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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경상남도

거제 동부면-14번지방도-부촌리 노자산

by 구석구석 2008.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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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평지~노자산~벼늘바위~뫼바위~학동 동백림 7km 답사

 

이른 봄날의 햇살은 새싹 같다. 찬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처럼 가볍고 연약하다. 하지만 이 부드러운 힘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동력을 지녔다. 저 멀리 보이다가도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어느새 바짝 다가와 있다. 온기조차 찾기 어렵던 초봄의 햇볕이, 어느덧 따갑게 느껴지는 것은 봄이 가진 이 기민함 덕분이다.

 

3월 초, 거제도에서 건진 봄은 물 좋은 생선처럼 싱싱했다. 아직 겨울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서늘한 날씨에 처음에는 기가 죽었다. 그래도 바람 한 귀퉁이에서 온기가 뭍어났다. 오히려 차가운 대기 덕분에 시야가 멀리까지 터져 눈이 즐거웠다. 봄맞이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다.

 

거제시 동부면의 부춘리, 학동리 등을 끼고 솟은 노자산은 거제도의 남북을 잇는 산줄기 가운데 속해 있다. 남쪽으로 가라산(585m)과 산릉을 맞대고 있으며, 북쪽으로 거제의 주봉인 계룡산까지 산줄기가 이어진다.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바다 전망이 멋진 산이다. 특히 주능선에서 보는 동쪽 학동 몽돌해변과 해금강 일원의 조망이 일품이다.

 

능선에 도열한 뫼바위, 벼늘바위 등의 기암은 훌륭한 조망처 역할을 한다. 벼랑 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의 비경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또한 노자산 동쪽 자락의 학동 동백림은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는 곳이다. 대중적 인기를 누릴 만한 요소를 골고루 갖춘 산이다.

 

노자산 등산로는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길과 부춘의 혜양사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고현 신시가지에서 출발해 거제면과 동부면을 거쳐 동부저수지 부근 연담마을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거제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진행한다. 2km가량 도로를 따르니 오른쪽으로 ‘솔사슴가든’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이 샛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평지마을회관이 나오고 곧이어 임도가 시작된다. 한적한 산길을 따라 500m쯤 더 오르면 작은 고갯마루에 닿는데 여기서 산행을 시작한다.

 

 ▲ 노자산 정상 

봄볕이 내려쬐는 날씨지만 능선에 오르면 바닷바람이 휘몰아치는 것이 거제도 산의 특징이다. 특히 봄과 겨울이 교차하는 이 즈음의 돌풍은 더욱 혹독하다. 두툼한 보온복을 배낭에 챙겨 넣고 길을 나선다.

 

길은 곧바로 숲으로 접어든 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발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급경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잠시 뒤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조용한 능선이라 산길은 호젓하다.

 

등산로 옆에는 빨간 꽃잎을 숨긴 진달래 봉오리가 터질 듯 팽팽하다. 게다가 시원스런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바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천천히 고도를 높이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초반이 조금 고생스러운 코스지만 누구나 무난히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임도 고갯마루에서 시작해 45분쯤 오르면 헬기장에서 혜양사 코스와 합류된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길이 다시 가팔라진다. 여기서부터는 등산객이 많이 다닌 구간이라 넓고 양호한 편이다. 가지런히 조성된 계단을 따라 산속을 걸어 오른다.

 

3월 초의 변덕스런 날씨 직후 처음으로 맞는 화창한 주말. 노자산은 많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펑퍼짐하고 넓은 정상부는 시장판처럼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시산제를 올리고 있는 팀도 보인다. 그 옆에서 좌편을 벌이고 식사를 즐기는 분들의 얼굴이 벌겋다. 봄답지 않은 새파란 하늘 아래 술잔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하지만 사람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번잡하다. 조용한 곳을 찾기 위해 계속해 남쪽 능선을 탄다.

 

산길 주변의 조그마한 평지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휴양림 방면에서도 등산객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날씨를 즐기려는 산꾼들로 노자산은 초만원이다.

 

 

▲ 노자산 주능선에서 본 해금강 방면. 정면에 보이는 포구가 도장포 마을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500m쯤 떨어진 휴양림 갈림길을 지나 15분쯤 진행하니 노자산 전망대에 닿는다. 사실 이곳은 나무가 많아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예전에 팔각정이 있던 곳인데, 태풍에 날아가고 지금은 벤치 몇 개만이 남아 휴식처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도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전망대를 지나 바위가 노출된 능선길을 따라 200m쯤 전진하니 정면에 아찔하게 솟은 암봉이 나타난다. 우회로가 보이지만 곧바로 바위를 타고 정상에 오른다. 암봉 꼭대기는 그리 넓지 않으나 조망만큼은 환상적이다.

 

 ▲ 율포만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북쪽으로 조금 전에 지나온 노자산에서 계룡산으로 연결된 능선이 장막처럼 펼쳐진다. 서쪽의 거제만과 율포만이 그려내는 구불구불한 해안선도 인상적이다. 그 뒤로는 한산도와 연도된 추봉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새하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통영시가지는 그림 속의 항구처럼 아름답다. 동쪽 발아래 보이는 완벽한 초승달 모양의 해변은 그 유명한 학동 몽돌해변이다. 그 앞 바다 멀리 거제도의 명소 외도가 고독한 모습으로 떠 있다.

 

비취빛 바다에서 눈길을 거두고 남쪽으로 내려선다. 곧이어 절벽이다. 아득한 벼랑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 조심스레 내려가기 시작한다. 정면에 보이는 높다란 봉우리는 가라산이다. 벼늘바위에서 가라산을 향해 뻗은 산줄기가 굵고 힘차다. 주능선 곳곳에 솟은 바위들이 공룡 등줄기를 연상케 한다.

 

벼늘바위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의 널찍한 바위에 자리를 잡는다. 멀리 해금강이 보이는 좋은 전망대다. 하지만 점심을 준비하는 사이 거제도 바닷바람이 기세를 올렸다. 가지고 온 옷을 모두 껴입고 웅크리고 앉아보지만 추위를 피할 수는 없다. 따뜻한 국물로 몸을 덥힌 뒤 서둘러 식사를 마친다.

 

숲으로 접어드니 바람이 덜하다. 계속해 15분가량 특징 없는 비탈길을 내려간다. 뫼바위 직전의 안부에 학동 해수욕장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보인다. 뫼바위에 도착해 사뭇 가까워진 해금강쪽을 바라보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산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능선을 타려면 왼쪽의 우회로 보다는 바위를 곧바로 타고 가는 것이 낫다.

 

뫼바위를 지나 30분가량 내려서니 진마이재에 닿는다. 가라산을 코앞에 두고 능선이 잠시 숨을 죽인 고갯마루다. 이 자그마한 숲속 공터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조용한 곳에서 봄볕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머무는 곳이라 조금 복잡해도 아늑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진마이재에서 산길은 다시 갈린다. 주능선을 타고 곧장 급경사를 치고 오르면 가라산 정상이다. 거리는 1km에 불과하나 고도차가 200m를 넘어 적잖이 힘이 드는 구간이다. 가라산은 거제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던 곳이다. 가라산에 오른 뒤 다대산성을 거쳐 저구 마을 위의 고개까지 능선길이 이어진다.

 

진마이재에서 동쪽 학동 동백림 방향으로 내려선다. 봄기운 가득한 계곡을 경험하기 위한 선택이다. 진마이재 일대는 대규모 원추리 군락지다. 커다란 나무 아래 깔린 연두색 풀잎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봄나물로 입맛을 돋우는 원추리의 어린잎들이 무리지어 돋고 있다. 벌써 얼굴을 내민 성질 급한 꽃도 눈에 띤다.

 

원추리 군락을 빠져나와 숲이 깊어질 즈음, 여기 저기 나무에 박혀 있는 비닐봉지가 보인다. 거제도 산촌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고로쇠 수액 채취현장이다. ‘무단출입과 훼손을 금한다.’고 쓴 안내문이 곳곳에 걸려 있다. 나무 사이로 어지럽게 놓인 검은 색 파이프가 눈에 거슬린다.

 

숲길이 끝날 무렵 한 무리의 동백군락이 얼굴을 내민다. 무수히 맺힌 꽃망울이 전등불처럼 화려하다. 붉은 낙화로 단장한 숲길은 고운 주단을 깐 듯 환상적이다. 이 꽃은 무슨 사연이 있기에 필 때보다 질 때 더 아름다운 것일까. 찬 바람을 그리워하는 겨울나무의 몸짓에 성큼 다가온 봄을 느낀다. 월간산 2007.4 김기환기자

 

학동 몽돌해변과 동백림  해수욕과 산행 함께할 수 있는 곳

 

노자산 능선에서 곧바로 내려다보이는 멋진 해변이 학동 해수욕장이다. 노자산과 거제 자연휴양림 인근에 위치해 산행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 적당한 장소다. 학이 비상하는 형상의 해변 모습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몽돌이라 불리는 조약돌이 폭 50m, 길이 1.2km 해변에 펼쳐져 있다.

 

학동 해안을 따라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 야생군락지가 자리하고 있다. 동백꽃은 2월 하순경에 꽃이 피기 시작하며 3월 중순에 만개한다. 4월 초에 찾아도 숲길에 떨어진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 가라산 북쪽의 진마이재에서 대밭골을 통해 내려서면 동백숲으로 직행할 수 있다.


 

바람의 언덕  남부면 도장포 마을의 언덕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명소인 거제도 해금강 가는 길 입구에 도장포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도장포에는 유람선선착장이 있어 외도, 해금강 관광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 바다 오른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둔덕이 ‘바람의 언덕’이다. 잔디로 이루어진 민둥한 산으로 바다가 시원스레 보이는 전망 좋은 장소다.

 

TV드라마 이브의 화원(2003년 SBS 방영), 회전목마(2004년 MBC 방영) 등에 등장하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가 됐다. 바람의 언덕이란 지명은 최근 이 지역을 찾고 있는 이들이 늘며 생긴 것. 이름 그대로 바닷바람이 매우 심한 장소로 부근의 동백림도 멋진 볼거리다.

 

산행길잡이

능선의 모든 암봉이 다도해 전망대  초심자는 암릉구간 우회로 이용해야 안전

 

노자산 산행코스는 거제 자연휴양림이나 부춘 혜양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제 휴양림에서 노자산과 가라산을 거쳐 저구 마을 위의 고개까지는 약 8.5km로 5시간이면 산행이 가능하다. 평지마을 뒤편의 임도나 혜양사에서 출발할 경우 노자산 정상까지 1시간 반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비교적 가파른 구간이지만 길이 잘 나 있고 위험한 곳은 없다. 이후 전망대와 벼늘바위, 뫼바위를 거쳐 진마이재까지는 약 3.3km. 전체적으로 완만하면서도 내리막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벼늘바위, 뫼바위 등 암봉을 직접 오를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초심자들은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진마이재에서 계속해 가라산을 거쳐 저구 마을 위 고개까지 산행할 수 있다. 가라산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서 하산지점인 저구고개까지 약 2.7km 거리로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다. 진마이재에서 곧바로 대밭골을 통해 하산할 경우 도로까지 약 700m 거리다. 원추리와 고로쇠나무 군락을 지나 학동 동백숲까지 30분이면 내려설 수 있다. 주능선에는 샘이 없으니 식수는 산행 전에 충분히 준비한다.

 

교통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제도 고현까지 직행하는 우등고속버스가 하루 17회(07:00~19:40) 운행한다. 요금 29,400원, 4시간20분 소요. 장승포까지 운행하는 직행버스도 하루 5회(10:10~18:00) 다닌다. 요금 22,900원, 5시간30분 소요.

 

거제도 고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까지 1일 17회(05:40~19:30), 마산까지 54회(05:48~21:00), 부산 22회(07:20~19:28), 진주 16회(06:18~20:20), 대전 12회(07:00~20:00) 운행한다.

 

산행기점인 평지 마을이나 거제 자연휴양림(055-639-8115)은 고현에서 학동행 시내버스(05:55, 07:55, 08:20, 10:15, 13:15, 16:15, 18:15)를 탄다. 장승포에서 혜양사까지는 장승포터미널 앞에서 부춘행 버스를 이용한다.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니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숙박  고현 신시가지의 모텔이나 학동 일원의 민박집을 이용한다. 노자산 자락의 거제 자연휴양림(055-639-8115~6)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휴양림 내에는 등산로, 산책로, 야영장, 방갈로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하다.

 

거제도는 숙박료가 피서철과 주말, 주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성수기에는 그나마 방이 부족하니 예약하는 것이 우선이다. 거제시청 홈페이지(www.geoje.go.kr)에 민박, 관광호텔 등의 숙박시설이 소개되어 있다.

 

고현 거제시청 인근에 위치한 맥반석(055-637-6660)의 멍게비빔밥이 별미다. 심심하게 간을 한 멍게젓갈에 김과 깨소금 참기름을 곁들여 비벼 먹는 맛이 독특하다. 국으로 나오는 물메기탕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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