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계곡 드라이브
월악산 서쪽 제천시 한수면을 남북으로 가르는 597번 지방도로는 빼어난 경관에도 오가는 차량이 별로 없어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한쪽으로는 월악산의 봉우리들이 줄을 잇고. 다른 한쪽으로는 송계계곡이 이어져 운전하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이 길은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고갯길 ‘하늘재’. 마의태자가 창건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미륵리 절터와도 이어져 가벼운 산책을 겸할 수 있다. 월악산 자락에 있는 미륵리사지는 하늘재 아래 작은 분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 절터는 신라 후기 마의태자와 관련이 있다고 전해진다.
경순왕 9년(935년) 신라는 군신회의 끝에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항복할 것을 결의한다. 이에 대해 천년사직을 하루아침에 포기할 수 없다며 마의태자는 동생 덕주 공주와 함께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을 떠난다. 태자는 하늘재를 넘어 미륵리에 머물며 절을 짓고. 미륵불상을 세웠다.
원래 경주 석굴암을 모방해 불상 주변에 돌을 쌓고 지붕을 얹었다고 하나 지금은 석축만 남아 있다. 고개를 들어 미륵불을 바라보면 보는 이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 가늘게 뜬 눈에는 자애로움이 가득하다. 미륵불 앞으로는 석등과 5층석탑이 나란히 서 있는데. 절터의 규모나 웅장함과는 달리 조각이나 건축 기법이 전체적으로 투박하면서도 단순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비석 받침돌 귀부가 있으며. 온달이 힘자랑했다는 공깃돌 바위도 볼거리다. 특히 귀부 왼쪽 어깨에 두 마리의 작은 거북이 기어오르는 형상이 재미있다.
미륵불이 대체적으로 서방정토를 바라보는 것과 달리 이곳 미륵불상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 잃어버린 옛땅을 찾기 위한 바람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시선이 머무는 중원(충주의 옛 이름)이 극락정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미륵리사지에서 나오면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는 수안보 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송계계곡을 따라 충주호로 이어지는 597번 지방도로다.
미륵리사지에서 조금 내려오면 닷돈재라는 작은 고개를 만난다. 주민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 닷냥을 내야 이 길목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받는 이가 포졸인지. 산적인지는 알 수 없다. 싫으면 먼 길을 돌아가야 했으니 닷냥이면 비싼 편이 아니었을 법도 하다.
이처럼 계곡은 약 10㎞에 걸쳐 곳곳에 볼거리를 뿌려 놓았다. 월악영봉을 비롯해 자연대·월광폭포·학소대·망폭대·수경대·와룡대·팔랑소 등 ‘송계8경’이란 이름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마음을 열고 보면 모두 절경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저 평범한 계곡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를 거쳐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까지 이어진 8㎞의 송계계곡은 수안보와 단양의 중간인 제천에 위치해 있으며 깊은 골짜기와 맑고 시원한 물, 월악산 등의 크고 작은 봉우리와 사찰, 절터 등 유물이 산재한 여름 피서지의 보고입니다. 송계계곡은 8개의 계곡으로 되어 있다.
자연그대로가 아름다운 자연대는 송계계곡입구에 있어서 송계팔경을 찾는 사람이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이다. 미륵리에서 흐르는 맑은 계곡에 넓은 암반과 깊은 소(沼)가 있어 어디에 못지 않은 경승지이며 도로변에 위치하면서도 길에서는 보이지 않게 무성한 숲에 가려져 있다.
송계계곡을 따라가다가 월악산 계곡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타나는 월광폭포는 3단폭포로서, 검은 암벽에 두 개의 물줄기는 30여m가량 된다. 신라시대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월광사가 있었는데 임진왜란시 소멸되어 터만 남았고 이곳의 돌거북은 현재 서울 경복궁으로 옮겨가 보존되고 있다.
송계계곡 상부에는 덕주골이 위치하며 이곳에서 월악삼봉을 경유하여 월악산에 오를 수가 있다. 덕주골에서 더 위로 올라가면 덕주사가 위치한다.
덕주사 역시 최근 몇 년 사이에 모습이 크게 변화되었다. 전에는 관음전이 중심 법당이고 그 옆에 약사전이 있는 작은 절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대웅보전을 중심 법당으로 하는 큰 절이 되었다. 그리고 관음전 앞도 길과 바깥마당을 내어 앞이 탁 트이게 만들었다. 주지스님의 스케일이 큰 것 같다. 절을 증축하고 키우는 일도 다 인연 따라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역시 사람의 일인지라 그릇의 크기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관음전 아래마당에서 윗마당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남근석이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월악산의 음기가 강해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이곳에 남근석을 세웠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다. 우리 지명에 나오는 월(月)자는 대개 음(陰)을 상징하고, 일(日)자는 양(陽)을 상징한다. 남근석을 지나 관음전 왼쪽으로 가면 약사전이 있고, 그곳에 약병을 든 돌부처가 모셔져 있다. 몸통 부분에 비해 머리가 커서 조금은 둔해 보인다. 다른 곳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다 모셨다고 한다.
덕주사 약사불
약사전에 계신 병든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부처님 약사불이다. 큼직한 얼굴에 조그마한 손, 갑옷같은 윗옷 등이 조금은 조잡하다. 그럼에도 험상궂으나 퉁명스러운 친근감을 지닌 부처님이다. 왼손에는 약함을 들고 있고 오른손은 설법수인이다. 오른손바닥이 바깥으로 표현되어 있으니 조금은 한심한 조각이다.
반면에 후불탱화는 매우 화려하다. 최근에 그려 건 것으로 보인다. 색깔과 내용이 앞에 앉아있는 약사불과 매우 대조적이다. 조잡하고 자연스럽고 투박하기 짝이 없는 불상과 화려하고 세련된 후불탱화로 한쪽이 모자란 것을 다른 쪽이 채워주고 있다.
/ 자료 - 오마이뉴스2008 신병철
덕주산성 제3곽
계곡에서 10여분 오르면 덕주사 마애불로 오르는 길에 덕주산성을 만난다.
이 지역이 바로 덕주산성 제3곽이다. 덕주산성은 모두 4곽으로 이루어진 천연의 요새로, 고려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최후의 방어선으로 이용되어왔다. 고려 고종 43년(1256) 몽고군이 침입하여 이곳 덕주산성에 이르렀을 때도 바람과 비 그리고 안개 등 신령스런 자연의 힘 때문에 퇴각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덕주산성은 그만큼 험준한 곳에 세워진 산성이었다.
이 제3곽은 상덕주사 마애불 오르는 길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훼손되었던 것을 최근에 복원하였다. 땅의 경사에 따라 계단식으로 성벽을 만들고, 성벽 내부 역시 계단식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복원이 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이곳에 덕주산성 제3곽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복원은 큰 의미가 있다. 오늘도 역시 덕주산성에는 몽고군이 침입했을 때처럼 운무가 가득하고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 자료-이상기
1시간쯤 월악산 정상으로 향하여 올라가면 덕주사 마애불이 나타난다. 남향한 큰 바위에 큼직하게 부처님을 새겨넣었다. 머리꼭대기에는 탑모양의 조상물을 올려놓아 마치 모자처럼 보이게 하였다. 손은 가슴앞에서 아미타여래의 수인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왼쪽 위에 최근에 지은 절이 극락전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 마애불이 아미타부처님이란 뜻이다.
덕주사 마애불
반듯한 코와 큰 귀 그리고 굳게 다문 입과 반쯤 감은 눈이 네모진 얼굴과 함께 근엄하면서도 해탈의 높은 경지 그리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엄청난 노력과 봉사의 이타행으로 모든 중생들을 극락세상으로 이끌어갈 아미타부처님의 경지인가 보다.
월악을 품안에-월악스타팰리스펜션
월악산은 어디서 봐도 멋있지만 특히 한수면 송계리에 서면 웅장한 자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월악산은 달이 뜨면 주봉인 영봉(1094m)에 걸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왼쪽에서 완만하게 올라가는 능선은 영봉에서 갑자기 가파른 각도를 만들며 커다란 절벽을 이룬다. 마치 북한산 인수봉을 연상할 만큼 절벽 길이만도 무려 150m나 될 정도로 거대하다.
송계계곡 바로 옆에 자리한 월악스타팰리스펜션(www.star-palace.com)은 위치 상으로 월악산 서쪽 끝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월악산 능선이 펼치는 장관을 모두 볼 수 있다. 또한 초저녁이면 영봉에 걸리는 달을 만나기도 한다.
주말이면 아직 밤공기가 쌀쌀한데도 계곡 가에 마련된 야외 데크는 만원사례를 이룬다고 한다. 달이 있건 없건 월악산이 만들어내는 ‘야경’이 일품인 까닭이다.
세 동으로 이뤄진 건물 구조는 일반 펜션과 다르다. 계단을 중심으로 좌우에 두 개씩 한 층에 네 개의 방이 있는데. 문을 열면 모두 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원하는 대로 한 개에서 네 개까지 방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족 또는 워크숍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객실은 10평형부터 32평형까지 4종류로 이용 요금은 주말 기준 10만~26만원이다.
세미나실도 마련돼 있다. 한번에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10만~20만원이면 세 시간 이상 이용이 가능하다. 주변 관광지도 많다. 청풍문화재단지가 40분이면 닿고. 충주호 유람선을 이용하는 선착장은 10분이면 닿는다. 수안보 온천을 이용하거나 월악산 등반. 미륵리사지 관광도 편하다. 043-653-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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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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