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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부산광역시

부산 해운대-장산

by 구석구석 2008.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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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도봉산이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부산은 금정산 이상으로 해운대 장산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금정산에 이어 부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중생대 백악기 말에 형성된 화산이었으나, 오랜 삭박작용에 의해 대부분 깎여 버리고, 현재는 그 뿌리만 남아 있다.



전체의 산 모양은 원추형. <동국여지승람>(1486)에는 상산(上山)이라 하여 "동래현에서 동으로 15리 떨어져 있으며 대마도가 가장 가깝다"고 표기되어 있고, <동래부지>(1740)에는 '상산'이라고 하고 또는 '봉래산(蓬萊山)'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옥녀봉산행길에 보이는 부산시가지전경/송유미부산의 장산은 그 옛날의 선조들이 장초나무로 세운 장산국의 이름에서 유래된 산이다. 한 나라를 품었던 장산의 품은 넓고 넉넉하다. 해발 383m의 옥녀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그리 가벼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예까지 올라오면 부산의 속내가 한 눈에 다 보인다.

 

부산을 알려면 장산의 옥녀봉에 올라와야 진짜 부산을 다 볼 수 있다. 가시 거리가 좋아서 여기 오면 날이 그리 밝지 않아도 바다의 수평선이 보인다. 날이 밝으면 대마도도 보인다. 해운대와 광안리, 부산항, 용호동, 동래 방면 등 다 보인다. 옥녀봉에 올라오면 바다는 더 이상 바다가 아니다. 바다는 하늘이고, 하늘은 바다와 그 경계를 잃는다. 문득 발 아래 힘들었던 인간세를 잊게 된다.

 

 

석태암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5층석탑/송유미

 

석태암은 해운대 8경의 하나인 '양운폭포' 아래 자리하고 있다. 부산 시민에게 많이 알려진 폭포사에 비해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오층탑이 있다. 석태암은 1922년에 창건되었다. 아담하고 조용하기 그지 없는 암자 아래 소(沼)가 있다.

 

 

진신사리 안내판과 석태암의 소/송유미

 

이 소는 양운폭포의 물줄기에 의해 형성된 소. 정말 물이 맑고 차다. 빨간 노란 낙엽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햇빛에 반사되면 물빛은 무지개 색 빛이 난다. 암자의 건물은 볼품이 없지만, 마치 적멸보궁처럼 조용하고 안온한 느낌을 준다.   

 

양운폭포의 높이는 7∼8미터.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 소(沼)가 있다.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가마소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손을 넣으면 물이 얼음처럼 차다. 가마소 아래로 조금 내려오면 협곡사이에 또 하나의 소가 있다.

 

 

이 소는 용이 되다 만 구렁이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60년대까지도 물줄기가 마르지 않고 수질이 깨끗해 해운대 주민들의 상수원이었다고 한다. 신도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수질은 매우 탁해지고 있으나, 여전히 계곡물은 맑고 깨끗하다. 곳곳이 약수터가 있다. 먼 곳에서 이 약수터로 물을 긷기 위해 장사진을 이룬다.

 

 

돌탑과 폭포사해운대구 반여 반송 우동 중동 신시가지 아파트단지 등 어느 곳에서나 장산을 오를 산길이 나 있다. 5-6부 능선상에는 장산의 허리를 한 바퀴 도는 산행로가 있다.


폭포사는 1986년에 세워진 '폭포사'. 그러나 300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1934년에 세워졌다는, '폭포사'가 빈 절터로 남아 있다. 산문 앞에 시원한 계곡이 줄기차게 흘러 물소리가 장관이다. 가만히 바위에 앉아 있으면, 세상 어디까지 떠내려 갈듯이 물소리는 힘차다.

 

장산은 곳곳이 돌탑이 유난히 많다. 그리고 이 돌탑들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돌탑 두 개는, 탑을 세운 이의 공든 기가 느껴질 정도로 단단하고 돌탑 이상의 신성한 신령이 깃든 것처럼 이 앞에 오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진다.

 

 
 

'장안탑'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탑은 장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천지신명께 영원한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탑이라고 적혀져 있다. 대부분 산은 신격화 되어 있고, 산에 사는 신은 수호신적 상징성으로, 신신령으로 불리는데, 노인이나 호랑이로 인식되어 왔다.

 

호랑이는 산신령의 심부름군이나 탈 것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고, 전국 명산에는 이와 같은 산 할미와 산 신령에 대한, 제의식이 있다. 그리고 이런 제의들은, 국가나 공동체의 수호자로서 산을 신령하게 상징해 왔다.

 

 장원폭포/송유미

 

한때 군사기지로 이용되었던 장산. 산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게 하는 지형으로 그 산을 지켜주는 골이 깊고 넓다. 장산 '양운폭포'는 해운대의 팔경이지만, 이 장산의 중턱에 자리한 '장원폭포'과 '양운폭포'를 혼돈하는 사람이 많다. 장원폭포는 거친 남성미를 풍긴다면, 양운폭포는 여성적이다. 이 폭포의 소에는 용이 되다만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과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을 했다는 전설도 함께 전해져 내려온다.

 

 

장산은 큰 목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농장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군데 군데 검은 염소를 발견하면, 정말 이곳이 사람이 사는 이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은 인간에게 자연귀의 사상을 낳게 한 곳. 멋진 산수화 속에 들어와서 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하는 검은 염소 떼들은 부지런히 풀을 뜯고 있고, 파란 겨울 하늘은 더욱 파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 ⓒ 2007 OhmyNews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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