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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추천 테마여행

낙조산행지-호룡곡산 망산 금산 고려산 팔봉산

by 구석구석 2009.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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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낙조 일품인 ‘서해의 알프스’ / 호룡곡산

인천시 중구 무의도(舞衣島) 호룡곡산(虎龍谷山·244m)은 사계절 바다의 정취를 느끼며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수도권에서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고,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도 느낄 수 있어 낙조산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본래 호룡곡산이 자리한 무의도에는 실미 해수욕장과 하나개 해수욕장 등 두 곳의 해수욕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바로 이 두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낙조 풍광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서쪽으로 다소 시야가 가려지는 실미 해수욕장과 달리 동쪽으로 병풍을 두른 듯한 호룡곡산을 등지고 자리한 하나개 해수욕장은 바다쪽으로 가까운 거리에 시야를 가리는 섬이 없어 해수욕장은 물론 호룡곡산에 올라 서쪽으로 막힘없이 조망되는 낙조는 매우 광활하고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호룡곡산은 국사봉(236m)과 함께 무의도를 형성하는 주봉이다. 산릉에 있는 고려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 등 기암절벽도 볼 만하고, ‘서해의 알프스’라는 칭송을 들을만큼 산세가 수려하다. 생태관찰로, 산림체험로(4km), 전망대 등을 갖춘 삼림욕장도 있다.

 

큰무리 선착장~실미유원지 입구 삼거리~국사봉~재빼기고개 구름다리~호룡곡산~서릉~하나개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등산코스는 2시간이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약 6km에 달하는 등산코스에는 옹달샘, 약수터, 나무계단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 정상에서는 용유도, 팔미도, 자월도, 영흥도 등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일품이다. 산행 후 들리게 되는 무의도 서쪽 하나개 해변에서는 동죽, 바지락 등 조개도 잡을 수 있다. 이 해변은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 촬영장소였다.

 

고운 모래사장과 송림 숲으로 뒤덮인 실미도 해수욕장은 물이 빠지면 앞에 있는 실미도와 길이 연결된다. 실미도는 과거 특수부대원들이 북파훈련을 받던 곳. 영화 실미도가 바로 이 섬에서 촬영됐다.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서 남쪽 횟집들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약 1km 가면 바닷가에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광명항, 실미유원지→’ 안내판 앞에서 오른쪽 실미유원지 방면 길로 들어가 약 200m 가면 밭 옆에 등산로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산길로 들어서면 간간이 빨간색 명감나무 열매가 눈길을 끈다. 명감나무를 스치며 7~8분 올라가면 작은 무명봉을 밟는다. 무명봉을 뒤로하고 남쪽으로 곧장 이어지는 능선길로 15분 가량 올라가면 안내판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5분 더 오르면 흰색 풍향 철탑이 있는 국사봉 꼭대기를 밟는다. 삼각점이 있는 국사봉에서는 맑은 날이면 백령도와 연평도가 보인다. 국사봉에서 다시 30m 되돌아내려와 계속 남쪽 능선 내리막길로 들어가 10분 거리에 이르면 오른쪽(서쪽) 아래로 하나개 해수욕장과 서해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전망바위를 뒤로하면 키 작은 소나무군락 사이로 들어간다. 이어 억새군락으로 들어가 15분 거리에 이르면 재빼기고개를 건너가는 아치형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구름다리를 건너가면 호룡곡산 북릉이다.

 

재빼기쉼터를 지나 가팔라지는 북릉을 타고 15분 가량 올라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전망장소에 닿는다. 전망장소에서는 올라왔던 방향으로 국사봉, 잠진도 선착장, 인천공항 등이 조망된다.

 

산불감시초소를 뒤로하고 4~5분 더 오르면 호룡곡산 정상이다. 바위지대를 이룬 정상에서 즐기는 막힘 없는 조망이 일품이다. 동으로는 인천광역시가 샅샅이 조망된다. 그 오른쪽으로는 소무의도가 연꽃잎인양 둥실 떠 있다. 남으로는 영흥도, 자월도, 덕적도 등 옹진군내의 크고 작은 섬들이 경기만 위로 수놓은 듯 자리하고 있다. 일몰시각에 맞추어 정상에 이르면 그야말로 빈틈없이 세련된 낙조를 즐길 수 있다.

 

하산은 남쪽 바윗길로 내려선다. 정상을 뒤로하면 곧이어 장정 5~6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너럭바위를 지나 약 50m 내려서면 산길은 서쪽 지능선으로 굽돌아 이어진다.  약 100m 거리에 이르면 길 왼쪽에 부처바위가 반긴다. 부처바위를 지나면 곧이어 안부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왼쪽 계곡길로 10분 내려가면 토담 일부가 남아 있는 집터에 닿는다. 5분 더 내려서면 바닷물이 등산화를 적시는 해안가 갯바위에 닿는다.

 

갯바위에서 일명 ‘환상의 길’로 불리는 북쪽 해안가를 따라 조개양식장을 지나면 발이 빠지지 않는 모래사장인 하나개 해수욕장을 걷는다. 겨울철 하나개 해수욕장은 썰렁하다. 해수욕장을 약 500m 가량 걸어나오면 관리사무소 옆 횟집에 닿는다. 겨울에는 횟집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10분 거리인 재빼기고개를 넘어 약 1km 거리인 무의보건진료소~민박촌~효령장민박을 지나 3km 걸어나오면 큰무리 선착장이다. 큰무리 선착장 일원 횟집들은 겨울에도 문을 연다.

 

큰무리 선착장을 기점으로 실미유원지 입구 삼거리~국사봉~재빼기고개 구름다리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너럭바위~서릉~부처바위~하나개 해수욕장 관리사무소~재빼기고개~무의보건진료소를 경유하여 다시 큰무리 선착장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14km로, 4시간이 조금 더 소요된다. 

▲ 숙박

무의도 선착장에서 약 800m 들어간 큰무리 마을에 있는 민박집(032-889-4831), 대무의도민박(889-6495), 구름다리 서쪽 하나개 해수욕장 입구 벗나무집민박(889-5445), 국사봉 동쪽 고개 아래 효령장(889-5525), 효령장 아래 민박촌 등 이용.

 

낙조 아름다워 적파수도인 바다 조망 황홀 / 망산

남해 바닷가 곳곳에는 볼 망(望) 자를 쓴 망산이 무수하다. 물론 멀리 바다를 내다보는 산이란 뜻으로, 이런 이름을 가진 산 중에도 특히 권할 만한 산은 거제 망산이다. 거제 망산은 섬인 거제도에서도 남쪽 끝에 있다. 그러므로 바다 풍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해가 남쪽으로 한껏 기우는 때인 12월엔 낙조 풍광 또한 기막히게 뛰어나다.

 

한려수도라 하면 경남 통영시 한산도 인근에서 사천시와 남해군을 거쳐 전남 여수시 앞바다에 이르는 물길을 말한다. 거제도 사람들은 한려수도와 구분해 거제도 남단의 절경 물길을 붉을 혁 자를 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 부른다. 이는 노을 질 때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여 유래한 것으로, 망산 남쪽 기슭의 마을 이름 홍포(紅浦)도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에서 낙조 구경 후 홍포 무지개마을까지의 하산 소요시간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으므로 낙조산행지로 이만큼 적격인 곳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망산은 해발 높이는 373m로 낮지만, 바닷가에 연한 산이라 체감되는 높이는 내륙의 1,000m급 산에 못지않다. 이 산을 낙조산행지로 삼아 등행한다면 기존의 산행 방향과는 반대로 잡아야 한다. 즉, 그간은 남쪽 정상부터 올랐다가 동릉으로 빙 돌아 북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산행 끝무렵 낙조를 본 뒤 짧게 하산하는 낙조산행의 정석을 따르려면 그 반대로 산행해야 한다.

 

산행 시작지점은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의, 동쪽 다포 마을과 서쪽 명사 마을로 넘나드는 고갯마루의 SK남부주유소다. 자가용차를 가져갔다면 이 주유소에서 주유한 뒤 하루 낮동안의 주차를 허락받거나 아니면 주유소 근처 노변을 이용한다.

 

산길은 주유소 동쪽 바로 옆의 능선 끝머리를 잡아 오른다. 펑퍼짐하게 퍼진 능선 끝자락의 송림지대 속으로 들어 족적을 따라 올라가면 송림이 끝나고 후박나무 숲이 이어진다.

 

길은 완경사이다가 315m봉 정상을 지나며 급경사의 돌이 섞인 흙길로 변한다. 급경사 내리막에 이어 315m봉~359m봉 사이의 평평하고 숲 짙은 안부를 지나면 곧 359m봉 급경사 오름길이 시작된다. 길은 뚜렷하나 중간에 밧줄이 매어져 있을 만큼 험하고 가파르다. 왼쪽으로 절벽을 두고 바윗길을 더듬어 오르면 이윽고 눈부시게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암봉인 359m봉 정수리다.

 

359m봉 동쪽은 깎아지른 절벽지대다. 북동쪽 여차 몽돌해안과 그 뒤의 천장산(天長山·275.8m) 해안절벽, 거기에 부딪치는 흰 파도가 어울린 풍치가 압권이다. 암릉 꼬리께의 절벽 위에 앉아서 이 천장산 일대 해안, 그리고 남동쪽 대병대도 방향으로 미끈하게 뻗어내린 산릉 위의, 조밀하기 이를 데 없어 그냥 내리굴러도 양탄자처럼 부드럽게 몸을 받쳐줄 것 같은 숲지대의 아름다움을 보는 멋이 기막히다. 여기서 해풍을 맞으며 경치를 돌아보노라면 20~30분은 금방 지난다.

 

359m봉 정상 직후 315m봉쪽 능선으로 내려서는 지점이 망산 산행로 중 가장 위험한 곳이다. 동쪽으로 급경사의 10m 절벽이 있는데, 초심자는 반드시 위에서 로프로 확보를 보아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암벽은 올라가는 것보다 거꾸로 내려가는 것이 한결 더 까다롭다.

 

359m봉 동쪽 절벽지대만 잘 내려서면 그 후 별 문제 없다. 10여 분 가면 바위틈에 뿌리박은 아름드리 노송이 선 곳이 나온다. 나무 그늘을 드리운 한편 앞으로는 대·소병대도의 절경이 펼쳐져 역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곳이다.

 

이후는 숲과 바윗길의 반복이다. 평탄한 숲속으로 길이 이어지다가 왼쪽으로 갈림길이 있으면 무조건 나서본다. 그러면 대개 아름다운 굴곡의 해안선과 섬들이 어울린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멋진 조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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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각으로 솟구친 바위들로 이루어진 암릉지대를 지나면 곧 망산 정상과 왼쪽 무지개마을 하산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안부다. 여기서 곧장 정상으로 올라가 노을보기를 한 뒤 삼거리로 되내려와 하산토록 한다.

 

안부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15분 남짓 걸으면 망산 정상이다. 망산 정상은 남쪽이 툭 깎아지른 절벽인 넓적한 암봉을 이루어 사방으로 조망이 툭 트였다. 올라서면서 우선 왼쪽(남쪽)으로 툭 트이는 적파수도의 조망에 긴 외침에 가까운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온다. 물론 제대로 된 노을을 만난다면 그만 황홀경으로 빠져들 것이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는 망산이 마지막 기운을 다한 산줄기가 반도 형상으로 뻗어 절경을 이루었고, 남동쪽 저 앞바다에는 대·소병대도와 작은 바위섬들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으로 떠올라 이곳 망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1%도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것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숲지대를 빠져나와 처음 올라선 평평한 암부 서쪽 저 앞의 바위봉이 목측으로도 이미 조금 더 높아뵈는데, 이곳이 진정한 망산 정상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모여 쉬기엔 이곳 동쪽 암봉이 더 낫다.

 

노을을 본 뒤 삼거리로 되내려와 정남쪽 숲길로 내려선다. 후박나무숲은 워낙 짙어서 한낮에도 컴컴할 지경이고, 밑은 바위지대라 길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사람들이 다닌 족적은 랜턴 불빛으로 가려낼 정도는 된다. 안부에서 20여 분 내려가면 무지개마을 버스종점의 무지개상회에 다다른다.

 

38경 더불어 즐기는 다도해 노을 풍광 / 금산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이니만큼 바다가 바라보이는 산은 많지만 굴곡진 해안선과 숲, 절벽 등이 두루 어울린 절경이 바라뵈는 산은 흔치 않다. 조망은 좋아도 산 자체의 경관도 뛰어나기는 더더욱 어려운데, 남해 금산은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을 넘치도록 넉넉히 갖추고 있는 산이다. 때문에 이 산은 여늬 산들의 경관의 우열을 논할 때 종종 그 기준으로 등장하곤 한다.

 

‘태조 이성계가 이 산에서 백일기도 후 조선 건국의 위업을 성취,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둘러준다는 뜻에서 금산이라 이름하였다’는 전설이 전한다.

 

금산의 높이는 681m로, 바닷가 산치고는 높은 편인 데다 기암들의 밀집지역은 산정 주변 반경 1km 이내다. 때문에 경관의 밀도가 매우 높다고 할 산이다. 이 작은 산에서 남해 사람들은 38개소의 승경지를 찾아내어 각각 이름을 붙였다. 금산의 면면이 그만큼 오묘하고 신비함을 말해주는 사실이기도 하다.

 

금산은 산정이 지척인 곳까지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이와 같이 차량으로 금산을 찾는다. 금산을 관광 아닌 ‘등산’으로 오르려면 금산 남쪽 계곡코스를 택한다.

 

금산매표소 지나 한 동안은 완경사의 돌길이 이어진다. 바윗덩이들을 보도블럭처럼 평평하게 깔아둔 길이 널찍하게 나 있다. 누군가 정성들여 쌓은 돌탑을 지나고, 맑은 계류가 흐르는 계곡을 오른쪽으로 건너면서 경사는 가팔라진다. 급경사 돌계단길이 계속되므로 겨울이라도 땀이 제법 배나올 것이다. 중간에는 거북 형상의 바위로 만들어둔 샘터가 나선다. 주위에 벤치도 있고 저만치 숲속엔 화장실도 있으니 여기선 잠시 숨을 돌리도록 한다.

 

샘터 이후 20분 남짓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영화 속에서나 나옴 직할 커다란 쌍바위굴이 나선다. 이것이 금산 비경지의 관문격인 쌍홍문(雙虹門)이다. 윗부분이 무지개 형상처럼 된 문을 홍예문이라 하니, 곧 그러한 쌍홍예문이라는 뜻이다.

 

쌍홍문을 지난 뒤에는 오른쪽으로 올라,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한국의 3대 관음기도도량으로 이름 높은 보리암(菩提庵)을 먼저 본다. 보리암을 빠져 나와 산길을 따라 주욱 오르면 금산 정상.

 

금산38경의 하나로서 버선 형상이라 하여 버선바위, 명필의 글씨가 씌여 있다고 하여 문장암, 혹은 명필암이라고도 부르는 바위 바로 옆이 정상이다. 옛 봉수대가 가지런한 돌쌓기로 복원돼 있는 금산 정상에 서면 온갖 기암들과 미조리 앞의 섬 무리가 두루 한눈에 든다. 여기 망대에서 낙조를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정상에서 남쪽 길로 주욱 내려가면 상사암(相思岩)이 있다. ‘상사암’ 안내 팻말 뒤의 넓적한 암부가 상사암으로, ‘한 머슴이 과수댁 주인을 사랑하여 상사병에 걸려 죽어가게 되자 보다 못한 과수댁이 사람 없는 금산의 이 바위벼랑 아래에서 원을 풀게 해주었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남쪽은 아마득한 절벽인 이곳이 낙조를 보기에 최적인 자리로 권할 만하다.

 

낙조만이 아니라 금산 자체를 조망하는 자리로도 이 상사암이 최고다. 금산 정상부터 대장봉, 그 아래 절묘하게 움틀고 앉은 암자 보리암, 쌍홍문 오른쪽 옆의 거대한 절벽 만장대, 삼신산의 네 선녀 전설이 얽힌 네 개의 기암봉 사선대(四仙臺), 네모난 긴 석주 향로봉 등 우열을 따지기 어려운 기암들이 펼쳐진다.

 

저 아래 바다에는 크고 작은 한 무리의 섬들이 그야말로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펼쳐 보인다. 멋대로 흩어진 것이 아니라 우정 그 근처로 일부러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의 그 호도(虎島), 목과도(木果島), 고도(鼓島) 등 섬무리를 어떤 풍수가는 부처님 앞에 차려둔 성찬(聖餐)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사암 서쪽 너머로는 서포 김만중이 유배 중 사씨남정기 등을 쓴 자리인 노도(櫓島) 근해를 배경으로 온갖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연이어진 만물상 암릉이 탄사를 자아낸다. 낙조 풍경은 이 노도쪽이 가장 아름답다.
상사암을 보고 동쪽 길로 가면 아까의 쌍홍문에 다다른다. 그 후 30분쯤 내려가면 출발점인 매표소에 다다른다.

 

일행에 노약자가 있어서 저물어 이 길을 내려가는 것이 꺼려지면 차량으로 중턱까지 오른다. 상주 해수욕장에서 금산매표소를 지나 금산 서쪽의 해안도로(19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금산 입구임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이 샛길로 접어들어 2km 남짓 달리면 복곡저수지에 이어 널찍한 제1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차를 대두고 주말에는 수시 운행하는 25인승 셔틀버스를 이용, 제2주차장까지 오르도록 한다. 제2주차장까지도 자가용차를 가지고 갈 수 있으나 급경사길임을 알아둔다. 제2주차장에서 700~800m 오르면 금산 탐승길이 시작된다. 주차요금은 하루 4,000원, 공원 입장료 1,300원.

 

한려해상 국립공원 금산 매표소 055-863-3524, 복곡 매표소 863-3525.

 

낙조대, 낙조봉에 서면 석모도쪽 노을 장관 / 고려산

강화도 고려산은 봄마다 진달래축제를 열만큼 진달래로 널리 알려진 산이지만, 낙조 산행지로도 괜찮은 산이다. 낙조를 보는 낙조대(落照臺)와 낙조봉까지 있을 정도이며, 낙조대에서 낙조 구경 후 주차공간이 있는 절 적석사까지 단 5분이면 내려갈 수 있다.

 

낙조산행 대상지는 산정에서의 낙조 풍경이 얼마나 멋진가 하는 점 이외 낙조 구경 후 안전지점까지의 거리나 하산소요 시간이 얼마나 짧은가 하는 점도 중요하니, 고려산은 이 점에서도 낙조산행지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낙조봉에서 제대로 노을을 맞으면 석모도쪽의 강 같은 바다에 반사되는 붉은 햇빛이 너무 찬란하여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다. 내가저수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넓은 농경지 풍광이 또한 아름답다.

 

고려왕조는 몽골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지를 강화도로 옮긴 적이 있었다. 1232년(고종 19년)부터 1270년(원종 11년) 개경(開京)으로 환도하기까지 38년간 피란 임시수도였는데, 이 산은 그 때 고려산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고려산의 원래 이름은 오련산(五蓮山)이라고 한다. 인도로부터 온 조사가 이 산정의 연못에 피어난 적, 황, 청, 백, 흑색의 다섯 송이 연꽃을 허공에 던져 그 꽃들이 떨어진 곳에 적련사(현 적석사), 황련사, 청련사, 백련사, 흑련사(묵련사) 5개 사찰을 지었고, 산 이름도 오련산이라 했다는 것이다.

 

현재 고려산에는 백련사와 청련사, 적석사(積石寺) 3개 사찰이 남아 있다. 정상 북쪽에 백련사, 동쪽에 청련사, 그리고 서쪽 낙조봉 아래에 적석사가 있으며,  이 3개 사찰은 곧 고려산 산행기점 구실도 한다. 낙조산행은 이 중 청련사를 출발, 주능선에 올라 낙조대로 간 뒤 적석사로 하산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아예 낙조를 바라보며 미꾸지고개까지 내닫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청련사는 산내 사찰 중 분위기가 가장 뛰어나다. 이 작은 산에도 이런 절이 깃들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감탄스러운 분위기다. 이 절을 보았다면 우정 입장료 내고 전등사를 가볼 필요가 없다고 할 만큼 그윽하고 멋스럽다. 한갓지고 주차공간도 넓다. 강화읍에서 고려산 남쪽 고비고개를 향해 가노라면 청련사 입구임을 알리는 돌비석이 길 옆에 뵌다.

 

산길은 청련사 우측 옆으로 나 있다. 좁은 산길을 따라 5분쯤 완경사의 조망 좋은 능선길을 오르면 ‘←낙조봉 1.3km, 청년사 0.6km→’, 밑에는 국화리 학생야영장이란 글씨가 크게 쓰인 팻말이 선 곳에 다다른다. 여기가 야영장이란 뜻이 아니라 상봉 남동쪽 계곡 중간의 홍릉 아래에 있는 국화리학생야영장에서 세운 팻말이란 뜻이다.

 

표지판 이후 상봉 북사면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상봉 정상의 군시설물로 연결된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올라선다. 이 찻길을 따라 200m쯤 올라가면 군시설물 앞의 조망 좋은 공터다. 여기서 정서쪽으로 낙조봉 가는 길이 나 있다. 억새풀과 진달래나무가 뒤섞인 구간을 지나면 허벅지만한 굵기의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능선길이 이어진다.

 

고천리 마을회관 갈림길목을 지나면 고인돌군이 나온다. 얼핏 보아서는 고인돌인지 알 수 없지만, 흙에 파묻힌 바윗덩이들을 살펴보면 얇고 평평한 것이 고인돌의 덮개돌이나 받침돌들임을 알 수 있다. 강화에는 고인돌이 모두 120기가 발견됐으며, 그중 30기는 고려산 능선에 있다.

 

두번째 고인돌군을 지난 뒤로도 여전히 송림속 길이다. 제법 긴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며, 그러다 억새로 뒤덮인 200m 구간을 지나면 곧 낙조봉 정상이다. 낙조봉 정상에 서면 주위가 모두 억새라서 조망이 좋다. 자신이 지나온 길은 물론 사방으로 여러 명산이 바라뵈는 멋진 곳이다.

 

삼각점이 설치된 낙조봉 정상에서 길은 두 갈래다. 남쪽으로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불상을 모셔둔 한편 철망과 파이프 등으로 시설해둔 낙조대가 나온다. 이 낙조대에서 서쪽으로 석모도까지 막힌 것 하나 없이 시원하게 조망이 터진다. 이곳에서 머물며 낙조를 기다려보는 것도 좋다. 낙조대에서 그 아래 적석사까지는 금방이다.

 

낙조봉에서 정서쪽 미꾸지고개 방면의 능선도 매력적이다. 500m 저편의 315m봉까지는 곳곳에 암부가 드러난 조망 좋은 능선길이며, 특히 315m봉 서쪽 300m지점에는 널따랗고 조망 좋은 암반지대도 있다. 그 후 낙엽송림을 지나고 양지바른 곳마다 두세 기씩 무덤들이 사이좋게 누운 능선을 따르노라면 굵은 송림에 이어 미꾸지고개에 다다른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넘는 이 고갯마루에는 작은 가게가 하나 있고, 그 앞에 두어 대 차를 댈 만한 공터가 있다. ‘강화 18km, 외포리 5km’란 커다란 이정표가 선 곳이다.

 

이 미꾸지고개나 적석사로 하산한 뒤 차를 대둔 청련사로는 택시를 불러타고 돌아간다. 고려산 중 거의 전 지역에서 휴대폰이 되고, 산 주변 어느 곳에서 불러 어디로 가든 대개 10,000원 안팎이다. 강화 개인택시 032-934-7898.

 

石火星 암봉에서 맞는 태안반도 일몰 / 팔봉산

서산 팔봉산(八峰山·361.5m)은 산의 기준이 높이에만 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산이다. 해발 400m도 채 안 되는 높이지만, 사방이 야트막한 산과 구릉으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돌올히 솟아오른 암릉을 형성하고 있어 조망이 뛰어나다.

 

불꽃처럼 화려하게 솟구친 암릉을 오르내리는 사이 눈에 들어오는 태안반도 일원의 풍광은 풍경화나 다름없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산릉이 물결치듯 잔잔히 밀려오는 분위기 속에서 태안 앞바다로 떨어지는 커다란 해를 바라보노라면 누구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팔봉산 산행기점은 양길2리 팔봉산가든과 어송리 삼거리 두 곳을 들 수 있다. 정상 일몰을 목표로 삼는다면 팔봉산가든 원점회귀산행이나, 창포 마을을 출발해 서태사를 거쳐 제8봉에서 제1봉으로 향하는 능선종주산행이 적합하다.

 

원점회귀산행은 팔봉산가든 앞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빼곡한 소나무숲 사이의 널찍한 산길을 따르면 임도를 가로질러 ‘萬歲八峰’ 빗돌이 서 있는 널찍한 쉼터에 닿는다.

 

본격적인 산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계단길을 따라 5분쯤 오르면 사거리에 안부. 왼쪽 길은 제1봉, 오른쪽 길은 제2봉을 거쳐 정상인 제3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안부를 넘어 사면을 따르는 산길은 천제터와 운암사지를 거쳐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다.

 

산행 방향은 험로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라선 다음 비교적 안전한 운암사지를 거쳐 다시 안부로 돌아오는 식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도중에 추락 위험이 높거나 가파른 바윗길은 철난간이나 철계단이 놓여 있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정상 직전 용굴 또는 통천문이라 불리는 바위굴은 배낭을 벗은 채 오르는 게 좋다.

 

하산은 정상과 제4봉 사이의 안부에서 급경사 길을 내려서야 한다. 낙엽이나 눈이 덮여 있을 때는 미끄러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급경사를 30m쯤 내려서면 허릿길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 길을 따르면 운암사지와 천제단, 호랑이굴을 거쳐 제1봉과 제2봉 사이의 안부로 이어진다.

 

팔봉산가든 주차장 원점회귀산행은 2시간30분 정도면 넉넉하다. 동절기에는 철계단과 바윗길에 눈이나 얼음이 덮여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아이젠을 지참하도록 한다. 만세팔봉 빗돌 부근에 거북바위샘이 있으나, 갈수기에는 마를 적이 잦으니 산행 전 식수를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팔봉산에 세워진 안내판 대부분이 제8봉을 하산 방향으로 표시하고 있으나, 종주산행의 경우 제8봉에서 정상인 제3봉을 향해 오르는 것이 산행의 묘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고, 정상에서 일몰을 맞이하고 하산하려면 서태사에서 출발해야 한다. 종주산행 기점인 어송 삼거리는 서산에서 태안으로 향하다 팔봉면으로 들어서는 길목 삼거리를 말한다.

 

팔봉산가든으로 가려면 이 삼거리에서 605번 지방도를 따라야 하고, 종주기점인 서태사로 가려면 삼거리 대문다리 마을의 팔봉농협 옆 콘크리트도로를 따르도록 한다. 콘크리트도로를 따라 800m쯤 가면 닭·영양탕 전문음식점인 수연네(주차장)가 나오는데, 주차장을 지나자마자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600m쯤 더 들어서면 또다시 마을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비포장도로를 따라 1km쯤 가면 서태사에 올라선다. 사륜구동형 차량의 경우 서태사 앞마당까지 올라갈 수 있다.

 

제8봉 아래 위치한 조망이 뛰어난 서태사는 겨울철 설화풍경이 일품인 암자다. 암자 오른쪽 길을 따라 100m쯤 오르면 서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마루(검문소 방향 2.4km)에 닿고, 여기서 바위 사면길을 10분쯤 따르다 소나무숲길을 빠져나가면 헬기장에 내려선다.

 

헬기장에서 안부(검문소 방향 2.77km)로 살짝 내려섰다 조금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진 제7봉 정상이다. 제7봉에서 50여m 내려서면 이후 소나무숲길이 이어지다 제6봉에 올라서고, 제6봉에서 살짝 내려섰다가 안전로프가 매달려 있는 바위 구간을 올라서면 제5봉 정상이다.

 

제5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면 헬기장 갈림목으로, 오른쪽 길을 따르면 운암사터(500m)를 거쳐 양길리로 내려서고, 계속 능선을 따르면 제4봉으로 올라선다. 안전로프를 이용해 바윗길을 올라서면 제4봉 정상이다. 최정상인 제3봉까지 짤막한 바위 험로에는 철다리가 설치돼 있다.

 

종주산행은 어송 삼거리 기준 4시간 정도 잡아야 하나, 서태사까지 차로 오르면 1시간쯤 줄일 수 있다. 식수는 서태사에서 준비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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