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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북도

문경 완장리 용추계곡~둔덕산

by 구석구석 2014.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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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의 둔덕산(989m)

깊은 계곡과 국립휴양림을 품고 있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지만 비교적 덜 알려져 조용하게 산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문경시 가은읍과 농암면에 걸쳐있는 둔덕산은 대야산(931m)에서 조항산(951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서 동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옆의 대야산과 마주 보이는 희양산(999m)의 명성에 가려 등산객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그렇다고 산행의 재미가 덜한 것은 아니다. 둔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곳곳에서 희양산과 대야산은 물론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곡과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또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구간이 많아 스릴 있는 산행이 가능하다.

둔덕산에 얽힌 전설도 깨알 같은 재미를 더 한다. 국운이 위태롭던 구한말에 의병을 일으켜 13년간 일본 침략자들과 싸우다 순국한 운강(雲崗) 이강년(李康秊) 선생 탄생에 얽힌 이야기다. 운강 선생은 1858년 12월 30일 둔덕산이 바로 보이는 가은읍 완장리에서 태어났는데 태어나기 3일 전부터 둔덕산이 웅-웅 소리를 내며 울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둔덕산이 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며 신기해했으나 운강 선생이 태어나자 울음이 그쳤다고 전한다.

 


코스는 대야교~벌바위 식당촌~월영대 이정표~떡바위~사기굴 갈림길~밀재~고래바위~854봉~전망바위~마귀할매통시바위~손녀마귀통시바위~헬기장~이정표(두 번 지나침)~둔덕산~풍혈지대~대야산자연휴양림 관리소~원점 순이다. 모두 13.7㎞ 구간으로 6시간 30분가량 걸렸다. 대야산 동쪽 자락을 파고든 용추계곡의 아름다움을 놓칠 수 없어서 코스가 약간 길어지고 산행 시간이 다소 늘어났다.

들머리는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의 대야교 앞이다.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가면 대야산자연휴양림을 거쳐 둔덕산 정상으로 바로 가는 코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산림청이 1천 원씩 입장료 걷고 있는데다 코스가 짧아 매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왼쪽 용추계곡을 따라 올라 밀재를 거쳐 둔덕산으로 가는 길의 풍광이 훨씬 멋있다.

 

대야교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5분가량 전진하면 대야산장 식당을 마주보고 길이 세 갈래로 갈린다. 가장 왼쪽 길을 잡아 벌바위 식당가까지 올라간다. 이때부터 등산로는 용추계곡에 바짝 붙어 펼쳐진다. 용추계곡의 물은 수정같이 맑다. 바닥의 모래며 돌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그 물결 위로 가끔 낙엽이 떠내려가니 가을 정취를 제대로 맛본다.

10분 정도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완만한 길을 올라가니 벌바위 식당가 앞에서 길이 또 'Y'자 형태로 갈린다. 왼쪽 길을 따라 올라가다 상가가 끝나는 지점에서 가파른 오르막 계단으로 붙으면 본격적인 산길이다.

 

용이 박차고 승천하면서 흔적을 남겼다는 용추계곡은 천변만화의 모습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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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에서 발원해 등산길 옆으로 흐르는 용추계곡은 천변만화다. 너럭바위 위로 찬찬히 흐르던 투명한 물은 깊고 넓은 소에서 비취색을 띠며 잠시 고였다가 갑자기 흰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를 타고 떨어진다. 등산 지도에는 이 부근을 '무당소' '가마소'로 적고 있다. 용이 계곡을 박차고 하늘로 오를 때 팬 자국들이라는데 '설마 그럴 리가' 하면서도 연신 고개가 끄덕여진다.

등산로는 용추계곡을 몇 번 이쪽저쪽으로 가로지르며 완만하게 오르막을 형성한다. 20분쯤 걷다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월영대(月迎臺)'라고 적혀 있다. 바위와 계곡에 달빛이 비친다 하여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다래골과 피아골에서 내려오는 물이 용추계곡에 합수하는 지점이다. 왼쪽 길은 밀재, 오른쪽은 대야산 정상으로 간다고 표시하고 있다.

월영대에서 떡바위라 이름 붙은 커다란 바위를 스쳐지나 사기굴 갈림길에 도착하기까지는 30분 소요. 바위와 갈림길의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 사정이 있을 터이나 안내판이 없어 알 길이 없다. 문경시청에 전화를 하니 모른다고 한다. 사기굴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잡아 밀재까지 오르는 데는 다시 12분 소요.

밀재는 오늘 코스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대야산과 장성봉으로 가는 길이다. 망개나무, 노란목도리담비, 삵 등 멸종 위기 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른쪽 길을 막아두고 있다. 왼쪽으로 꺾어 둔덕산을 향한다. 둔덕산 정상까지는 5~6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거려야 해 체력 소모가 심하다.

능선을 따라 20분가량 걸어 향유고래의 머리처럼 생긴 고래바위를 지난다. 곧이어 두 개의 갈림길에서 연속으로 왼쪽으로 길을 잡아 5분가량 더 전진하니 갑자기 전망이 탁 트이는 바위가 나온다. 옛날 석탄을 캐던 고모치 광산과 더 멀리로는 조항산을 조망할 수 있다. 봄 산은 밑에서부터 물들어 올라오지만, 가을 산은 위에서부터 물들어 내려간다. 조항산 꼭대기는 벌써 노랗고 빨간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 전망바위에서 854봉과 이름 모를 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조항산 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바위가 또 하나 있다. 30분 소요. 두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쳐 10분가량 더 걸으면 특이한 이름을 지닌 바위군을 만난다.

마귀할매통시바위. 이름도 생김새도 기묘하다. 안내판이 없으니 문경시청에 또 전화를 했다. 대답은 똑 같았다. "모른다"였다.

▲ 마귀할매통시바위 직전부터 암릉 구간이 잦아지면서 곳곳에서 조망이 트인다. 멀리 조항산이 바라보이는 두 번째 전망바위 주변으로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사정이 그러니, 비슷한 설화를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다. 경남 밀양 어느 마을에도 통시바위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 온다. 내용인즉 산을 지고 다니는 마귀할멈이 통시바위에 걸터앉아 오줌을 누니 산이 무너져 동네가 생겼다는 얘기다. 경상도 말로 통시는 화장실이니, 아마 마귀할멈이 볼일을 본 자리일 것이다. 아까 지나친 떡바위는 통시바위에서 떨어져 나간 똥이 바위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전하는 이야기야 어찌됐던 마귀할매통시바위부터 손녀마귀통시바위까지 능선길은 정말 험하다. 밧줄에 의지하지 않고는 지날 수 없는 가파른 내리막을 두서너 곳 지나친다. 손녀마귀통시바위에서 이정표 3개와 헬기장을 거쳐 둔덕산 정상까지는 1시간 거리.

둔덕산을 0.5㎞ 남겨둔 지점의 이정표는 정상에 갔다가 되돌아오면서 두 번 거치게 된다. 정상은 지름 5m 정도의 아담한 평지로, 온통 나무가 둘러싸 북쪽을 제외하고는 조망이 막힌 상태이다. 정상에서 잠시 머물다 아까 그 이정표로 돌아와 하산 길을 잡는다.

대야산자연휴양림

관리소로 가는 하산 길은 계단으로 정비됐으나 굉장히 가파르다. 15분 정도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니 호박 크기의 돌들이 무더기를 이룬 지점에 '풍혈지대'라고 적힌 작은 안내판이 나온다. 더운 공기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돌 틈으로 빠져 나오는데 한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한다.

풍혈지대에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휴양림 관리소까지 길이 점차 완만해진다. 길옆에는 낙엽송들이 쭉쭉 뻗어 도열했고, 저층에는 산죽들이 빽빽하니 들어서 운치가 넘친다. 원점인 대야교까지는 30분 소요.

자료 : 부산일보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답사대장 010-3740-9323. 글-박진국 기자

 

산행 들머리에서 조금 올라가면 대야산장 식당을 시작으로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닭백숙, 파전, 막걸리 등 흔한 관광지 음식들을 팔고 있다. 이런 음식이 식상하다면 문경 읍내까지 나와야 한다. '시골손두부식당'(054-572-0011)에 가면 직접 만든 두부가 제 맛이다. 두부김치(5천원)나 청국장(5천 원), 순두부(5천원)가 한 끼 식사로 좋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 여름 성수기 추첨 결과 국립대야산자연휴양림 내 숲속의집(601호)이 296대 1로 최고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가장 인기 있는 숙박시설 은 문경시의 8경 중 중심부에 위치하여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대야산자연휴양림 숲속의집(601호)이다.이곳은 숲을 배경으로 자리한 신축 객실로, 숲속의 집 중에서도 큰 규모(14인실, 80㎡)와 편의시설을 자랑하는 곳이다. 대야산과 둔덕산 사이로 흐르는 용추계곡의 수려하고 청정한 물과 경관을 즐기기에 제격이며, 앞서 2021년 추가 추첨에서도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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