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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전라남도

여수 금오도 함구미~우학리 대부산 비렁길

by 구석구석 201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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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바다에 가로막혀 가볼 수 없는 곳. 그래서 섬은 동경이다. 희망이기도 하고, 그리움이기도 하다. 그 섬에 산이 있다. 그리움에 더한 그리움이 있으니 가고 싶을 수밖에 없다.

 

자라를 닮은 여수 금오도(金鰲島). 그리고 대부산(382m)이 있다. 낮다고 얕보지 말자. 그 옛날 바다가 육지였던 때 그 산은 해발 1천m가 훌쩍 넘는 고봉이었으니까. 해발 고도 0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자.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위치한 섬. 절경은 기본이다. 앞 첩첩 섬이고 뒤 첩첩 섬이다. 섬과 섬 사이에 에메랄드 빛 바다가 있다. 섬 위에는 코발트 블루 바다를 닮은 하늘이 있다. 온통 블루다. 마음이 상쾌해진다. 산행을 하다보면 온통 초록인 난대림을 만난다. 과연 지금이 겨울인가. 반팔 소매 셔츠라도 입고 사진을 찍는다면 한여름이라고 해도 믿겠다. 초봄인데 여름 나들이다.

 

금오도 대부산 산행은 금오도 여천이나 함구미 선착장에서 내린 후 함구미~팔각정~대부산~문바위~칼이봉~옥녀봉~검바위에서 종주를 마친다. 총 구간 거리는 10.2㎞로 오르내림을 반복해도 4시간 30분이면 종주를 마칠 수 있다.

 

등산로는 여수시 남면사무소에서 지난 2009년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정비를 해놓았다. 군데군데 이정표도 잘 세워놓아 길을 잃어버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산행을 하다보면 이곳이 섬인지 착각할 정도로 원시림이 많아 호젓한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산행은 함구미 마을 뒤편 섬 일주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도로 옆에 있는 산행 안내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도로 한 쪽에 있는 자투리 밭을 가꾸느라 한창이다. 머위 나물 잎이 벌써 우산을 펼친 듯 빼곡하다. 이곳은 버스도 택시도 사람들이 원하기만 하면 온다고 했다. 특별히 오전과 오후에는 정기적으로 버스가 다니지만, 산행객들이 부쩍 많아진 요즘은 단체 여행객들이 전화만 하면 도착한다고 했다. 버스를 전화로 부를 수 있다니 신기하다.

 

▲ 옛날 집터를 지나 산행이 이어진다. 금오도 돌담은 인간의 땀이 배인 예술의 극치라 불러도 좋다.

함구미 이정표를 뒤로 하고 올레길 같은 골목길을 오른다. 돌로 쌓은 담장이 무척 높다. 세찬 바람을 막아내기 위한 사람의 지혜다. 두 길 남짓 쌓아올렸는데 성벽처럼 완고하다. 대문은 따로 달지 않았어도 집 안이 바로 보이지 않도록 각을 지게 했다. 낙안읍성의 성문같은 방식이다.

 

예전 사람들이 많이 살 적엔 이곳이 모두 주거지였겠지만, 아무래도 오르내리기가 불편하다보니 전부 바다 가까운 쪽으로 이주를 했다. 빈집이나 빈터가 많다. 그러고 보니 금오도 마을 모두가 바다에 근접해 있다. 섬에서 그리운 것은 바다 너머 육지이기 때문일까.

 

돌담을 요리조리 지나 한 구비 돌아서니 억새밭이 펼쳐지고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긴 의자가 놓여 있어 두꺼운 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뒤를 돌아보니 벌써 마을이 저만큼이고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너덜지대를 지나고 능선 길에 접어드니 온통 수피가 흰 나무들이다.

 

소사나무다. 느티나무를 닮은 수형과 사람들이 다루기가 쉬워 분재감으로 사랑받는 나무다. 섬에서 많이 자생하는데 희생도 많았다. 한때 불법 굴채를 당해 수난을 겪었으나 이곳에서는 늠름하게 잘 자라 쭉쭉 뻗었다. 뿌리가 강해 해풍에도 끄떡이 없어 우점종이 되었다. 소사나무 군락을 지나니 이내 팔각정이 보인다. 1시간을 올랐다. 375봉이다.

 

▲ 대부산으로 가는 길에 황홀한 다도해 해상 절경에 걸음을 멈췄다. 여수 시가지가 보인다.

최고의 조망지다. 대두라도 소두라도 소횡간도 대횡간도 나발도 월호도 돌산도가 한 눈에 보인다. 멀리 여수 시가지도 아련하다. 바다도 한 색깔이 아니다. 해초가 자란 곳은 짙은 색이고, 구름 그림자가 비친 곳도 그렇다. 바다의 속살을 높이 올라서야 볼 수 있다. 비행기를 타는 기분이랄까. 새의 눈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섬들이 색다르다.

 

한참을 쉬다가 대부산(大付山)으로 향한다. 정상 못 미쳐 큰 바위가 솟아 있다. 바위에는 바위손이 붙어산다. 최근 내린 비로 한껏 물을 마셔 그런지 생생하다. 정상에는 20분이면 도착한다. 주변 나무를 제거해 놓았지만 정상은 밋밋하다. 삼각점이 하나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지나온 팔각정이 있는 봉우리가 더 높아 보인다. 남쪽으로 금오도 주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져 있다.

 

대부산은 옛날 나무꾼들이 산이 높고 장대하다고 하여 대대산이라 부른 것이 지명이 되었다고 한다. 주능선의 대부분의 봉우리는 암릉이다.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산 정상부를 이루고 있다. 30분을 더 걸어 문바위에 도착했다. 두 개의 큰 바위가 문설주의 형태를 하고 있다. 문 뒤를 빼꼼 쳐다보니 송고마을이 보인다. 넓은 반석 위에서 점심을 먹었다. 햇살이 따뜻하다.

 

▲ 산줄기를 따라 칼이봉으로 간다. 온통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즐겁다.

문바위에서 칼이봉으로 10분을 걸으니 옹달샘 이정표가 있다. 물은 충분했지만, 뛰어 내려갔다. 30m를 가니 물소리가 졸졸 들렸다. 물을 스테인리스 통에 모아 수도꼭지로 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 옹달샘의 고즈넉함은 없었지만, 물맛은 그윽했다.

 

칼이봉 못 미쳐 여천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있다. 배 시간이 촉박하면 이곳으로 내려서면 된다. 능선 종주를 하다가 하산할 수 있는 길은 이곳 말고도 느진목에서 대유마을로 내려서는 길과 옥녀봉 가기 전 소유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있어 편한 길을 선택하면 된다.

 

옹달샘에서 20분이 지나 칼이봉에 도착했다. 칼이봉에서 느진목으로 가는 길은 난대림의 진수를 볼 수 있다. 돈나무와 쪽동백 동백나무 관중은 물론 아이비와 콩난 등 부착식물들이 지천이다. 초봄에 푸른 잎들을 보니 여름 산행을 하는 착각에 빠졌다. 숲에서 나오는 신선한 공기는 기분을 좋게 한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 옥녀봉에 이르자 큰 바위가 반긴다. 개복치를 닮았나? 바다 조망이 아름답다.

1시간 15분을 더 걸어 옥녀봉에 도착했다. 능선에서 만난 옥녀봉은 명성과 다르게 날카롭지 않았지만, 결국 벼랑을 끼고 있었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면 가까운 곳에 형제도가 있고, 멀리 여수 향일암이 보인다.

 

옥녀봉은 옛날 선녀가 내려와 베틀로 베를 짜던 곳이란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선녀가 추울까봐 옥녀봉 인근의 나무를 절대 베지 않는다고 한다. 원시림이 유지된 이유겠다. 옥녀봉에서 50분을 가면 검바위를 지나 일주도로와 만난다. 날머리에서 면소재인 우학리로 가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여천마을까지는 12인승 봉고 택시가 1만원이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부산일보 이재희 기자

 

해변따라 걷는 여수 최고의 트래킹코스 금오도 비렁길

 

'대한민국 테마 여행 10선'으로 선정 된 금오도의 '비렁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던 곳을 산책로로 조성한 곳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선착장을 가득 메우는 방문객들과 일터로 나선 섬 주민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바로 여수 금오도의 상징 '비렁길' 트레킹과 봄 향기 폴폴 나는 '방풍나물' 때문이다. 

 

 

절경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비렁길의 3코스. 동백꽃이 만개한 숲길과 그 아래로 보이는 절벽, 아찔한 출렁다리까지 봄기운을 듬뿍 받기 위해 찾아든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봄날 제철을 맞은 금오도의 특산품은 바로 '방풍나물'이다. 원래 해변 모래밭,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방풍나물은 자갈이 많은 이곳 섬마을 사람들의 생업이다. 

 

배편 및 먹거리

 

돌산도 신기항에서 한림해운(061-666-8092) 소속 한림페리호가 평일 6회, 토·일요일 7회(7:45 9:10 10:30 12:00 14:00 15:50(토·일요일) 17:00. 30분 소요. 요금 5천원. 승용차 기준 운반 요금은 운전자 1인 포함 1만3천원) 금오도 여천항까지 운항된다.

 

여수항 여객선터미널에서 금오도 함구미로 가는 화신해운(061-665-0011)의 한려페리호(6:10 9:40 14:20, 나오는 배편 7:40 11:00 15:55. 요금 7천900원. 승용차 기준 2만원. 1시간20분 소요)도 하루 3편 있다.

화신해운 측은 사전 협의한 단체 등산객에 한해 왕복 승선비와 우학리~함구미 버스비를 포함, 1만4천원을 받고 있다.

여천항에서 함구미나 면소재지인 우항리까지는 남면버스(011-616-9544. 1천원)나 개인택시(011-608-2651. 9인승 봉고 1만~1만5천원)를 이용해야 한다.



금오도 우학리 남면사무소 인근에 명가식당(061-665-9520) 된장국 정식(6천원)이 먹을 만하다. 섬 인근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로 만든 반찬이 좋다. 회를 포함한 정식 세트 메뉴(1인당 1만원부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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