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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추천 테마여행

10월여행-상당산성 매봉산 남한산성 벽골제-한국관광공사선정

by 구석구석 200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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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빛 벌판과 맞닿은 하늘,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국관광공사는 '10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하늘이 가까이 보이는 여행지 네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충북 청주 상당산성(충북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조선시대 산성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상당산성(사적 제212호)은 높디높은 가을하늘과 맞닿아있다. 해발 491m인 상당산의 능선을 따라 둘레 4.2km, 높이 4~5m의 성곽을 쌓아 그 위를 걷는 동안 내내 하늘이 손에 만져질 듯 가깝게 느껴지는 것. 때문에 산성에 오르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장쾌한 풍경을 누릴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시야를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청주 도심지의 모습과 더불어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들녘의 풍요로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이런 상당산성의 풍경을 노래한 이도 있다. 조선 초기 문인이자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다. 단종이 폐위되고 산천을 떠돌던 그가 상당산성에 들러 시 한수를 남긴 것. 그의 시비가 산성 입구에 세워져 있다.

 

산성의 이름이 ‘상당’이 된 것은 백제시대 이곳의 지명이 상당현이었던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백제시대에도 고구려, 신라와 맞닿은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여서 흙으로 성을 쌓아 국경을 지켰기 때문. 이후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조정이 수도방비를 위한 중간방어선으로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 있던 충청병마절도사영을 청주로 옮겨오면서 돌을 쌓아 만든 석성이 되었다.

 

4.2km를 돌로 쌓는 대대적인 성곽공사는 조선 영조 때 이루어졌다. 1728년, 청주읍성을 점령하고 한양으로 진격해 올라가는 이인좌의 난이 일어난 것. 영남과 호남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길목인 청주의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된 것이다. 

 

이후 일본에 의해 관군이 해체되는 1907년까지 상당산성은 꾸준히 개보수 되며 현재까지 그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성곽 개보수는 1977년부터 1978년까지 이루어졌다. 허물어진 성벽을 다시 쌓아올리고 없어진 동,남문루와 동문을 만들어 산성의 모습을 정비한 것. 1992년엔 군사령부인 동장대가 지어졌다.


동,서,남문과 두 개의 암문, 3개의 치성과 수문을 가진 상당산성은 골짜기를 안에 두고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성을 쌓은 포곡식(包谷式)산성이다. 성 안에는 성을 지키는 군사들이 머물며 생활할 수 있는 식수원이 마련되어있다.

 

유교를 국교로 삼았던 조선시대 성안에 구룡사, 남악사 등 사찰이 있었던 것도 특이하다. 그것은 성곽을 지키는데 필요한 군사의 수를 헤아려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십리에 달하는 성곽을 지키기 위해 5,880명의 군사가 필요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평상시에도 성을 지키기 위해 그 많은 군사를 주둔시킬 수는 없었던 것.

 

당시 성에 주둔한 관군은 1천명 남짓. 나머지 공백을 메운 것이 승병이었다. 때문에 그들이 머물 사찰이 필요했던 것. 임진왜란을 거치며 조선의 배불숭유정책에도 변화가 왔음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공남문 입구 왼쪽에 서있는 구룡사사적비는 성안 사찰터에 있던 것을 옮겨놓은 것으로 성 안에 사찰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유물이다.

 

산성의 정문이자 남문인 공남문을 들어서면 안쪽으로 쌓여진 또 하나의 성벽을 만난다. 성문 바깥으로 옹성을 쌓아 성문을 방어했던 다른 성곽과 달리, 가파른 지형을 가진 이곳은 성 안쪽으로 성벽을 쌓아 내옹성을 만든 것.

적군이 성 안으로 들어올 경우 바로 들어갈 수 없도록 성벽 뒤에 군사들이 숨어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성문방어벽이다.  

 

공남문에서 두 개의 길이 시작된다. 성곽 위를 걸어가는 성곽길과 성곽 아래 숲속으로 이어지는 숲속등산로이다. 두 개의 길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이어지는 것이 특징. 산성과 어우러진 하늘과 산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성곽 길을 이용해보자.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어렵지 않게 성을 돌아볼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곽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은 공남문과 남암문 사이에 있는 치성이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들을 공격하기 위해 성벽 밖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어 전망대로서도 손색이 없는 것. 두 번째 치성에는 난간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는 위험하니 조심해야한다.

치성에서 성벽을 관찰하다보면 벽 위쪽에 눈썹처럼 튀어나온 한 줄의 돌을 발견할 수 있다. 눈썹돌 또는 미석이라 부르는 이 돌은 빗물이 성벽을 타고 흐르지 않고 바로 떨어지게 하는 처마역할을 한다고. 성벽이 오래 견딜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이다.

 

산성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서문인 미호문이다. 문루에 올라 시원한 바람과 함께 청주시가지와 함께 펼쳐진 너른 들녘을 바라보자. 그 뒤로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들이 펼쳐진다.

서문에서 동문쪽으로 이어지는 성곽을 따라 올라가지 않고 산 아래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저수지를 끼고 자리한 한옥마을에 닿는다. 지금의 저수지 위치는 옛날과 다르다.

 

1943년 홍수가 나 수문이 무너진 것. 복원하면서 둑의 위치가 바뀌고 크기도 더 커졌다고. 저수지를 따라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산 위로 길이 이어져 공남문에 닿는다. 

 

공남문에서 시작해 미호문과 진동문을 지나 동장대로 이어지는 성곽을 따라 한 바퀴 걷는 데는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성곽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숲속 길은 중간중간 마련되어있는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걸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관찰하며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청주에는 유난히 박물관이 많다. 그중 국립청주박물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은 꼭 들러 봐야할 공간이다. 상당산성을 내려와 청주시가지로 진입하다 만날 수 있는 국립청주박물관은 1987년에 개관했다. 선사시대 유물부터 연기파불상이라 불리는 불비상과 운천동 동종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 자리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본이며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직지심체요절’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1992년에 개관했다. 직지심체요절의 공식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청주 흥덕사지에서 만들어졌다. 박물관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면 직지심체요절을 처음 만들었던 흥덕사지를 만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여행작가 한은희

 

○ 숙박정보(관광공사 인증 숙박업소)


- 라마다플라자청주호텔 : 상당구 율량동, 043)290-1000,  www.ramadakorea.co.kr
- 뉴베라관광호텔 : 흥덕구 가경동, 043)235-8181~4, www.newvera.co.kr
- 리호관광호텔 : 흥덕구 비하동, 043)233-8800
- 명암파크관광호텔 : 상당구 명암동, 043)257-7451, http://hotelmyongam.co.kr

○ 식당정보


- 송학정 : 상당구 산성동, 청국장, 043)255-8535
- 경주집버섯찌개 : 상당구 서문동, 버섯찌개, 043)221-6523
- 상주올갱이집 : 상당구 서문동, 올갱이국, 043)256-7928
- 가화한정식 : 상당구 내덕1동, 한정식, 043)221-0231~2

 

 

산성동 86-3 대우장식당 043)252-3306

오전 11시~밤 10시 / 주차및카드가능

 

4대째 대통령에게 진상한 곳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전 대통령들이 청남대에 방문하거나 충청북도에 가면 꼭 들렀다는 백숙 전문점이다. 청주 시내에서 차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는 상당산성 안 산성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산성 마을의 음식점들은 닭과 꿩 요리를 주로 하는데 대우장식당도 마찬가지다. 황기, 구기자, 감초, 계피 등 한약재와 마늘, 생강을 듬뿍 넣어 우려낸 국물과 토종닭이 어우러진 한방닭백숙(3만원)이 많이 찾는 메뉴이다. 오리백숙(3만5000원)과 흑오골계(3만2000원) 또한 맛좋은 음식인 동시에 보약이나 마찬가지다. 
 

 

 강원 태백 매봉산(강원도 태백시)

시린 하늘이 손짓하는 하늘봉우리

 

 ‘하늘봉우리’라는 뜻의 천의봉(天衣峰)이라고도 불리는 강원도 태백의 매봉산은 백두대간 줄기가 힘차게 뻗어 내려오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며, 동시에 낙동강과 남한강의 근원이 되는 의미 깊은 산이기도 하다.

 

해발 1,303m 매봉산 봉우리에 오르면 머리 위로 올려다보는 하늘이 아닌 눈앞에 광활히 펼쳐지는 하늘과 평원을 마주할 수 있다.

▲ 매봉산 <사진제공:제11회강원도관광사진공모전>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매봉산 정상에 우뚝 솟은 풍차는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40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배추밭은 연둣빛 물결을 일렁인다.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초지와 하얀 풍차의 아름다운 조화는 마치 한편의 그림동화를 연상케 한다. 해발 1303m 바람의 언덕, 하늘과 땅의 경계점이 흐릿해지는 이곳 하늘봉우리에선 두 다리에 힘을 풀고 겨드랑이 속 접어두었던 날개를 펼쳐 바람의 리듬에 몸을 맡겨도 좋겠다.

 

겹겹이 둘러싸인 짙푸른 산등성이는 가을 단장을 시작하기 전의 설렘으로 한창 들떠있다. 코발트빛 하늘 아래 펼쳐진 이 장엄한 풍경에 빠져드노라니 팍팍한 일상의 짐들은 절로 잊혀진다. 그저 달콤한 바람을 긴 호흡으로 음미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자연과 하나 되는 짜릿함을 맛볼 시간. 바로 하늘과 맞닿아있는 매봉산의 넉넉함이 내어주는 잔치다.  

 

매봉산 정상은 태백 시내에서 검룡소 쪽으로 향하다가 삼수령 왼편으로 좁게 난 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풍차 근처까지 차편으로 손쉽게 오를 수 있다. 


매봉산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에는 낙동정맥의 분기점이며 삼강(한강·낙동강·오십천)의 발원지인 삼수령(三水嶺)이 있다.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북쪽의 한강을 따라 황해로, 동쪽의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남쪽의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는 분수령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삼수령 조형물 앞에 빗물 가족의 운명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삼수령을 지나 대덕산 방향으로 향하면 1천3백여리(514.4km)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 도착하게 된다. 주차장을 지나 검룡소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의 1.3km 오솔길은 나무그늘이 아늑하고 숲내음이 향긋하여 산책로로 훌륭하다.

1억 5천만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동굴의 소(沼)인 검룡소에서는 하루 9℃ 2,000여톤 가량의 지하수가 샘솟는다. 솟아오른 물은 12개의 하천과 북한강 등 3개의 강, 38개의 크고 작은 도시를 지나 황해로 흘러들어간다.

 

‘태백의 광명정기 예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란 표석을 보고 있자면 태백산의 기운과는 또 다른 정기가 느껴지는 듯하여 가슴이 잠시 뜨거워진다.

 

검룡소에서 용출된 물은 석회암반 위의 이리저리 뒤틀린 물길을 따라 흐르는데,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와 몸부림 친 흔적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푸르른 하늘과 샘솟는 물길에 취했던 발길을 돌려 추전역으로 향하면 태백 본연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1973년 태백선 철도 개통 후 설립된 추전역은 백두대간 함백산의 중턱 해발 855m 고지에 위치하고 있어 한국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으로 꼽힌다.

 태백지역 석탄산업의 쇠락과 함께 잊혀져갔던 이곳은 1998년 이래로 겨울마다 환상선 눈꽃순환열차가 정차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과거의 역사를 보여주듯 추전역 입구에는 광산에서 석탄을 운반하던 광차가 전시되어 있고, 주변에는 석탄가루에 검게 그을린 터널과 흙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탄광촌으로 번성하던 태백의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태백 시내 한복판에는 낙동강 1300리의 발원지 황지연못이 있다.

흘러드는 물길이 없는데도 하루 5,000여톤의 물이 샘솟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요한 황지연못은 새파란 물 색깔만이 그 신비함을 짐작케 한다.

 

굽이굽이 경상도를 휘돌아 남해로의 긴 여정을 흘러갈 신비의 못물을 바라보며,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펼쳐진 고원의 도시이자 3개 강(한강·낙동강·오십천)이 시원(始原)하는 태백의 정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낙엽산행의 백미로 손꼽히는 명산인 만큼 매봉산을 향한 발걸음 또한 드높은 가을 하늘 아래인 지금이 적기다. 

한국관광공사

 

○ 숙박정보


- 태백산고원자연휴양림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033)582-7440, http://forest.taebaek.go.kr
- 태백산 도립공원 민박촌 : 강원도 태백시 소고동, 033)553-7440, http://minbak.taebaek.go.kr
- 동아모텔: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033)552-2365 (관광공사인증 우수숙박업소)
- 하늘연못펜션 : 강원도 태백시 원동, 033)553-3457
- 호텔메르디앙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033)553-1266, www.merdian.co.kr

○ 식당정보


- 태성실비식당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연탄불 한우구이, 033)552-5287
- 경성실비식당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한우, 033)553-9356, www.gyeongseong.net
- 김서방 닭갈비 :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전골식닭갈비, 033)553-6378
- 칼라집 :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연탄불 곱창구이, 033)582-7607

 

 

■ 남한산성(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www.namhansansung.or.kr  031)742-7856

 

 

남한산성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은 주차장을 벗어나늣 순간 하늘과 맞닿은 길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늘과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진다.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경기도 광주시와 하남시, 성남시에 걸쳐있는 남한산성은 성곽둘레만 12km에 달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암문(暗門)을 통해 이어지는 옹성들까지 두루두루 섭렵하다보면 그 거리는 훌쩍 늘어난다. 그래도 남녀노소 누구나 크게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산행 들머리가 되는 산성종로(로터리)가 해발 300m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이 자리한 청량산의 높이가 482m인 점을 감안하면 표고 차는 고작 200m 정도. 남한산성 산행에서 가파른 구간을 별로 만나지 않는 이유다.


경사 구간이라고 해봐야 거리가 짧아 올라서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간혹 만나는 급경사 구간에서는 어김없이 나무계단이 등장해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보니 산행 자체가 다소 심심하지 않을까 오해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남한산성 산행은 꼭짓점만 찍고 바로 하산하는 일반 등산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직선과 곡선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일반 산행을 직선의 강직함에 비유한다면 남한산성 산행은 곡선의 부드러움에 비유할 만하다.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맡긴 것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성벽 길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앞으로 앞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드러운 걸음 뒤에도 어김없이 굵은 땀방울이 따라온다. 급하게 쏟아낸 땀과는 다른, 몸 속 깊은 곳에서 은은히 배어나는 참 개운한 땀이다.

 

남한산성 산행은 크게 5가지 코스로 나뉘지만 구간구간 샛길이 많아 각자의 능력에 따른 맞춤형 산행이 가능하다. 특히 북문에서 남문에 이르는 3.8km 구간은 성벽을 따라 걷은 길옆으로 깔끔하게 포장해 놓은 산책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코스.

 

하지만 병자호란 당시 인조와 소현세자가 47일 동안 머물렀던 행궁과 백제의 시조 온조대왕의 위패를 모신 숭열전 등 남한산성이 품고 있는 많은 유적들을 두루 돌아볼 요량이면 침괘정과 행궁을 잇는 코스를 들머리로 삼는 것도 괜찮다. 침괘정, 행궁, 숭열전 등 각각의 유적지들이 등산로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아 동선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적당히 땀이 밸 정도의 산책을 원한다면 산행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산성종로에서 수어장대까지 곧바로 다녀오는 코스나 남문에서 수어장대를 거쳐 행궁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권할 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즐겼으면 남한산성역사관도 잠시 들러볼 만하다. 남한산성역사관은 관리사무소가 위치한 주차장 내에 있으며, 문화해설사가 상주하고 있어 남한산성에 얽힌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관람료 무료.

  

하늘과 맞닿은 길을 걸었으면 다음은 물과 맞닿은 길을 걸어볼 차례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경안천변에 조성돼 있는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목조 데크와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산책로로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연꽃과 갈대 등 각종 수변식물들이 하천 뿐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까지 말끔히 정화시켜 주는 기분이다.

 

2km 남짓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가끔은 눈보다 귀가 예민해지기도 한다. 습지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들 때문이다. 가끔은 눈을 감고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휴식공간을 겸한 탐조대에서는 갈대숲을 헤치고 지나는 오리 떼의 모습과 물고기 사냥에 나선 왜가리의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있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본군위안부역사관 나눔의집이 자리해 있다. 우리네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다. 일본군위안부역사관 나눔의집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군들에게 종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청춘을 빼앗긴 할머니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으로, 할머니들의 주거 공간 옆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영상전시관을 지나 지하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일본군들에게 끌려간 할머니들이 생활했던 위안소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한 평 남짓한 이 허름한 공간이 바로 할머니들의 청춘을 고스란히 앗아간 곳이다.

 

위안소 옆으로는 당시 일본군들이 위안소 출입을 위해 사용했던 군표와 콘돔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1층과 2층 전시관에는 이곳 나눔의집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한 할머니들의 유품과 할머니들의 육성, 그리고 지난 세월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할머니들이 직접 그렸다는 많은 그림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별도의 관람료는 없으나 1층 출입구 옆에 후원금 모금함이 놓여있다. 

붕어찜마을로 유명한 분원리로 방향을 잡으면 박물관 얼굴을 만날 수 있다. 남종면사무소 뒤편에 위치한 박물관 얼굴은 연극연출가 김정옥 씨가 설립한 곳으로, 야외전시장과 실내전시장에는 각종 석인과 세계 각국의 인형, 그리고 가면과 와당 등 얼굴을 소재로 한 수집품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참 다양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근엄한 표정의 무인석에서부터 도통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는 석장승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도 천태만상이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소곳이 앉은 아기모습의 석상 앞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박물관 얼굴에서는 종이와 돌멩이에 얼굴을 그려보는 간단한 체험도 가능하다. 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사전에 예약해야 관람이 가능하고,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는 상시 개관한다. 입장료 어른 4000원, 초중고생 3000원, 어린이 2000원. (5세 이하, 장애우 무료)  

 

경기도 광주까지 와서 도자기 구경을 놓칠 순 없다. 박물관 얼굴에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분원백자자료관이 위치해 있다. 분원초등학교 교문을 통해 학교 뒤로 돌아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사옹원에서 사용하던 사기그릇을 만들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분원리 곳곳에는 가마터가 많이 남아 있는데, 분원백자자료관이 자리한 이곳 역시 자기를 굽던 가마가 있던 자리이다. 분원백자자료관에서는 가마터 출토 유물과 조선 백자의 종류, 백자 제작 광경 등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료 무료.

  

조금 더 풍성한 조선시대 자기를 만나고 싶다면 과감히 차를 돌려 경기도자박물관을 찾아보자. 중부고속도로 곤지암 IC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경기도자박물관은 조선 도자기 전문박물관으로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대표 자기인 청화백자와 분청자기는 물론 현대의 도예 예술가들이 빚은 다양한 백자작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경기도자박물관 주위로 조성해 놓은 넓은 휴식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조각공원과 한국정원은 온가족이 잠시 쉬어가는 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다. 이외에도 산책하기 좋은 도자의 길과 아이들을 위한 토야흙놀이장,  가마터와 다례시연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자박물관을 찾아갈 때 유의할 점은 아직까지 일부 이정표나 네이게이션 등에 경기도자박물관을 경기도자박물관의 옛 이름인 조선관요박물관으로 표기하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할 경우 경기도자박물관으로 검색이 되지 않으면 반드시 조선관요박물관으로 다시 한번 검색해 보는 게 좋다. 관람료 무료.  

한국관광공사 / 여행작가 정철훈  

 

○ 숙박정보


- 스타파크 :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 031)764-7072 / 조선파크 : 광주시 퇴촌면 영동리 031)768-8118
- 아메리카파크 : 광주시 퇴촌면 영동리 031)768-8011 / 남한강모텔 :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031)768-7778
- 카프리 모텔 :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031)767-2087 / 그랜드파크 :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 031)764-8779
- 천궁파크 :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 031)763-7578  

○ 식당정보


- 산성오복식당 :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031)743-6566 / 청와정 :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031)743-6557
- 남문관 :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031)743-6560 / 본가소머리국밥 :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 031)764-6155
- 최미자소머리국밥 : 실촌읍 삼리 031)764-0257 / 고향매운탕별관 : 남종면 분원리 031)768-9690
- 강촌매운탕 :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 031)767-9055  

 

김제평야(전북 김제시 부량면 신용리)

 

 부량면 신용리 벽골제 & 진봉면 심포리 심포항 

 

 황금 들판이 물결치는 김제평야에 서면 하늘과 땅이 맞닿는다. 사방을 둘러봐도 광활한 들판이다. 평야와 푸른 하늘이 마주보며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 김제의 가을벌판은 마치 황금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산과 구릉이 많은 한반도에서 이처럼 드넓은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은 오직 한 곳, 김제다.

 

지평선을 이루며 광활하게 펼쳐지는 논마다 풍년을 이뤄 황금빛이 출렁거린다. 가을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벼를 바라보면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황금물결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난다. 이곳에선 태양도 지평선에서 솟아 지평선 너머로 진다. 들판을 붉은빛으로 물들이며 사라지는 노을은 이국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김제평야 중간쯤 어디서나 잠시 핸들을 놓고 논 사이로 난 농로 아무 곳이나 불쑥 들어가 볼 일이다. 황금빛 평원에 서면 잘 익은 벼이삭을 스치는 산들바람이 사각사각 귀를 간질인다.

 

김제시에서는 황금벌판이 출렁이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지평선 축제를 연다. 벽골제와 진봉반도에 주 행사장이 마련되는데 국내에선 가장 다채로운 농경문화 체험행사들이 가득하다.


올해로 10회째인 지평선축제는 메뚜기잡기, 지평선연날리기, 황금들녘 우마차여행 등의 농촌문화체험행사를 많이 준비했다. 갯벌탐사와 조개 캐기대회, 망둥어낚시대회 등 해양체험행사도 곁들인다.

 

입석줄다리기 등 풍년을 기원하며 남녀로 나눠 벌였던 민속놀이 공연도 펼쳐진다. 지평선에서 가을날의 풍성한 축제를 즐긴 후 황금들판 드라이브를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황금들판을 곁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지평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진봉반도를 한 바퀴 도는 약 20km 구간. 진봉반도의 끝까지 직선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달리면 놀랍게도 산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둑판 위에 놓인 바둑알처럼 드문드문 마을만이 자리 잡고 있다. 광활면에서 심포리까지 쭉 뻗은 직선도로를 질주하면 지평선 드라이브는 절정에 달한다. 광활한 가을 들녘을 가로질러 진봉반도 끝에 서면 바다가 앞을 가로막는다. 잠시 자동차를 멈춘다.

 

새만금간척지의 한 복판에 있는 심포항, 갯벌이 알몸을 드러낸 채 반짝이고 있다. 갯고랑에 낚싯대를 들이대고 망둥어 낚시 삼매경에 빠진 이들도 보인다. 심포항 갯벌에는 들판 못지않은 보물이 들어있다. 쫄깃쫄깃한 맛이 유명한 생합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심포항 주변의 횟집들은 수족관에 싱싱한 활어들과 생합조개를 가득 채우고 여행객들을 맞는다. 망해사 뒷산 전망대에 오르면 확 트인 전망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서쪽과 서남쪽은 고군산열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김제평야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망해사 마당에서 바라보는 낙조풍경은 특히 아름답다.

 

지평선 드라이브의 아쉬움이 남는다면 29번 국도를 타고 신태인 방향으로 달린다. 벽골제로 이어지는 이 길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어 드라이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도중에 1천7백 년 전에 만들어진 벽골제와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저수지인 벽골제(사적 제111호)는 백제 비류왕 27년(330년)에 축조했다. 지금 남아 있는 제방은 남북으로 길이 3.3km, 높이 5.61m. 옛날 수문의 자취인 거대한 돌기둥이 한 쌍씩 남아 있다.

 

제방에 올라 벽골제의 규모를 가늠해보면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난다. 지금은 모두 논이 되었지만 멀리 야산 밑부터 제방까지 전부 저수지였다고 농부가 전하는 귀띔을 들으면 더욱 놀랍다.

 

약 3㎞에 이르는 제방은 현재의 눈으로 보아도 거대하다. 벽골제 제방 아래에 있는 수리박물관에서는 물의 관리와 농경문화의 발전사를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논에 물을 대는 무자위, 곡물의 쭉정이를 날려버리는 풍구, 곡식을 넣어두는 뒤주 등 25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지평선 드라이브의 세 번째 코스는 서해안고속도로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서김제IC까지 약 20km 구간은 직선으로 뻗어 있어 시속 110km의 속도로 김제의 황금들판을 질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코스다. 고속도로 양옆으로 황금물결처럼 출렁거리는 벌판을 가로지르는 쾌감은 하늘과 땅이 맞닿는 들판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김제에는 황금빛 지평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사찰 금산사도 가을에 유난히 아름답다. 김제에서 금산사로 이어지는 712번 지방도로는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드라이브 길이다.

 

미루나무로 둘러싸인 금평저수지 옆을 지나면 금산사 주차장이 나오고 차례로 돌무지개문, 일주문, 금강문, 불이문이 나타난다.

 

경내에 들어서면 마당 한가운데 큰 소나무 한 그루가 누워있다. 절집의 공간들은 이 소나무를 중심으로 대가람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에서 미륵전이 가장 장엄하다. 고개를 쳐들지 않고서는 볼 수 없다는 거대한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은 후백제의 견훤이 아들 신검에게 감금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미륵전 옆으로 길게 누워있는 대적광전도 금산사의 명물이다.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법당 앞에는 오층석탑, 육각다층석탑, 석련대 등의 보물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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