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인근에 빼어난 절경들 많아 편한 옷차림으로 언제든 갈 수 있어
스포츠조선 2007.9.20 정지섭 기자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근교 나들이라도 하고 싶을 테지만 길이 막혀 차를 몰고 나가기는 어렵다. 이럴 땐 지하철을 타고 나서보자.
그저 동네 주민들만 아는 쉼터로 여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보석 같은 산들이 서울 주변에는 적지 않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부담 없이 오르면서도 빼어난 조망과 아기자기한 절경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전철역 인근에 있는 유서깊은 서울 및 수도권의 작은 산 네 곳을 가을 산행 코스로 소개한다.
◆6호선 끝자락에 봉화산
지하철 종점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불을 피웠던 봉수대가 있던 유서 깊은 곳이다. 6호선 봉화산역에서 깔끔하게 지어진 아파트단지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산어귀에 닿는다. 산세는 완만하지만 제법 깊고 아기자기하다. 수확을 앞둔 배가 한창 익어가는 곳에서 시작되는 등산로에 접어들면 아직은 녹색인 단풍나무 밑으로 활짝 핀 호박꽃들이 선명한 노란색을 뽐낸다. 실개천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는 길을 잘 닦아놓고 곳곳에 쉼터를 꾸몄다.
정상에는 1993년 서울시가 복원한 봉수대가 있다. 정상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도심 풍경은 북한산이나 도봉산 못지 않다. 먹골역·중랑구청 등 여러 지점으로 갈래갈래 길이 나있다.
◆한강 굽어보는 개화산
5호선 개화산역에서 내려 주택가 안쪽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도시 풍경은 사라지고, 주변은 온통 소나무 숲으로 변한다. 황토색 산길에 걸음을 디딜 때마다 잿빛 송장메뚜기가 몇발짝씩 앞서가고, 곳곳에 자리한 봉분에는 까치들이 떼로 몰려 쉬고 있다. 이런 풍경은 능선에 오르면 다시 바뀐다. 타이어들을 겹으로 쌓아 위장색깔로 칠해 군사 진지를 만들어놓았고, 산 정상의 군대 철조망에는 휴전선에서나 보았던 깡통을 달아놓아 긴장감이 감돈다.
그래도 전망은 일품. 철조망 위로 한강과 고양시, 멋진 오렌지색 아치가 달린 방화대교까지 한눈에 잡혀 가슴 속이 탁 트인다. 산사(山寺)인 약사사에서는 고려 말에 만들어 돌 색깔이 고풍스러운 석탑을 볼 수 있다.
◆서울숲 내려다보는 응봉산
흙내음 가득한 산길을 기대하고 갔다간 실망하기 쉽다. 중앙선 전철 응봉역에서 내려 광희중학교·응봉초등학교를 지나 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흙을 밟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암벽공원 관리사무소 뒤에서 시작하는 등산길은 철제계단~콘크리트계단~목재계단으로 이어지고, 산 뒷쪽 길도 대부분 아스팔트가 깔렸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전망 하나로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다.
중랑천 물길과 한강이 만나는 풍경이 훤히 들어오고 그 뒤로 푸른 뚝섬 서울숲, 그 옆의 시멘트 공장, 한없이 뻗은 것 같은 강변북로가 생생하게 시야에 잡힌다. 산자락 경사를 따라 늘어선 학교 앞 분식집과 이발소, 세모진 지붕을 가진 70~80년대 양옥집 풍경이 정겹다.
◆호수공원 건너 숨은 정발산
일산신도시의 볼거리를 떠올릴 때 대개 정발산역에서 가까운 호수공원과 축제의 거리 ‘라페스타’ 등을 떠올리는 반면, 정작 역이름을 빌려왔으며 바로 연결되는 정발산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해발 88m에 불과해 산이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지경이지만 신도시의 한가운데 자리잡은 엄연한 주산이다. 최고급 공연장인 아람누리도 들어섰다.
다양한 경사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는 산길 따라 쉬엄쉬엄 산위에 올라서면 호수공원과 아파트단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품있게 지어진 누각에 올라서서 맞는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지하철 정발산역 입구에서 이어지는 길 말고도 동서남북 여러 방향에서 길이 이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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