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버스터미널골목 등불실비 055-674-3688
‘실비’란 이름의 식당은 삼천포를 위시해 통영, 마산, 고성 등 경남 남해안 도시에만 있는 별난 계산법의 음식점이다. 실비집은 엄밀하게 얘기하면 맥주와 소주를 마시는 술집인데 술값만 받고 안주값은 받지 않는 특이한 업소이다. 그런만큼 계산법은 유별난데,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안주값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고성에서 가장 오래된 실비집 등불실비의 기본은 10,000원이다. 10,000원이면 소주 2병이나 맥주 3병을 마실 수 있고, 세 가지 해산물 안주와 보통의 기본안주가 따라 나온다. 해산물 구이 한 가지와 회 두 종류가 해산물 기본 안주다. 맥주 3병 값이 10,000원이고, 소주 한 병 값은 5,000원, 술을 마시면서 계속 나오는 안주에는 추가계산이 없다.
손님들에게 올리는 안주가 주로 어떤 종류냐고 물었더니 주인 ‘천사표’ 돌순(鄭石順·57) 아지매 왈, 손님에 따라 안주가 다르기 때문에 단답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식당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 3년의 다섯 배가 넘는 세월동안 좁은 바닥 단골들의 식성을 모두 알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다양한 해산물이 나오는 바닷가, 넉넉한 인정의 고장이기에 가능한 일이겠다.
고성읍내 중심가 구 버스터미널 골목 안에 있는 등불실비를 혼자 찾아 들른 저녁시간, 맥주 3병을 받고 격에 맞지 않는 짓으로 머릿속 주판알을 굴려 보았다.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기본 10,000원으로는 업소가 손해일 것 같고 맥주 6병은 되어야만 그나마 이문이 남을 것 같은데…. 귀환버스시간에 쫓겨 맥주 3병에 맛난 안주쟁반을 다 비우고 자리를 뜨자니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월간산 2007 박재곤 산촌미락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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