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이나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도 주로 함안 쪽에서 여항산을 탄다. 하지만 '산&산'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을 통해 여항산에 올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능선을 탄 후 원점으로 돌아오는 새로운 루트를 만들었다. 번잡한 구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코스는 옥방교~밀성 박씨 묘 5기~421봉~수리바위~남양 홍씨 묘~669봉~암벽구간~정상~헬기장~744봉~미산령~558봉~오곡재~갈림길(주의)~513봉~501봉~연안 명씨 묘~원점 순이다. 모두 10.7㎞로 5시간 20분가량 소요됐다.
출발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 옥방마을이다. 개천이 흘러 나가는 남쪽을 제외하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옥방마을은 전형적인 벽촌으로, 밀성 박씨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개천을 가로지르는 옥방교를 건너 왼편 산자락으로 바로 붙는다.
산자락으로 오르자마자 높고 당당한 소나무 한 그루를 만난다. 높이 10m, 둘레 3m가 넘는 소나무는 우산을 펼치듯 사방으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옛날 밀성 박씨 선조들이 호랑이를 타고 진주까지 내왕했는데, 이 소나무가 출입하는 호랑이를 맞았다고 한다.
성묘객들이 다져 놓은 오솔길은 세월에 퇴락한 밀성 박씨 묘 5기를 지나 421봉까지 구불거리며 된비알을 힘겹게 감고 오른다. 421봉에서 15분가량 전진하면 불끈 솟은 짧은 암릉이 나타난다. 수리바위다. 삐죽삐죽한 바위 사면을 타고 암릉에 오르니 반대편 바위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일어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수리바위에서 바라본 능선. 여항산 정상을 향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전진한다.
수리바위를 떠나 능선을 타고 10분가량 오르락내리락 거리다 특이한 생김새의 묘지를 만난다. 비문에 남양 홍씨 묘라고 새겨져 있는데, 축대는 물론 봉분까지 주변에 널린 돌로 쌓아 올렸다. 남양 홍씨 묘를 지나면 곧 669봉인데 여기서부터 길은 낙남정맥과 합류한다. 사실, 여항산은 지리산 영신봉(1,651m)에서 김해 분성산(360m)을 잇는 낙남정맥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정맥길과 합류하자 등산로는 눈에 띄게 뚜렷해진다. 걷는 속도가 빨라진다. 10분쯤 후 나무의자 3개가 있는 쉼터를 스쳐지나 가속을 붙일 찰나 갑자기 20~30m 높이의 암벽이 길을 가로막는다. 안내판은 사고가 잦으니 우회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잠시 멈칫했지만 못 올라 갈 것도 없겠다 싶었다. 몸을 바위에 밀착시킨 뒤 밧줄에 의지해 암벽을 기어오른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발 놓을 곳이 애매했다. 다시 내려가야겠다고 결심하고 뒤를 보니 더 아찔하다. 먼저 올라간 산행대장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암벽을 올랐다. 단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른쪽 길로 우회하길 권하고 싶다.
▲ 낙남정맥길을 갑자기 막아서며 우뚝 솟은 여항산 정상의 모습. 집채보다 큰 바위가 수직으로 솟아 올라 계단의 도움 없이는 암벽 등반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암벽을 넘어서니 우뚝한 여항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경사가 가파른 정도가 아니라 큰 바위가 빌딩처럼 직각으로 솟았다. 바위 옆으로 내놓은 계단이 아니라면 암벽 등반을 각오해야 할 정도다. 바위의 저항이 워낙 심하다 보니 계단을 걷는 것도 쉽지 않다. 숨이 턱밑에 차오르고 등은 땀으로 흠씬 젖었다. 함안 사람들은 여항산을 '각데미산'으로도 부르는데, 일설에 의하면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전투에 지쳐 '갓뎀(God demm it)'이라고 저주한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워낙 힘들어 이 말도 일리가 있겠다 싶었다.
힘들게 오른 정상은 등정의 고통을 일시에 잊게 한다. 암릉으로 이뤄진 여항산 정상은 어느 이름난 산 못지않게 절경이다. 조망도 뛰어나다. 지리산 천왕봉부터 방어산 오봉산 의령의 국사봉까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고개를 뒤로 돌리면 무릉산 천주산 무학산 광려산이 겹겹이 출렁거린다.
정상에서 원점까지는 몇 개의 고개를 더 오르내려야 한다. 낙남정맥길을 따라 헬기장을 지나 '774봉'이라 표기된 이정표를 만난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2만 5천분의 1 지도에는 '744봉'으로 돼 있는 것으로 미뤄 오기인 것 같다. 744봉에서 560봉을 거쳐 미산령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다. 30분 소요.
미산령에서 558봉으로 다시 올라갔다가 10여 분 하산하면 임도가 가로지르는 고개를 만난다. 오곡재다. 이정표를 보고 임도를 건너 오봉산 방면 산자락에 붙어 30분을 다시 오르막을 올라가면 이름 없는 봉우리를 만나다. 여기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리는데 주의해야 한다. 오른쪽 길은 뚜렷하고 왼쪽 길은 흐릿해 별 생각 없이 가다가는 오른쪽 길로 접어들게 된다. 산행 안내리본을 잘보고 왼쪽으로 꺾어 본격 하산길에 접어든다.
능선을 따라 513봉을 지나 501봉에 도착하면 또 길이 헷갈린다. 능선이 둘로 갈리면서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길마저 희미하다. 20~50m 간격으로 안내리본을 촘촘하게 붙였으니 잘 보고 전진한다. 길을 개척하다시피 산 사면을 따라 내려가다 연안 명씨 묘지를 만나면 길이 다시 좋아진다. 이 묘지에서 원점까지는 20분 소요.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산행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옥방마을은 워낙 벽촌이라 식당이 없다. 자가승용차나 버스로 10분가량 시내 방면으로 나오다 보면 진전면 양촌리의 '둥근식당'(055-271-3611)이 보인다. 도축장에서 직접 재료를 공급받는다는 삼겹살(1인분 7천원)을 구워 새콤달콤하게 무친 콩나물과 함께 싸 먹으면 입안이 고소하다. 고기가 부담된다면 된장찌개(1인 6천원)와 돼지국밥(1인 6천원)도 괜찮다. 밑반찬이 정갈하고 주인아주머니의 인심도 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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