼아 후학을 양성했다. 임진왜란 때 불탔으나 후손인 백곡 선생이 복원했다. 금시당 옆으로 백곡 선생을 기린 백곡재가 자리했다. 수령 460년의 은행나무가 늙은 가지를 하늘로 벌렸다. 가을엔 노랗게 물든 이 나무 보려는 사람들로 금시당 문턱이 반질반질하다. 160년 된 매화나무 금시매, 100년 넘은 백송도 출사객을 붙든다.

금시당은 앞이 툭 트였다. 허리춤 높이의 돌담에 서면 밀양강, 암새들, 추화산이 거침없이 달려든다. 건듯 부는 바람이 황홀하다. 금시당 선생을 여기에 눌러앉힌 게 이 바람이었을는지 모를 일이다. 금시(今是). 시류에 휘둘리지 않는 지금이 옳다. 도연명의 '귀거래사' 대목이다.

참, 백곡재 뒤편 담장이 3년 전에 무너졌다. 봄 땅이 녹아 10m 길이쯤 내려앉았다. 경남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탓에 문중이 손을 못 댄다. 행정기관의 방치가 안타깝다.

금시당 바로 밑 밀양강을 용호라 한다. 수심이 유달리 깊다. 용호를 지나 활성교, 장선나루를 거치면 월연정 입구다.

 

지지난해 명승으로 지정된 월연정은 예로부터 이름이 높았다. 담양 소쇄원과 짝을 이뤘다.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 선생이 1520년 세운 별서로 기묘사화 후 벼슬 버리고 풍류자적했던 곳이다. 역시 임진왜란 때 소실돼 복원, 중수 과정을 거쳤다. 월연정 자리엔 월영사란 절집이 있었다. 절터였으니 풍치는 두말이 필요 없다. 건축 양식이 특이하다. 대개 정자는 단독 건물이지만 월연정은 두 개 영역으로 나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이 월연대, 왼쪽이 쌍경당이다. 쌍청교가 이들을 잇는다.

시내에서 10분쯤 가면 ‘월연정(경남유형문화재)’이 나온다. 월영정은 조선 중종 때 한림학사를 지낸 월연 이태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짓고 별서(別墅, 별장)로 삼았던 곳으로,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다. 출처 : 투어코리아

중심 건물은 쌍경당(雙鏡堂). 강물에 비친 밤하늘 보름달이 거울 속 한 쌍이라 해서 쌍경당이다. 월연 선생의 주 거처였다. 밀양강변엔 행단(杏壇)이 은행나무 아래에 있었다. 행단은 공자에서 유래한다. 공자는 은행나무 밑에서 제자를 가르쳤다. 서원이나 향교에 은행나무를 많이 심는 이유다. 행단은 아쉽게도 1925년 큰 태풍이 덮쳐 파손됐다. 잡풀만 무성하다.

짧은 오솔길을 지나면 나오는 ‘쌍경당’과 그 옆에 자리한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한다.  출처 : 투어코리아

월연대에서 귀한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껍질이 흰 백송이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옮겨 심기 어려워 세력을 좀체 넓히지 못한다. 당초 두 그루였다. 어미 격인 500년 된 백송은 행단을 할퀸 그해의 재난을 못 견뎠단다. 월연대는 호남 정자처럼 정중앙에 위치한 방의 사방 문이 활짝 열리는 구조다. 토석 담장은 어른 키 높이. 보강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방에서 바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낮았다. 훤하게 열린 월연대의 정신이 가려진 셈이다. 속사정 알 길 없으나 아쉽다. 

 

 ▲ 밀양 아리랑길 3코스는 옛 선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영남의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이다. 때마침 노란 송홧가루가 날린 추화산성 솔숲길이 신록과 어우러져 황홀했다.

 

■추화산성 그리고 원점회귀

아리랑길 3코스는 추화산성을 지나 섬벌마을에서 끝난다. 추화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돼 조선 전기까지 사용됐다. 모두 추정이다. 추화산성 길은 월연대 옆 산길. 들어서니 솔향 짙은 솔숲이 뿌옜다. 노란 송홧가루가 날려서다. 거기서 섬벌마을까지는 1시간 남짓이다. 추화산은 야트막하고 경사가 그다지 급하지 않다. 다만 볼거리가 부족하다. 산행이라면 모를까, 월연정 솔숲에서 발길 돌려도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 무심한 밀양강가에서 금시당 솔밭에 세워둔 김남주 시인의 '고목'을 떠올렸다.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 선비길 노거수들의 삶이 그랬다.

/ 부산일보 글·사진=임태섭 기자 

 

 

밀양 내동-남천강 영남루 밀양아리랑길

영남루는 추화산을 등지고 남천강 맑은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절벽 위에 좌우 익루를 끼고 날아갈 듯 서있는 누각이다. 그 모습은 주위의 경승(景勝)과 더불어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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