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방곡곡/경상남도

함안 여항면-주동리 서북산 봉화산

by 구석구석 2014. 4. 27.
728x90

 

경남 함안의 서북산(西北山·738.5m)과 봉화산(烽火山·674m) 능선을 탔다. 눈은 응달 능선에 발등이 파묻힐 만큼 쌓여 있었다. 뽀드득거리는 눈길을 밟아 나가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낙남정맥 능선 곳곳에서 터지는 조망의 즐거움도 이에 못지않다.

서북산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의 서북단에 있다. 심심해 보이는 산 이름도 지리적 위치 때문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쪽 능선은 경남 함안군 여항면과 접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서북산은 함안 여항산(770m)과 연계한 산행 코스로 알려져 있다. 주로 여항산을 주봉으로 하고 서북산은 양념처럼 끼워 넣어 산행을 하곤 한다.

이 코스는 낙남정맥을 완주하려는 산꾼들에게 워낙 많이 알려져 신선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산&산'은 낙남정맥에서 살짝 벗어나 서북산 동북쪽에 위치한 함안군 여항면 봉화산과 연계한 원점 회귀 코스를 만들었다. 여항면 주동리 방면에서 출발해 서북산 정상에 오른 뒤 봉화산을 거쳐 원점으로 내려온다.

 

구체적 코스는 임도 표지판~너덜지대~이정표(고갯마루)~이정표(능선 삼거리)~큰 바위~서북산~이정표(재)~452봉~임도 갈림길~603봉~대부산~636봉~봉화산~임도 만남~묘지~정지병 약수터 순이다. 모두 12.3㎞ 구간으로 6시간 소요됐다. 겨울 산행 코스로는 다소 긴 편인데 일찍 출발해야 해 떨어지기 전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들머리는 여항면사무소를 지나 1021번 지방도로를 타고 좀 더 올라오면 보인다. 주곡저수지와 전원주택단지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사방댐 임도 표지판이 보이면 산행을 시작한다. 이 임도는 여항산 둘레길 4구간 '치유의 길'과 연결되는데 1021번 지방도로 변에 있는 정지병 약수터와 100m가량 떨어져 있다.

서북산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함안쪽으로 상별내, 하별내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입구에서 산자락에 지어진 '나 홀로 주택'을 향해 오르막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제법 규모가 큰 너덜지대 두 곳을 잇달아 지나쳐 안내판과 이정표를 만난다. 첫 번째 이정표를 지나 5분가량 임도를 따라 전진하면 두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임도를 이탈해 왼쪽 산 사면에 붙어 상별내 방면으로 오솔길 등산로를 오른다. 2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다 보면 고갯마루에서 길은 네 갈래로 갈린다. 계속 직진해 내리막을 내려가면 상별내와 법륜사 방면으로 가지만, 우리는 오른쪽으로 꺾어 여항산 방면 오르막 지능선을 계속 오른다.

지능선은 30분 이상 올라야 하는 된비알이다. 응달이라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는데 발이 수시로 미끄러져 헛심을 쓴다. 바람이 불어 꽤 추운 날씨였지만 땀이 흥건히 밴다. 두세 번 미끄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주능선에 올랐다. 낙남정맥에 합류하는 주능선은 세 갈래 길로 이정표가 친절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서북산이 1.9㎞ 남았고, 오른쪽으로 꺾어 가면 여항산까지 2㎞ 더 걸어야 한단다.

▲ 낙남정맥과 합류하는 주능선 옆 너럭바위는 탁월한 전망 포인트다. 멀리 대구 비슬산과 창녕 화왕산, 영남 알프스 산능들이 겹겹이 포개져 넘실 거리는 모습이 장관이다.

능선 삼거리 바로 옆에는 얼추 보아도 30㎡ 넓이는 됨직한 너럭바위가 배를 뒤집고 누웠다. 눈 덮인 너럭바위에 올라서니 멀리 산릉들이 겹겹이 포개져 넘실거린다. 왼쪽으로 대구의 비슬산, 창녕 화왕산과 영남알프스 산군들이 구름바다 위로 정수리만 볼록볼록 내놓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창원의 무학산과 김해의 불모산, 그 너머 부산의 금정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을 좀 더 오른쪽으로 옮기면 진동 앞바다와 거제도까지 보인다. 조망의 즐거움이 탁월한 전망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능선 삼거리에서 서북산까지는 낙남정맥을 따라가는 완만한 길이다. 능선 길에도 눈이 녹지 않아 적설 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오르막 능선에서 고생시키던 그 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산짐승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뒤섞인 눈길은 산행의 고단함을 씻어 준다. 폭신폭신한 순백의 담요를 밟는 듯 기분이 상쾌하다.

▲ 서북산 정상에서는 덕유산과 지리산 방면으로 전망이 트인다.

등산로를 막아선 큰 바위를 우회해 이정표를 하나 더 지나고 서북산 정상까지 가는 데는 30분 소요. 서북산 정상 바로 아래에는 전적비 하나가 서 있다. 전적비는 한국전쟁 당시 서북산 전투에서 전사한 로버트 티몬스 대위의 아들로 주한 미8군 사령관으로 근무하던 리처드 티몬스 중장과 국군 제39사단 장병들이 1995년 12월 세웠다. 비문의 사연은 이렇다.

'1950년 8월 낙동강 방어 전투가 한창일 때 서북산에는 미 제25사단 제5연대가 주둔했다. 미군과 인민군은 19번이나 고지를 빼앗고 뺏기는 격전을 치렀다. 결국 5연대는 마산을 거쳐 부산으로 가려던 인민군 6사단을 격퇴했다. 이 과정에서 5연대 예하 중대장 로버트 티몬스 대위와 장병 100여 명이 산화했다.'

전적비를 지나 정상에 오르니 남쪽으로 진동만의 푸른 바다가 열린다. 썰물 때라 바닷물이 물러간 개펄은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났다. 그 개펄 너머 태평양을 향해 뻗던 앞바다는 그만 거제도에 가로막혀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서북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온다. 900m 정도 내려왔나 싶었는데 좁은 재를 만난다. 이 재에서 능선을 따라 봉우리를 5개나 더 넘어 2.6㎞를 가야 봉화산이다. 452봉을 지나 임도가 두 길로 갈리는 지점에서 왼쪽 오르막 임도를 잠시 따라간다. 곧 임도가 끝나고 된비알을 시작돼 603봉까지 이어진다. 40분 소요.

603봉에서 대부산까지는 다시 20분 소요. 해발 649.2m의 대부산 정상에는 대구의 한 산꾼이 판자로 만든 표지판 하나만 덜렁 놓여 있다. 초라하긴 하지만 이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여기가 어딘지 알 길이 없다. 국립지리원이 발간한 2만 5천 분의 1 지도조차 봉화산으로 잘못 표기했기 때문이다.

대부산에서 잠시 내리막을 내려갔다 636봉으로 다시 올라간다. 10분 소요. 여항산에서 서북산을 거쳐 대부산을 아우르던 낙남정맥은 636봉에서 오른쪽 한치 방면으로 방향을 바꾼다. 여기서부터 봉화산 가는 길은 낙남정맥에서 벗어나 직진한다. 25분 소요.

▲ 봉수대가 설치 된 산이 대게 그렇듯 봉화산도 전망이 탁월하다.

봉화산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산 정수리에 돌로 쌓은 봉수대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봉화산 봉수대는 조선 전기에 축조돼 조선 후기까지 국가 기간 연락망 역할을 했다. 진해의 봉수를 받아 의령의 가막산 봉수에 연결했다고 한다. 원래 이 산에는 5기의 봉수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2기의 흔적이 발굴됐고 그 중 1기만 다시 쌓았다.

봉화산에서 마지막 하산을 준비한다. 내려가는 길은 청암으로 가는 공식 등산로에서 벗어나 왼쪽 사면을 따라 내려간다. 이 구간은 개척하다시피 해야 한다. 가파른 사면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간벌 작업을 위해 인부들이 지나다닌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산행 안내 리본을 촘촘히 붙여뒀으니 잘 보고 길을 찾는다.

20분 정도 내려오다 임도를 만나면 가로질러 계속 사면을 따라 내려간다. 이름 없는 묘지를 하나 지나 날머리인 정지병 약수터까지는 다시 20분 소요. 내리막길이 다소 험하니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산행 날머리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다. 차를 타고 여항면사무소 방면으로 나오다 보면 주서리에 '산촌식당'(055-582-2466)을 만날 수 있다. 한약 재료를 넣고 삶아 쌉싸름한 맛이 나는 닭백숙(4인 기준 3만5천원)과 풍성한 채소와 버무린 양념으로 구워 내는 오리불고기(4인 기준 3만5천원)이 인기가 많다. 생선구이를 비롯, 밑반찬으로 나오는 각종 나물이 정갈하고 동치미 국물도 시원하다. 하산길에 예약을 하면 식당에 도착해 바로 먹을 수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