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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제주시

제주 올레10코스 - 화순~산방산~송악산~모슬포

by 구석구석 2014.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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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제10코스(화순해수욕장-산방산 -송악산-모슬포항) 
 

제주 올레길은 제주방언으로 ‘큰길에서 집까지에 이르는 좁은 골목’을 의미한다. 성산일출봉 인근의 말미오름에서부터 섭지코지에서 완성되는 제1코스를 시작으로, 정규코스 21구간과 알파 5구간 등 총 26구간에 걸쳐 있다.

 

총 길이 425㎞에 이르는 제주도 올레길은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올레길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7코스나 10코스를 선택한다. 7코스가 가장 대중적인 올레길이라면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하는 제10코스는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간직한 백과사전 같은 올레길이다. 산방산 옆을 지나 국토 최남단의 산이자 분화구가 있는 송악산을 넘고 대정읍 하모리 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송악산 분화구 정상이나 둘레길 전망대에서 마라도와 가파도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고 산방산과 오름군, 영실계곡 뒤로 비단처럼 펼쳐진 한라산의 비경도 감상할 수 있다.

 

◆해안의 주상절리대 절경

화순해수욕장 화장실 앞에 차를 정차하고 10코스를 시작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해수욕장은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완만해서 아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다 전방으로는 멀리 형제섬이 바라다보이고 내륙 쪽으로는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와 절경을 자랑한다. 요트 강습을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도 보인다.

제일 먼저 만나는 비경은 거대한 퇴적암 지대로 기기묘묘한 형태로 펼쳐져 있어 최고의 해안 경관이다. 용암이 분출하며 휘돌아서 깎아놓은 흔적이 퇴적암에 고스란히 문양으로 남아 있다.

 

사구언덕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바다는 모두의 넋을 빼앗는다. 옥빛처럼 맑고 투명한 파란 바다가 해수면을 아름다운 여인의 속살처럼 드러나게 만들고 눈마저도 시리게 한다. 하얀 백사장이 진주처럼 빛이 나고 바다 속에 형성된 주상절리대가 해안의 절경을 더욱 빼어나게 한다.

 

탄복하며 걷는 해안길이 동화 속의 그림 같다. 잠시 지방도와 만났던 올레길이 다시 해안가로 내려서면 드넓은 해안가가 돋보이는 ‘항만대’다. 목재 데크로 만든 전망대를 지나면 산방연대를 만난다. ‘연대’란 조선시대의 통신수단으로 횃불과 연기를 이용해 나라의 급박한 소식을 전하던 곳으로 봉수대와 비슷한 기능이다. 다만 봉수대가 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면 연대는 주로 해변 지역에 설치된다는 것이다.

 

◆눈길 사로잡는 산방산과 형제섬

 

올레길 안내표지판을 따라 아래 용머리 언덕 쪽으로 내려선다. 용머리에는 전설이 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인물이 날까 두려워한 나머지 도술에 능한 호종단에게 명하여 영웅이 날 만한 곳의 지맥을 끊도록 했다. 이에 호종단이 천하를 돌며 지명을 살폈는데 이곳 제주의 해안가에 흡사 용과 비슷한 바위 둔덕이 있어 허리 부분을 끊었는데 바로 용머리였다. 용머리 입구에는 멍게와 해삼 등을 파는 간이매점도 있고 매표소가 있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입장료를 내고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데 입장료가 2천500원이다.

 

10코스 올레길을 시작하면서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곳이 두 군데다. 바로 육지의 산방산과 바다의 형제섬이다. 산방산은 높이 395m로 사방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한라산`송악산과 더불어 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산으로 불린다. 참고로 나머지 봉우리들은 전부 다 오름으로 부른다. 형제섬은 바다 한가운데 바위처럼 보이는 2개의 섬을 일컫는데 마치 사람의 형제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형제해안로 조형물을 지나면 전방의 바다 끝에 길게 머리를 내밀고 있는 언덕이 송악산이다. 송악산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산방산과 한라산, 남쪽으로는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군이 만든 진지 동굴이 해안 절벽을 따라 숭숭 뚫려 있어 근대사의 아픔이 느껴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송악산은 여느 오름과 달리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분화구가 있다. 주봉의 높이는 해발 180m, 둘레 500m, 깊이 80m다. 분화구는 아직도 검붉은 화산재로 덮여 있다. 송악산 표석을 지나면서 바라보는 해안 절경은 정말 볼거리다. 아찔한 절벽으로 형성된 해안지대 곳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마지막 전망대에서는 가파도와 마라도를 가장 근접해 볼 수 있다.

 

◆아픈 역사의 흔적

빼곡하게 자리 잡은 소나무 숲을 내려오면 송악산 입구와 다시 만난다. 대부분의 올레꾼들은 여기에서 마치는 경우가 많다. 지방도로를 건너서 올레길이 연결된다. 하모해수욕장에 가기 전에 지나는 곳이 섯알오름이다. 제주 4`3항쟁의 아픈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2개의 웅덩이가 보인다. 예비검속. 즉 지금은 당장 죄를 짓지 않았다 하더라도 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사전에 구금을 한 제도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16일 대한민국 군인들이 이 오름에서 무고한 양민 270명을 집단 학살했던 곳이다.

 

섯알오름을 지나면서부터 모슬포항까지 다양한 길을 만난다. 들녘을 걷기도 하고 둔덕을 넘기도 한다. 아름다운 송림숲도 만나고 해안 절경도 만난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 걸었던 올레길의 피로도가 조금씩 밀려들기 시작한다.

 

화순해변에서 시작해 모슬포항까지는 총 14.9㎞의 올레길이다. 걷는 시간만도 5시간을 상회한다. 처음부터 무조건 끝까지 간다는 생각보다는 두 군데 정도의 탈출로를 염두에 둔다. 첫 번째 탈출로는 송악산, 두 번째 탈출로는 4`3항쟁지 섯알오름 유적지다. 대형버스 진입과 주차가 가능한 곳들이다. 마지막 종점인 모슬포항에는 수시로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와 가파도로 가는 정기여객선이 있다.

자료 : 매일신문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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