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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추천 테마여행

늦가을 물안개여행-주산지 춘천호 용담호

by 구석구석 2008.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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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억새, 낙엽…. 가을은 그 계절만큼이나 서정적 테마도 풍성하다. 그중 운치로만 치자면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이 따로 있다. '물안개'다. 늦가을 아침 고즈넉한 수면 위로 춤추듯 피어오르는 하얀 물안개는 가히 몽환적이다. 하늘에 여명이 깃들고 물가에 환한 빛이 내려앉을 즈음, 새벽 물안개의 군무는 물굽이 따라 소리 없이 펼쳐진다.

 

뽀글뽀글 기포 위로 피어오르는 한 가닥 하얀 실마리에 넋을 뺏겨 바라보자면 어느새 물안개는 한데 모여 일렁이며 산허리를 휘돌고 넓은 수면을 뒤덮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햇살에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가는 물안개는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염처럼 신비감도 더한다. 

 

일교차가 큰 요즘, 전국 크고 작은 호수에서는 물안개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운이 좋아야 한다. 일교차가 큰 데다 바람 한점 없이 맑기 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물안개의 장관을 보지 못했을지라도 크게 아쉬워 할 것은 없다. 은은한 호반의 아침 정취는 충분한 추억거리가 되고도 남기 때문이다. 청송 주산지, 화천 춘천호, 진안 용담호 등 국내 대표적 물안개 감상 포인트 3곳을 소개한다.

 

▶가는 길

◇청송 주산지=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34번국도 안동방향~안동시내, 34번국도 진보방향~진보, 31번국도 교차점, 청송 방면 우회전~31번국도 주왕산 방향~914번 지방도 주왕산 방향~주왕산 삼거리~이전 삼거리~이전 사거리~주산지 주차장

◇화천 춘천호=서울~46번 경춘 국도~화천 방면 5번국도~화천읍

◇진안 용담호=경부고속도로~대전, 대전~통영 고속도로 무주 IC~30번국도 20여분 달려 용담호

▶물안개 여행 '이것만은 주의 하자'

1. 서두르자=물안개는 이른 아침 피어오른다. 집이건 인근 숙소건 빠른 기상이 필수. 특히 주산지의 경우 이맘때면 새벽 3시쯤부터 포토라인이 형성 된다. 이른바 사진 촬영과 감상에 좋은 포인트 두어 곳은 그때부터 삼각대들이 설치된다. 출발 전 시간 가늠을 충분히 해서 늦지 않도록 한다.

2. 주의 운전 필수=제 아무리 좋은 구경도 안전이 제일이다. 특히 물안개 감상은 이른 새벽에 이뤄지는데다 호수주변에는 늘 짙은 안개가 끼어 있는 경우가 많아 낯선 접근로에 각별한 주의 운전이 요구된다. 주산지의 경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를 벗어나 안동시내에 접어들면 새벽안개가 자욱이 깔린다. 안동-임하댐을 지나 청송 주산지 가는 곳곳에 안개 구간을 만난다. 또 차량 연료가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 시골길에서는 밤 12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 주유소가 많다.

3. 추위에 대비하자=물안개는 일교차가 큰 때에 잘 피어오른다. 11월 이른 새벽의 물가는 체감 온도가 더 떨어진다. 두툼한 옷차림이 필수다. 손발이 시릴 수도 있으니 모자와 장갑도 갖추고 보온병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준비한다면 금상첨화. 손전등도 필수.

 

'용담호' 그물걷이 쪽배 전경 '한폭의 수채화'

 

 용담호는 7년 전 전북 진안군 금강 상류에 용담댐을 건설하며 생겨난 인공호수이다. 본래 수몰 전 용이 승천하는 듯한 비경의 용담소를 지닌 데다 물이 차고도 마치 용처럼 굽이치는 물줄기들이 빼어난 경관을 펼쳐 보여 '용담호'라는 이름을 얻었다. 용담호의 만추 여행 테마로는 단연 물안개를 꼽을 수 있다.

늦가을~초겨울 이른 아침이면 물에 잠겨 섬이 되고 반도를 이루는 물굽이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호수 둘레를 따라 50㎞에 이르는 포장길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날 아침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아예 차를 세워 두고 물안개를 감상하기로는 용담호반 마을인 상전면 월포리 토지가든 아랫녘과 정천면 갈두리가 좋다. 주변에 수초와 갈대가 멋스럽게 자란데다 반도처럼 튀어나온 지형도 있어 풍광이 근사하다. 게다가 이른 아침이면 그물 걷이 배들도 들락거려 그야말로 한폭의 풍경화를 목도할 수 있다.

진안읍 운산리 삼거리는 용담호 물안개 드라이브의 출발점이다. 정천면 소재지를 지나 용담댐~13번 국도~안천면소재지~30번 국도~불노치터널~월포대교로 이어지는 호반 길을 따라 상큼한 드라이브코스가 이어진다. 호수 주변에는 산줄기를 갈라 물길을 내며 섬이 된 죽도와 죽도폭포 등 절경을 갖추고 있다.

 

'주산지' 300년 된 수중 왕버들 호숫가와 어우러져

물속에 잠긴 왕버들로 유명한 주산지(注山池)는 국내 물안개 감상의 대명사격이다. 가을이 내려앉은 주산지는 이즈음 알록달록 오색단풍이 녹아내려 형형색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황홀경을 담아낸다. 특히 이른 아침 물안개라도 피어오르는 날이면 신비감은 절정에 이른다.

주산지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풍광을 선보이는 변화무쌍한 공간이다. 봄이면 연초록의 왕버들이 물그림자를 그려내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청징한 느낌을 더한다. 또 가을이면 다양한 수종의 화려한 단풍이 화사한 산 그림자를 투영하고, 겨울에는 부드러운 듯 소담스런 눈꽃이 순백의 설경을 그려낸다. 그중 백미는 가을 절경. 왕버들을 감싸며 살포시 피어오른 물안개가 신비감을 더하는 만추의 풍광이 압권이다.

이즈음 주산지는 물안개를 감상하려는 인파로 새벽부터 부산하다. 특히 단풍시즌(올해 기준 10월25일~11월7일)이면 새벽 3시부터 주요 감상 포인트는 부지런한 출사객들로 '포토라인'이 형성된다. 지난 주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진작가, 사진 동호회원, 일반 관광객이 설치해둔 삼각대 등으로 경관 좋은 호반은 새벽 3~4시를 넘기며 일찌감치 만원사례를 빚었다. 그 열기가 연말-연시 해넘이-해돋이 구경 못지않다.


주산지 물안개 구경은 출발부터가 운치 있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달빛을 따라 호젓한 비포장 길을 걷는 것도 색다른 감흥이다. 문득 그 옛날 밤길을 떠나는 봇짐장수가 이랬을까 하는 생각도 떠올려 진다. 800여m 쯤을 오르자 큼직한 제방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를 살짝 비켜나자 달빛 담은 호반이 어슴프레 윤곽을 드러낸다.

주산지 물안개 감상의 최적 포인트는 300년 수령의 수중 왕버들이 서 있는 곳으로, 산책로 왼편 끝자락이다. 이곳에서는 왕버들과 단풍이 곱게 물든 산자락을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는가 하면 툭 트인 호반도 함께 넣을 수 있다.

새벽 3시10분. 이미 삼각대를 설치해두고 서성이는 사진작가 몇몇이 보인다. 두런두런 들리는 억양만으로도 전국 각지에서 찾았음을 알 수 있다. 제법 매서운 새벽 호수바람에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물에 잠긴 왕버들 주변에 산 그림자가 아스라이 내려앉고, 어둑한 공간에 적막감과 평온함이 밀려온다. 잠시 지난 세월을 반추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다.

밤하늘과 수많은 별을 담고 있던 주산지는 어슴푸레 날이 밝을 즈음부터 서서히 변해간다. 6시를 넘기며 호수의 윤곽이 또렷해지자 물가 군데군데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30여 그루의 능수-왕버들이 새벽 물안개와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나무와 단풍, 물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경은 차라리 선계를 담아내는 한 폭의 수채화에 다름없다.

물안개를 뚫고 홀연히 그 자태를 드러내는 왕버들과 단풍으로 붉게 물든 주변 풍광에 곳곳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물안개 이상으로 물속에 뿌리를 수백년씩 내리고 서 있는 왕버들의 생명력도 신비롭다.
가을빛 풀어낸 수면 위를 이리저리 뒤덮는 물안개의 군무는 오전 8~9시 까지 이어진다.

자연의 신비를 담고 있는 주산지는 주왕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저수지이다. 주산지는 조선 숙종(1720년) 때 인근 이전 마을의 가뭄 해소를 위해 둑을 쌓았다.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았을 만큼 수량도 풍부해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봄-가을에 감사의 고사를 지내고 있다.

궁벽한 산골의 호젓한 저수지가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가 되면서부터다. 산과 하늘을 투명하게 담아낸 호수와 그 물 속에 잠긴 왕버들의 자태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강 춘천호' 드라이브 곁들인 호반정취 물씬

 

 

드라이브 삼아 훌쩍 떠날 만한 운치 있는 호반 여행지로는 북한강 상류 일원을 꼽을 수 있다. 그중 강원도 화천은 청정 산골에 춘천호, 파로호, 화천댐, 평화의 댐 등 바다처럼 넉넉한 인공 호반이 펼쳐져 있어 호반 나들이의 진수를 흠씬 맛볼 수 있다.

화천대교 부근에서 강폭을 넓힌 북한강(춘천호)은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가장 아름답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수면 위로 일렁이는 물안개와 어우러진 버드나무 나목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때마침 그물 걷이에 나선 조각배가 상류로 거슬러 오르고, 화천읍을 굽어보는 용화산 정상에서는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 호수 가득 노란 기운이 내려앉아 오렌지빛 물안개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

스포츠조선 2007.10 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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