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에 있는 ‘별별 미술마을’은 지붕이 없는 미술관이다.
◆시안미술관
‘별별 미술마을’의 가을은 발끝에서부터 느껴진다. 마을 초입에는 시안미술관(cyan museum)이 먼저 방문객들을 맞는다. 이곳의 잔디 조각공원에 나뒹구는 낙엽만 보아도 가을을 찾아 제대로 왔구나하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낙엽이 얼마나 많은 지 발이 푹푹 빠진다. 마치 폭설이 내린 눈길 위를 걷는 것 같다.
낙엽을 한움큼 쥐었다 흩날리자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나뒹군다.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부모와 함께 놀러나온 아이들도 신이 났다. 낙엽 위를 이리저리 뒹굴며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시안미술관은 1999년 폐교된 화산초등학교 가상분교 부지 2만5천㎡를 매입하여 새로 단장한 3층 건물의 미술관이다. 대구경북을 통틀어 2곳밖에 없는 등록 미술관 중 하나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조용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층에 있는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마을을 둘러싼 가을 산의 울긋불긋한 풍경과 조각공원에 한가롭게 제 모습을 뽐내고 있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변숙희 관장이 직접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놓는다. 시안미술관은 3천원의 입장료를 내야하는 유료미술관이다.
◆별별 미술마을
간단한 감상을 마치고 시안미술관 옆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돌아 들어가면 ‘별별 미술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별별 미술마을에선 별의 별것들이 모두 미술작품이다. 폐가들도 버스승강장도, 화장실까지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버스승강장의 작품명이 글쎄, ‘풍선을 타고 떠나는 환상여행’이란다. 시작부터 흥미롭다.
별별 미술마을은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와 화산 1`2리, 화남면 귀호리 일대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2011 마을미술 행복프로젝트 사업’으로 선정되어, 마을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연계한 예술길을 생성하여 미술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마을 입구에서부터는 골목골목 숨어있는 예술작품을 찾아보는 산책길인 ‘걷는 길’이 펼쳐진다.
지붕이 없는 미술관이다. 마을 주민들의 핸드프린팅 작품인 ‘위대한 손’도 구경하고 주민이 만든 전통 규방공예상품을 파는 ‘알록달록 만물상’도 둘러보고, ‘마을의 수호와 안녕을 위한 벽화’도 감상하다보면 빈집을 소쿠리 짜듯 대나무로 덮은 ‘바람의 카페’에 다다른다.
이 바람의 카페에서 1천원짜리 봉지커피를 셀프로 한 잔 태워 마시면 가슴 깊이까지 가을이 타고 흐르는 것 같다. 가을의 만취 상태에 이른다.
주민이 기증한 유물로 꾸며진 ‘우리 동네 박물관’에서 나오는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과 바람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에 이 마을에서는 미술이 어렵고 고상한 것이 아닌, 시골마을 곳곳에 있는 호미나 괭이 같은 일상의 한 부분인 듯 너무도 자연스럽다. 이것이 별별 미술마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신 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이라는 주제로 모두 미술작품 45점이 설치되어 있는 이 예술길은 5갈래다.걷는 길 이외에 바람의 자전거, 아트자동차로 바람을 타고 마을을 커다랗게 한 바퀴 도는 ‘바람 길’과 역사와 풍수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생태역사예술 트레킹코스인 ‘스무골 길’이 있다.
여기에다 지방문화재인 귀애고택에서 역사와 어우러진 예술작품을 만끽하는 보물길인 ‘귀호마을 길’과 복숭아밭이 펼쳐지는 행복길 ‘도화원 길’이 있다. 여유가 있다면 다섯 갈래 모두 둘러보며 미술과 자연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란다.
##가는길=영천IC에서 내려 시외버스터미널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서문오거리가 나온다. 의성 방면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다보면 주유소를 지나 5분 정도 달리면 별별마을에 닿는다.
/ 매일신문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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