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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산청 신등면-율현리 율곡사~새신바위~정수산~철수리

by 구석구석 2014.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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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 좋고 물 맑은 경남 산청 정수산(841m)은 고찰 율곡사(栗谷寺)와 새신바위를 품고 있어 지형상으로는 산청 관내의 모든 산의 중앙봉이며 전망대이다. 지리산 웅석봉이 손에 잡히고 왕산 필봉 코앞의 둔철산, 북으로 부암산, 황매산 등 빼어난 모든 산이 정수산을 중심에 두고 있다. 여름이면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경호강을 끼고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율곡사 뒤편에 있는 새신바위에는 진주 바위꾼들이 애용하는 암벽훈련장이 있다.

 

◆원효대사가 절터 잡을 때 올라선 바위

 

율곡사 뒤편 산봉우리에 수십 길이나 되는 암벽이 있는데, 그 이름이 새신바위이다. 원효대사가 절터를 잡을 때 이 바위에 올라서 바라보고 터를 정했다는 곳이다. 이런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절이 완공될 무렵 당대 최고의 화승(畵僧)이 찾아와 단청을 하겠다고 했다. 단, 앞으로 이레 동안 아무도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며칠째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궁금히 여긴 상좌승이 이레째 되던 날, 몰래 문틈으로 법당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새 한 마리가 붓을 물고 날아서 벽화를 그리다가 그만 붓을 떨어뜨리고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전설이겠지만 재미있게도 부안 내소사 대웅전의 전설과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차이라면 내소사의 파랑새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지만, 율곡사의 경우에는 절 뒤의 커다란 바위에 앉았단다. 이후 그 바위는 ‘새신바위’로 명명됐다. 현재 율곡사 대웅전 천장에는 산수화 두 점이 미완성으로 남아 있고, 내소사엔 오른쪽 벽면엔 단청 그림이 한 군데 빠져 있다. 율곡사는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 때 원효대사가,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년) 때 혜구 두타 스님이 창건했다. 전설 속에 나오는 두 사찰의 대웅전은 모두 보물이다.

 

▲ 들머리인 율곡사 경내. 새신바위와 얽힌 전설이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부산일보


유서 깊은 율곡사 입구의 감나무에는 붉은빛의 감이 주렁주렁 달렸고 대웅전 뒤편엔 꽃무릇이 붉디붉게 피어 있다. 요즘, 대부분의 궁전 같은 절집과는 달리 소박하고 고즈넉한 절집 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가 정겹다.

 

들머리는 율곡사 대웅전을 보고 왼쪽으로 가면 이내 만난다. 입구에 커다란 돌에 새겨진 ‘정수산 등산로 안내도’가 서 있다. 처음부터 만만찮은 오르막길이지만 5분쯤 지나면 호젓한 산길이 기다린다. 울창한 솔숲에 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상쾌하다. 산청으로 오는 도중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중간 중간 초토화되어 논에는 벼가 쓰러져 있고 지방도로는 산사태로 토사가 쓸려 내려와 공사 중이더니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꺾이고 찢긴 나뭇가지가 산자락에 즐비하다. 채 여물지 않은 밤송이, 이제 막 굵어지려는 돌배,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떨어지고 잔가지가 널브러진 등산로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얼마쯤 갔을까. 큰 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 유명한 전설 속의 새신바위다.  

 

▲단일바위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새신바위. 부산일보

우뚝한 바위를 보며 10분쯤 힘겹게 오르면 안부 갈림길이다. 왼쪽이 정수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지만, 발걸음이 새신바위 쪽인 오른쪽으로 향한다. 30m쯤 가면 새신바위에 올라선다.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발아래 율곡사, 북동쪽으로 산청과 합천의 경계에 잇따라 솟은 부암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감암산 베틀봉, 황매산, 오른쪽 저 멀리 합천 허굴산, 악견산, 의룡산, 오른쪽 뒤로 고개를 돌리면 둔철산 웅석봉, 지리산 천왕봉, 중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적당한 코스에 기막힌 조망

다시 새신바위 갈림길로 되돌아간다. 오른쪽 멀리 보이는 암봉을 보며 진땀 나게 된비알을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대바위다. 아래로 보이는 새신바위, 주둥이가 툭 튀어나온 것이 영락없는 새의 형상이다. 너도나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새가 앉아 있는 형상의 새신바위는 올라올 때의 한 몸체와는 달리 크고 작은 바위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암봉 정점에서 왼쪽으로 10m쯤 지점에 719m봉 삼각점이 있다.

 

곧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은 율곡사로 내려서는 지름길, 정상 쪽은 왼쪽으로 간다. 이후 산길은 솔가리가 융단처럼 깔린 푹신푹신한 한적한 오솔길이다. 10분이면 대형 철탑에 닿고 이어 송림 터널을 지난다. 이내 양지바른 척지고개 네거리다. 왼쪽은 둔철산으로 이어지는 척지마을, 오른쪽은 도성사, 정수산(1㎞)은 직진이다. 여기서부터 또 오르막이라 고비다. 주변은 온통 잣나무 숲인데 바람 탓인지, 청설모가 따 먹었는지 껍질만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넉넉하게 30분이면 정상에 도달하고 억새 사이에 정수산(841m)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이 두 개인데 진짜는 이곳에서 2분쯤 떨어진 벤치가 있는 지점이다. 산청 산사랑 산악회가 세워놓은 정수산 정상석 글씨를 누군가 훼손해 놓았다. 옆에는 율곡사 내수마을, 척지마을 4.75㎞, 왼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천왕봉은 가는 길이 아니라 보인다는 의미일 터.

 

곧이어 내수마을 갈림길을 직진한다. 이내 정수산 전망대바위, 새신바위보다 조망이 더 넓다. 이후 쉼터를 지나면 갈림길, 오른쪽 차황 쪽으로 간다. 산청군에서 등산로를 깨끗이 정비해 놓아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참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어느 곳으로 가든지 능선을 타고 오른쪽 길로 가면 철수리에 닿는다. 눈 시린 황금 들녘의 지평선 위로 황매산과 부암, 감암산이 시야에서 떠나지 않는다. 부드러운 낙엽길과 송림길이 반복되며 구절초, 억새와 어우러진 능선은 지겨운 줄 모르고 마음은 한없이 풍요롭다. 약간의 흠이라면 535m봉 지나서부터 점차 내려갈수록 급경사 내리막이 조금 부담스러울 뿐, 정수산은 적당한 산행코스에 전망은 어딜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막힌 조망의 산이다.

 

율곡사, 율현마을 등 지명이 말해주듯 밤이 많은 고장답게 하산 길에 밤나무 천지다. 일손이 부족해서인지 일찍 떨어진 밤은 벌레가 먹어 뒹굴고 있다. 소복하게 떨어진 알밤을 주머니가 불룩하도록 주워가도 밭일을 하던 농부는 아무런 말이 없으시다. 길가에 떨어져 나온 알밤을 줍는 재미도 쏠쏠하다. 율현마을 입구에서 율곡사까지 길은 좁지만, 대형버스가 들어갈 수 있다.  자료 : 매일신문 글 사진 양숙이(수필가)

 

철수마을 인근에는 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하려면 차로 20분쯤 거리에 있는 문대삼거리로 나오는 게 좋다.

향어회, 붕어회, 메기탕, 추어탕 등을 파는 어탕집과 아구찜 식당, 고깃집들이 여럿 모여 있다. 간단히 요기를 하려면 해물두부전골과 시큼한 김치에 곁들인 촌두부 등을 내놓는 '청산촌두부'도 추천할 만하다. 부산일보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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